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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라는 세계

정지섭 지음
사이드웨이

2023년 11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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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6.57MB)
ISBN 979119199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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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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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면 맘카페를 보라”
-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활화산처럼 뜨겁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육아, 생활, 교육, 지역 정보를 비롯해 자신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이곳 맘카페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2000년대 중반 이 사회에 맘카페가 등장한 이래, 이 커뮤니티만큼 전 국민의 속 시원한 욕받이가 된 공간이 또 있을까? 오늘도 뉴스나 신문, 인터넷 어딘가에서는 맘카페의 ‘악행’이 퍼다 날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차 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갑질과 집단 이기주의, 교권 침해와 소아과 줄폐업, 선동과 가짜뉴스, 혐오가 판치는 온상, 이기적인 모성의 집합체…. 우리 사회에선 맘카페를 바라보며 이런 말들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사람들은 맘카페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고 비판하고, ‘장삿속’에 물들었다고 몰아붙이고, 때로는 이 공간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폐쇄할 것까지 촉구하기도 한다.

맘카페는 정말로 그렇게까지 이상한 공간인가? 도대체 맘카페는 어떤 공동체인가? 아무도 이 공간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맘카페의 자극적인 글이나 캡처본으로 이곳을 혐오하기 일쑤인 한국 사회에서, 『맘카페라는 세계』의 저자 정지섭은 맘카페를 정확하고, 생생하며,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생활을 두루 거친 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작가는 5년 넘게 맘카페를 운영해 온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이 집단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에 착수한 것이다. 2010년대 후반 직접 맘카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는, 맘카페라는 공간의 본질과 특성, 이 공동체의 구체적인 운영 원칙와 작동 방식, 맘카페의 정치화와 상업화 논란, 맘카페에 많은 엄마들이 빠져들고 의지하는 이유, 이곳이 점점 더 ‘고립된 성’처럼 변해가는 사회적 맥락, 그리고 그 내부에서 펼쳐진 수많은 소동들과 파란만장한 사건들로 겹겹이 이어진다. 나아가 저자는 맘카페에 대한 혐오가 여성과 엄마에 대한 혐오, 모성과 출산에 대한 혐오, 그리고 이 사회의 불행한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놓는다. 말 그대로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이라고 할 만하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극심한 저출산을 통탄하지만, 이제는 엄마들조차 “자식은 절대로 낳지 마세요.”라는 말하는 세상이 되었다. 모두가 육아를 잘 아는 듯 이야기하고, 엄마들을 쉽사리 ‘맘충’이라 손가락질하며, 아이들이라는 존재 자체를 점점 더 불편하게 여기는 추세는 뚜렷하다. 정지섭은 맘카페에 대한 무지와 편견과 혐오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 공간을 무작정 변호하거나 편들고자 하지도 않고, 이제는 분명 ‘위력의 공간’이 된 맘카페를 냉철하고도 치열한 시선으로 샅샅이 되짚는다. 작가는 엄마들의 모성이 지닌 다층적인 측면을 검토하고, 이 공간의 신뢰와 동질감이 낳는 역설적인 성격과 부작용을 복기하며, ‘내 편’의 동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자신을 언제나 이 세상의 ‘약자’로 상정하는 분위기를 비판한다. 요컨대, ‘엄마’가 된 여성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고, 그것은 맘카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존재’로 여기며, 그들에게 완벽한 육아를 강박적으로 요구하거나 몇몇 사례로 조리돌림을 일삼고, 맘카페를 마치 ‘마녀들이 쑥덕이는 소굴’처럼 여기는 일은 분명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와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전면적인 혐오의 분위기에서 여성이 ‘엄마’가 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면 맘카페를 보라”(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라는 말이 정확한 이유이며,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육아와 가족이라는 가치를 근원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맘카페라는 공간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기에. 맘카페에는 타인의 시선을 향한 비교와 의존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불안감과 고독이, 갑질과 집단이기주의가, ‘엄마’라는 페르소나의 카멜레온 같은 다양함이, 자녀와 부모의 동일시 현상이, 육아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외적 가치에 매몰된 가족이라는 문화적 제도가 박혀있다. 동시에 거기엔 타인에 대한 신뢰와 보은의 정서,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 모성의 이타적인 가치, 그리고 이 사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스며들어 있다. 맘카페는 결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고 해악적인 공간이 아니다. ‘맘카페라는 세계’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중요한 블랙박스인 것이다.
프롤로그


1부 나는 어쩌다가 맘카페의 운영자가 되었는가

1. 들어가며: 모든 비밀의 시작
2. 내가 맘카페 중독자가 된 사연
3. 친언니 같았던 맘카페의 배신
4. 길고도 험한 여정의 시작


2부 맘카페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1. 맘카페의 필요성과 만드는 과정
2. 세상의 부정적인 시각을 딛고
3. 동질감이라는 덫
4. 사람들은 왜 맘카페에 빠져드는가?


3부 둥글둥글한 세계

1. 맘카페에서 강퇴는 무슨 의미인가
2.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불문율
3. ‘프로불편러’의 등장
4. 둥글둥글한 욕망의 충돌: 사교육에 관하여
5.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명암


4부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1. “뭉치면 힘이 된다”
2. 정치 아르바이트는 실존하는가?
3. 게시판의 여론이 확성기로 바뀌는 순간
4. 맘카페에서 정치 글은 왜 금지하는 추세가 되었는가?
5.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라는 함정


5부 고립된 성(城)

1. 마녀들만 남은 음침한 곳
2. ‘나는 힘이 없는 존재입니다’라는 무기
3. 맘카페가 돈이 된다는 시선에 관하여
4. ‘예비맘’이라는 아픈 쟁점
5. 우리 마음속의 전쟁터


6부 전면적인 혐오의 확산

1. 맘카페 혐오에 대한 단상
2. 어쩌다가 엄마는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
3. 아이 혐오로의 확장
4. 불행한 임신, 저주받은 육아
5. 다시, 모성을 생각한다


7부 행복의 문

1. 엄마로서의 자존감
2. 우리 사회의 가족이란 무엇인가
3. 파파카페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4. 나가며: 아이를 키우며 변한 나의 가치관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이 책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바라보았던 맘카페라는 집단을 더욱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과 성찰을 사람들과 나누고픈 바람이 그것이다.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증오와 낙인찍기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그것은 맘카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 「프롤로그」 중에서

그런데 뉴스에는 정말 1년에 어쩌다 한번 올라오는 이상한 이야기가, 그 글에서도 딱 제일 자극적인 한 문장 정도가 캡처되는 화면에 짠, 하고 등장한다. ‘갑질’, ‘마녀사냥’, ‘조리돌림’, ‘집단 이기주의’ 등등의 자극적인 말이 ‘맘카페’라는 단어와 맞물려 악마의 편집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치화’된 맘카페에 대해 순수하지 않다며 걱정도 하고, ‘장삿속’에 눈먼 맘카페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는 본래의 육아 정보 공유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표류하는 맘카페 자체를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폐쇄해야 한다고 국민 청원 신문고에 올라오는 글까지 언론에서는 친절하게 조명해 준다.
- 「1부 1장 | 들어가며: 모든 비밀의 시작」 중에서

육아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한없이 약한 아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가장 완벽한 방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은 자신의 육아에 대하여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스스로 알아보고 검증하며 판단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육아로 곤란을 겪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보다 맘카페에 의존했었던 것 같다. 적어도 거기엔 최신 정보에 가장 민감하고, 동시대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니.
- 「1부 2장 | 내가 맘카페 중독자가 된 사연」 중에서

맘카페에는 여러 작은 모임방이 존재한다. “호랑이띠 아기 엄마들 모임”, “90년생 엄마들 모임”같이 서로 공통점을 찾아서 뭉친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공통적이고 주된 일상인 육아 주제가 확장되어 삶의 일거수일투족과 희로애락까지도 공유한다. 함께 공감하고, 화내고 울기도 하다가 함께 웃는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산후우울증의 특효약은 맘카페라고 칭송했다.
- 「1부 3장 | 친언니 같았던 맘카페의 배신」 중에서

그래도 꾸준히 맘카페에 들른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내가 동네 이웃이나 엄마들과 따로 어울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맘카페라는 공간이 있었기에 나는 회사에서도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젯밤 우리 아파트에 구급차가 왜 출동했는지 같은 일들 말이다. 그렇게 맘카페는 내가 사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작은 소속감을 충족시켜 주는 곳이었다.
- 「1부 4장 | 길고도 험한 여정의 시작」 중에서

맘카페 구성원들에게는 맘카페라는 세계와 실제 세계와의 간극이 거의 없다. 맘카페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실제 세계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 불안함과 직결되는 것이다. 규정은 이와 같은 서로 간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맘카페 구성원 공동의 약속이다. 이런 점이 맘카페 규정의 당위성으로 이어지고, 또 구성원들이 규정에 순응하게끔 작용한다. 요컨대, 맘카페에서의 상호 신뢰는 필수 불가결한 가치이며, 빽빽한 규정은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
- 「2부 1장 | 맘카페의 필요성과 만드는 과정」 중에서

우리 사회는 ‘어머니는 강한 존재여야 육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우울한 감정이 그저 지나갈 것이라고 여기며 의학적인 치료에 의지하기보다도 혼자 이겨내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비교적 가벼운 증상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산후우울증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육아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육아라는 경험의 이면에는 육아가 주는 행복감과 동시에 고립감에서 비롯되는 뭔가 음침하고 우울한 정서도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 「2부 4장 | 사람들은 왜 맘카페에 빠져드는가?」 중에서

나는 여기서 맘카페라는 공간을 특징 짓는 가장 중요한 불문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바로 ‘둥글둥글함’이다. 맘카페는 둥글둥글한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회원들 스스로가 규정을 어기거나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규정을 어긴 회원에 대해 페널티를 곧바로 적용해 달라거나, 아니면 보기 불편한 내용이 있으니 규정을 새로 만들어 달라는 회원들의 요청이 많다. 이런 이용자들의 맘카페에 대한 소속감과 관심 덕분에 맘카페는 더욱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 「3부 2장 |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불문율」 중에서

이러한 사실을 바꿔 생각하면 이렇다. 그 불편함의 토로에는 ‘나의 편이 되어줘’라는 지향적인 목적성이 스며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맘카페에서는 ‘공동의 정서’를 거스르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나의 불편함이 혹시나 내 잘못이나 이기심 때문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저만 불편한가요?”로 시작되는, 혹은 그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올리는 동기는 기본적으로 맘카페 구성원들의 동조를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3부 3장 | ‘프로불편러’의 등장」 중에서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은 어떤 학원에 보내는지, 그 학원은 평이 좋은지, 나쁜지 알고 싶어 한다. 실제로 자녀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학군지’라고 불리는 지역의 일부 맘카페에서는 학원이나 교육기관 등 사교육 정보를 반드시 공유해야 등급을 올릴 수 있고 게시글(정보)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런데 지역 맘카페에서의 순수한 의미를 지닌 사교육 정보 공유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맘카페의 둥글둥글한 특성은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이한다.
- 「3부 4장 | 둥글둥글한 욕망의 충돌: 사교육에 관하여」 중에서

이렇게 집단적인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즉, 스스로를 미약한 존재라 여기는 개인의 자기 효능감을 고양한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뭉치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내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댓글과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며 직관적인 수치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모습과 응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실제로 보는 것은 적극적 행동의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
- 「4부 1장 | “뭉치면 힘이 된다”」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이슈와 집단 운동에서도 맘카페의 본질적인 특성, 구성원들 사이에서 심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꺼리는 그 둥글둥글한 문화는 비켜가지 않는다. 앞의 장에서도 살펴보았듯, 어떤 민감한 쟁점에서든 맘카페 구성원으로서 집단의 소속감과 균일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대세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하는 일이 적다. 이 공간에서는 트러블메이커가 되어 소외될 위험에 빠지는 것보단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다.
- 「4부 3장 | 게시판의 여론이 확성기로 바뀌는 순간」 중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정치는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슈다. 맘카페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층인 30~50대 여성은 한창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삶의 최전선에 접해 있는 세대이다. 그렇기에 정치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정치 글 게시를 허용하는 맘카페에서는 오늘도 강성적인 정치 글이 올라오고 있다.
- 「4부 4장 | 맘카페에서 정치 글은 왜 금지하는 추세가 되었는가?」 중에서

우리 카페에 있었던 가장 충격적인 ‘음해 공작’은 따로 있다. 놀랍게도 범인은 10대였다. 고등학생 아이가 엄마의 핸드폰으로 우리 맘카페에 접속해서 글을 캡처해 〈네이트 판〉에 올린 것이었다. 〈네이트 판〉의 ‘10대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맘카페와 맘충이라는 욕설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경악스러웠다. (그중 가장 황당했던 내용은 “우리 엄마는 맘카페를 안 할 거야. 맘카페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역겹다.”라는 글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맘카페와 엄마라는 개념이 혐오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혐오가 얼마나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매우 우려스러웠다.
- 「5부 1장 | 마녀들만 남은 음침한 곳」 중에서

이렇게 ‘우리 사회의 행복한 가정’은 가족 내의 유대관계와 화목함보다도, ‘이러한 사회적인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가정의 궁극적인 목표 달성은 엄마의 주된 미션이 되고, 또 그 목표의 실패는 엄마가 아이를 잘못 키운 책임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엄마에게 있어 맘카페에서 얻어야 할 정보는 내 자식, 내 가족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는 의미가 된다.
- 「5부 3장 | 맘카페가 돈이 된다는 시선에 관하여」 중에서

특히 대부분 자녀를 한 명만 낳는 요즘은 엄마가 되는 경험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가뜩이나 육아 가치관을 단단히 갖추기가 힘든 노릇인데, 더욱이 육아는 이론과 실전이 다른 경우도 많아 실제 상황에서 혼란스러움과 좌절의 연속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엄마들은 육아에 대해서 무언가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 「5부 5장 | 우리 마음속의 전쟁터」 중에서

그런데 왜 애 엄마들은 브런치를 먹지 말아야 할까?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경제력이 단절된 여성이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한 혐오와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다. 특히 여기에는 전업주부를 경제적 무능력자로 간주하는 시선과 그러한 무능력함에 대한 혐오가 짙게 깔려 있다. 즉, 그런 여성들은 아이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 「6부 2장 | 어쩌다가 엄마는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 중에서

다만 걱정되는 점은 어느 공간에서나 아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는 사회적 분위기다. 아이의 미숙함과 실수, 소란스러움은 점점 용납이 안 되고 불편할 뿐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단지 안의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하기도 쉽지 않다. 시끄럽다는 민원에 이제 음악학원이나 체육학원 같은 사교육 기관을 전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감정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 대한 무절제한 감정 표출이 결국 혐오범죄로 이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신문의 사회면 기사에서도 잊을 만하면 접하고 있다.
- 「6부 3장 | 아이 혐오로의 확장」 중에서

결국 우리 사회의 모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누구보다 ‘엄마’들이 먼저 치열하게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소 슬프게도, 또 기쁘게도 엄마들은 선하고 착하며 자식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페르소나의 존재다. 그런 페르소나를 지키지 못한 엄마들이 너무 많았다는 아픈 사실 앞에서도, 또 저출산으로 사회 전체의 붕괴를 걱정하는 동시에 모두가 ‘엄마’라는 존재를 손가락질하기 바쁜 이 모순적인 사회 속에서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생존시키고 키워야 하는 것은 ‘엄마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 「6부 5장 | 다시, 모성을 생각한다」 중에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이고 근본적인 번식 본능마저도 위축시키는 강력한 기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를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먼저 경각심을 갖고, 육아 친화적인 분위기를 지향하게끔 하는 것은 그렇게나 어려운 일일까?
- 「7부 1장 | 엄마로서의 자존감」 중에서

요컨대 우리나라의 가족적 집단의식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행태는 ‘자녀는 곧 나의 분신’이고, 나 자체라고 생각하면서 지나치게 몰입하는 동일시 현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일 또한 결국에는 나와 자녀를 동일시하는 심리의 연장선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자주 “나의 아이에게 내가 겪었던 이 세상의 고통을 물려주기 싫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고통을 벌써 자신의 고통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 「7부 2장 | 우리 사회의 가족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또한 이런 남녀유별 분위기의 가장 큰 부작용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모여 있을 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익숙해지면 이성은 이해할 수 없고, 두려우며, 종국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싫은’ 존재가 된다. 그래서 성별을 알 수 없는 인터넷에서도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가 나뉘었으며,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맘카페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 탄생한 것이다. 애초에 맘카페가 여성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면,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육아 카페였다면 어땠을까? 맘카페가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괴리되고 공격받는 집단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7부 3장 | 파파카페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중에서

5년여간 맘카페 운영자로 활동 중인 저자의
심층적인 분석과 성찰,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인터넷에는 중요한 공동체가 탄생했다.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 육아, 교육, 지역, 살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맘카페’가 그것이다. 약 20년의 역사를 거친 이 인터넷 커뮤니티는 2023년 현재 네이버에만 약 1만 2천 개 이상이 존재한다. 많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맘카페의 구성원이 되고, 이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다른 여성들과 가감 없이 나눈다. 그렇게 맘카페는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그 기간 중에 〈맘스홀릭 베이비〉와 〈레몬테라스〉처럼 수백 만 회원을 보유한 대형 맘카페도 탄생했고, 비상업성을 유지하며 지역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맘카페도 많아졌다. 다양한 목적의 광역 맘카페들도 속속 탄생해서 세를 불려갔고, 상업적인 성격이 강해진 맘카페도 많아졌으며, 또 상업화 논쟁 때문에 와해된 곳도 늘어났다. 분명한 것은, 이런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도 맘카페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엄마들의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간은 지난 10여 년간 ‘엄마들의 모든 삶의 주제를 포괄하는 거대한 장’이 되었다.
동시에 맘카페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공간이 되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수년간 언론에서는 ‘맘충’이라는 단어와 함께 맘카페에 올라오는 사건을 꾸준히 조명했고, 방송이든 신문이든 인터넷 어딘가에서든 ‘갑질’, ‘마녀사냥’, ‘조리돌림’, ‘집단이기주의’ 등등의 자극적인 말들이 ‘맘카페’라는 단어와 맞물려 쓰이는 일은 흔하디흔했다. 사람들은 맘카페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고 비판하고, ‘장삿속’에 물들었다고 몰아붙이고, 때로는 이 공간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폐쇄할 것까지 촉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맘카페란 어떤 공간인가? 어쩌다가 이 공동체는 엄마들이 그렇게 의지하는 공간이 되었으며, 동시에 그토록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되었는가?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생활을 두루 거친 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지섭 작가는, 5년 넘게 맘카페를 운영해 온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이 집단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과 심층적인 탐구에 착수했다. 그간 아무도 깊이 주목하려 하지 않고 피상적인 혐오만을 일삼았던 이 공간을 정확하고, 생생하며,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 『맘카페라는 세계』는 이제 세상에 나와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맘카페는 대체 어떤 공간이며, 그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 공간의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성격을 샅샅이 돌아보다

저자는 이 책의 1부 ‘나는 어쩌다가 맘카페의 운영자가 되었는가’에서 먼저 자신이 어떻게 맘카페에 빠져들었고, 이 공간을 직접 만드는 일에 참여했으며, 맘카페를 관리하는 운영자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먼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30대를 맞이한 뒤 결혼하고 출산해서 엄마가 된 자신의 과거를 꼼꼼하게 복기한다. 정지섭은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크고 근본적인 충격을 주는지, 현대사회의 여성들에게 이 ‘인생의 대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대가족 시대와는 달리 오롯이 혼자서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지금, 자신의 ‘육아 동지’라 부를 수 있는 맘카페 이용자들의 존재는 엄마들에게 깊은 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정지섭은 첫아이를 낳은 후 이 공간을 마치 친언니들의 모임처럼 생각하고, 맘카페 중독자로 지내다가 이곳의 끈끈한 신뢰를 악용하려는 얄팍한 상술, 기계적인 광고와 처음 마주친다. 그리곤 이 공동체의 본래 취지를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정지섭은 맘카페가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또 그건 지금 엄마들이 맘카페를 찾고 있는 이유와도 꼭 같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이제 그곳, 맘카페라는 공간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바라볼 차례다. 맘카페라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가? 맘카페에는 매일 어떤 글들이 올라오고, 사람들은 거기 모여 어떤 이야길 나누고 있는가? 저자는 맘카페 설립 후 5년여간 거기에서 겪었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되짚으면서 이 맘카페라는 공간을 찬찬히 조망한다. 바로 이게 2부 ‘맘카페를 깊이 들여다보면’에서 펼쳐지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강력하고 치밀한 규정과 회원등급이라는 일종의 보상 체계, 구성원들의 끈끈한 동질감에서 비롯된 신뢰와 보은의 정서, 현실 세계와 깊숙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회원들의 활동 정체성 등은 이 공간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측면에서 비롯되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확연히 구분되는 ‘맘카페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이 공간에 관해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책의 3부 ‘둥글둥글한 세계’는 저자가 맘카페의 독특하고 유별난 특성을 보여주는 장이며, 그러므로 『맘카페라는 세계』의 가장 핵심적인 파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맘카페를 관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건대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불문율은 ‘둥글둥글함’이라 이름 붙일 수 있으며, 바로 이 특성에서 맘카페의 여러 입체적인 측면들이 파생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둥글둥글함은 맘카페 이용자들끼리 서로를 향한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고, 날카롭고 공격적인 말을 멀리하며, 가급적이면 서로에게 동조하는 ‘순한’ 공간을 지향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왜 그런가? 정지섭에 따르면, 이는 맘카페의 회원들이 ‘엄마’라는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이 사회의 ‘여성다움’을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맘카페의 이런 둥글둥글한 문화 속에서 이른바 ‘프로불편러’ 혹은 ‘지나친 공감의 역설적인 측면’이 드러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둥글둥글한 세계를 지향하고, ‘싫어요’보단 ‘침묵’을 선택하는 공간
‘약함’과 ‘선함’을 내세우다 이내 ‘프로불편러’와 ‘갑질’이 등장했던 공간

맘카페에는 그 내부의 구성원들끼리 서로에게 동조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심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꺼리고, 집단의 소속감과 균일함을 유지하게끔 하는 압력이 매우 크다. 이 공간에서는 트러블메이커가 되어 소외될 위험에 빠지는 것보단 차라리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응집의 에너지는, 맘카페 외부를 향해서 날카롭게 겨누어지는 집단적인 영향력으로 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지섭은 4부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에서 맘카페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시선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인, 이 공간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다뤄나간다. 엄마들이 모인 맘카페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 왔고, 또 그런 움직임은 때때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로 기능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처럼 맘카페의 정치적 에너지가 갖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보여주면서도, 때로는 맘카페 구성원들이 다수의 여론을 등에 업고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무분별한 공격성을 띠기도 했던 게 사실이었다고 지적한다. 아니면 아예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들만 취사선택해 듣기 위하여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라는 말을 광범위하게 쓰는 것 또한 맘카페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정치화’된 맘카페에 대한 세간의 비판적 인식은, 맘카페를 점점 더 이질적이고 폐쇄적인 곳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작가는 여기에서 이 사회 속의 맘카페가 처한 현실을 묻는다. 그는 5부 ‘고립된 성(城)’에서 세상이 왜 맘카페를 그토록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또 그런 시선을 피해 맘카페는 왜 더욱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악순환에 빠지는지를 분석한다. 맘카페의 고립을 논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엄마 혐오’를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맘카페의 자극적인 글이 악의적인 편집을 거쳐, 혐오를 분출하려는 의도에서 퍼지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누구든 가릴 것 없이 이 공간을 그저 돈벌이로 활용하고자 하는 상업화의 광풍과 가짜 맘카페의 난립도 심각한 문제다. 동시에 맘카페의 회원들이 ‘약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과도하게 몰입하고 있다는 점,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우리 사회의 엄마들은 여성과 엄마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에 과부하가 걸린 채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 또한 맘카페의 고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맘카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두가 각자 자신들만의 성을 찾아 거기 안착한 뒤 높은 벽을 쌓고 있는 건 아닐까? 모두가 불안해하고, 서로에 대한 무지를 키워가고 있으며, 그러한 무지와 몰이해는 곧 혐오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정지섭은 책의 6부 ‘전면적인 혐오의 확산’을 통해 맘카페의 고립과 이 사회의 전면적인 혐오에 대한 논의는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맘충’이라는 말이 이 사회에서 빠르게 퍼진 2015년부터 대한민국 출산율이 더욱 가파르게 급락했다는 두 사실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맘카페라는 공간과 ‘맘’들을 향한 혐오의 기원과 양상을 추적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엄마-혐오는 ‘경제력이 단절된 여성이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한 혐오’와 다름 아니며, 이는 결국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이자 ‘육아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지섭은 우리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이 우려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엄마가 되고 빨리 아이를 낳아주기만을 바라지만, 이렇듯 혐오가 만연한 분위기에서 대체 누가 엄마라는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이제는 엄마들조차 “자식을 절대 낳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었으며, 엄마로서의 자존감은 완전히 박살나버린 게 이 사회의 현실이라고.


작은 신뢰와 선의의 힘, 육아의 기쁨과 행복…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블랙박스, 맘카페

그렇다면 희망은 있는가? 과연 한국 사회에서 ‘임신은 불행한 것’이고, ‘육아는 저주받은 것’인가? 모성은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본성일 뿐이며, 엄마들이 모인 맘카페는 ‘갑질 공동체’라는 손가락질에 계속 시달리게 될 것인가? 이 사회의 극심한 혐오와 저출산의 쌍두마차는 앞으로도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인가? 정지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하며 이 책의 마지막인 7부 ‘행복의 문’을 적고 있다. 저자는 국가 차원에서 ‘여성에게 엄마가 되는 행복’을 소홀하게 대해왔던 정책적 측면, 출산과 육아를 내면의 정서적 기쁨과 행복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가시적인 성과’ 혹은 ‘목표 달성의 수단’처럼 여겨왔던 문화적 측면, 아직도 ‘엄마가 반드시 주 양육자여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고정관념과 ‘성장 과정에서 남녀가 성별로 분리되어 자라도 괜찮다’는 남녀유별의 시각 같은 의식적 측면 등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한다. 저자는 육아가 남자와 여자의 역할로 나뉘는 문제처럼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녀를 양육하는 일과 가정 안의 정서적 관계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정지섭은 이 책 『맘카페라는 세계』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새댁’ 시절을 회고한다. 출산한 지 50일쯤 되고 나서 첫아이와 처음 외출을 한 날, 유모차를 끌고 가던 자신에게 훈수를 두며 잔소리를 하던 할머니들이 그땐 정말 싫었다고, 내 애는 내가 알아서 키우는데 생판 모르는 할머니들께서 웬 오지랖인가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몇 년간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할머니들의 ‘작은 선의의 마음’은 맘카페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선의를 갖는 이유와도 닮아있으며, 서로에 대한 걱정의 마음으로 자잘한 질문을 지나치지 않고 댓글을 달아주는, 이웃으로서의 신뢰와 선의를 띤 모습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 신뢰라는 값진 미덕을 우리는 그간 너무 저평가한 건 아니었을까? 아무도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하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 이 극심한 저출산의 시대에, 왜 우리는 맘카페를 들여다봐야 하는가? 맘카페 내부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맘카페 바깥의 사회가 여길 들여다보는 방식에서 우리는 한국의 어떤 지점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왜 지금 맘카페인가? 정지섭은 만약 결혼과 출산이란 선택지 앞에서 혼란을 겪었던 10년 전의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인생에서 육아가 가장 행복한 경험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아직 이 공간에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작가처럼 육아의 행복과 기쁨을 놓지 않으려는 엄마들이 무수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작은 선의를 베풀며. ‘맘카페라는 세계’는 역시 우리가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중요한 블랙박스임이 틀림없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지섭

1985년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 서울과 광역시, 여러 소도시, 미국 캘리포니아 등을 두루 거치면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국책은행에서 10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2015년 결혼하여 1남 1녀를 키우고 있다. ‘엄마로서 그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왜 이토록 힘이 들까?’ 첫아이 임신 직후부터 워킹맘 생활 내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이 물음은 전업주부가 된 지금까지 미결로 남아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문장은 바로 그 물음표와 함께 탄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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