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2023년 1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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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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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1886년에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은 그동안 수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 뮤지컬로 각색되었고 지금까지도 인간의 내면과 자기 정체성, 즉 선과 악이라는 상반된 욕망의 공존 또는 대립 구도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중적 모습을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 시대적ㆍ공간적 배경이 현대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데도 사람들은 왜 이 작품을 끊임없이 반추하며 애독할까? 상황 전개와 인물, 배경 등에 대한 다채로운 비평 역시 넘쳐난다. 이번에 소소의책에서 펴내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세계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티나 베르닝이 시각적으로 해석해내는 컬렉터용 버전으로, 독자들을 강렬하고도 인상적인 이미지에 흠뻑 빠져들게 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 넘치는 생생한 세계로 선뜻 데려다줄 것이다.
하이드 씨를 찾아서
태평한 지킬 박사
커루 살인 사건
기이한 편지
래니언 박사의 놀라운 사건
창가에서 벌어진 일
마지막 밤
래니언 박사의 이야기
헨리 지킬의 최후 진술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하이드가 사라진 후 어터슨은 불안한 기색으로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 느릿느릿 거리를 걷기 시작했지만, 한두 걸음마다 멈춰 서서 곤혹스러운 고민이 있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가 걸으며 씨름하고 있는 이 문제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이드는 창백하고 난쟁이처럼 작달막했으며, 어디가 잘못됐는지 꼭 짚을 순 없어도 기형인 듯한 인상을 주었고, 미소 짓는 얼굴조차 보기 거북했고, 소심함과 배짱이 흉악하게 뒤섞인 태도로 어터슨을 대했으며, 약간 툭툭 끊어지는 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를 싫어할 만한 이유는 이처럼 넘쳐났지만, 그 모든 점을 다 합친다 해도 어터슨이 지금껏 몰랐던 혐오와 증오, 두려움을 그에게서 느꼈던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다. [하이드 씨를 찾아서]에서
우리의 옛 친구를 원망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그 친구의 의견에 나도 동감하네. 나는 이제부터 철두철미하게 은둔 생활에 들어갈 작정이거든. 자네에게조차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놀라지도, 내 우정을 의심하지도 말고 나만의 어두운 길을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길 바라네. 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형벌과 위험을 자초했다네. 내가 죄인들의 우두머리라면, 고통받는 자들의 우두머리이기도 하지. 이토록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고통과 공포가 이 땅에 존재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어터슨, 이 힘겨운 운명을 덜어주고 싶다면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 가지라네. 내 침묵을 존중해주는 거야. [래니언 박사의 놀라운 사건]에서
그 한복판에 한 남자의 몸뚱어리가 심하게 뒤틀린 채 쓰러져 계속 씰룩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몸뚱어리를 뒤집어 에드워드 하이드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큰 체구의 지킬 박사가 입던 옷이라 그에게 너무 커 보였다. 마치 살아 있는 듯 얼굴 힘줄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생기는 이미 빠져나가고 없었다. 그의 손안에 가루처럼 바스러진 약병과 방 안에 진동하는 아몬드 냄새*에 어터슨은 하이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터슨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늦었군. 구해주는 것도, 벌하는 것도 틀렸어. 하이드는 죽었네. 이제 자네 주인의 시신을 찾는 일만 남았군.” [마지막 밤]에서
뒤이어 격심한 고통이 찾아왔지. 뼈가 갈리듯이 삐걱거리고, 지독한 욕지기가 일고, 태어나거나 죽을 때도 겪지 못할 영혼의 공포를 느꼈네. 그러다가 괴로움이 순식간에 가라앉고, 마치 큰 병이 나은 것처럼 정신이 들더군. 그런데 감각이 왠지 모르게 이상한 거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새로운 감각이었고, 그 새로움이 믿기 힘들 정도로 달콤했지. 몸이 더 젊어지고, 더 가뿐해지고, 더 상쾌해진 기분이었어. 마구 들떠서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싶고, 환영 속에서 어수선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들이 물방아를 돌리는 물줄기처럼 계속 흐르고, 의무감은 스르르 녹아 사라지고, 영혼은 낯설면서도 그리 순수하지 않은 자유를 얻었네. 이 새로운 생명이 첫 숨결을 뱉자마자 나는 나 자신이 더 사악해졌음을, 열 배는 더 사악해졌음을, 본래 내 안에 있던 악인에게 노예로 팔렸음을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와인이라도 마신 것처럼 기운이 돋고 환희가 찾아들지 뭔가. 두 손을 쭉 뻗으며 이 신선한 감각을 만끽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내 키가 줄어들었다는 걸 갑자기 깨달았지. [헨리 지킬의 최후 진술]에서
이제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시간이 온 걸세. 나의 두 본성은 같은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그 외의 능력은 전혀 달랐지. (복합적인 존재인) 지킬은 신경질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탐욕스러운 열정에 휩싸여서 하이드의 쾌락과 모험을 계획하고 공유했어. 하지만 하이드는 지킬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네. 아니, 산적이 추적을 피해 숨을 동굴을 기억하는 정도로만 지킬을 기억했지. 지킬이 아버지처럼 관심을 기울였다면, 하이드는 아들처럼 무심했다고나 할까. 지킬과 운명을 함께한다는 건, 오랜 세월 남몰래 탐닉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채우기 시작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었어. 하이드와 한배를 탄다면 수많은 이익과 포부는 날아가버리고, 벗 하나 없이 괄시받는 인간으로 단번에 영영 전락해버릴 테지. 불공평한 거래처럼 보일지 몰라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네. 지킬은 금욕의 고통 속에서 괴롭게 몸부림치겠지만, 하이드는 자신이 잃은 것을 의식조차 못하리라는 사실 말이야. 내가 처한 상황이 묘해서 그렇지, 이런 논쟁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도록 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나. 유혹에 빠져 바르르 떨고 있는 죄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바로 이런 동기와 불안감이지.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듯 나 역시 더 나은 쪽을 택했지만, 그것을 계속 지켜나갈 힘이 부족하더군. [헨리 지킬의 최후 진술]에서
인간의 광기와 악의 유혹,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실체
“어두운 일면을 관조하며, 파멸의 어두운 추상성과 이 고딕풍 이야기의 음울한 아름다움을 시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_티나 베르닝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개인의 욕망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부딪히는 집합체다. 그것은 곧 ‘지킬과 하이드’라는 양면의 모습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순수한 희망을 고이 간직한 지킬 박사와, 은밀한 쾌락을 즐기고 거칠 것 없는 자유, 충동적인 욕망을 갈구하는 가면과도 같은 하이드. 탁월한 심리 묘사로 출간 당시부터 큰 파장을 일으킨 이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인간 본연의 내면에 자리한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과 사회적 위선을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늘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안개 속 런던의 밤거리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낮에는 가게와 행인들의 발길로 활기가 넘치지만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고 음산해지는 도시, 그리고 번화가의 뒷골목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 한 번만 봐도 살기가 느껴지고 오래도록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친구인 지킬 박사의 유언장에도 등장하는 하이드라는 존재의 비밀을 캐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변호사 어터슨은 사건 현장으로 뛰어든다. 한편 지킬은 선행을 베푸는 구김살 없는 자선가였지만 점점 더 은둔적인 외톨이로 변해간다. 그러한 지킬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어터슨은 지킬의 서재를 강제로 여는데, 그곳에서 음독자살한 하이드의 시체가 발견되고 지킬이 남긴 편지도 찾아낸다. 이후 어터슨은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 래니언의 편지와 지킬의 최후 고백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그동안 품었던 의문과 지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
불멸의 원작, 그리고 세밀한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지다!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지킬과 하이드 씨」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춘 버전이 끊임없이 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흥미와 공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뮤지컬과 연극, 영화 등으로 각색되어 꾸준히 호평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19세기에 쓰인 이 이야기에 쉽게 빠져든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인간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연민과 증오, 두려움, 불안 등과 같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감정선을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텍스트만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조금은 단순해 보이고 지금 시대와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소의책에서 이번에 출간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기획되었으며,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한 컬렉터용 에디션이다. 그런 만큼 이전에 출간된 많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와 달리, 각각의 상황을 생생하게 드러내거나 은근슬쩍 감추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가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독특하고 세밀한 터치로 창작된 이미지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소설을 쓴 후 스티븐슨은 ‘모든 생각하는 존재의 마음을 때때로 습격하여 압도해버리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강력한 감각을 이야기로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 안에서 세속적 욕망과 도덕적 책임 간에 시시각각 벌어지는 전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선한 사람이 되기란 얼마나 힘든가? 악인이 되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이런 성찰적인 의문을 던지며 도덕적인 교훈도 주는데, 당대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소설의 교훈적인 측면과 자극적인 흥미 사이의 긴장감을 언급하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고도의 철학적인 의도가 담긴 작품인가, 아니면 도덕적 책임감 없이 그저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온 소설인가?’라고 묻는다. _‘옮긴이의 말’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모험, 책을 좋아했다.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자퇴 후 법률을 공부해 변호사가 되었으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보물섬」으로 명성을 얻은 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등 많은 화제작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라디오 소설로 각색되었고 노래와 책, 패러디에 영감을 주었으며 수많은 소설에 언급되었다. 프랑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 여행을 다니다가 남태평양의 사모아에 정착한 그는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 조지 오웰의 「신부의 딸」ㆍ「엽란을 날려라」ㆍ「숨 쉴 곳을 찾아서」,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3부작, 트렌트 돌턴의 「우주를 삼킨 소년」, 스티븐 헤일스의 「운이란 무엇인가」,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 등이 있다.
(Tina Berning)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독일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고 구상 회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수상작은 국제적으로 출판ㆍ전시되었으며, 수많은 선집에 실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지만, 작가는 하이드 씨나 그의 악행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고, 말로 옮길 수 없다고 할 뿐이다. 괴물, 극적인 사건, 실연한 연인들, 경련하는 손 같은 건 여기서 찾아볼 수 없다. 티나 베르닝은 그러한 추상성을 포용하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페이지마다 독자들에게 닥쳐드는 선과 악에 관한 고딕풍의 시험에 담긴 불온한 정서를 또렷하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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