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신호가 저녁까지 길다
2023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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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079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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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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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번 가보았지만 그새 한들마을의 새로 지은 아파트가 궁금해 집을 나섰다. 적당히 차를 세우고 단지를 서성이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라 할 만하였다. 게릴라도 그렇지만 소나기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허둥지둥 상가계단으로 비를 피하기는 했지만 온몸이 젖었다. 오래 전 한들마을 소나기가 떠올랐다. 지금이야 추수하면 곧바로 최상의 습도가 될 때까지 건조기에 넣어 말리지만 그 시절에는 볕에 널어 말렸다. 이럴 때 오늘처럼 소나기 내리면 나락멍석은 꼼짝없이 비를 맞았다. 삼사일 내로 말리지 못하면 싹이 돋았다. 이런 벼는 정미하는 과정에 모두 싸라기가 되었다. 가을비는 할아버지 수염 밑에서도 피해간다고 하지만 가을걷이할 때 소나기 냄새 밀려오면 온 집안 식구는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한바탕 비 쏟아져도 아파트는 조용히 비 맞을 뿐 비 때문에 허둥대는 사람이 없다. 비설거지 할 필요 없어 좋겠다 싶었다. 젖을 콩단도, 줄지어 세워놓은 볏가리도 없으니 말이다.
비 멎기 기다리며 지워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했다. 간장 달이는 냄새, 장독대 너머 아주까리 대, 담장 아래 핀 꽃들, 추녀 아래 제비집, 상엿소리 같은 구석구석 눈에 선하고 혀끝에 익숙해진 그 품에서 나는 나이 들었다.
세상이 변해가듯 인연은 언젠가 떠나고 남은 기억도 지워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빈자리에는 새로운 인연이 동행하겠지만 내게 남은 빈자리는 없다. 그것은 지워야 할 기억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저 흔적도 없이 잃는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남은 생은 공황장애를 앓을 것 같다.
2023년 가을
심응식
시인의 말
1부 무성영화
비보호좌회전
직각의 매너
밀장떡
쌍수문통
폭염주의보
노구메
새우젓국
만둣국
미지모퉁이
한들아파트 1
두 박자
백팔번지
행주고개 가는 길
적막 1번지
외딴집
새벽이 남루다
종알집
볕들 날
동티길
검암역
그 집 허물어지다
2부 자리걷이 굿
아이스 아메리카노
갓난이이모부
봄밤
모틈말 영감
아스팔트 어장
복달임
고물상
겨울 부엉이
그 애
간약굴댁
끝에 집 형수
하늘공원
손수레 말씀
깨댁할메
텃세
디엔에이
엄지 척
자리걷이 굿
양곡장날
한들아파트 2
■ 시인의 산문
비보호좌회전
방죽 끝 수문통 아래서 울었다 성엣장 밀려들어 겹쌓이던 그해, 눈물은 갯벌을 닮아 밤 물때엔 더 크게 울었다
작두날 같은 면도칼로 신식 구레나룻 잡는 법, 고대기 호오 호 불며 하얗게 가르마 타는 법, 법이란 법 알뜰히 꿰는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며 각설이한테 식전 보리밥 덜어주고 이 끓는 머리 깎아주며 소처럼 웃었다는 이발관 이씨
문도 닫지 못하고 공회당 끌려갔다
당黨도 주의主義도 통 만난 적 없다고 빌며 떨며 희미하게 목멨다 긴 겨울 밤새 곤하게 숨죽였다
가죽띠에 면도칼 문대던 하얀 손, 언 갯벌 한 줌 움켜쥔 채 성엣장 같은 흰자위로 몇날며칠 겨울 갯벌 떠나지 못했다
춥고 배고파 국민방위군 도망쳤다던 이발관 이씨
겨우내 울던
쉬
갯벌은 내내 입 다물었다
드림파크 동문 사거리 비보호 좌회전신호는 짧다
한들아파트 1
여름에 입주한다는
신성한 새집을 올려다보는데
그 밑으로 붉은 벽돌담장
불두화 하얀 고염주네 있다
동네 첫 번째 이층양옥 딸고만네 집
갱실네 반짝이는 파란 세라믹기와지붕
중풍 맞은 왕표 씨
네 살배기 손자 놈 오줌발로 샌다는 지붕
초록색 천막 덮고 폐타이어 올려놓은 거
감나무 꼭대기 삭정이보다 높은 사십층
옥상에 올라앉은 쪽달
무진장하게 시퍼런 한들벌 눈알 쪼며
탈탈 낮을 털고 있는 거
다 보인다
대패질한 듯 한들로
이팝나무 가로수 심은 당년에 꽃피고
로얄파크 들어가는 좌회전신호가 저녁까지 길다
무성영화
한뫼산 절집 뒤꼍
볕 좋은 비탈
나지막한 엄나무, 일습
순 뜯어간 자리
목구멍 흥건한 봄날이 말라간다
절집 마당 가득 연등 달아도
빈 시절이 깡그리
눈 먼 가시밭길
없는 초록 화폭에
가는 붓으로 내리그은 풍경
연등 빛 한복판에 무르녹아
마하반야바라밀다
입 꼭 다문
초록이 깜깜하다
자리걷이 굿
막다르다
미지모퉁이 길가
아카시나무 드높이 까만 비닐
머리띠 두르고 전신을 걸었다
고추밭 벌건 내력 바람에 달래며
첫울음 같은 노을 속 오래된 남루가 펄럭인다
왜소나무 쇠스랑자루 투박하게 손에 익은 아비의 날
상여독 구렁이 고아먹어 온 동네 살 끼었구나
바래벌댁 죽은 딸 자리걷이 굿할 때
구렁이 넋을 달래던 구군복具軍服자락이다
어쩌다
달래지 못한 구렁이 넋이었나
집집이 문문마다 살 맞아
중력을 거슬러 오르는 고층아파트
새로 적는 한들말 일기
내 눈의 사시가 자리걷이 굿을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심응식
심응식
1953년 인천광역시 서구 한들마을 출생 거주
2016년 《월간문학》 시, 수필 등단
시집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등 다수 출간.
eboa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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