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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돌아가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에 관하여
필립 케니콧 지음 | 정영목 옮김
위고

2023년 11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1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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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29MB)
ISBN 979116089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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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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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어머니, 죽음, 애도……
퓰리처상 수상 작가 필립 케니콧의 음악과 애도에 관한 에세이
★2020년 커커스리뷰 선정 최고의 논픽션

“음악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방식에 대한 놀라운 통찰과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상처에 대한 가슴 아픈 성찰.”_『월 스트리트 저널』

“유려한 글과 세밀한 관찰로 사랑, 상실, 인간 조건에 관한 미묘하고 심오한 초상화를 그려냈다.” _『워싱턴포스트』

“이 책은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깊이 있고, 우아하며, 거침없이 솔직하고 담백한 회고록… 이 모든 것이 아름답다.” _『그라모폰』

『워싱턴포스트』 예술 및 건축 평론가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필립 케니콧의 『피아노로 돌아가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5년에 걸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배우기 위해 헌신하는 음악적 여정과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이해하고 넘어서려는 애도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원제이기도 한 ‘대위법Counterpoint’은 “두 개 이상의 선율을 선형적인 개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맺도록 결합하는 기법”을 뜻하는데, 건반을 위해 작곡된 작품 중 가장 난해하고 심오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이해하고 습득해가는 과정과 냉혹하고 가학적인, 하지만 사랑하는 음악을 공유했던 어머니와의 불행하고 복잡했던 관계를 이해해가고 이를 애도하는 과정을 대위법적인 구조 속에서 솔직하고 아름답게 풀어냈다.
1장 ∽ 12장

● 바흐, 오랜 방황 끝에 찾아낸 유일한 위안
: 개인적인 슬픔과 초월적인 음악이 균형을 이루는,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회고록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필립 케니콧에게 위로와 안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방황 끝에 그가 찾아낸 유일한 위안은 바흐의 음악이었다. 그가 처한 상황에서 바흐의 음악만이 사소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았으며, 어머니의 죽음을 체험하는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매개였다. 그에게 바흐의 음악은 기쁨과 절망, 삶과 필연적인 죽음의 대칭적 요소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케니콧은 이후 5년에 걸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마스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으로는 유례없이 긴 연주 시간과 큰 형식을 가지고 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복잡한 구조와 난해함, 그리고 이 곡을 마스터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테크닉적이고 지적이며 감성적인 도전에 점점 매료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관련된 힘들고 복잡했던 기억들이 교차하며 상실의 슬픔을 이겨내려는 내적 여정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된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가정 안에서 어머니라는 한정된 역할에 머물러야만 했던 것에 괴로워했던, 그래서 까다롭고 학대적이었던 어머니와의 관계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마스터하기 위한 노력 사이를 대위법적으로 반복해 오가는 이 작품은 평행선 같던 둘 사이를 관통하는 질문을 한다. ‘하나의 음악을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 인간을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개인적인 슬픔과 초월적인 음악이 균형을 이루는,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회고록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 음악을 배우는 것에 대한 우아하고 정확한 명상록
: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연주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바꾸기 시작했다.

건반을 위해 작곡된 작품 중 가장 난해하고 심오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처음과 끝의 아리아와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곡 연주에 약 50분 정도가 걸릴 만큼 큰 규모의 곡으로, 수많은 피아니스트와 하프시코디스트가 녹음했으며 그중 글렌 굴드의 연주가 가장 유명하다.
케니콧은 오랜 망설임과 방황 끝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마스터하기로 결심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상실 후에 찾아오는 어떤 것, 길을 잃고 헤매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아는 데서 오는 혼란이라는 고무줄 같은 감각을 희미하게 알려주었”고 “삶을 다시 시험하고 삶에 압력을 가하여 아직도 활력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하나의 방법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5년여에 걸친 음악적 여정이 시작된다. 이 만만치 않은 여정 속에서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위대한’ 음악의 독창성과 그 음악을 연주할 때의 기쁨과 위험에 대해 탐구한다. 그가 들려주는 바흐의 생애, 골드베르크 가문, 글렌 굴드를 비롯한 20세기 피아노 연주에 대한 흥미진진한 역사는 또 다른 작품처럼 완성도 높게 흐르면서도 그의 사적인 이야기에 매끄럽게 녹아든다.

● 가혹했던 어머니를 어떻게 애도할 수 있을까?
: 복잡한 관계 끝에 누군가를 잃은 슬픔에 대하여

“어머니가 임종하는 침대에 앉았을 때 나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던 것은 나 자신의 필멸에 대한 공포만이 아니었다. 불행한 삶이 불행한 종말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무력함이었다.”『피아노로 돌아가다』에서 애도는 아름다운 작별의 과정이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지만, 첫사랑인 젊은 해군 장교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온 어머니.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결국 네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집안일에 갇혀버린 그녀는 청결 광신도가 되어 집안일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는 가족들을 잠식한다.
하지만 케니콧에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사람 또한 어머니였다. 그는 글을 읽기도 전에 피아노를 연주했고 한때 전문 연주자를 꿈꾸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내내 케니콧은 마치 자신의 괴로움을 아들에게 짊어지게 하려는 의도인 듯 어머니의 냉혹하고 날카로운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케니콧은 어머니와 거리를 두게 된다. “나는 그날 오후 나 자신의 규칙을 정했다. 나 자신을 어머니와 대립시키고, 이따금 나타나는 그녀의 친절에 절대 유혹당하지 않고, 중요한 것에 관해서는 절대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머니를 믿지 않기로 했다. 만일 내 삶에서 어머니를 뿌리 뽑지 않으면 어머니가 나를 갈가리 찢어버릴 것임을 분명하게 보았다.”

● 우리는 애도가 끝나기를 바라며 애도한다
: 아리아가 두 번 반복되고 변한 삶에 대하여

“나는 어머니의 삶 속을 들여다보고 어머니의 슬픔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고, 나는 그 슬픔이 무서웠다.” 케니콧과 그의 어머니의 관계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다. 인간적인 분노와 음악적인 연대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관계. 어머니의 죽음은 케니콧에게는 복잡한 슬픔을 가져왔고 그는 이 감정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절대적인 위로 혹은 실마리가 될 무언가가 필요했으며, 그것이 바로 피아노(음악)였다. 케니콧은 과연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완주했을까. 어머니와 ‘좋은 이별’을 맞았을까.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아리아는 처음에 연주된 후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반복된다. 하지만 같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아리아는 처음 아리아와 매우 다르게 들린다. 그것은 둘 사이의 서른 개의 변주곡 때문이다. 케니콧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마스터해가면서 어머니와의 관계와 음악과의 관계를 복원해간다. 하지만 처음 그가 느꼈던 슬픔은 음악의 시간을 통과해 다른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바흐와 애도가 엮인 이 대위법적 결과물은 결국 무엇일까?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가 정영목이 말하듯이 “이 책의 중심은 바흐도 어머니도 아니고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엮어가는 저자 자신이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삶의 어느 시점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바흐를 다시 만나게 된 저자가 자신의 필멸을 떠올리며 한 걸음, 아니 어쩌면 반 걸음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서 우리는 저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데도 역시 가차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은 그런 태도 덕분에 반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_본문 인용

부모를 잃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모두 유년의 해소되지 않은 찌꺼기 속으로 들어가 어떤 근본적인 방식으로 다시 아이가 된다.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생각한 시기에 갑자기 이 한 가지 엄청나고 충격적인 일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놀랄 만큼 새롭다. 이 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 또 애도에 관한 이 대화의 근본적 주제가 “미처 몰랐다”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_20면

죽음은 그녀에게 아무런 지혜를 주지 않았고, 삶은 그녀에게 거의 기쁨을 주지 않았으며, 죽는 과정에는 괴로움이 가득했고, 어떤 해결도 평화의 느낌도 없었다. 그녀의 죽음은 한때 ‘좋은 죽음’이라고 불렀을 만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녀와 손자로 가득한 긴 삶 뒤에 가족에게 둘러싸여 맞이하는 죽음이었으니까. 그녀는 의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를 받았으며, 의학적으로 더 할 일이 없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통증을 덜어주고 쇠약해져가는 몸을 돌볼 수 있는지 잘 아는 간호사의 가장 친절하고 전문적인 돌봄을 받았다. 그녀는 집에서 죽었고, 자식들은 모두 자기 인생을 시작하여 안정되고 어쩌면 성공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식이나 손자 가운데 앞세운 사람도 없고 누구도 일반적인 중간계급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망가진 가정이나 버려진 자식도 없었고, 만성적 도박꾼이나 헤로인 중독자도 없었다. 우리는 절대 완벽한 가족이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이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충만했는지 평가하려 했다면 일반적으로 행복을 주는 것은 많고 슬픔을 주는 것은 별로 없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했을 것이다. _23~24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날 아침 시카고에서 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새 악보를 사는 데 돈을 쓸 가치가 있다고 느꼈고, 어찌 된 일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다시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을 밀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은 구체적인 것이었고 오랜 기간의 타성 뒤에 오는 작고 물리적인 동요였다. 시카고에서 집까지 오는 짧은 비행 동안 나는 악보를 꺼내 아리아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새 책의 첫 페이지들을 넘길 때 따라오는 일종의 미신이 있다. 그 안에 담긴 미지의 것이 나를 바꿀 거라는 믿음. 그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정체성이 고정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회의가 강해지면서 희미해지는 환상이다. 하지만 바흐의 가장 위대한 건반 작품의 속표지를 펼치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그 달콤하고 오래된 가능성이 떠올랐고 이 신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새로이 단련되고 정화되고 속죄하여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익숙한 희망을 느꼈다. _66면

다른 사람,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죄를 우리는 음악에도 저지를 수 있다. 이를테면 귀를 기울이지 않는 죄, 또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죄가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놀랄 만큼 아름다운 곡에 처음 다가갈 때 우리가 빠져드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이 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지저분한 소리, 건반을 두드려 내는 음은 자신이 진짜와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듣는 환희 속에서 잊히고 만다. 한동안, 음악이 당신의 귀를 새로움으로 현혹시키는 동안은 자기 최면에 빠져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아마도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자신이 바흐가 수백 년 전에 쓴 음악의 통로가 되는 것에 전율한다. _117면

이제 음악은 내가 늘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 늘 다시 시작하는 것이 되었다. 오랜 부재 뒤에 나와 이 악기의 변덕스러운 관계가 어떤 상태일지는 알 수가 없고, 따라서 매번 피아노로 돌아갈 때 불안이 가득하다. 가끔 몇 달 게으름을 피우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 몸이 말을 잘 듣지 않고, 모든 게 축 늘어지고 약해진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피아노는 늘 그렇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나아진 것 같을 때가 있다. 마치 몇 달 전에 중단했던 작업이 자리를 잡고 단단해져,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있는 기초가 된 듯하다. 매듭이 풀린다. 늘 당혹스럽던 악구, 습관과 단단히 얽혀 있어 도저히 정확하게 칠 수가 없었던 악구들이 헐렁하고 유연하게 느껴진다. 주의를 기울이면 엉킨 걸 풀고 정돈할 수 있을 것 같다. _130~131면

나는 내가 영위할 수도 있는 모든 가능한 삶, 나의 너저분한 삶의 대안적 삶을 철해놓듯이 굴드를 철해놓았다. 내가 나 자신보다 나아지면, 더 규율 잡히고 부지런해지고, 감정에 균형이 더 잡히고, 태만과 자기 방종과 산발적 인 무기력에 덜 빠지면 나도 아주 약간은 굴드처럼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깔끔한 작은 집을 유지하면서 아침에는 생산적으로 일을 하고 침착하면서도 가볍게 현실과 마주하여 명랑한 결단력으로 삶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을지 몰랐다. 피아노는 단순한 자기표현의 수단을 넘어 음악의 구조에 대한 나의 이해를 기록하는 속기사의 키보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간단히 말해서 나라는 인간, 즉 나의 어머니의 자식이 좀 덜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_222~223면

우리는 애도가 끝나기를 바라며 애도한다. 애도하는 사람을 돌볼 때 그들이 결국 애도를 끝내고 건너편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서둘러 안심시킨다. 우리는 삶에서 애도의 존재와 기간을 최소화하기를 바라며, 좋은 삶이란 어떤 애도도 없는 삶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애도처럼 우리 세계를 잘 조직해주는 것이 없다. 애도는 우선순위의 질서를 잡아주며 사소한 것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일상적인 의무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는 못할지 몰라도 하찮거나 의미 없는 것에 가지던 관심을 버리도록 해준다. 애도는 우리를 공동체로 묶어주며 최악이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더 친절해지도록 흔들어놓는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 감정을 누르는 데 노련한 쪽이라면 애도는 특별한 가치가 있는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 우리는 연약한 상태로 돌아가 젊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하게 된다. 만일 오래전에 소멸한 애도와 과거 속에 안전하게 보관된 슬픔의 시기를 다시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우리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하나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의 감정이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거나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는 최초의 애도 경험이 그렇다. _357면

가끔 가없고 압도적인 고통의 예감이 오면 그것에 대한 공포가 삶을 압도하고 심지어 작은 즐거움이나 행복의 가능성조차 몰아낸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한 이 무시무시한 것-압도적 슬픔이라는 재앙-은 어디에나 있어 바람만 살짝 불어도 그 안으로 내던져질 것만 같다. 그러나 그 큰 슬픔, 어떤 예술이나 음악이 치유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은 고통에 우리를 던져넣는 이 슬픔이 마침내 도래하면 일종의 경외감도 생겨난다. 당신은 그 고통을 응시하고 그 무시무시한 위엄을 바라보고 그것에 얼이 빠질 수밖에 없다. 뒤로 물러설 수도, 그것을 축소시킬 수도 없다. 그 앞에 무방비 상태로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생살이 드러난 채로 열려 있는 순간에 사실 아주 작은 위안 한 조각이 있다. 우리가 애처로울 만큼 작다는 느낌이다. 나는 서양 예술의 위대한 감정적 여정 가운데 하나의 끝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희미해지는 것에 귀를 기울일 때 바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바흐는 기쁨, 또는 치유, 또는 말로 포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감정적 체념과 마주하게 해준다. 그것은 일반적인 시간 감각의 바깥에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 있기 수백 년 전에 존재했으며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존재할 것이고 우리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것은 경이로울 만큼 기진하게 하며 완벽하게 아름다우므로,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면 들어봐야 한다, 죽기 전에. _385~386면

작가정보

Philip Kennicott
『워싱턴포스트』 예술 및 건축 평론가. 2013년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뮤지컬 아메리카』와 『체임버 뮤직 매거진』 등 다수의 클래식 음악잡지의 편집자로 일했고, 『오페라 뉴스』와 『그라모폰』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5년 에세이 「밀수업자Smuggler」는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그해 ‘최고의 미국 에세이’ 선집에 수록되었다.

번역가로 일하며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옮긴 책으로 『로드』, 『제5도살장』, 『바르도의 링컨』, 『호밀밭의 파수꾼』, 『에브리맨』, 『울분』, 『신의 전쟁』, 『비극』, 『미국의 목가』, 『눈먼 자들의 도시』, 『불안』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 문화사』(공역)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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