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테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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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화석 에너지는 죽었다, 화석 에너지 만세!
폴리머의 촉진제 | 6종의 플라스틱이 시장의 90퍼센트를 점유하다 | 2050년 석탄 화력 발전소 619개에 해당 |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 과잉 생산의 위협 | 20억 달러짜리 증기 분해기 | 배럴당 10~80퍼센트를 플라스틱 생산에
2장. 이네오스, 유럽의 심장에 자리 잡은 플라스틱
브렉시트의 강력한 지지자 | 지역의 오염과 유럽의 플라스틱 | 2차 재판 | 폭발물보다 나쁜 마스크 | 책임감 있는 파트너인가, 부주의한 파트너인가 | 오랫동안 유럽에서는 천연가스를…… | 플라스틱 알갱이 청소
3장. 대혼란을 불러올 깃털만 한 무게
가수 앙투안, 열변을 토하다 | 아일랜드, 국민의 지갑을 건드리다 | 분노한 서퍼들 | 바이오 성분, 이상적이지 않은 | 플라스틱에서 더 잘 버티는 코로나바이러스 | 〈연구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접근 | 거짓 분석들 | 〈깜깜이 블랙박스〉
4장. 플라스틱은 위생적이다, 정말일까?
8리터의 물, 이런! 우린 죽었다 | 내분비 교란 물질의 소굴 | 위험을 경고하는 이들을 업계가 조롱할 때 | 실제로 꽤 위험한 우연한 첨가물들 | 규제 회피에 관한 궁극의 가이드 | 치명적인 기밀 | 법정에 선 과불화 화합물 | 전 세계적인 오염
5장. 미세한 과다 복용
99퍼센트는 보이지 않는 바다 플라스틱 | 해양 생물 100퍼센트에 존재한다 | 바다보다 더 오염된 토양 | 기관지 안의 타이어 | 우리 몸에 농축되는 미세 플라스틱 | 속이 빈 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6장. BPA에서 BPZ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물질 | 현재 기준은…… 2만 배나 높다 | 사이비 과학자들, 수상쩍은 장사치들 | 임산부, 성배가 될 것이다 | 3D, 로비의 황금률 | 유럽의 뒤엉킨 규제 시스템 | 아직 갈 길이 멀다 | 알파벳 바꾸기
7장. 병원에서의 딜레마
열 소독기에서 현대식 고압 멸균기까지 | PVC, 병원의 스타 | 프탈레이트, 남성 불임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 | 최전선에 있는 미숙아들 | 옮겨 가는가, 옮겨 가지 않는가 |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등장 | 습관을 바꾸게 하다 | 소각, 위험한 배출원 | 호응이 부족한 의료인들
8장. 재활용, 기적에서 신기루로
재활용, 완벽한 명분 | 91퍼센트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약속 | 재활용, 여전히 유해하다 | 스페인 산업계의 어두운 음모 | 보증금 제도를 반대하는 목소리 | 모든 폴리머가 재활용되지는 않는다 | 〈재활용〉, 자주 남용되는 문구
9장. 화학적 재활용, 의문스러운 해결책
아무리 잘해도 5년에서 10년 내에는 어렵다 | 50억 달러의 투자, 미국만 유일하다 | 편향된 연구들 | 수익성이라는 문제 | 프로모션 캠페인 중인 다국적 기업들 |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마즈의 환상 | 개별 포장이라는 놀라운 세계 | 유니레버와 체취 제거제 싸움
10장. 아시아의 유혹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될 거예요」 | 칼을 휘두르는 중국 | 미국인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 재활용 폐지 속에 감춰진 플라스틱 쓰레기 | 캐나다와 필리핀의 외교적 위기 | 서유럽 국가들에서 재활용이 퇴보하다 | 튀르키예, 수명을 다한 플라스틱의 새로운 낙원 | 블랙리스트 또는 화이트리스트? | 아시아의 잘못이다?
11장. 유럽, 개척자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유럽, 선구적인 법률을 제정할 임무를 맡다 | 〈세계의 다른 지역에 절대적인 선례〉 | 입법을 막기 위해 가동되는 로비 | 브뤼셀, 〈마녀 사냥〉 혐의를 받다 | 음료 업계는 결국 보증금을 지원하다 |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용두사미에 그치다 | 브뤼셀은 더 많이 통제하려 할 것이다 | 재활용 플라스틱의 독성에 대해 | 12초 동안 약한 불에 저항하다 | 블랙리스트에 오른 성가신 과학자들
12장. 서류상으로 야심만만했던 프랑스
화분, 옷걸이, 사무용품 | 100퍼센트 재활용 플라스틱을 위한 〈노력〉 | 상대적인 공정성 | 함정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자가 검진 | 혼란을 주는 마크들 | 합성물 안에 플라스틱이 숨어 있다 | 천연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에 대해서 더 말이 많다 | 전통적인 슈퍼마켓은 끝나는가? | 〈문화 혁명이 필요하다〉
13장. 잊힌 사람들
무용수, 그리고 강압적 밀어붙이기 | 「복권에 당첨됐다고 믿었어요」 | 설거지를 하려고 차를 타고 가다 | 〈죽음으로 가는 길〉,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 선샤인 프로젝트, 암울한 사업 | 〈플라스틱의 메카〉 | 최전선에 있는 근로자들 | 6미터 높이의 플라스틱 쓰레기 | 「당신들 정말 이기적이군요」 | 친환경 벽돌과 플라스틱 도로
14장.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딴죽걸기 | 전투의 최전선에 있는 아프리카 | 지구 편에 선 판사들 | 만일 플라스틱에 투자를 멈춘다면? | 알 수 없는 플라스틱 발자국 | 미세 플라스틱 없이도 제품은 가능하다 | 유럽 기관들은 더 잘 협력해야 한다 | 〈20년씩 걸릴 일을 막다〉, 4,700번이나……
맺음말 | 용어 해설 | 감사의 말 | 주 | 추천의 말
일부 미국 산업체 경영진은 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죄의식을 덜어 주고 소비에만 집중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그들이 고안해 낸 전략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했다. (중략)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단지 9퍼센트만이 재활용되었으며, 12퍼센트는 소각되었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자연 속에 버려졌다. 제조업체는 재활용을 열렬히 옹호하고, 다수의 비정부기구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 소비자에게 재활용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설명하려고 애쓰는 전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_22면
오랫동안 잘못된 질문만 해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플라스틱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제거되는 것일까〉라고 묻기만 했다. 이제 〈이 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야 생산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물론 소비자도 플라스틱 오염에 일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불성실한 시민들에게 은근히 의존하면서, 제조업계는 자신들의 책임을 너무 빨리 지워 가고 있다. _24면
유엔은 〈실제로 대부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만 분해가 된다〉고 경고한다. 달리 말하면 여러분의 정원이나 발코니가 아니라 소각로에서나 분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옥수수 전분, 카사바 뿌리, 사탕수수, 지질이나 당분의 미생물 발효 물질(PHA)처럼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도 환경 속에서 저절로 분해되지 않으며, 특히 바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_81면
〈비닐봉지가 생명을 구한다.〉 이 문구와 함께 또 다른 유사한 문구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초기에 미국 언론에 등장한다. 논지는 간단했다. 천으로 만들어 재사용이 가능한 가방이 세균의 온상이라고 비난받는 것과는 정반대로, 비닐봉지는 마치 궁극적으로 위생을 보장하는 것처럼 소개한다. 로비로 시작되어 소문은 퍼져 나간다. 적어도 세 건의 믿을 만한 연구 결과가 플라스틱은 강철과 더불어 그 표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안정성을 띠며, 플라스틱 표면에서 9일까지 그 전염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_82~83면
해양학자인 미국인 찰스 무어는 (중략) 북태평양 환류, 즉 프랑스 면적의 두 배나 되는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발견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넓은 면적의 쓰레기 지대는 제7대륙 혹은 플라스틱 수프라고도 불린다. (중략) 이 환류에 대한 언론 보도는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수면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로만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 30만 톤 쓰레기는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양이기 때문이다. _117~118면
티백들 중 일부는 (중략) 나일론이나 PET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문제는, 티백 생산자들이 포장재 성분을 표시해야 할 어떤 의무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구입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몬트리올에서는 섭씨 95도 물 속에서 우려낸 티백 하나에서 〈한 잔당 미세 플라스틱 116억 개와 나노 플라스틱 31억 개가 나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_129면
PVC의 강점 중 하나는 이 물질이 부여받은 화학적 안정성이다. (중략)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점차 이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병원은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가고, 특히 환자들에게 혈액, 약물, 음식을 공급하던 유리병이 점차 유연한 PVC 팩으로 대체되는 것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중략) 영국 신생아 치료 서비스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호흡기를 단 미숙아들은 건강한 아기들보다 4,000~16만 배나 더 높은 비율로 노출될 수 있다고 한다. _169~170면
마닐라에서건 자카르타에서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곳은 코카콜라, 펩시코, 네슬레다. 그리고 포장재는 대부분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일본과 미국에서 온다. 미국인 한 명이 연간 100킬로그램가량, 유럽인은 70킬로그램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데 비해, 인도인들은 그 10분의 1, 아프리카인은 그 20분의 1만을 소비한다. _250면
유럽 의회 녹색당 고문인 악셀 싱호펜은 납이나 프탈레이트가 여전히 재활용 플라스틱에 합법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처음부터 사용해서는 안 되는 독성 물질에 제2의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10년 동안이나 프탈레이트를 금지하기 위해 싸워 왔는데 재활용 제품에 다시 사용된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는 (중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재활용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우리를 오염된 순환 경제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_272면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나일론 공장에서 몇 년간 미세 섬유를 흡입한 근로자들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3배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작업 환경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가장 뒤늦게 알게 되며, 고용주들은 대체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_319~320면
플라스틱 비즈니스의 기만적 영업 전략을
치밀하게 조사해 밝힌 환경·산업 르포르타주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경고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플라스틱 산업계, 그들의 기만적 행태를 고발하는 책 『플라스틱 테러범』이 출간되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그렇게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도 다양한 독성을 지닌다는 사실 또한 거듭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비즈니스는 위축되기는커녕 그 성장세를 나날이 키워 간다.
이 책 저자이자 기후·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인 도로테 무아장은, 글로벌 플라스틱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플라스틱 테러범〉으로 명명하며, 그들이 구축해 온 플라스틱 유토피아의 민낯을 고발한다. 업계의 기만적인 프로파간다 전략을 분석함으로써, 플라스틱 유관 산업계가 어떻게 비난의 화살을 피하는지, 또 어떻게 그 위기를 기회로 뒤바꿔 놓는지 살핀다.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폐기의 과정 속에서 생산 종사자, 소비자, 환경에 미칠 해악을 꼼꼼히 따져 보고, 서구의 폐기물이 비서구로 이전되며 발생하는 불평등한 폐해 등도 꼬집는다. 아울러, 플라스틱 사용 저감을 위해 힘쓰는 시민, 비정부기구, 규제 당국의 저항과 제안, 실험도 소개한다.
(* 기후·환경 위기 대응에 동참하고자, 이 책은 친환경 인증 용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습니다.)
플라스틱 테러범들: 글로벌 화학 기업과 거대 소비재 브랜드
저자는 플라스틱 산업계의 무비판적 성장을 떠받쳐 온 주역으로 두 그룹을 지목한다. 첫째는 플라스틱 원료나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글로벌 화학 업체들로, 이네오스, 엑손모빌, 토탈, 듀폰, 바스프 등이다. 주로 소비재 기업을 대상으로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터라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이 바로 플라스틱 세계의 토대를 다지는 제1의 주역이다. 이 업체들을 필두로,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업계가 만들어 내는 플라스틱의 총량은 한 해 4억 5000만 톤. 지구상 인구의 몸무게 총합과 맞먹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해마다 생산되는 것이다. 이 플라스틱들은 사용 직후 쓰레기로 전락하는데, 그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10퍼센트 미만이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땅에 묻히거나 바다로 흘러든다.
플라스틱 유토피아의 두 번째 주역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로, 코카콜라, 펩시코, 네슬레, 유니레버 등이다. 갖가지 생활용품을 플라스틱 포장재에 담아 판매하는 이들은, 일상 영역과 맞닿아 있어 대중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례로, 코카콜라는 분당 20만 병의 음료를 판매해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유통하는데,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란 뜻이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용기에 재활용 소재를 25퍼센트 이상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2020년 말 기준으로 10퍼센트 비율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한편 2020년에 한 비정부기구에서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코, 유니레버가 시중에 내보낸 포장재를 수거해 중국,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6개국의 야외에서 소각하고 그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보니, 이들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양이 46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영국에서 자동차 200만 대가 배출하는 매연에 해당한다.
재활용과 분리배출, 그 기막힌 눈속임
이들 산업계는 빗발치는 비판과 견제 속에서, 대체 어떻게 그토록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해 왔고, 또 어떻게 그 생산량을 늘려 가는 것일까. 비결은 바로 기만적인 프로파간다이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문제 해결 비전을 여럿 제시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게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대한 수거하여 (화학적) 재활용을 함으로써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의 선순환을 도모하겠다는 것. 하지만 재활용률은 앞서 언급했듯 10퍼센트 미만이다. 실제로 재활용되어 새 생명을 얻은 플라스틱도 순수한 재활용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활용 공정에서 순도를 높이고자 새 플라스틱을 혼합하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 게다가 재활용 과정에서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어떤 것들이 투여되는지 외부에서 알기 어려울 뿐더러,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성분을 포함한 물질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대중은 산업계가 선전한 〈대책〉을 믿고 착시에 빠진다. 그런 〈노력〉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가 점차 해결되리라는 믿음, 그리고 업계가 보기보다 양심적인 것 같다는 〈착각〉 속에서, 대중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잠시 잊는다.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심한 대중은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상품을 걱정 없이 구입하고, 〈불성실한 시민〉이 되지 않으려 포장재를 정성껏 분리해 수거함으로 가져간다. 그렇게 폐기물 처리의 책임은 슬그머니 소비자에게 떠넘겨지고, 기업들은 매일 전 세계 수십억 시민에게 플라스틱으로 겹겹이 포장한 상품을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긴다. 이로써 플라스틱 비즈니스는 나날이 성장하고, 저들만의 플라스틱 유토피아는 더욱 공고해진다. 성실한 시민들의 노력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그렇게 지구는 더욱 병들어 갈 따름이다.
진짜 문제는 〈플라스틱 산업의 지속〉, 그 자체다!
1907년 최초의 완전 합성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가 개발된 후, 우리는 100여 년간 말 그대로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 왔다. 합성수지의 가소성(plasticity)을 이용해 필요한 건 뭐든 만들어 온 플라스틱 세계. 철학자 롤랑 바르트조차 〈마법 같은 재료〉라 평했던 플라스틱은, 물질에 대한 욕망을 한껏 충족해 주며 현대인의 사랑을 받았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거침없는 생산력으로 인류에게 〈편리〉를 선사해 온 플라스틱은, 그러나 이제 지구 환경의 존속을 위협하는 철퇴임이 드러났다. 플라스틱에 대한 애증을 넘어 그것을 완벽히 통제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 탈(脫)플라스틱 세계로 이행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일상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는, 눈앞에 다가온 위기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비즈니스의 지속을 눈감아 주고 있다.
산업계가 펼쳐 보인 〈플라스틱 유토피아〉가 사실은 〈디스토피아〉였음이 드러나고 있는 오늘, 우리가 진짜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페트병의 라벨을 깔끔히 떼어 내고, 소재별로 분류해 배출하고……. 소비자 개개인의 이런 일상 속 실천은 대단히 가치 있는 행동이지만, 오늘의 플라스틱 문제는 사실 그것들로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성실한 시민에겐 죄가 없다. 문제의 근원은 〈플라스틱 산업의 지속〉 그 자체임을, 그리고 진짜 책임져야 할 주체는 〈플라스틱 테러범〉들임을 인식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대안, 과감한 전환을 그 책임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치명적 위험에 눈 감은 채 성장만 고집해 온 플라스틱 산업계와의 싸움은 분명 쉽지 않을 터. 하지만 하루 바삐 그 투쟁의 장으로 나아가야만 함을 『플라스틱 테러범』은 강조한다.
작가정보
(Dorothée Moisan)
기후와 환경 문제를 전문으로 취재해 온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프랑스 통신사 AFP에서 툴루즈, 워싱턴, 브뤼셀 특파원으로 18년간 일했고, 이후 프랑스의 법률 사건들을 취재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정의: 법을 초월한 대통령을 조사하다LE JUSTICIER: enquête sur un président au-dessus des lois』(2010), 『몸값$: 인질 사업에 대한 조사RANÇON$: enquête sur le business des otages』(2013)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후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유학 생활을 했다. 파리 10대학에서 지정학 DEA(박사 준비 과정) 학위를 받았으며 마른라발레 대학 유럽연합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번역을 하며 출판사에 발을 들이게 되어, 기획과 편집, 번역 등을 하며 지금까지 출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인문, 심리, 지리, 그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지정학 카페』, 『지정학: 지금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매일, 조금씩 자신감 수업』, 『리얼 노르딕 리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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