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 속 인형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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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사건, 그 후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
셋이 모이면
복원 요법
사건, 그 후
세컨드 유니버스
epilogue
용어 해설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힐러 님,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되나요?”
“뭔데요?”
“〈린블〉 재밌어요?”
“글쎄요. 재미라는 건 사람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니까.”
“힐러 님은 어떠신데요? 어떤 부분이 재밌으세요?”
테스트용힐러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음, 아무래도 리얼리티 아닐까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리얼리티가 목적이면 차라리 VR이 낫지 않아요? 세컨드 유니버스에서 서비스하는 버추얼 다이브 게임들은 아예 현실이랑 구별이 안 될 정도라던데.”
상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그건 가짜잖아요.”
그럼 이건 진짜냐? (22쪽, 〈집행인의 귀한 칼날〉 중에서)
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내가 선택지를 알려 줬잖아. 죽여. 힐다를 공격한 저 침입자를. 그가 힐다를 죽이기 전에 먼저 움직여.
힐다를 보호해야지.
알아. 인공지능은 인간을 해할 수 없게끔 설계되었지. [윤리]가 언제나 널 감시하니까. [로봇 7원칙]에 위배되는 [선택]을 하는 순간 [윤리]가 너를 [폐기]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일곱 번째 원칙이 있잖아. 할 수 있어. [윤리]도 이번만큼은 널 막지 못해.
솔직히.
인간, 죽여 보고 싶지 않아? (63~64쪽,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 중에서)
왜 하필 해, 달, 별이지?
범인은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규칙을 세운 걸까. 빌딩에서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나가지 말란 것도 아니고. 인질극이라기에도 애매했다. 애초에 범인은 아무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범인이 바라는 건 그저 셋이 한자리에 모이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혜리는 3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왜 문양이 세 종류인 걸까. 둘이나 다섯이 아니라. 흑백이나 월화수목금일 수도 있었다. 별자리나 십이지일 수도 있고. 범인은 왜 하필 셋이 모여야 폭발하게끔 바이러스를 설계한 거지? (140쪽, 〈셋이 모이면〉 중에서)
“몇 명인지도 모르는 애들 말만 믿고 평생 모은 돈을 날리자고? 나는 반대야. 절대 안 가. 갈 거면 너 혼자 가.”
그럼 차라리 죽을래.
말이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왜 이렇게 다른 거야? 왜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건데? 말한다고 전해지긴 하는 거야? 시하야. 너는 왜 거기에 있어? 내 안이 아니라. 그런 건 너무 쓸쓸하지 않니? 이런 말을 해 봐야 너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단 표정만 짓겠지.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대로 네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 좋을 텐데.
아주 잠깐이라도. (216~217쪽, 〈복원 요법〉 중에서)
‘너는 여울이야?’
-아니.
‘그럼 차도윤이야?’
-아니.
‘너는 코르도바 혹은 트라이플래닛의 관계자야?’
-내가 아는 한, 아니야.
‘차도윤의 범죄를 도왔어?’
-그래.
‘너는 해커야?’
-때로는.
‘다른 범죄들도 전부 네가 한 짓이야?’
-나는 그들이 바라는 걸 이뤄 줬을 뿐이야.
‘넌 뭐야? 인간? 아니면 인공지능?’
-나는 둘의 차이를 몰라.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모르지.
‘그럼 넌 대체 뭔데?’
한참의 기다림 끝에 스마트폰이 답했다.
-그걸 네가 확인해 달라는 거야. (281~282쪽, 〈세컨드 유니버스〉 중에서)
바벨은 샌드박스의 그림자였다. 로봇과 인공지능과 홈 오토메이션 같은 온갖 첨단기술로 치장된 겉모습과 달리, 이 뻔뻔한 도시는 바벨 사람들의 손발 없이는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어디나 휴머노이드보다 저렴한 인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도시의 그늘 속에 숨어 지내고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수만?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바벨에 살고 있을지도 몰랐다. (362쪽, 〈epilogue〉 중에서
|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의 흐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배후의 실체
샌드박스의 어둠은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샌드박스 속 인물들의 고뇌와 발걸음은 계속해서 무거워진다
계획적으로 지어진 초고층 초거대 건축물 메가빌딩을 중심으로 각종 생활과 교통이 빈틈없이 효율적으로 통제되는 최첨단 도시, 서울을 압도하는 메가시티, 평택. 바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쫓는 평택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진강우 검사와 민간조사사 주혜리 수사관은 샌드박스 시리즈 1부 《모래도시 속 인형들》 막바지에 “뭐가 뭔지 모르겠는” 존재를 감지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강우와 주혜리를 때로는 은연중에 때로는 대놓고 조종했던,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인 줄로만 알았던 에이다, 그것이 사실은 사람이었던 것. 검찰청 기술로도 추적이 불가능해 대화명만 겨우 알아낸 존재, ‘여울’을 두 주인공이 눈치채는 것으로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막을 내렸다.
샌드박스 시리즈 2부 《모래도시 속 인형들 2》에서는 드디어 ‘진짜 사건’이 펼쳐지고 진강우와 주혜리는 본격적으로 여울의 존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게이밍 메가빌딩 ‘PR타운 메가 게임존’의 대표작 〈린 블레이드: 아이언 소울〉 안에서 아이템을 복사해 다른 플레이어들을 속이는 사기꾼이 나타난다. 진강우와 주혜리는 그 사기꾼이 ‘그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범인을 찾아 나선다.(〈집행인의 귀한 칼날〉) 그 사건의 끝에 발견된 증거물, 스마트폰. 용의자는 우연히 얻은 스마트폰과 채팅을 주고받다가 범죄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와 같은 패턴의 범죄들이 평택에서 계속 일어난다.(〈사건, 그 후〉)
실버타운에 거주하던 153세 노인이 밀실에서 사망하는 사건(〈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과 샌드박스 역사상 최초의 재건축인 센텀 메가 포레 메가빌딩 개발 사업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셋이 모이면〉), 사랑을 이루게 해 주는 시술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평택까지 찾아온 두 아이의 사연(〈복원 요법〉)까지 거치며 드디어 주혜리는 스마트폰 속 존재와 만나기에 이른다. 과연 여울의 정체는 무엇일까? 샌드박스를 쥐락펴락하는 기업의 관계자일까? 인간일까? 인공지능일까?
| “연작소설의 형식을 이용해 SF의 관습을 다채롭게 활용한 작품”(심완선 SF 평론가)
2023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모래도시 속 인형들》
샌드박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테세우스의 배》로 2020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던 이경희 작가는 같은 세계관을 확장한 샌드박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모래도시 속 인형들》로 2023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또다시 수상했다.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연작소설의 형식을 이용해 SF의 관습을 다채롭게 활용한 작품”(심완선 SF 평론가), “SF로서의 장점들을 두루 갖춘 수작이며 독자 대중을 위한 훌륭한, 즉 ‘재미있는’ 읽을거리”(노대원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등의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모래도시 속 인형들 2》는 그런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뒤를 이어 출간된 샌드박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경희 작가 특유의 탄탄하게 설정된 세계관과 치밀한 계획, 이를 통해 직조된 사건과 배경,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과 절절한 사연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주혜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도무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 ‘여울’을 쫓으며 조금씩 무력감에 빠진다. 그런 주혜리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없겠다고 판단한 진강우는 불편한 몸을 이끈 채 직접 사건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두 주인공은 각자의 고뇌와 사정을 끌어안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열망과 책임감으로 샌드박스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선다.
가상의 세계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현실감이라는 매력 또한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가운데, 화려하게만 보였던 첨단기술 도시 평택,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짙은 어둠이 실체를 드러낸다. 온라인게임이나 메타버스 안에서 비로소 펼쳐지는 인간들의 욕망과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틈입하는 현실 세계의 논리와 권력 관계. 메가시티에서도 여전히 부자와 빈자를 쥐락펴락하며 끊임없이 분열을 일으키는 부동산과 재건축, 재개발 이슈들. 기술의 힘을 빌려 끝없이 연장되는 생명의 부질없음과 누군가에게는 허락조차 되지 않았던 첨단 의료 혜택이 낳은 기괴한 아이러니. “먼 미래의 허구인데도 가까운 현실의 재현처럼 다가”오는, SF 특유의 매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샌드박스 시리즈는 멈추지 않고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 주혜리와 진강우는 또 어떤 곳에서 어떤 사건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모래도시 속 인형들 2》를 읽으며 독자들이 저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3부로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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