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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웨일북(whalebooks)

2023년 12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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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52MB)
ISBN 9791192097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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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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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칼부림’, ‘살인 예고’, ‘무차별 범죄’와 같은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었고, 충격적인 현장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끝없이 유포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와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도 두렵다고 호소하고, 작은 소동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여 대피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해 지금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중계하는 시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은 수전 손택 이후 20년 ‘타인의 고통’을 다시 시대적 화두로 가져온다. 이제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연민과 대상화를 넘어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 경쟁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모습을 비출 때. 이러한 장면들의 효용은 무엇일까? 고통을 보는 일은 그저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하며,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과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추천의 글
들어가며: 고통을 보여주는 일

1장. 새롭고 특별한 고통이 여기 있습니다

좋아요와 리트윗, 그 이상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뉴스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

2장.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날씨는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거짓말
재해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는가
아픔이 혐오가 될 때
빈곤 포르노를 넘어, 개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의 책임
어떤 이야기는 이름을 갖지 못한다

3장. 나와 닮지 않은 이들의 아픔

우리가 알고리즘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트리거 워닝: 눈길을 사로잡거나 돌리게 하거나
고통의 현지화가 필요할 때
지역에서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
만들어진 전쟁, 젠더 갈등

4장. 세계의 뒷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그저 뉴스거리로 끝나는 많은 일들
연민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언어, 계급, 인종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언어
사적 애도를 위한 공적 애도

나가며: 영원히 움직이는 텍스트
참고한 책들

숨가쁜 추모와 기간을 정한 애도를 하며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자못 엄숙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본 뒤 슬픔에만 머무르라고 강요하는 건 이상하다. 구경하는 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본 뒤에는 우리끼리 눈을 마주치고 우리가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 남아있으니까. 어쩌면 이런 선언은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정치가 가동되는 순간을 원천 봉쇄하는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지는 않을까? 하나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알려져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슬픔은 많은 이유 중 하나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해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_〈좋아요와 리트윗, 그 이상〉 p.34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을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데는, 일견 속시원한 구석이 있다. 실제 양형과 국민의 법 감정이 크게 어긋나는 경우에는 범죄자의 명예와 평판을 실추시키는 것만이 현실적인 해결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개인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그 방향을 틀어야 한다. 범죄가 일어나도록 방조하는 사회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얼굴 공개라도 하지 않으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법 시스템을 가리켜야 한다. 믿지 못하는 대중보다도 범죄의 무게에 걸맞지 않게 가벼운 처벌을 일삼는 사법부가 더 큰 문제여서다.
_〈뉴스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 p.69

문제는 산업재해라는 고통의 흔함이다. 흔한 고통은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되어 사회 안에 천연덕스럽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통계는 이 기사 저 기사에 인용되며 산업재해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잘 정리된 숫자 속으로 진짜 이야기들을 빨아들여 감춰버리기도 한다. 산업재해가 흔하면 흔할수록 ‘끊이지 않는 산재’ 같은 제목을 단 기사를 계속해서 만들기도 새삼스러워진다.
흔한 사고일수록, 어디서나 보이는 사고일수록 그 고통을 보는 일에 능숙해지고, 주기적으로 비슷한 소식을 들은 나머지 거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결국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되지 않는다는 패러독스에 빠진다.
_〈재해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는가〉 p.94

전두환은 2021년에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일어나지 못했다. 남겨진 사과는 없었다. 그가 사과하고 인정했다면 피해자들의 고통에 감응하지 못하고 조롱과 혐오를 쏟아내던 말들이 조금은 잦아들었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공공연하게 이야기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두환은 죽었지만 그가 유언처럼 남긴 회고록이 가해한 상처는 선연하다.
피해자들이 죽어갔던 금남로 5.18 민주광장 한복판에는 2016년 ‘5.18 진상 규명’이라는 거대한 글씨가 구조물로 들어섰다. 어머니들은 40년 전에도, 지금도 울고 있는 모습으로 뉴스에 등장한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그보다 전형적인 건 가해자의 행태이니, 적어도 피해자의 전형성을 견뎌야 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믿기에 망설임 없이 그 모습을 포착하게 된다.
_〈아픔이 혐오가 될 때〉 p.111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과 교수들 앞에 영상을 공개한 뒤 이어진 크리틱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부분은 이미 많이 유포된 피해 영상을 다시 보여주는 게 비윤리적이라는 몇몇 학생의 지적이었다.
그들은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이 영상을 계속해서 보는 일이 끔찍하다고 했고, 우리가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범행 피해 영상을 사용하는 일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비판에 맞서, 우리가 이 영상들을 보여주기를 포기하는 일은 소외되어 왔던 이슈를 조명하려는 노력을 해치는 일이라는 주장도 당장 따라붙었다.
실제로 아시아인 증오범죄의 순간은 뉴스 미디어뿐만 아니라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되는 중이었다. 고통의 당사자라도 된 듯 통증마저 유발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느꼈고, 리트윗을 해 영상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해시태그를 다는 일로 욕구를 얼마간 해소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소수자가 끔찍하게 폭행당하는 영상은 스스로 생명력을 얻은 듯 폭발적으로 공유됐다. 영상에 포함된 장면이나 소재가 보는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이 적혀있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경고 사인은 때로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콘텐츠라는 약속에 불과한 것처럼 읽히기도 했다.
_〈트리거 워닝: 눈길을 사로잡거나 돌리게 하거나〉 pp.163~164

전국 뉴스를 통해 바라보면, 지역은 흉흉한 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많이 죽는 곳, 흉악범이 판을 치고, 물난리와 불난리가 나고, 폭우나 폭설이 쏟아지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아직 개발의 삽질이 닿지 않는 산천이 있고, 놀러가기 좋은 지역 축제가 열리는 장소다. 설과 추석에 한국 고속도로가 귀성과 귀경으로 몸살을 앓을 때 저 먼 목적지에 있는, 인심 좋지만 사람이 점점 줄어가는 ‘고향’이다.
선별의 궤적은 전국의 뉴스 시청자들에게 그 지역의 생김을 전달하는 청사진으로 작용한다. 특정 뉴스를 제외한 지역 뉴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역의 일부가 가려진 채로 전달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기피 시설에 대한 지역 여론은 곧잘 지역 이기주의로만 폄하된다. 지역의 정치나 경제, 교육, 문화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중앙 뉴스에서 사라진다.
_〈지역에서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 p.190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이대남, 이대녀 구분은 성별·세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고 답한 사람이 89퍼센트에 이르는 반면, ‘이대남’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성향을 잘 드러낸다고 본 20대 남성은 19.2퍼센트에 불과했다. 20대 남성을 정치적·상업적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반응은 여성과 남성 둘 다 과반수를 넘었다.
그렇다면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건 누구의 목소리인가. 젠더 갈등을 보도하는 기사는 누구를 위해 복무하는가.
_〈만들어진 전쟁, 젠더 갈등〉 pp.207~208

오늘도 뉴스가 준비되고, 인터넷과 스크린, 가판대 위로 뿌려진다. 화면과 지면에 어김없이 고통이 등장한다. 고통의 전시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여기 문제가 있어요, 여기에 썩어가고 있는,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여기에서 죽어가고 있어요, 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고통의 끔찍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_〈그저 뉴스거리로 끝나는 많은 일들〉 pp.225~226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결정한 죽음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도록 주어의 영역을 확장해 준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은, 적어도 그 사회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정도는 눈치챌 수 있게끔 한다. 기저에 깔려있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 위에 죽음과 상실이 하나의 예시로써 얹힌다. 단편적이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충분히 제시하는 그 사례로 인해, 어렴풋했던 문제는 사람들이 이입하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된다.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게 한다.
_〈사적 애도를 위한 공적 애도〉 p.259

때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본다. 이미 최악의 고통과 끔찍한 상실을 겪어낸 뒤에 기자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공론화를 시작하는 사람들. 이미 그의 세계는 다 망가져 폐허가 됐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늘 자국 없이 이어내는 데 곤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만, 잔해 속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_〈사적 애도를 위한 공적 애도〉 p.261

“우리는 이색적인 죽음에만 즉각 반응한다”
‘고통의 포르노’를 넘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고통의 균형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중 뉴스의 거름망을 통과하여 우리가 보게 되는 고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극적이며, 이색적인 고통이라는 것이다.
2022년 SPC 제빵 노동자 끼임 사고는 산업재해로서는 이례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많은 기사가, 노동자가 소스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어떻게 끼었는지, 죽음의 순간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훼손된 신체로 충격을 주고 나서야 대중이 반응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보이는 고통’만 주목받는 사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보여줄 수 없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끼임 사고로 신체가 절단되는 일뿐만 아니라, 고압 전류를 다루는 전기원들이 연달아 백혈병에 걸리는 일에도 관심을 둔다. 꼭 ‘스펙터클한’ 고통만 보여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한 고통이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되지 않는 패러독스 속에서, 저자는 잘 보이지 않는 고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는 위계를 부여하여 기우뚱해진 고통의 저울에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고치다 숨진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하루에 6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_p.100

“고통은 어떻게 드라마가 되는가”
뉴스는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는 해낸 것

2023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대중의 이례적인 공분에 검찰총장까지 나섰고, 대규모 로펌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1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자칫 묻힐 뻔한 인화학교 성폭력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딱딱한 뉴스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했다는 것, 그럼으로써 뉴스가 만들어내지 못한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뉴스에 등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현란한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지금, 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에 마음을 포개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뉴스의 위기를 직면하며, 저자는 “뉴스는 세상의 수수께끼들을 보여주지만,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불완전한 매체”임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뉴스는 보는 것에서 끝나는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기자와 시청자가 함께 뉴스를 완성해 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을 읽은 김지수 기자는 “단죄하거나 단정하지 않는 저널리스트가 있는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1장에서 고통을 소비하는 세태를 진단한 저자는, 2장에서는 사회가 납작하게 대상화하는 고통의 맥락을 복원한다. 3장에서는 나의 타임라인에서 소외된 낯선 고통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변화로 꿰어낼 공적 애도의 자세를 제안한다. 공동체가 뉴스의 뒷이야기를 써 내려가도록 독려하는 이 구성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선연한 지도가 된다.

‘나일 수 있었다’는 무책임한 말들,
알고리즘과 구독에 갇힌 타임라인을 빠져나와 세계와 접속하는 법

“그들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 2022년 다니엘 해넌 전 영국 보수당 의원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일컬어 한 발언은 국제적인 논란을 즉시 불러일으켰다. 선의에서 비롯되었을지언정, 순식간에 유럽 바깥에서는 생명이 위협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떳떳한가. 홍콩 시위 때 많은 매체가 우리가 자주 가는 관광지이며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였다는 등의 수식을 더했다. 참사와 재해를 전하는 뉴스에서 “나일 수 있었다”는 경구는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고통을 마주했던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주축으로 뉴스의 소비가 극도로 개인화된 시대, 우리가 다른 집단과 사회, 지구 공동체를 감각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극도로 편향된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공감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나와 연관되지 않은 일 역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테두리를 빠져나와 더 큰 ‘우리’의 세계를 생각하는 길을 알려준다. 이는 나의 가시권 안에 한정된 연민으로 흐트러진 고통의 질서를 복원하고, 좁은 타임라인에서 빠져나와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하는 익숙한 경구는 늘 애도를 사적인 영역으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는 ‘공적 애도’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최악의 고통과 끔찍한 상실을 겪어낸 뒤, 사건을 공론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 앞에 고통을 꺼내든 사람은 취약해진다. 그들을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고,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며 힐난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부정과 분노를 이겨내고,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하면서까지 고통을 들고 일어선 이들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상실과 슬픔, 우울과 기억의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자 하는 그들을 위해, 우리는 성실하게 슬퍼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무엇을 잃었는지 사유하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파편으로 남겨진 외로운 사적 애도를 위해, ‘왜’, ‘무엇을’, ‘어떻게’를 이야기 속에 채워주어야 한다. 이때 애도가 정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어떠한 죽음과 상실은 사회의 결핍을 가시화된 기호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한 죽음은, 그들이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미래를 향해 있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북 트레일러

https://youtu.be/NdMDSegCuOI

작가정보

저자(글) 김인정

경계를 넘나드는 저널리스트.
광주MBC 보도국에서 주로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10년 동안 사건 사고, 범죄, 재해 등을 취재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고통의 규모와 수치뿐만 아니라, 사건의 감춰진 맥락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 왔다. 법조 비리와 기업 부패를 고발한 기사 등으로 방송기자상을 네 차례 수상했다. 인권의 의미를 확산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왜곡된 역사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5.18 언론상을 받았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즘을 꿈꾸며 UC버클리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UC버클리 탐사보도센터에서 사회 양극화와 인종 차별 문제를 취재하고, 소셜미디어와 마약 문제, 시민 운동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The Nation, CNN 등 외신을 통해 한국의 참사와 학살을 보도하기도 했다. 언어와 인종, 계급을 넘어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아픔에 어떻게 가닿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탐사 보도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뉴스를 완성하는 기자이지만, 뉴스보다는 뉴스가 끝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슬픔을 다루는 데 서툰 사회에서, 함께 뒷이야기를 써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의 태도를 고민하고자 한다. 지금은 미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언론사와 협력하여 취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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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고통 구경하는 사회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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