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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나의 세계
푸른숲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3년 11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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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60MB)
ISBN 979115675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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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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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다큐멘터리 이상의 생생한 관찰과 여느 문학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시적인 묘사로 남극의 모습을 담아낸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나이라 데 그라시아는 젊은 과학자다. 그는 실험실에서 연구에 매진하거나 논문을 읽고 쓰는 일에 몰두하는 생물학자들과는 다른 이력을 쌓아왔다. 하와이의 외딴섬, 사모아 제도, 베링해, 캘리포니아 먼바다 등 자연을 누비며 현장 연구자로서 일해온 그는, 한편으로는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평범한 청년 중 하나다. 전공인 ‘과학’의 곁에서 맴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로를 살려야 할지 확신도 없다. 그러던 그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생태계 모니터링 연구자 자격으로 기후 변화가 남극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남극으로 떠난다. 남극은 현장 연구자들에겐 ‘궁극의 연구 장소’로 통하는 곳이자, 외딴섬을 전전하면서 “내가 가는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41쪽)는 저자의 시선이 마침내 가닿은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네 명의 동료와 함께 가장 가까운 다른 육지가 1,000킬로미터쯤 떨어진 남극 대륙, 그곳의 북쪽 끄트머리인 남극반도와 인접한 리빙스턴섬 시레프곶에 첫발을 디딘다. 펭귄의 번식기인 남극의 여름을 중심으로 보낸 5개월 동안 저자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기도 한 매력적인 동물들을 살피며 생태 관찰이란 목적 이상의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는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고래가 먹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기서 내려다보니 캠프에서 2~3킬로미터쯤 떨어진 길쭉하고 평평한 빙하 위에 펭귄이 가득했다. 그 사방에서는 고래들이 물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먹이를 먹고 있었다.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고래들과 그리 멀지 않은 수평선을 지워서였을까. 그 순간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졌다. 갈매기와 고래, 펭귄, 그리고 내가 저 뭉실뭉실한 회색빛 담요 아래에서 옹기종기 함께 웅크리고 있는 듯.”(106쪽)

적막을 깨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한 남극의 자연과 그 속에서 생물학자로서, 수십 억 명의 한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경이로움이 시적으로 직조된 이 책은, 어느 과학자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프롤로그

1부. 봄: 알을 낳기 시작하다
1. 10월 중순
2. 10월 말
3. 11월 초
4. 11월 중순

2부. 여름: 알을 깨고 나오다
5. 11월 말
6. 12월 초
7. 12월 중순
8. 12월 말

3부. 늦여름: 무리 짓기에 들어가다
9. 1월 초
10. 1월 중순
11. 1월 말
12. 2월 초

4부. 가을: 바다로 나가다
13. 2월 중순
14. 2월 말
15. 3월 초
16. 3월 중순

에필로그
감사의 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세상과 뚝 떨어진 추운 섬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야 한다. 몸은 거친 날씨에 시달리고 정신은 해야 할 일의 압박감에 시달리긴 하지만, 생생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 냉혹한 섬에서 야생의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이따금 자신의 냉혹한 본질과 마주한다. 상점도 없고 도로도 없다. 텔레비전도, 누가 먼저 걸어간 자취도 없다. 내 마음을 흩뜨리는 방해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외로이 서 있는 오두막과 동료들, 바람, 바위, 그리고 펭귄이 있을 뿐이다._p.17~18

모든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개개인의 특징이 전부 달라서, 100만 명이 있으면 100만 명 모두가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눈에는 얼핏 펭귄은 다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펭귄도 인간만큼 개성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채로운 펭귄들의 개성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성취욕이 강한 펭귄부터 뭐든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펭귄, 예술적인 혼돈을 좋아하는 펭귄, 실수투성이 펭귄처럼 펭귄들에게 인간의 특징을 부여하기 시작했다._p.76

현장 연구자는 소수만 아는 세상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인간 사회가 연구 대상에게 주는 피해를 가까이에서 확인한다. 현장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어 있다거나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일부인 생태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가 없다. 남극 같은 외딴섬에서 일하느라 세상과 분리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그건 고독한 생활이 만들어내는 착각일 뿐이다. 사회는 남극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깊숙이 얽혀 있고, 그 사실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기후 변화가 끼치는 막대한 영향이다. 그 영향으로 생태계는 깊은 곳까지 서서히 흐트러지고, 변화하고, 요동치고 있었다._p.85

대중의 상상 속 남극 대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와 대조를 이루는 장소로 존재해왔다. 순수함, 오지, 추위, 극단적인 환경의 상징으로 추앙되는 동시에 다루기 힘든 낯선 땅으로 여겨진다. 남극에서 일을 해보거나 이곳을 방문해본 사람은 첫발을 디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얼음과 바람이 연신 휩쓸고 지나가는 산들은 낯설긴 해도 어색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적도의 열대우림, 온대 지역의 초원처럼 남극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의 한 부분으로 느껴진다._p.105

나는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고래가 먹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기서 내려다보니 캠프에서 2~3킬로미터쯤 떨어진 길쭉하고 평평한 빙하 위에 펭귄이 가득했다. 그 사방에서는 고래들이 물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먹이를 먹고 있었다.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고래들과 그리 멀지 않은 수평선을 지워서였을까. 그 순간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졌다. 갈매기와 고래, 펭귄, 그리고 내가 저 뭉실뭉실한 회색빛 담요 아래에서 옹기종기 함께 웅크리고 있는 듯._p.106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생명이 있는 곳엔 늘 죽음이 바짝 붙어 있다. 모든 힘은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물개와 펭귄이 크릴을 사냥하듯 얼룩무늬물범은 새끼 물개를 팝콘 집어 먹듯 먹어 치우고, 도둑갈매기는 새끼 펭귄을 훔쳐 간다. 나는 생물학자로서 모든 생명은 죽기 마련이고 다른 생물에게 먹힐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추상적인 지식과, 둥지에 있던 새끼 펭귄이 도둑갈매기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가다가 갈매기 입속으로 몸이 3분의 1이나 먹힌 상태에서도 아직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발버둥 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_p.114~115

해변에 그렇게 많은 펭귄이 모여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밤이 되자 해변은 짝이 있는 둥지로 돌아가려고 막 바다에서 나온 펭귄들로 북적였다. 밝은 분홍색 발들은 젖은 회색 바위와 대조를 이루고, 윤기가 흐르는 하얗고 까만 털은 새로 털갈이를 한 듯 말쑥하고 깔끔했다. 그런 펭귄들이 바위 위에 잔뜩 무리 지어 신나게 떠들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근처에서 배를 내놓고 느긋하게 누워 있던 웨들해물범 한 마리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펭귄들이 부산스럽게 그 옆을 지나면서 저녁 공기에 열심히 털을 말렸다._p.149

우리가 리빙스턴섬에 온 핵심 목적도 크릴이었다. 크릴은 국제조약으로 보호하는 대상이자 남극 생태학의 기반이고, 우리가 연구하는 동물의 식량,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엔진과도 같은 생물, 전 세계 해양 먹이사슬의 핵심이다. 작은 웅덩이에서 헤엄치던 작은 생명체가 그 주인공이다. 물속에서 우아하게 움직이던 크릴이 떠올랐다. 불특정한 형태의 거대한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나왔을 그 크릴은 살아 있었고, 아름다웠고, 독보적인 존재였다._p.210

누구나 직장에 있을 때, 친구와 있을 때, 집에 혼자 있을 때 각기 다른 사람이 된다. 하지만 남극 생활에서는 이 모든 구분이 무너졌다. 우리에게는 방 한 칸과 한 무리의 사람들, 한 가지 생활 방식만 존재했다. 당번 순서가 돌아와서 요리하는 시간은 업무 시간으로 봐야 할까? 음식물 찌꺼기와 배설물이 담긴 통을 비우는 일은 또 어떤가._p.235

몇 달 동안 육지에 있을 때의 모습만 보면서 이 펭귄들은 바다에서 어떻게 지낼까 상상만 했었는데, 카메라에 담긴 영상 덕분에 턱끈펭귄이 바라본 몇 시간을 나도 함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냥할 때의 리듬과 물에 젖지 않는 깃털 위로 미끄러지며 만들어지는 바닷물의 무늬는 물론, 둥지로 돌아왔을 때 새끼가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도 부모 펭귄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크릴을 사냥하는 펭귄 곁에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다른 턱끈펭귄들과 짙은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크릴을 잔뜩 먹고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와 구름 낀 드넓은 하늘과 저 멀리 수평선으로 해가 흐릿한 노란빛을 남기고 서서히 저무는 광경을 지켜보며 휴식할 때, 나도 곁에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파도 속에서 그렇게 펭귄이 보고 느끼는 세상을 함께 보고 느낄 때, 익숙한 경이로움이 밀려오던 순간을 기억한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_p.370~371

여느 대륙에서의 삶과도 다르지 않은
남극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은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인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늦봄부터 시작해 여름철 번식기를 맞이한 펭귄이 알을 낳고(1부. 봄: 알을 낳기 시작하다), 그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고(2부. 여름: 알을 깨고 나오다), 어느 정도 자란 새끼가 부모의 도움 없이 저희들끼리 무리를 짓고(3부. 늦여름: 무리 짓기에 들어가다), 어엿하게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성체가 되기까지의(4부. 가을: 바다로 나가다)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펭귄 외에도 남극물개, 도둑갈매기, 얼룩무늬물범 등 다른 생물들의 삶도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는 매일을 산중턱에 위치한 수십 개의 둥지를 살피며 펭귄의 생태를 조사·기록한다.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들고자 부모 펭귄이 세심하고 진지하게 돌멩이를 고르는 표정과 지극정성으로 알을 품는 모습을 마주하고, 알에서 갓 나온 새끼 펭귄을 처음 본 날엔 “모든 것에 경의를 느끼는 한 마리 포유동물이 되어”(150쪽)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또 생애 첫 겨울을 대양에서 나려고 용감하게 나서는 ‘청소년 펭귄’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곤 “아이를 처음 대학에 보낸 부모”(305쪽)와 비슷한 심정으로 대견함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여느 대륙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게, 남극에도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는 날이 있는 한편 압도될 만큼 슬픈 날도 있다. 부모 펭귄이 애지중지 돌본 알들이 도둑갈매기 내외의 먹이가 되는 광경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할 때, 얼룩무늬물범에게 새끼를 잃은 어미 물개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시레프곶 전체에 울려 귓가를 맴돌 때와 같은 날들이 그랬다. 생물학자로서 먹이사슬의 법칙과 같은 추상적인 지식을 이해하고 있어도 이런 일들을 겪어낸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러나 인간의 눈에는 일견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공생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포식 활동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펭귄의 알과 굶주린 새, 새끼 물개와 얼룩무늬물범 중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116쪽)며, 자신도 모르게 견지해왔던 주관적인 관점이 깨어졌던 순간에 대해 고백한다.
모니터링 연구의 한 시즌이 저물 무렵, 그는 처음 남극에 도착한 날을 떠올린다. 젠투펭귄 무리를 보고 전부 똑같아 보여 그저 “펭귄이에요!” 하고 놀라워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이제는 펭귄이 한 무리로 모여 있어도 저마다 특징과 성격이 다른 개체로 알아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모든 동물 중 인간만이 서로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저자는 펭귄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려 깊게 관찰하면서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펭귄의 개성에 비로소 눈뜬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수록 인간의 특징이라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실은 지구상 생물이 유기적으로 조직되는 공통의 법칙일 뿐, 서로를 구분 짓는 경계 같은 건 없다고.

“몇 달간 매일 펭귄을 들여다본 지금은 홀로서기를 위해 바다에 나갈 때가 된 새끼도 구분할 수 있고, 체형이 마른 펭귄과 건강한 펭귄, 털갈이하러 군집에 돌아온 성체와 털갈이 중인 성체, 털갈이를 다 마치고 바다로 돌아가는 성체, 아직 번식할 나이가 안 된 청소년기에 군집으로 돌아와 어슬렁거리는 펭귄, 암컷과 수컷, 짝짓기쌍, 내가 지나갈 때마다 다가와서 때리는 펭귄을 전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시즌이 끝날 무렵이 되자 펭귄이 한 무리로 모여 있어도 저마다 특징과 성격이 미세하게 다른 집단으로 보였다. 펭귄 보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326~327쪽)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미지의 대륙’, ‘두려움의 땅’이던 남극이
우리가 끝끝내 지켜야 할 소중한 삶터로 자리매김해가는 여정

펭귄은 귀여운 외모와 특유의 뒤뚱거리는 움직임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동물이다. 뿐만 아니라 남극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서 남극 생태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동물이기도 하다. 이는 물개, 수염고래와 더불어 펭귄의 주된 먹이가 크릴이라는 점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갓 부화한 크릴은 각종 조류가 풍부한 빙하 아래에서 포식자를 피해 안전하게 살다가 점차 자라면 바다로 나가 무리 생활을 시작한다. 크릴이 성체로 거뜬히 성장하는 데 있어 빙하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터전인 셈이다. 그러므로 크릴을 먹고 사는 펭귄의 식생활을 조사하여 크릴의 몸길이(크릴은 죽을 때까지 몸집이 계속 커지므로 몸길이를 재면 나이를 알 수 있다)나 어린 크릴이 포함되는 비율(어린 크릴이 포함되는 비율이 클수록 그해 크릴의 번식이 얼마나 왕성했는지 알 수 있다)을 파악하면 남극 빙하의 변화 양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 저자가 남극에 발을 디딘 목적도 바로 남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똑똑히 확인하고 더 큰 위기를 막을 정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하기 위해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펭귄의 식생활 표본을 얻으려면 일단 펭귄을 토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획한 펭귄의 식도에 호스를 밀어 넣어 물을 흘려 넣은 다음 거꾸로 뒤집어 위에 있던 모든 걸 게워내게 하는 일을 동료 연구자인 맷과 짝을 이뤄 여러 번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펭귄 개체군을 보호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직시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함께, 깊은 애정을 품은 존재를 제 손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아파한다.

“패기만만하게 생존하는 펭귄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일을 겪어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동물을 내 손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다. 표본 채취가 대부분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나더라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였다.”(206쪽)

이밖에도 또 다른 지표 생물인 물개를 사로잡기 위해 캠프의 모든 연구자가 흡사 각개 전투를 연상시키듯 착착 역할을 나눠 포획에 힘쓴 일, 이미 10여 년 전 남극에 온 연구자들이 부착한 식별 태그를 달고 있는 펭귄과 기적처럼 조우한 일 등 현장 연구 에피소드들과 작은 오두막에서 여러 연구자들과 부대끼며 동고동락하는 캠프 생활의 면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마이크(마이크 괴벨), 더그(더글러스 크라우제)처럼 오랜 기간 현장 연구에 몸담으며 남극 연구팀을 이끌어온 선임 연구자들의 감탄스러운 일화들 사이사이로 더글러스 모슨, 로알 아문센, 인류 최초로 남극에 닿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마오리족 등 저자가 발 딛고 있는 땅을 앞서 밟았던 사람들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얽힌다.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는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자기 자신이나 기껏해야 자기 가족, 가까운 사람들만 챙기며 사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을 막고자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 노력으로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알게 돼 마음 한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책의 말미에 이르러 저자는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371쪽)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탐험의 대상이던 머나먼 미지의 대륙, 19~20세기 소설에서 음산한 배경으로 왕왕 활용되기도 했던 두려움의 땅 혹은 “각종 표와 지도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260쪽) 객관적 지표로 인식되던 남극이 우리가 끝끝내 지켜야 할 소중한 삶터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순간이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저자의 여정에 동행한 우리에게도 가슴 찌릿하게 다가올 이 말은 책장을 덮고도 두고두고 떠오를 것이다.


지구 끝에서 자기 세계를 넓힌
젊은 과학자의 찬란한 성장기

이 책은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혼란스럽지만 그만큼이나 무수한 가능성을 지닌 청년 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한 젊은 과학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조사 외엔 별게 없는 단순한 루틴을 유지하면서 오롯하게 사색할 수 있는 현장 연구를 사랑하면서 현장 연구 일이 삶의 최종 목적지라고 여기진 않을 만큼 새로운 도전을 향한 갈망이 가슴속에 가득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펭귄에 비유하자면, 태어나 처음 바다로 나가 사냥하는 법을 배우며 당당히 성체가 되어가는 펭귄들과 비슷하다. 아직 능숙하지도 않고 변수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연륜도 부족하지만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의나 추동력만은 남다르다.
비슷한 또래 동료 연구자들의 꿈을 엿보고,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임 연구자들이 남긴 자취를 더듬으며 미래를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에 마음이 자꾸 쓰이는 이유는, 아마 우리도 그와 같은 시절을 지나고 있거나 지난 적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러, 저자는 그간 막연히 ‘연구자’로 한정 지었던 미래의 모습을 열어둔다. “그래프와 P값으로 생태계를 이해하는 기술”(313쪽)에는 도통 관심 없어도, 계속 과학의 영역에 머무르며 “철학적 사색을 즐기고 생태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려는”(254쪽)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기로 한다.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어도 언젠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깨닫고 앞날에 대한 통찰이 생기는 날이 오리라는 믿음으로.
어린 펭귄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세상의 가장자리로 나와서 불확실한 바다를 향해 뛰어들 듯, 저자도 그렇게 남극에서의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자신을 싣고 왔던 배에 다시 오르기로 한다. 그간 알고 있던 세계보다 한층 더 넓어진 세계를 품은 채.


[추천사]

젊은 시절 10여 년을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열대 정글을 헤집고 다녔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를 읽으며 비록 열대와 극지라는 극과 극으로 다른 환경이지만, 얼마나 자주 무릎을 쳤는지 모른다. 펭귄 부리에 물리고 날개로 두들겨 맞아 멍투성이가 되어도, 쏟아붓는 장대비에 속옷까지 다 젖고 수백 마리의 진드기가 온몸을 물어뜯어도 남극과 정글이 내 집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믿기지 않겠지만 즐겁기 때문이다. 생명이 날 것으로 퍼덕이는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언젠가 남극에 갈 용기가 난다면, 내 여행 가방에 이 책을 반드시 넣어 갈 것이다. 과학자가 생생히 보여주는 남극의 삶이 매 순간 짜릿하고 놀라운 이 책을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기후 변화 시대의 펭귄에 관한 이 책은, 데 그라시아의 손에서 삶을 이해하는 방법과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가슴 저미는 탐험으로 변모한다.
-세라 스튜어트 존슨(행성학자,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저자)

회고록, 환경 저술, 과학적 탐구가 매력적으로 엮인, 자기 성찰적이면서 흥미로운 이야기
-《커커스리뷰》

독자들을 남극의 여름, 생명의 세계로 완전히 끌어들인다.
-《라이브러리저널》

작가정보

(Naira de Gracia)
생물학자. 어릴 때부터 저널리스트인 부모, 그리고 형제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살았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다녔다. 생물학 학사 과정을 마친 후, 하와이의 외딴섬들, 남극, 사모아 제도, 베링해, 캘리포니아 먼바다에서 6년 동안 현장 연구자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을 꾸준히 글로 남겼다. 현재 뉴질랜드 웰링턴에 살고 있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는 그가 쓴 첫 책으로, 자연 속에서 발로 뛰는 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가장 가까운 다른 육지가 1,000킬로미터쯤 떨어진 남극에서 매일 펭귄을 관찰하며 보낸 5개월 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떠올린 것들을 담은 회고록이다. 남극의 길고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올 무렵, 네 명의 동료와 함께 남극에 처음 발을 디딘 저자는 번식기를 맞이한 펭귄이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고, 그 새끼가 자라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성체가 되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본 생생한 목격담을 생물학자의 시선과 수십억 명의 인간 중 한 사람의 시선으로 전한다.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 《몸은 기억한다》, 《메스를 잡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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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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