강대국 지정학: 세력균형을 통한 미국의 세계 전략
2023년 1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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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909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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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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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살아 있는 고전인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출간됐다. 1920년대에 국제연맹을 지지하며 윌슨주의자를 자처한 스파이크먼은 대공황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을 목격하며 국제법과 집단안보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각국의 힘과 지리적 토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히틀러의 팽창 정책 때문에 미국에서 ‘지정학’은 ‘힘의 정치’보다 더 나쁜 이미지를 풍겼고, 수백 년간 벌어진 유럽에서의 전쟁을 피해 신대륙으로 온 미국인들은 고립주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즉 당시 상황은 지정학적 주장을 하기에는 스파이크먼에게 불리했지만, 그는 전적으로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을 제시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스파이크먼은 고립주의가 환상일 뿐이며 미국의 국가 전략은 늘 다른 대륙에 ‘개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국가의 지리적 토대(크기, 천연자원, 지형과 기후, 위치)가 국가의 잠재적 국력, 안보 전략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지리는 영속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장관들은 바뀌고 심지어 독재자도 죽지만, 산맥은 동요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책 결정자들은 지리적 요건이 결정짓는 선택지 내에서 정책을 골라야 하며, 그것은 자국이 가진 힘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국가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지정학이란 지리학과 힘의 역동성이 합쳐진 것으로, “외교정책의 관점에서 국가를 지리적으로 연구하는 것” “국제정치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지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의 패망으로 사라진 독일의 지정학파와 달리 영미권에서는 지정학적 특징에 따라 세계를 구획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학문이 발전해왔는데, 총 세 명의 대가가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이다.
1942년에 쓰인 이 책이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 16개 장에 걸쳐 세계 지역 및 국가들의 지리를 분석하고, 힘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 힘의 관계와 지리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할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단계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용 분석뿐 아니라 국가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일러준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그것이 『강대국 지정학』이 국가 전략 입안자를 위한 바이블로 읽혀온 이유다.
제1부 미국과 세력균형
제1장 힘의 정치와 전쟁
힘의 본성 | 국제관계에서의 힘 | 세력균형 | 전쟁의 본성
제2장 서반구 속의 미국
세계의 대륙들 | 북아메리카 대륙 | 아메리카 지중해 | 남아메리카 대륙 | 미국의 힘의 지
위 | 서반구의 세력균형
제3장 먼로독트린에서 반구 방어로
신세계의 독립 | 먼로독트린 | 프랑스의 도전 | 영국의 도전 | 독일의 도전 | 미국의 패권 |
먼로독트린의 진화
제4장 아메리카와 환대서양 지역
아프리카 대륙 | 유럽 지중해 | 유럽 대륙 | 영국의 위치 | 영국과 세력균형 | 제1차 세계대
전 | 제2차 세계대전 | 독일 반구를 위한 구상 | 유럽의 세력균형과 미국
제5장 아메리카와 환태평양 지역
호주 대륙 | 아시아 지중해 | 아시아 대륙 | 일본의 위치 | 아시아의 세력균형과 일본 | 태
평양 지역의 미국 소유지 | 러일전쟁 | 제1차 세계대전 | 제2차 세계대전 | 일본 반구를 위
한 구상 | 아시아의 세력균형과 미국
제6장 세계 속의 미국
대륙의 상호 의존성 | 워싱턴 회의 | 영국-일본 동맹 | 독일-일본 동맹 | 세계 정치의 패턴
| 제2차 세계대전의 지리학 | 대양 횡단 루트 | 포위된 서반구
제2부 남아메리카에 대한 투쟁
제7장 두 개의 아메리카
앵글로색슨 아메리카 | 라틴아메리카
제8장 선전과 대응 선전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초기 구애자들 | 파시스트의 공격 | 민주주의의 반격 | 공동 이데올
로기 전선의 가능성
제9장 신세계의 경제 패턴
미국 | 캐나다 | 아메리카 지중해 | 중간 지대 | 남아메리카 온대 지역 | 서반구 | 반구 포위
제10장 천연자원의 동원
원자재 | 반구의 자급자족
제11장 경제 통합
범아메리카 경제 협력 |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대립 | 증가된 아메리카 내부 무역 | 차관과
신용거래 | 카르텔 | 경제 전선의 가능성
제12장 신세계의 정치 패턴
갈등지역 | 갈등과 연합 | 역외 지향성 | 아메리카 국가 연합
제13장 신세계 대 구세계
프랑스와 신성동맹 | 제1차 세계대전 | 제2차 세계대전 | 연대라는 신화
제14장 군사 전선
침공의 문제점 | 신대륙의 군사력 | 전략 패턴
제15장 반구 방어
태평양을 건너오는 침략 | 대서양을 건너오는 침략 | 반구 방어의 가능성
결론
미국의 지리적 위치 | 반구 방어? | 부분 반구 방어? | 전후 세계 | 세계연방 | 미국-영국
패권 | 세력균형 | 영토 안보와 평화적 변화 | 미국과 평화협정 | 미국과 유럽 | 미국과 아
시아 | 서반구에서의 미국 | 세계에서의 미국
감사의 말
역사의 교훈은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한 선한 사람들의 거의 반사적인 대답, 즉 국경 방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전략은 공격적 행동 없이는 승리가 없고 단순히 국경 방어만으로는 교착상태를 가져올 뿐 끝을 내지 못한다고 가르친다.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국경지대를 갖고 있는 거대한 크기의 국가만이 자국의 영토에서 싸울 여유가 있다. 약하고 쇠퇴기에 있는 국가들만 국내에서 싸웠다. 활력이 있고 힘이 있는 시기의 국가들은 다른 국가의 영토에서 싸운다._56쪽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서 지상군은 더 이상 기지 구역과 작전 구역 사이의 경로에 안보를 제공할 수 없다. 항공 우세만이 그 선을 지키고 공격 작전이나 방어 작전에 필요한 물자의 흐름을 보장할 수 있다._58~59쪽
전쟁에서의 힘은 단결과 효과적인 사회 통합의 결과이며, 그래서 국민 통합에 대한 공격은 적의 첫 번째 접근법이 되었다. 국가 결속, 규율, 집단 사기를 파괴하는 것이 공격의 기본 목적이다. 그것은 가족, 당파, 종교적 헌신 등 국가보다 작은 집단을 향해 있는 충성심에 대한 호소로 시작한다. 그것은 분열로 가는 모든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한 독려로 이어진다. 그 방법은 인종, 민족, 지역, 경제, 이데올로기 등 모든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심화시키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에게 상대방의 부당 이득에 대해 암시하기, 농촌과 도시 공동체의 불공평한 희생에 대해 언급하기, 전쟁 산업 계약과 새로운 산업 육성에 있어서 지역 편파주의 시사하기, 특정 인종 집단이나 계층이 전쟁을 도발했다고 비난하기, 전쟁 목표에 대해 정당들이 싸움을 시작하도록 부추기기 등이 있을 것이다._67쪽
역사는 미국을 친절하게 대우했고, 지리는 미국에 상당한 혜택을 주었으며, 기회는 잘 활용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은 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체가 되었다. 지리 및 전략적 요인, 원자재 및 인구밀도, 경제구조 및 기술 진보는 모두 서반구의 많은 부분에서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갖는 데 기여하고 있다._100쪽
매우 능숙한 외교와 두꺼운 벨벳 장갑 같은 부드러움만이 미국의 좋은 인접국들이 권력관계의 현실을 참아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_102쪽
이전의 동맹과 이전의 적 사이에서 이전의 적에게 약간 편파적인 중립 정책을 유지하는 것에 영국은 감정적으로 만족했다. 이것은 정의감, 패배한 적에 대한 관대함, 과거는 잊어야 한다는 원칙 등 영국인의 기질 중 가장 좋은 것에 부합했다. 게다가 이전의 적에게 약간 편파적인 이런 중립 정책은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영국민의 죄의식을 누그러뜨려주었다._182쪽
일본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확장하기 위해 국가사회주의자 친구에게 자극받을 필요가 없었다. 일본 정치인들은 자국의 미래에 대한 야망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스스로 신들의 후예라고 믿는 이들이 자신의 선조들에게 걸맞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당연했다._241쪽
미국은 태평양 너머의 거대한 해양 제국의 출현에 따른 위협보다 아시아의 세력균형을 더 우려하고 있다. 그것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원래 지위에 대한 어떤 걱정에서가 아니라 아시아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30년 동안 국제관계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해왔다. 미국은 설득, 교환, 무력 위협을 각각 그리고 동시에 시도했지만 전쟁을 감수할 의지는 결코 없었다. 이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미국 외교가 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문서와 항의서는 훌륭하게 작성되었고 설득력 있게 주장되었으며 불변의 국제법 원칙들로 뒷받침되었지만, 일본인들은 감응하지 않았다._243쪽
위대한 정치가들은 지리에 대한 감각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건강한 정치적 본능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보통 정치적 힘의 지리적 기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의미한다._257쪽
힘의 정치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군축회의는 다른 모든 회의와 구별되는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총리들의 의례적 방문, 장황한 외교적 언어, 만장일치의 공허한 결의문 뒤에 숨겨져 있는 세력 경쟁과 투쟁을 환한 빛 속으로 끌어낸다._261쪽
혁명적 변화가 언제나 더 많은 자유, 더 나은 민주주의, 그리고 정부 권력에 대한 더 많은 제약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대중적이기는 하지만 잘못된 것이다. 혁명과 반혁명이 있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이 대체한 이전 정부보다 시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훨씬 더 많이 행사하는 정부를 만들었다. 혁명은 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부가 권한을 잘못 행사하거나 전혀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_310쪽
동맹은 정서가 아니라 지리와 세력균형의 측면에서 이뤄지고, 동맹에 대한 어떤 우호적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보통 정치적 협력의 명분이 아니라 결과다. (…) 자기 보호를 위해 국가들이 협력할 때 대체로 감정이 따라올 것이다._384쪽
정치적 협력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접근법으로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 캠페인을 벌인다는 것은 대체로 소모적인 운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적 협력은 그 자체가 목적일 때는 가치가 있지만, 정치의 도구로서는 가치가 매우 불확실하다._386쪽
현대인은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사회에 살고 있어서, 보통 사람은 그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정책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선택의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고, 혼란을 느낀 군중이 리더십과 독재를 몹시 필요로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개인주의를 강조하고 개인의 책임을 엄격하게 주장하는 앵글로색슨의 자유주의에서는 안보에 대한 이러한 현대적 욕구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_386~387쪽
국제사회의 성격을 광범위하게 변화시키려는 계획은 모두 거대한 전쟁의 지적 부산물이다. 그러나 싸움이 멈추면, 실제 평화 구조는 보통 세력균형으로 회귀한다. 이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강대국들이 세계의 분쟁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 세력균형의 유지이기 때문이다._681쪽
현실주의자가 살아남는다
보통의 국민은 힘이 사회나 국가의 행동 목표가 되는 것을 사악하다고 여긴다. 무력 충돌 없이 세계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고, 도덕적 양심으로 평화를 갈구한다. 다른 한편 현대인들은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려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때로는 독재자를 원해 그런 후보에 투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품위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성향이 평화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며, 현실적인 지리 요건과 힘의 균형 사이에서 각 국가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에서 힘을 갖기 위해 그가 하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스파이크먼은 외교적 언어와 만장일치의 공허한 결의문 뒤에 숨겨진 세력 경쟁 및 투쟁을 환한 빛 속으로 끌어내길 원했다. 낭만적인 경향의 정치인들은 문화적 화해를 성취하려 하고 학술적 교류도 중시하지만, 지적 협력은 정치의 도구로서 그 가치가 불확실하다. 올바른 역사적 순서는 정치적 결정에서 문화적 화해로 가는 것이며, 동맹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오로지 정치적 협력의 결과로서만 주어질 뿐이다.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은 “위대한 정치가들은 지리에 대한 감각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건강한 정치적 본능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보통 정치적 힘의 지리적 기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스파이크먼 역시 “모든 문명화된 삶은 결국 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힘의 사용이 곧잘 비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은 “불행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왜냐하면 힘을 배제하고는 사회적 삶의 근본적인 측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을 도덕적으로 불신하는 것은 보통 기독교적 양심에서 기원하는데, 사실 강제 없이 평화를 바라는 것은 현실 도피일 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을 위한 투쟁이 생존을 위한 투쟁과 동일하고, 상대적 힘의 개선이 국가의 일차적 목표이며,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이다. 저자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정치인은 힘이라는 목표에 기여하거나 이를 간섭하지 않는 한에서만 정의, 공정, 관용의 가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질서 있는 세계는 갈등이 없는 세계가 아니라, 투쟁과 갈등이 무력 충돌이 아닌 정치적·법적 통로로 이어지는 세계다.
국가의 상대적 힘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영토의 크기, 국경의 특성, 인구의 크기, 원자재의 유무, 경제 및 기술 개발, 재정, 민족 동질성, 효과적인 사회 통합, 정치적 안정, 국민 정신 등에 달려 있다. 특히 국가의 형태를 이루는 요소로서 국민의 이주를 결정하는 해안과 강, 산맥과 평지 등 영토는 늘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외교정책 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고려는 지정학에서 나와야 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힘의 지위는 자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들의 군사력에 달려 있다. 이는 자국의 군비 확대와 별도로 힘을 추구할 수 있는 두 번째 접근법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의 목적은 다른 국가들의 힘의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어떤 국가를 약화시키는 반면 다른 국가는 강화시키는 것이다. 고대부터 강대국이 국경을 접한 약소국을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 정책은 국경지대 구축을 통해 영토 방어를 발전·개선시키는 오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그 지역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성장하면 위협이 될지 모를 어떤 큰 국가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
역사를 보면, 강한 역동적 국가가 자기만족을 이뤄 팽창을 중단하거나 힘의 목표에 적절한 한계를 둔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성장하는 국가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력균형 정책은 성공한 모든 국가의 외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선의의 선언보다 세력이 균형을 이룰 때 더 안전하다는 것이 경험상 증명돼왔기에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세력균형의 현실성과 중요성을 살핀다. 물론 세력균형 정책이 우선 강대국들을 위한 정책임은 분명하고, 작은 나라들은 타국이 사용하는 저울의 추가 되는 운명에 놓인다. 작은 나라는 누구도 그 나라의 영토를 원치 않거나 혹은 그 나라를 완충국이나 세력균형의 추로서 관심 가질 때 살아남을 수 있다.
국가들은 언제나 다른 국가의 힘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문제는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균형에만 관심 있고, 속내는 늘 충분한 우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저자는 전투의 북소리가 끊임없이 전 세계적으로 울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개는 평화를 정상으로, 전쟁을 비정상의 상태로 보는데, 이는 전쟁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일어난 지적 혼동일 뿐이다. 전쟁은 불쾌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는 주권 국가들의 시스템 속에 내장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무력 충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시기는 몇 년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들은 17세기의 75퍼센트, 18세기의 50퍼센트, 19세기의 25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을 전쟁 속에서 보냈다. 다만 점점 길어진 평화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피해의 총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왔다.
따라서 무정부 상태의 국제세계에서 외교정책은 무엇보다 국가의 상대적 힘의 지위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저자는 “힘은 결국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리는 군사적, 정치적 전략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다.
국가의 영토 크기는 세력 투쟁에서 국가의 상대적 힘에 영향을 미친다. 천연자원은 인구밀도와 경제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봉쇄에 대한 취약성을 규정한다. 적도, 대양, 대륙을 기준으로 한 위치는 힘의 중심, 분쟁 지역, 교통로에 대한 근접성을 결정한다. 지형은 통일성과 내적 결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의 힘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는 농업 생산을 제한하고 운송과 국제 무역의 환경을 결정한다. 따라서 국가의 힘의 지위에 대한 모든 설명은 지리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땅덩어리는 다섯 개의 대륙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세 개의 대륙 즉 호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배로 주변을 돌 수 있는 진정한 섬이다. 북반구에 위치한 두 개의 대륙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다. 그러나 역사는 대체로 온대 지방에서 일궈져왔고, 남반구에는 온대 기후가 극히 적어 역사는 북반구에서 주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시사점을 지닌다.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의 북쪽 절반은 항상 남쪽 절반보다 더 중요할 것이고, 북반구 대륙 사이의 관계는 같은 대륙의 적도를 가로지르는 관계보다 세계 역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반구의 역사는 줄곧 힘의 외교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시민들은 유럽 세력정치의 우여곡절로부터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남북 아메리카에서 독립을 획득하고 유지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독립을 저지할 수 있는 통합된 유럽이 달성된 적이 없고, 유럽의 어떤 단일 국가도 서반구에서의 투쟁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투사할 행동의 자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륙에 정치적 발전의 기회를 준 것은 균형을 이룬 유럽이었다. 유럽이 중화된 상황에서 지리의 내재적 요소들과 경제적 잠재력은 필연적으로 미국에게 신세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독특한 장소를 점유하고 있다. 북반구의 거대한 육지 영역에 위치한 미국의 영토는 경제적 힘을 암시하는 모든 것을 갖춘 대륙 규모의 땅이다. 두 대양에 접해 있는 미국은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무역 운송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밀집된 인구 집단들 사이, 즉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대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제국 영국이 300년간 세력균형을 추구해왔듯이, 미국도 관심을 갖는 것은 세력균형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이 비슷한 정책을 추구하고 고립주의와 동맹, 그리고 전쟁이라는 동일한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방대한 이 책은 집필 당시 각 국가의 자원 보유 상황과 국민의 심리, 이데올로기 전략, 아시아의 세력균형에 대한 통찰,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독일을 강한 국가로 남겨두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고 한 현실적 조언, 일본이 태평양에서 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점, 나아가 중국이 아시아의 지배 세력이 되리라고 내다본 것 등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스파이크먼이 봉쇄 정책의 기안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미국 국제관계의 원칙을 창안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림랜드 이론을 내놓은 스파이크먼의 학문과 정책 제안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전략에 주는 함의도 적지 않은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중요한 대륙 세력이 림랜드를 장악한다면 해양 세력이 대륙의 연안 지대에 닻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해양 세력이 동일한 지역을 장악한다면 대륙 세력의 해양 진출을 차단해 해양 세력의 확대가 이뤄진다. 그에 따라 분석해보면 한반도의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은 모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전쟁이었고, 이는 곧 그의 이론의 유효성을 입증한다.
[추천사]
이 책이 가진 장점과 공적 가치로 미뤄볼 때 수많은 미국 대중이 읽어야 한다. 비록 스파이크먼이 제안한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책을 책임지는 모든 정부 관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일 년에 한 번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_아이제이아 보먼 존스홉킨스대학 총장·지리학자
독일 지정학의 철학과 방법론은 곧 미국 학자들에게 채택돼 아메리카 권역에 적용될 참이었다. 사실상 이것이 스파이크먼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한 일이다. 그의 이 책은 세계의 세력 정치에서 미국의 위치에 대한 지정학적 해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_로버트 울버트, 『포린어페어』
영국의 정책에서 그랬듯이, 세력균형은 미국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은 인용될 가치가 있다. “미국의 국부들은 균형 잡힌 힘의 가치와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그들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정부를 미국에서 창조해냈다. 견제와 균형만이 폭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깊은 확신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느리고 거추장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의 정부는 국부들의 희망에 부응했고 아마 다른 어떤 정부보다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자유를 더 잘 보존했을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장점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세력균형에까지 확장된다.”_맬컴 샤프 시카고대학 교수
이 책이 출간되고 10년 후 세계는 대체로 이 책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정치학계는 1930년대 중반이 돼서야 현상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며 정책의 가능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만드는 데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파이크먼 교수는 바로 이 작업에 자신의 짧은 생을 바쳤다. 그가 고안한 국제정치 이론틀은 그를 연구 방법 분야의 선구자로 만들었고, 이 책이 나왔던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대부분 유효한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의 업적이 중요한 진정한 이유는 포괄적 이론틀을 위한 기초를 세운 것이다._에드거 퍼니스 주니어 프린스턴대학 교수
1930년대와 1940년대 초 서구 문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 재앙적 경험은 정치적으로 설득력 있는 전후 대전략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전략은 유라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상주의적 개입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물질적 이익에 근거해야 했다. 스파이크먼은 그러한 대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국가 이익을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정학적 틀을 제공했다._패트릭 개리티 CSIS 연구위원
작가정보
저자(글) 니컬러스 존 스파이크먼
니컬러스 J. 스파이크먼Nicholas J. Spykman(1893~1943)
189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델프트대학을 졸업한 뒤 1916~1920년 중동과 극동에서 특파원 활동과 외교 관련 업무를 했다. 현대 전쟁의 세계적 특성을 현장에서 목격한 후 미국으로 이주해 버클리대학에서 사회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모교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가르치다가 예일대학으로 옮겨 국제관계학과 학과장으로서 예일대 국제문제연구소YIIS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지리와 지정학을 강조하는 국제관계에 대한 학제간 연구 방법을 발전시켰다.
스파이크먼은 1920년대 초 미국의 국제연맹과 세계 법정의 참여를 지지하는 윌슨주의자의 면모를 보였지만, 대서양 양측에서 이어지는 공황과 정치적 혼란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이후 그의 연구는 모든 국제정치 주체들은 힘을 위해, 그리고 힘에 기초해 각종 정책을 추진한다는 현실주의적 인식에 토대를 두게 되었다. 1930년대 초에는 매킨더와 독일 지정학자들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국제관계에 있어 지리적 영향에 대한 심층 연구를 시작했다.
스파이크먼이 1938년에 발표한 두 논문 「지리와 외교정책」 1, 2는 대외 전략에서 지리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후 현실주의적 지정학 사상이 집결된 불후의 명저 『강대국 지정학』과 『평화의 지정학』이 발간됐다.
스파이크먼은 매킨더의 세계 구분을 차용했지만, 하트랜드(심장지대)가 아니라 림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림랜드는 하트랜드와 영해 사이에 있는 일종의 중개 지역으로,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 사이에서 거대한 완충지대로 역할한다. 스파이크먼은 역사적 사례를 봤을 때 단순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충돌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인 동맹에는 항상 림랜드 국가가 끼어 있거나, 영국과 러시아가 함께 우세한 림랜드 세력을 견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지정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세계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냉전 시대 소련, 탈냉전 시대 중국에 대한 미국 봉쇄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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