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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 장애일 때

숨 막히는 집착에서 벗어나 나를 지키고 그를 돕는 법
심심

2023년 11월 28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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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675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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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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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라고 여기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질환인 ‘의존성 성격 장애’와 그 대처법을 한 권에 담은 가이드북.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전적으로 타인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고 상대방의 애정과 인정에 집착한다. 이런 의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과한 의존에 숨이 막힌다는 느낌을 받으며, “제발 혼자 알아서 해”라며 부담감을 호소한다. 책임감을 느껴 환자를 도우려 해도, 멈출 줄 모르는 속박과도 같은 의존에 결국 인내심도 관계도 무너지고 만다. 끊어낼 수 없는 의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립적이고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50년 넘게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연구한 임상심리학자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이런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와 그들 주변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의존성 성격 장애의 특징과 올바른 대처법을 소개한다.저자는 의존성 성격 장애의 특징이 무엇인지, 의존관계가 어떤 양상을 띠는지, 환자가 무슨 문제를 일으키며 본인과 그 주변인이 어떤 고충을 겪는지 정확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가까운 사람의 과도한 의존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면, 이 책이 각자의 삶을 지키고 성숙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들어가는 말 의존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5

1장 의존성 성격 장애란 15
2장 사소한 일도 확인받아야 하는 사람 27
3장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사람 43
4장 전 재산을 주고도 그와 헤어질 수 없다는 사람 67
5장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자기 주장이 없는 사람 91
6장 혼자서 하겠다며 과도하게 화내는 사람 111
7장 종교 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 125
8장 평생 부모에게 얹혀살겠다는 사람 149
9장 상대에게 집착하는 사람과 책임감에 시달리는 사람 169
10장 성인 사이트에 중독된 사람 193
11장 폭력을 당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 219
12장 성숙하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가는 길 241

다시 한번 요점 정리 267
후주 277
참고 문헌 279

성장에 유익한 관계가 있다면, 폭력적이고 해로운 형태의 관계도 있다. 그중 하나가 의존관계다. ‘의존’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자동으로 술이나 마약 같은 물질이나, 일 중독이나 도박 같은 특정 활동을 먼저 떠올린다. 의존이라는 말을 듣고 의존적인 인간관계를 떠올릴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의존성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에 의존하는 환자 자신, 그 가족, 친구들이 겪는 고통은 술이나 마약에 중독된 환자나 그의 가족이 겪는 고통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5~6쪽)

의존관계는 환자 자신과 상대는 물론이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긴다.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들은 의도적으로 기댈 만한 상대를 골라 그 곁에서 잠시나마 정서적ㆍ신체적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환자의 반려자는 안정을 찾기는커녕,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처음에는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는 좋은 관계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기대가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고 계속되는 상대의 이런저런 요구에 목이 졸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런 상황에선, 특히 환자가 죽기 살기로 자신에게 매달릴 때는 덫에 빠진 짐승이 된 것처럼 무시무시한 공포가 밀려올 수도 있다. (6~7쪽)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타인의 지지에 심하게 의존하며 실패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매우 크다. 이들은 자신감이 부족하므로 보호자에게 의존하고 그들의 칭찬과 지지에 집착한다. 때로는 극단적일 정도로 보호자에게 순종하며, 자기 나름의 의견을 개진하고 관철할 능력이 없다. 그 결과 남들 눈에 ‘의지력 부족’으로 비치기 쉽고 ‘지나치게 말을 잘 듣는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며, 심한 경우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온전히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의견에 복종한다. (18~19쪽)


의존성 성격 유형이 형성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 그러니까 물려받은 기질과 더불어 사회 환경적 요인이 주로 언급된다. 가령 성장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에서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따돌림을 당한 경우다. 부모가 불안이 극심해서 아이를 믿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를 ‘과보호’하는 경우에도 아이가 그런 성격 유형으로 자랄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서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과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튼튼한 자존감을 키울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쪽)

사랑이란 이렇듯 반려자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같은 눈높이의 관계인 것이다. / 의존관계는 그렇지 않다. 의존관계는 그 성격상 좋은 반려 관계가 아니다. 관계를 맺는 두 사람의 자율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의존관계는 방식이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대에게는 전혀 감정이 없는데도 의존하는 사람 혼자서 사랑한다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4장과 11장에서 살펴볼) 예속관계인 경우 특히 더 그러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아무런 긍정적인 감정이 없으면서도 이기적인 의도에서 오직 상대를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의존적 성향을 띠는 사람들은 극도로 양면적인 상태에서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의존적 상황을 조성하고, 그런 관계를 통해 안정을 얻지 못하면 살 수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의존적’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의존성이 두려워, 어떻게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24~25쪽)

이런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는 어릴 적 보호자가 곁에 없을 때마다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느낀다. 밤마다 혼자가 되면 그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잠시라도 집을 떠나면 어서 집에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마르크는 어릴 적에 이를 이런 말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어.” 또 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을 때마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고 암담해하고, 누군가 나서서 대신 결정을 내려주었을 때는 하늘을 날듯 기뻐한다. 마르크의 이야기를 쭉 읽다 보면 그는 사실상 단 한 번도 자신의 바라는 것을 쫓아 그에 맞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었다. (54쪽)

문제는 그런 우유부단한 태도를 주변에서 말리기는커녕 칭찬하고 부추겼다는 데 있다. 흔히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얌전하다’, ‘착하다’, ‘말 잘 듣는다’라는 말을 자주 듣고, 주변의 칭찬과 인정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아이는 과도하게 순응적이며 저항하지 못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그런 방법으로 남몰래 염원하던 것을 얻는다. 바로 사랑과 인정이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얻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이 아니다. 칭찬과 인정은 ‘얌전하게 군’ 대가다.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었던 아이는 점점 더 의존성을 키우게 되고 결국 그것이 삶의 나침판이 되고 만다. 아이는 남들이 바라는 행동, 혹은 자기가 보기에 남들이 바라는 것 같은 행동만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되면 남을 잘 돕고 친절하며 싹싹하다는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만의 의견이 필요한 순간, 특히 그 의견을 주변 사람들에게 개진해야 할 순간이 오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100~101쪽)


의존적인 성격으로 인한 지나친 복종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런 태도는 안 그래도 낮은 자존감을 더 갉아먹는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갈등이 두려워 자기 뜻을 숨기고 자립심을 억누른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이러한 반응 방식은 완전히 굳어진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깔린 자신을 향한 경멸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발저가 말한 수치심, 그 바탕에 깔린 자기 멸시 때문이다. 이런 식의 관계 의존성으로 힘들어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면 그들이 아무리 굽신거려도 절대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독립적인 행동의 기미만 살짝 보여도 얼른 알아차리고 기쁘다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들이 수치심을 느낄 만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104~105쪽)

벌컥 화를 내거나, 실망해서 피해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피해자는 예전보다 훨씬 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피해자 본인도 얼마 못 가 왜 자신이 다시 폭력적인 반려자에게로 돌아왔는지 고민할 테니 말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곁을 지키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피해자 역시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의 질문과 조언에 진지하게 응해야 한다. 이성적 판단은 이제 그만 관계에 종지부를 찍으라고 재촉하지만, 감정이 ‘이성적’ 행동의 실행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러니 훗날 왜 당시에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했을까 하고 자책하지 마라. 아직 이별의 결단을 내릴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것이고, 의존관계에서 벗어날 힘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235쪽)

당신이 그런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의 친구나 가족이라면 비판적인 조언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 해도 절대로 가만히 입 다물고 있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처음에는 조언에 거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환자도 상대를 조금 더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조언을 해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환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정중한 표현을 사용해,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을 환자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사랑하는 상대를 ‘헐뜯거나’ 환자가 너무 ‘순진해서 멍청한’ 짓을 한다고 비난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앞에서도 누차 설명했듯 환자가 순진하고 멍청해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행동은 지금껏 받지 못했던 사랑과 인정을 어떻게든 얻어내려는 절망적 노력이다. (257~258쪽)

“난 뭘 해도 제대로 하는 게 없어.” “혼자서는 못 견디겠어!”
끝없는 의존과 집착을 감당해야 하는 당신을 위한
가장 정확한 의존성 성격 장애 안내서

‘의존성 성격 장애’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도하게 타인에게 의존하는, 즉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타인이 자신을 돌봐주는 것을 지나치게 필요로 하는 성격 장애다(MSD 매뉴얼, 2021.). 이 성격 장애를 접한 적이 없는 사람은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나 주변 사람들과 어느 정도 의존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며, 때때로 다른 사람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가 갈구하는 의존은 일상적인 차원을 훨씬 웃돌아, “술이나 마약 같은 물질이나, 일 중독이나 도박 같은 특정 활동”(6쪽)에 대한 중독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성격 장애 환자는 자신을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사소한 결정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한다. 또한 타인의 애정과 인정에 끝없이 집착하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전적으로 타인이 바라는 대로 행동한다. 미국의 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4%가 의존적 성격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환자의 가족, 연인, 배우자 등,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의 멈출 줄 모르는 의존을 받아내야 하는 이들은 환자의 과도한 집착에 숨이 막힌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이들은 ‘혼자서는 못 살겠다’, ‘당신이 없으면 안 된다’는 환자의 말에 책임감을 느끼고 최대한 환자를 도와주려 하지만, 멈출 줄 모르는 의존과 집착에 결국 인내심이 무너지고 만다. 끊어낼 수 없는 의존과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적정한 거리를 지키는 성숙한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 장애일 때(원제: Wenn Beziehung abhängig macht: Ein Ratgeber, 심심刊)》는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의 ‘관계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의존성 성격 장애의 특성을 밝히고,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저자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50년 경력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명한 성격 장애 전문가로, 《가까운 사람이 경계선 성격 장애일 때》와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를 비롯한 다수의 심리·정신의학 저서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와 그의 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성격 장애의 특징과 그 대처법을 다룬다. 의존성이 강한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좋을지 종잡을 수 없다면, 이 책에서 유용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사람부터 폭력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까지,
타인의 애정과 인정에 끝없이 집착하는 ‘의존성 성격 장애’의 모든 것

이 책은 의존성 성격 장애의 넓은 스펙트럼을 총 11가지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한 뒤 이를 토대로 환자가 겪는 문제점을 차근차근 진단한다. 책에 수록된 환자들은 다양한 행동을 통해 타인에게 의존한다. 모든 결정을 남에게 확인받는 사람이나 ‘싸우고 싶지 않다’며 아무래도 좋다고만 하는 사람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는 유형부터, 전 재산을 바치고도 애인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심각한 유형까지 다양한 성격 장애 환자의 사례를 다룬다. 이들의 이야기는 가지각색이지만, 결국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자신을 안심시켜줄 타인을 끝없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를 겪는다. 아래와 같은 증상을 자주, 정도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의존성 성격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ㆍ 책임질 일을 크게 두려워한다.
ㆍ 타인의 불행에 책임감을 느낀다.
ㆍ 타인의 애정을 얻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타인이 바라는 대로 한다.
ㆍ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타인의 칭찬에 집착한다.
ㆍ 겁이 나서 자신의 의견을 선뜻 말하지 못한다.
ㆍ 자신이 나약하고 무력하며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ㆍ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상대에게 집착하고 매달린다. (19~20쪽)

이런 행동과 태도 때문에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는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저항 없이 따르는 성향 때문에 처음에는 ‘싹싹하다’, ‘협력적이다’ 등 좋은 평가를 받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에도 자기 의견을 말하는 대신 타인의 의견에 순종하는 탓에 ‘우유부단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평가를 듣는다.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 탓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에 ‘게으르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환자 본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혼자서 해내려고 노력하지만, “실수할까 봐 겁이 나고 자꾸만 옆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지므로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55쪽).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가 수없이 많은 불쾌한 일들을 감수하고 ‘어정쩡한’ 상황을 참고 견디는 것은, 그들이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항심과 용기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충동을 뒤따라 곧바로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들 것이므로 (…) “겁이 나서 포기하고” 만다. 용기를 내봤자 남들과 달리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불안이 성장하면서 아예 확신으로 굳어진 것 또한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의 특징이다. 이들은 (…) 용기를 내봤자 “창피를 당할 것”이고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그도 한 번쯤은 머뭇거리면서 토론에 끼어들어 자기 의견을 개진하려 애써봤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생각이 틀렸을 것 같다는 생각, 그로 인해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목소리를 낮추고 우물거렸을 것이고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금방 다시 입을 다물어버리고 만다. (102~103쪽)

자연히 이들이 형성하는 인간관계에도 불리한 점이 많다. 의존성 성격 장애로 인해 형성된 관계가 일반적인 관계, 특히 연인이나 반려자와의 관계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의존관계 특유의 ‘불평등’과 ‘일방성’에 있다. 일반적인 반려 관계에서는 서로가 비슷한 수준으로 애정을 주고받고, 감정과 의존도 적정 수준에서 나누며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같은 눈높이의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는 필요 이상으로 상대에게 매달리기에 관계 구도가 일방적이고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대는 전혀 감정이 없는데도 의존하는 사람 혼자서 사랑한다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25쪽).
여기서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가 겪는 가장 큰 문제점이 생겨난다. 바로 환자가 의존의 대상에게 매달리며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기에, 상대에게 휘둘리기 쉬우며 심하면 ‘예속’ 수준으로 관계에 얽매여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상대가 순전히 환자를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환자와 관계를 유지하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해도, 환자는 상대방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고 상대방의 모든 요구를 들어준다. 환자는 연인 관계인 상대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전 재산을 바치며 헤어질 수 없다고 하거나(4장), 극단주의 종교 단체에 자신의 삶을 통째로 맡겨버리기도 한다.(7장) 심지어 상대가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묵묵히 유지하기도 한다(11장). 이들은 어서 헤어지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며 관계를 유지한다. 자연히 환자들은 의존의 대상에게도 이용당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운 처지에 놓인다.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가 폭력까지 견뎌가면서 의존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 상대가 더 심한 폭력을 휘두를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229쪽), 폭력적이더라도 상대가 주는 일말의 관심이 필요할 정도로 깊은 외로움 때문이다(230쪽). 게다가 현재 겪는 의존관계가 원가족에서 경험한 양육방식 및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가 되는 “관계 패턴에 익숙해진 탓에 환자는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232쪽).
이처럼 이 책은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의 심리 기제와 환자의 주변인이 오해할 수 있는 점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독자는 환자의 행동에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작용한 것인지 파악하고, 환자가 “혼자 힘으로는 그런 의존관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것과(232쪽) 자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숨 막히는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그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서로를 존중하면서 도움을 줄 방법은 없을까?

애정을 향한 갈구 앞에 무너지지 않고
성숙한 관계로 함께 나아가는 법

이 책의 가장 큰 특장점은 이런 의존성 성격 장애의 병환 자체를 파고드는 것이 아닌, 환자의 곁에서 그들의 의존을 감당해야 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방침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자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처리하지 못해 수많은 불이익을 감당하는 환자를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이나 연인, 가까운 지인은 환자의 행동에 속이 타기 마련이다. 실제로 환자의 주변인 중 많은 이가 환자가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두고 “네가 문제다”, “네가 원래 게을러서 그렇다”, “정상이 아니다” 등 과한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환자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관계에 흠집을 내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환자 본인도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의존성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마음만큼 쉽게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환자도 스스로 행동하려고 용기를 내고 싶지만,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비웃고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나 강해 결국 다른 사람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함에 울분이 나더라도, 환자를 무작정 비난하거나 몰아세우지 말 것을 이 책은 강조한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자립을 연습하는 것이며, 환자의 주변인이 할 일은 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 환자에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의료기관이나 상담센터에 동행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는 자신에게는 이상이 없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기관 방문을 미루며 치료를 받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환자와 가까운 사람이 기관에 동행하면 환자가 필요한 도움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환자의 주변인이 할 일은 어디까지나 ‘자립’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환자의 모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환자를 도우려고 과도하게 노력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행동을 완벽히 교정하거나 환자를 고통에서 ‘구원’하겠다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도움을 쏟으면, 환자와 상대가 서로에게 매달리는 ‘공동 의존’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환자와 관계를 쉽게 정리할 수 없어 계속 도움을 주어야 하는 가족일수록 공동 의존에 빠질 위험이 높다(171쪽). 환자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환자를 돕기 위해서는, 자신이 환자에게 주는 도움이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지 잘 따져보아서(56쪽) 필요한 만큼만 도움을 주어 환자의 자립성을 해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를 언제까지 옆에서 도와주고 지지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는 그의 상황뿐 아니라 당신의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환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온갖 근심을 해소해주려 노력하다가 당신이 지쳐서 쓰러진다면 그건 환자나 당신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생각하는 건 결코 이기심이 아니라, 자기 돌봄이다. 자신을 모조리 희생하고 쓰러질 때까지 노력하는 건 오히려 환자에게 나쁜 모델을 제공한다. 안 그래도 환자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런 상황에서 지칠 때까지 노력한다면 당신까지 나서서 건설적이지 못한 해결 방안을 몸소 보여주는 꼴이다.(57~58쪽)


이 책은 위와 같이 꼭 필요한 조언과 함께,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한 ‘요점 정리’와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 당사자와 그 주변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안내하는 실용적인 팁을 각 장 끝부분에 수록해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가까운 사람의 과도한 의존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면, 이 책이 각자의 삶을 지키고 성숙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정보

Udo Rauchfleisch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50년 넘게 심리학과 정신의학 분야에 몸담아온 독일의 저명한 심리치료사로, 성 정체성과 성격 장애가 주요 관심 분야다. 킬대학교와 루붐바시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슐레스비히 주립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수련한 후, 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여 년간 바젤대학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일했다. 1971년부터 1981년까지 독일 국제정신분석협회 정신분석 및 심리치료 연구소에서 정신분석가 교육을 받았고, 1978년에는 바젤대학교 임상심리학과 부교수로 임명되었다. 1999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개인 상담실을 열어 수많은 내담자를 치료했다. 2007년 대학에서 은퇴한 후 상담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라우흐플라이슈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무력하다고 느끼며 주변인의 사랑과 인정에 집착하는 성격 유형인 ‘의존성 성격 장애’의 특징과 실용적인 대처법을 안내한다. 가까운 사람의 과도한 집착과 의존을 감당하는 것이 고통스럽다면, 이 책이 그와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고 성숙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불안하다고 말해요, 괜찮으니까》, 《설득의 법칙》,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 《치매의 모든 것》,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 등 많은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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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 장애일 때
    숨 막히는 집착에서 벗어나 나를 지키고 그를 돕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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