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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발명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
정혜윤 지음
위고

2023년 11월 0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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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89MB)
ISBN 97911608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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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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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모든 생명체는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들어가며

앎의 발명
사랑의 발명
목소리의 발명
관계의 발명
경이로움의 발명
이야기의 발명

“그 이야기 참 좋다.”
이 말의 힘을 나는 백 퍼센트 믿는다. 이야기가 좋으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마음이 환해진다. 감탄할 때 현실이 달리 보였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란 게 분명 존재한다고 느껴졌고, 사는 것이 더 재미있어지고 더 좋아지고 내가 뭘 해야 할지도 알 것 같았다. 그때는 세상은 따라 해야 할 일투성이로 보였고 세상 또한 사랑할 만한 것으로 보였다. 감탄 속에 있을 때 나는 잘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왜 사는지 잘 모르겠다.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할지 잘 모르겠다.(p. 9)

어떤 앎은 길을 잃게 만든다. 덫이 되고 수렁에 빠지게 한다.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약해지게 만든다. 사실 내 친구처럼 뭔가를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서 알게 되는 것은 한 인간이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자 힘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삶은 방향을 바꾸게 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사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사랑할 것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길을 떠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p. 23)

이학래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평생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위안과 힘이 된다. 살아남은 전범들은 교수대에 올라가는 동료들에게 그저 “잘 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을 괴로워했고, 죽음을 뼛속 깊이 두려워해봤고, 살아서 삶 속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했고, 자신들이 한 일을 부끄러워했고, 감옥에서 무엇이 우리를 죽게 하나 물었듯이 살아 나와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를 물었다. 그리고 무엇이 부조리인지 알게 된 뒤에는 그것에 맞서 지속적으로 싸웠다. 듣는 사람이 거의 없어도 그렇게 했다.(p.50-51)

나는 내가 들은 이 이야기를 조선인 전범 재판에 문제가 있었음을 말하는 것으로 끝내야 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당시 역사가 필요로 했던 정의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 역사의 엑스트라에 불과했다고 말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이 그들만의 역사를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들의 이야기가 삶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태까지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나의 삶이 아니었다는 앎. 식사는 식사 이상, 노래는 노래 이상, 삶은 자고 먹고 노래하는 그 이상의 것, 우리가 뭐라고 말하든 그 이상의 것, 죽을 때 돌아보고 후회할 우리의 것, 소중한 것이라는 앎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가?(p.51)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세계에 대한 안정감을 잃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나 아닌 것들, 나의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을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우리가 경고를 무시하는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사는 것이다. 하루하루 두려움에 시달리며 외로움에 떨면서 사는 삶에 적응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는 것을 두려워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토록 살고 싶어 하는데.(p.55-56)

유족들은 아이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세상이 미웠다. 유족들은 한 인간의 생명, 자유, 꿈이 누구의 손에 달렸는지를 따져보고 마음속 깊이 흔들렸다. 우리 모두 깨끗해지지 않는 한 대책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고 유족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저절로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누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현실의 추악함과 절대로 이해관계를 나누어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어야 했다.(p.78)

그는 동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이 들어가는 데 대한 두려움, 자신 또한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단련되기를 바라면서 찍었었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면서 그는 바뀌었다. 죽음 직전에 구조된 동물들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동물들의 대변자가 되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의 사진을 보면 동물들에 ‘대해서’ 말하지만 동물들을 ‘위해서’ 말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 동시에 무엇을 ‘위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좋고 아름다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p.116-117)

‘○○를 사랑하게 된 그 시간에 감사드린다.’ 이 문장에 내 인생 전체가 담겼으면 좋겠다.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시간과 삶이 준 가장 큰 선물이고 삶의 의미는 자신으로부터 나오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므로. 그리고 삶은 결국은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말할 줄 알게 되는 하나의 과정이므로.(p.118)

죽음과 상실과 헤어짐이 슬픈 것은 연결되었던 것의 분리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 희생 모두 연결에 대한 욕구나 다름없다. 우리의 찢어지고 갈라지고 부서진 마음을 다시 붙여놓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돌고래에게 바다를, 새에게 하늘을, 갓난아기에게 따뜻한 품을, 눈물 흘리는 아이에게 손수건을. 존엄성을 잃은 생명에게 다시 존엄성을,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 사랑을, 자부심을 잃은 사람에게 자부심을.(p.150-151)

나는 이제 귤을 먹을 때마다 자이로와 친구들을 생각하고 완벽한 의사소통을 이루었던 야쿠시마 섬의 한밤중 마임을 생각하고 그날 떠 있던 달, 나의 오랜 친구인 달-내가 힘들 때마다 숱하게 바라보던 달, 구름을 뚫고 나오던 모습을 지치도록 바라보게 만들었던 달-을 거북이도 바라보고 길을 찾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달은 내 속마음도 들어줘야 하고 거북이, 조개, 아주 많은 생물들이 길을 찾게 도와줘야 하니 정말 바쁘겠다는 생각을 하고, 알 하나하나가 들려줄 수 있는 생명의 신비와 고난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거북이 알은 생명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존재다. 달이 그런 것처럼, 파도가 그런 것처럼.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지구는 더 이상 황금 보물을 찾아 정복할 곳이 아니라 잃어버린 의미와 신비를 되찾는 곳이다. 나는 거북이 알과 맛있는 귤에 걸맞은 이야기를 따라가볼 생각이다. “이 이야기가 딱이야!” 그런 이야기를 찾을 수만 있다면 세상에 돌려줄 것이다.(p.226-227)

●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후 2년 만에 정혜윤 작가의 신작 『삶의 발명』이 출간되었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저마다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 혹은 붙들고 살아가야 할 ‘단어’와 ‘말’에 관한 책이라면 『삶의 발명』은 자신의 삶을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일상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나를 조금 더 앞으로 가보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았지만 마음이 향하는 방향은 있었다. 어두운 날도 저 밑바닥까지 어둡지는 않았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이야기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다.”

● 삶을 발명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이끄는 삶
“그 이야기 참 좋다.” 저자가 평생 가장 많이 해온 말이다. 그는 감탄할 때 현실이 달리 보였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란 게 분명 존재한다고 느꼈다. 감탄할 만한 이야기를 따라 살려고, 마음이 가는 이야기의 일부분이 되려고 노력했다.

사형되는 순간 자신의 무지에 분노하는 조선 출신 포로감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방황하는 여행작가, 죽어가는 농장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 사진가…. 저자가 직접 취재했거나 경험했던, 혹은 책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은 앎, 우정, 사랑, 연결, 회복, 경이로움, 자부심같이 우리 삶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우면서 앎과 삶, 경험과 책, 절망과 기쁨이 만나는 곳에서의 ‘발명(변화)’을 이야기한다.

“나에게 삶은 좋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마음으로 언제나 불러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에너지로 변해 나를 내 자아 바깥으로 끌고 나오고 움직이고 살아 있게 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의 많은 에너지는 이야기가 변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 두려움 없이 살기 위해서라도 세계에 대한 앎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떻게 오는가? 그 시작은 ‘앎’이다. 어떤 앎은 길을 잃게도 하지만 어떤 앎은 지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곳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전에 알았던 것과는 다르게 알아야 한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그 지도의 화살표는 결국 ‘진짜 당신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향해 있다. 무지해서 혹은 평온해서 알 수 없었던 ‘진짜’ 삶에 대해 묻는다. 이 책은 앎을 통해 자신의 삶을 찾고, 그 앎을 통해 삶의 변화를 일궈냈을 때 그것이 바로 삶의 발명임을 일깨우고 있다.

“두려움 없이 살기 위해서라도 세계에 대한 앎이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이전과는 다르게 알아야 한다. 알았던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다행히 어떤 앎은 지도다. 새로운 앎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어야 가능성이 태어난다.”

● 우리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삶의 발명』에는 슬픔 속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자신의 무지로 전쟁 범죄자가 되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터전을 잃고, 말기암으로 가족을 잃거나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슬픔 속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억울하게 죽은 전범 친구들을 위해 죽는 날까지 전범 문제에 매달리고, 방사능 빗속에서 새끼 말을 받아내고, 죽음 속에서 다른 생명의 탄생을 목도하고,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난다.

저자는 모닥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진화한 영장류 동물로서 인간은 ‘이야기 공동체’라고 말한다. 이야기 공동체에 가장 좋은 것은 좋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세상에 좋은 이야기를 돌려줘야 한다. 죽이는 이야기가 넘쳐 나는 이 시대에 살리는 이야기, 회복의 이야기야말로 새로운 삶, 새로운 세계의 발명이다.

“우리는 살아 있고 죽이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살아 있고 죽이는 언어를 쓴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힘이 있다. 우리는 현실의 세계를 살지만 허구와 환상의 세계-이야기의 세계에도 살기 때문이다. 내면에 깊게 뿌리 내린 다음 우리가 그 안에서 굳어져 그것에 따라 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야기의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힘이다. 우리가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 하나의 이야기밖에 모른다면 하나의 삶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세계가 다른 삶이 가능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 새로운 삶의 발명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동물의 눈에 담긴 다른 세상”을 보게 되면서 관계와 열정의 범위가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그 열정은 힘이 강해서 읽는 책, 듣고 싶은 이야기,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삶의 발명』에는 인간의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슬픔 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배우자를 잃은 늑대, 학대받는 농장 동물, 닭장에 갇힌 흑두루미….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며 함께하는 인간들이 있다. 순천만에서 매해 첫 흑두루미를 기다리는 선장, 거북이 알을 지키려는 사람들, 아마존을 지키는 부족들…. 이들의 이야기는 기후위기와 동물 대멸종의 시대에 새로운 인간이 될 방법을 찾는 이야기인 동시에 지구에서의 삶을 깊고 풍요롭게 누리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귤을 먹을 때마다 자이로와 친구들을 생각하고 완벽한 의사소통을 이루었던 야쿠시마 섬의 한밤중 마임을 생각하고 그날 떠 있던 달, 나의 오랜 친구인 달을 거북이도 바라보고 길을 찾는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지구는 더 이상 황금 보물을 찾아 정복할 곳이 아니라 잃어버린 의미와 신비를 되찾는 곳이다. 나는 거북이 알과 맛있는 귤에 걸맞은 이야기를 따라가볼 생각이다. “이 이야기가 딱이야!” 그런 이야기를 찾을 수만 있다면 세상에 돌려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혜윤

마술적 저널리즘을 꿈꾸는 라디오 피디.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재난참사 가족들과 함께 만든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자살률의 비밀〉로 한국피디대상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불안〉,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 75년 동안의 고독〉 등의 작품들이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사생활의 천재들』,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 『아무튼, 메모』, 『앞으로 올 사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등이 있다.
기후위기시대 예술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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