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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

톨스토이 사상 선집 6
바다출판사

2023년 11월 07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5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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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89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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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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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출판사 톨스토이 사상 선집★

레프 톨스토이. 우리는 그를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을 남긴, 19세기 말, 20세기 초가 낳은 위대한 작가로만 인식한다. 실제로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으며 걸작傑作이자 고전古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톺아보면, 그는 세상의 변혁을 꿈꾼 ‘혁명가’이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응시한 ‘사회사상가’이기도 했다. 또한 톨스토이는 귀족이자 대지주로서 자신이 가진 사회 경제적 기반과 자신이 실천하고자 하는 소박한 삶 사이에서 오는 모순적인 상황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온 인물이기도 했다. 톨스토이가 남긴 다양한 주제의 산문들은 그의 이러한 고민과 성찰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인생과 철학은 물론 교육과 종교, 예술과 문화, 사회개혁 등 다양한 주제의 산문을 남겼는데, 공허한 주장이 아니라 그 철학과 사상을 몸소 실천하고자 몸부림친 ‘실천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원전의 뜻을 정확하게 살린 번역과
현대적 디자인으로 만나는 톨스토이

바다출판사의 〈톨스토이 사상 선집〉은 톨스토이 사후 러시아 모스크바 테라Teppa에서 펴낸 《톨스토이 전집》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톨스토이는 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막대한 분량의 글을 남겼다. 테라의 《톨스토이 전집》은 이러한 글을 총망라해 100권으로 편찬한, 톨스토이 작품의 정본定本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기획 단계에서 함께 논의해 톨스토이 사상과 철학적 정수를 담고 있는 글을 선별했으며, 번역에서도 톨스토이가 쓴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바다출판사의 〈톨스토이 사상 선집〉은 현대적 디자인을 더해 교육과 비폭력, 반전 평화, 철학, 예술, 생명관 등 톨스토이 사상의 궤적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소개할 예정이다.
1. 대중에게 전합니다 · 7
2. 인민교육에 대하여 · 9
3. 학교와 민간서적 기록의 의미에 대하여 · 44
4. 11~12월의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 · 49
5. 11~12월의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신성역사·러시아사·지리 · 136
6. 11~12월의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후속편 · 201
7. 읽고 쓰기 교육 방법에 대하여 · 227
8. 인민학교의 자유로운 발생과 발전에 대하여 · 263
9. 인민학교 설립 공통 기획안 · 316

옮긴이 해설 : 학습자의 자유를 옹호한 교육자, 톨스토이 · 373
레프 톨스토이 연보 · 382

“교육철학의 진일보는 학교가 젊은 세대에게 구세대가 학문으로 여겨온 것을 가르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바를 가르친다는 사고로 향하게 하는 데 있다. 이처럼 하나의 보편적인 사고와 동시에 자체 모순적인 사고가 교육학 역사 전반에서 감지된다. 그것은 모두가 학교의 더 큰 자유를 요구하기 때문에 보편적이며, 각자 자기 이론에 근거한 법칙을 내세움으로써 자유를 제약하기 때문에 모순된다.”
─ 19쪽, 〈2. 인민교육에 대하여〉 중에서

“강압적인 학교 구조는 각종 진보의 가능성을 빼앗는다. 아이들이 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질문에 답하느라 보낸 세월이며, 요즘 세대가 그들에게 심어진 고릿적 교육 형식에서 얼마나 멀어졌는가를 생각해보라. 어떻게 학교가 여태 지탱되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학교는 교육의 수단인 동시에 끊임없이 참신한 결론을 제시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실험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실험이 학교의 토대가 될 때 비로소, 개별 학교가 이른바 교육학 실험실이 될때 비로소 학교는 보편적 진보로부터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실험이 교육학의 든든한 토대를 놓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 27~28쪽, 〈2. 인민교육에 대하여〉 중에서

“내 견해로는 이러한 외적인 무질서는 교사에게, 그게 아무리 이상하고 난감하게 보인다고 해도, 유익하며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의 이점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데, 허구적인 불편에 대해서라면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첫째, 이러한 무질서 또는 자유로운 질서가 무섭게 여겨지는 이유는 자신이 훈육받으면서 전혀 다른 것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많은 유사한 경우처럼 이런 경우 폭력의 사용은 조급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존중 부족과 그 결과이다. 무질서는 더욱 커지고, 더욱더 빈번해지며 한도가 없는 것 같고, 무력 사용 말고는 무질서를 중지시킬 다른 수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약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무질서(또는 활기)는 우리가 고안하는 무엇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질서로 탈바꿈할 수 있다.”
─ 58~59쪽, 〈4. 11~12월의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 중에서

“더 이상 점성술을 가르치지 않고 수사학과 작시법도 가르치지 않으며 라틴어로 가르치기도 그만두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우매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고 자연과학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낡은 학문, 즉 학문 전반이 아닌 새로운 학문의 탄생과 더불어 성립 근거를 상실해가는 경계면의 학문은 그 효력을 다하고 사라져야 한다. 인류가 어떻게 다양한 국가에서 삶을 영위해왔고, 형성되어 발전했는가의 관심을 북돋거나 그런 사실을 아는 것, 영원히 인류를 움직이는 법칙을 인식하도록 관심을 자극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전 지구상에서 작동하는 자연현상의 법칙 해독과 인류의 지구상에서의 배치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들이다. …… 또한 젊은 세대에게 역사와 지리를 배우라고 강요하며 헛되이 시간과 힘을 낭비하거나 젊은 세대를 망가트리지 말아야 한다. 단지 우리 자신이 역사와 지리를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 199~200쪽, 〈5. 11~12월의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신성역사·러시아사·지리〉 중에서

“어떤 개인이든 신속하게 읽고 쓰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아예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각자를 위한 독특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으로서는 이겨낼 수 없어 보이는 어려움이 다른 이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정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어떤 학생은 기억력이 좋아서 자음의 독자성을 이해하기보다 소리마디를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가만가만 판단을 해서 음독법과 아주 합리적인 방법을 파악하고, 누군가는 직감, 즉 직관이 있어서 온전한 낱말을 웬만큼 읽으면 낱말 형성 규칙을 이해한다.”
─ 261쪽, 〈7. 읽고 쓰기 교육 방법에 대하여〉 중에서

“학교 업무에 전문적으로 종사해온 나는 이런 확신을 갖고 있다. 질 낮은 학교는 쓸모가 거의 없을뿐더러, 너무나 해롭고 인민교육 사업을 퇴보시킨다. 그런 까닭에 나는 여러 읍 체계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의 도덕적 영향력을 재량껏 발휘하여 읍 단위에 공식적으로 학교 설립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기다리는 게 낫다고, 징수금은 넉넉하고 건물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우선 교사들을 찾아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 보내려는지 그리고 학비를 지불하려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 266~267쪽, 〈8. 인민학교의 자유로운 발생과 발전에 대하여〉 중에서

“마지막으로 세 번째 문제는 교육에 반대하는 인민의 이해 부족과 편견의 해명이다. 이해 부족이라는 말로 내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독자에게 명확해지도록 나는 〈교육 방법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언급한 바를 되풀이해야 한다. 교육과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아예 서로 다른 것으로 종종 대립적이다. 인민, 다시 말해 아버지들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 즉 문자 해득력을 인정하고 좋아하며, 학생, 즉 아이들은 교육을 좋아하고 필요로 한다. 우리, 즉 교사들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의 숙련이 아닌 일정 수준의 교육을 소중히 여기며 인민에게 그것을 전달하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 양측에서 볼 때 다 합법적이며 어느 쪽에서든 강압이 개입하면 한결같이 위험한 충돌이 내재한다. ‘교육 학교’의 금지나 ‘문자 해득 학교’의 금지는 한결같이 해로울 것이다. 처음의 경우 교육은 다른 비정상적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뒤의 경우 교육에 대한 신뢰가 민간에서 영원히 무너져 종교에서의 분열과도 같은 현상이 교육 사업 내부에서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은 인민을 완강한 묵언의 저항으로 내몰고, 문제 의논의 회피, 교육의 흔적이 새겨진 모든 것에 대한 맹신이나 적의로 내몰 수 있을 것이다.”
─ 305쪽, 〈8. 인민학교의 자유로운 발생과 발전에 대하여〉 중에서

“질 낮은 학교들은 조금도 쓸모가 없고, 그야말로 해롭기만 하다. 이러한 언명은 우리에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이며, 우리 교육지의 개별 기사를 이를 증명하는 데 할애할 계획이다. 기획안에서 딱 하나 유익한 조처는 교육장의 임명이다. 하지만 교육장은 주 단위가 아닌 (1만 세대를 넘지 않는) 지구 단위 책임자로, (개별 단위로서 분간하기 힘든) 여러 학교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아닌 특정 관구를 책임지는 정부 차원의 인민교육 활동가다. 내 생각에 이런 인물들의 활동은 현재 주 단위로 수천씩 탄생하는 공인되지 않은 소소한 학교들을 찾아내어 그 학교들의 발전에 조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의 활동은 교육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학교의 탄생을 촉진하며, 이런 측면에서 농민 공동체들을 지도하고, 교사들을 초빙하여 배치하며 관구 교사 대회를 조직하고, 임시 교과서를 발행하고 필요한 물건과 책 등을 학교에 공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정신과 방향에 대한 감독과 인민교육의 진행 과정에 대한 정부 보고서 작성도 그들의 역할이다. 여타의 일들, 즉 교사의 포상, 학부모들에 의한 교사 선택, 교사들에 의한 학생 선택 그리고 각각의 학교의 배치는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 311~312쪽, 〈8. 인민학교의 자유로운 발생과 발전에 대하여〉 중에서

“학교는 젊은 세대의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평생 천착한 학교교육의 핵심

톨스토이 교육론 국내 초역!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는 위대한 지성이자 사상가, 소설가 등의 명성에 가려 국내에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교육자 톨스토이’의 면모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까지 교육에 관한 톨스토이의 철학은 단편적으로 소개되었을 뿐, 러시아어 원전을 번역·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는 톨스토이의 방대한 교육철학을 담은 ‘교육론’의 전반부로 “교육 사업에 3년간 정력적으로 몰두한 시기”의 글들을 담고 있다. 톨스토이는 가족의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에 인민학교를 열고 농민 아이들을 가르쳤다. 동시에 자비로 교육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펴내며 교육적 사유와 실천이 담긴 글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는 교육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중심으로 전개했던 톨스토이의 교육적 통찰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원류源流에 해당한다. 19세기 중반은 서유럽은 물론 러시아에서도 교육이 ‘강압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다. 톨스토이는 당대 현실 속에서 인민(국민)교육의 문제를 간파하고 해외 답사와 연구에 매진했고, 초등교육 현장을 몸소 겪고 실천하면서 교육적 통찰을 체계화했다. 학교 운영과 잡지 발간은 장기간 지속되지 못했지만, 톨스토이를 생애 말년까지 교육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집필·발표했다.

교육학의 규준規準은 오직 하나, 자유
톨스토이 교육사상의 밑바탕은 장 자크 루소의 교육소설이자 지침서 《에밀》과 맞닿아 있다. 루소는 “인간은 완전한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주장했는데, 톨스토이는 이 주장을 굳건한 진리처럼 여겼다. 갓 태어난 순간의 인간이야말로 조화造化, 진리眞理, 선善, 미美의 원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타고난 완전성과 높은 도덕적 자질이 내재한다고 본 것이다. 모든 인간은 사회에서 가하는 어떠한 폭력이나 강요 없이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톨스토이 교육관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톨스토이에게 교육은, 넓은 의미에서 “평등의 요구와 전진운동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토대로 삼는 인간 활동”이다. 당연히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상하上下의 관계가 아닌, 교사와 학생이 평등해야만 교육이라는 하나의 공동 목적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교육학 역사와 각종 교육사에서 공히 아주 분명하게 언급되는 법칙을 우리는 자각하고 있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교육자가 깨닫게 하려면, 피교육자는 자신의 불만을 표현할 권한을 지녀야 한다. 또는 피교육자가 본능적으로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교육은 적어도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학의 규준은 자유, 오직 이것 하나다.”
톨스토이가 설립한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는 학생을 구속하는 일체의 속박을 두지 않으려고 애썼다. 톨스토이는 “등교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학교에 다니더라도 교사의 말을 듣지 않을 권리”를 학생들이 가지고 있다고 천명했다. 물론 신임 교사들의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모두 적용되지는 못했지만, 톨스토이는 학생들의 자유가 보장되어야만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당연히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에서 체벌은 “인간 본성에 대한 존중 부족”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번역자 변춘란은 “학습자의 자유를 옹호한 교육자, 톨스토이”라는 제목의 ‘옮긴이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교육철학사를 살펴본 톨스토이는 교육의 준거점이 부재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학교를 위압威壓하는 역사적 족쇄를 풀기 위해서는 각양각색인 학생들의 실생활에 근거해 학교에 더 큰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또한 교육은 기성세대가 학문으로 여기는 것에 주목하기보다 젊은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인간이 지닌 고도의 잠재력을 억압해, 학생들을 이른바 ‘학교스러운 정신상태’라는 쳇바퀴에 가두는 강압적인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인식이다. 교사와 학생이 뜻하지 않게 적이 되는 강압적 학교는 진보의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는 교육의 수단인 동시에 끊임없이 참신한 결론을 도출하는 젊은 세대의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톨스토이의 생각이다. 이러한 ‘교육학적 실험실’로서의 학교라는 이상에 접근하려면, 특히 학생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불만을 표현할 권한, 즉 학습자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실험장이 될 수 있다면 학교는 시대의 요구와 지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학생들 각각의 요구에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당대 교육 현실 비판하며 대안 제시한 톨스토이
톨스토이가 젊어서부터 교육에 천착한 이유는 자신이 더불어 살던 툴라 지역, 확대하면 러시아 전역의 농민들의 처지와 당시 대두된 이들에 대한 교육 현실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역사의 동력으로서 인민의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교육은 그러한 인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보탬이 된다. 하지만 당대 교육 현실은 정부와 교회의 의제에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1859년 무렵 직접 교육 전선에 뛰어든다. 학습자의 요구와 해방이 존재하는 교육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서 말이다. 톨스토이는 “모든 사회 계층이 생각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위해서라도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의 변화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교사는 언제나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가장 편한 교수법을 선택하려 한다. 어떤 교수법이 교사에게 더 편할수록, 학생들에게는 더 불편하다. 오로지 학생들이 만족하는 교수 방식이 옳다.”
톨스토이는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의 교육 방법과 각 과목의 세부적인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농민의 자식들이 학생들의 생활 형편과 특징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이는 그만큼 톨스토이가 농민과 그 자녀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傍證이다. 특히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 거의 전편에 걸쳐 등장하는 철부지 소년 숌카와 페드카에 대한 설명은 “타고난 잠재력을 스스로 펼치도록 돕는 자유로운 길”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충분하게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의 주된 수업 방식인 학생들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학생 개개인이 자유로운 인격으로 자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한편 톨스토이는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에서 음악과 미술 교육에도 열심이었다. 당시 예술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농민 자식들”에게 예술은 사실상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예술을 즐길 권리”마저 빼앗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빼앗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톨스토이는 “영혼의 힘을 다해 요구하는 최상의 향유 영역으로 그를 안내할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있다면서 미술과 음악 교육의 전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농민의 아들 숌카가 보여준 음악적 재능을 일상생활에서 관찰한 대목은 이렇다.
“지난여름 우리는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고 있었다. 모두 한껏 신이 나 있었다. 농민 아들 녀석 하나가 달려 나가더니 우리를 앞서가던 달구지에 올라탔다. 어느 머슴네 아이의 꼬드김에 걸려들어 책 도둑질을 한 적이 있는 아이였다. 굵은 광대뼈에 다부진 소년은 온통 주근깨투성이로 곱장다리에 초원 지역 장정의 태가 완연했지만, 영리하고 힘 좋고 재능 있는 녀석이었다. 녀석이 고삐를 잡고 모자를 비뚜름히 쓰더니 한쪽 옆으로 침을 탁 뱉고는 농부의 유장한 노래 한 자락을 뽑아 올리기 시작했다. 솜씨가 아주 제법이었다! 아이는 한껏 감정을 담고 짧게 숨을 돌려가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질 낮은 학교는 쓸모가 없다”
교육의 목적과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의 다양한 실험을 적시한 톨스토이는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의무교육을 실현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무모한 시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1859년 톨스토이가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를 시작할 당시 농민들은 교육에 열의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교회 관리인이나 제대한 병사에게, 즉 제대로 배움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읽고 쓰기 정도만을 배울 뿐이었다. 그마저도 적확하지 않은 교육 방식들이 사용되는 통에 제대로 된 교육은 언감생심이었다. 상황이 이런대도 러시아 정부는 시대적 당위라는 이유로 강압적으로 학교를 늘리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더구나 폭정에 시달리는 농민들은 정부의 명령이라면 불만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일로 여겼다.
“‘(대책을) 강구할 수 있고, 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읽고 쓰기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라고 적혀있는 말을, 농민 해방 이후에는 싫든 좋든 읽고 쓰기를 가르치고 학교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디서나 받아들였다. 인민과 상대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인쇄된 말, 특히 공식적인 말의 형태는 인민에게 이해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설령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인민은 그런 말을 변경 불가한 차르의 명령과 절대복종의 요구로만 받아들인다. 그들은 전혀 조건적 형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톨스토이는 이러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질 낮은 학교는 쓸모가 거의 없을뿐더러, 너무나 해롭고 인민교육 사업을 퇴보시킨다.”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 전문가들, 즉 교사 양성이 시급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적정 수효의 교사 수급은 물론 적정한 지역에 배치하는 일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기존 교사들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톨스토이는 그런 이들을 일러 교사가 아닌 ‘경찰’이라고 일갈한다. “호통치고, 돈을 거두고, 이따금 숙제를 내주거나 물어보는” 것으로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학생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를 실험장 삼아 커가는 아이들
톨스토이는 능력 있는 교사와 함께 그들을 지도·감독할 교육장의 역할을 책 말미에 강조한다. 그는 정부의 〈인민학교 설립 공통 기획안〉 중 “딱 하나 유익한 조처”로 교육장의 임명을 언급한다. 톨스토이는 교육장을 “여러 학교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아닌 특정 관구를 책임지는 정부 차원의 인민교육 활동가”로 규정하면서, 그가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내 생각에 이런 인물들의 활동은 현재 주 단위로 수천씩 탄생하는 공인되지 않은 소소한 학교들을 찾아내어 그 학교들의 발전에 조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의 활동은 교육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학교의 탄생을 촉진하며, 이런 측면에서 농민 공동체들을 지도하고, 교사들을 초빙하여 배치하며 관구 교사 대회를 조직하고, 임시 교과서를 발행하고 필요한 물건과 책 등을 학교에 공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정신과 방향에 대한 감독과 인민교육의 진행 과정에 대한 정부 보고서 작성도 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보기에 현실 세계의 교육장은 이런 일들을 모두 해낼 수 없다. 정부의 의지로 세워진 학교만 그들 관할 아래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여러 뜻있는 사람들이 세운 학교나 민간에서 다양한 교육 기능을 수행했던 곳들을 철저히 배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부가 추구하는 의무적인 학비 징수와 학교 배치, 공식적인 학교 밖 학습 금지가 가져올 교육 사업의 몰락을 경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강압에 의해서든 학교를 향한 인민의 저항이 벌어진다면, 자기 본연의 사업에 대한 무관심과 분열, 분노가 나타날 것이다. 그와 같은 것들은 불가피하게 잇단 폭력을 초래할 테고, 지금의 유럽에서와 같은 교육에 대한 거짓된 태도 속으로 우리를 몰아세울 것이다.”
톨스토이는 학생의 완전한 자유와 기회의 평등이 가져올 교육의 혁신을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꿈꿔왔다. 톨스토이에게 교육은 “아이들 스스로 각양각색의 잠재력의 꽃망울을 틔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었었다. 21세기 한국의 교육은 갈 길을 잃었다. 새로운 대안 모색은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는 학교를 실험장 삼아 자신만의 창의력을 키우는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꿈꾸게 하는, 하나의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바다출판사 톨스토이 사상 선집]
1. 인생에 대하여
2.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3. 고백
4. 죽이지 마라
5. 비폭력에 대하여
6. 학교는 아이들의 실험장이다 (근간)

작가정보

Lev Nikolayevich Tolstoy
1828년 9월 9일 러시아 툴라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척들 손에 자란 톨스토이는 16세에 카잔대학교에 입학했지만, 형식적인 교육에 실망해 그만두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오가며 방황하던 톨스토이는 1851년 형 니콜라이를 따라 군에 입대한다. 군대에 복무하면서 〈어린 시절〉 등 자전적 삼부작을 발표해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850년대 후반에는 농민들의 열악한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교육에 있다고 판단, 야스나야 폴랴나 농민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열고, 교육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병행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평론을 썼으며,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 등의 문학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자기완성과 악에 대한 무저항, 사적 소유 부정이라는 철학적 관점에 기초하여 《고백》 《인생에 대하여》 《예술론》 등을 저술하고 당대 러시아 사회와 종교를 강렬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교에서 파문을 당하고 정부의 압박을 받았지만, 모든 걸 가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러시아 황제와 달리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모든 걸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러시아 황제로 불릴 만큼 민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만년에 이르러 술·담배를 끊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으며 농부처럼 입고 노동하며 생활했다. 생전에 수많은 톨스토이주의자가 야스나야 폴랴나에 몰려와 농민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조용한 피난처를 찾아 집을 나선 며칠 후, 1910년 11월 7일 아스타포보 역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의 가출은 현실에 대한 극복이자 다른 삶을 향한 마지막 도전으로 상징된다. 작가이자 폭력을 거부한 평화사상가, 농민교육가이자 삶의 철학자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주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경북대학교 대학원 노어노문학과에서 미하일 숄로호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사범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번역가로 러한, 한러 번역을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 소설가 현기영의 단편집 러시아어 번역으로 2019년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 톨스토이 사상 선집 《죽이지 마라》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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