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양태철 지음

현대시문학 2023년 11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2023년 제21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시부문과 수필부문의 입상자들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목차

005 심사평

시부문 대상
018 오솔길의 봄 외2편/ 전영선(진선여고1)

시부문 금상
030 소음의 변주 외2편/ 김소은(학교밖 19세)
038 공식의 미로 외2편/ 이유진(신명여고2)

시부문 은상
048 탈출 외2편/ 김아름(서초고2)
056 서랍만 있는 교실의 연역적 탐구 방법 외2편/ 강주은(고양예고2)
064 만다린 2학년 외2편/ 신로아(고양예고2)


시부문 동상
078 부드러운 시계 외1편/ 박수민(고양예고2)
084 초월 외2편/ 박성은(저동고2)
094 블루 블러 외2편/ 한가온(고양예고2)
104 불면증 외2편/ 김나경(영광 해룡고2)


수필 부문>
금상: 수상자 없음

수필 부문 은상
112 쓰레기를 대하는 방법/ 유가헌(분당양영중2)

수필 부문 동상
120 아버지와 버드나무/ 장희윤(인천예일고3)
126 한 떨기의 사랑이 상처를 덮을 수 있다면 외1편/ 권서윤(혜화여고2)
138 졸업 D-7 외1편/ 최아원(매성중3)

책 속으로

오솔길의 봄 외2편
전영선(진선여고1)(시부문 대상작)



아버지,
제 유년의 겨울은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를 동경했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나 남은 잎을 아슬아슬하게 붙들고 있는
버드나무 위에 쌓인 눈이
아직 녹지도 않은 때

삐쩍 말라 잎사귀 하나 품기도 버거우면서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쓰러지지도 못하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제 유년 속 아이는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날이면
깨질 듯 울어대는 유리창을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변기 뚜껑만한 밥상
부러진 세 번째 다리에 청테이프를 감던 아버지의 등은

아무도 발자취를 남기지 않아
아무렇게나 뻗어버린
오솔길의 나뭇가지와 같아
함부로 손을 내밀 수도 없었습니다

푸석푸석한 이끼 낀 발바닥이 꽁꽁 얼면
굳은살 누런 손으로 녹여주던
아버지

애써 제 앞에서는
추운 겨울을 봄으로 속이며 입은 아버지의
목이 다 늘어난 민소매는

오솔길에 부는 겨울바람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우리에게 지독히도 오래 빌붙곤 했던
오솔길의 겨울이
드디어 갑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왔습니다

출판사 서평

전영선의 ‘오솔길의 봄’은 구성, 소재, 수사법에서 교과서적인 모범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생존의 위태로움을 다양한 비유와 시어들을 통하여 생생히 묘사하였다. 작위적으로 상상하거나 꾸민 감정이 아니라, 의심할 바 없이 분명한 상황이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왔습니다’라는 마지막 연은 암울한 실존이 결국은 극복될 수 있음을 역설하는 모범적인 반전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작품 ‘숨 바꿈질’은 노련한 비유와 아이러니의 활용을 보여준다. ‘숨 바꿈질’이라는 언어유희적 패러디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숨는 술래와 그를 대신해 술래를 찾아다니는 꼭지’를 대비시킨 데에는 인생사의 모순에 대한 침착한 통찰이 반영돼 있다. 청소년기는 일반적으로 시를 완성하기에는 경험과 안목이 충분하기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그런 한계 안에서도, 이를테면 가까이에 있는 대상들에 대한 애정 어린 통찰로 얼마든지 좋은 시가 나올 수 있음을 이 작품들은 보여주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양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