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사는 세계
2023년 11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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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이야기를 시작하며
1. 우리도 그들처럼
- 눈치 게임장
- 챔피언의 길
- 思考뭉치 5인방
- 친밀한 적
- 소리 없는 총
- 그 시절에 나는
2. 보이지 않는 전쟁
- 싸우는 중
- 수면 위로 올리기
- 공격의 보호막 ‘농담이야’
- 이간질 매커니즘
- 편 만들기
- 끼인 아이
여학생이 사는 세계 ① 침대와 스마트폰
3. 위태로운 복잡 관계 그물망
- 그루핑 타임
- 관계 맵 그리기
- 그들만의 암묵적 규칙 위반
- 인기와 우정 사이
- 그들만의 은밀한 사회적 지위
- 그룹의 공동문제, 연애
여학생이 사는 세계 ② 생각의 하수구
4.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
- 갈등의 촉발사건 찾기
- 추정의 현장
- 솔직함으로 빈칸 채우기
-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 피드백에 반응하는 세 가지 길
- 암호로 말하기
여학생이 사는 세계 ③ 팻 토크
5. 마지막 비상구
- To Don’t List
- 무대 위 배역 찾기
- 원인제공 파악하기
- 건강한 갈등 해결, SEEK 전략
- School in School
이야기를 마치며
부록
1. 여학생이 사는 세계, 인터뷰
2.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 이야기
3. 도움이 필요할 때 컨택 리스트
4. 참고문헌
우리는 항상 평화롭고 안전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자신에게 버러지는 상황을 해석하느라 힘겨운 아이들과, 아이보다 더 화가 난 부모님을 마주해야 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제가 경험한 여중생들의 사례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이들의 또래 간 역학관계와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해서요. -21쪽
목이 메이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주희는 아이들이 또 어떻게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학교에 오기가 겁이 난다고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어요. “그런 행동에는 무시하는 방법이 제일 좋은데….” 주희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말했습니다. “무시할 수가 없어요. 계속 못살게 군단 말이에요. 자꾸 건드려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는데 무슨 얘기 하는지 다 들려요.”
그냥 무시하라는 제 말에 주희는 몹시 실망한 눈치였습니다. 친구들의 말없는 괴롭힘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만 표현할 길이 없어 답답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듣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데크에 셋이 둥글게 앉아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게 조금 전이었거든요. -35~36쪽
여자아이들의 갈등 문제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워낙 복잡한 문제인 탓도 있지만 그러한 문제를 대하는 개인의 경험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단짝에게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로 아이들의 문제에 대응하다보니 내 상처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 상황을 외면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뿐이죠. -44~45쪽
아이들은 더 많은 친구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비밀이 폭로되고 소문이 뒤를 잇습니다. 같이 평가하고 같이 결정 내리는 과정에서 책임은 분산되고요. 그러고 보니 애나는 여자아이들의 다툼 공식을 충실히 따랐네요. 그 공식은 이렇습니다. ‘화났을 때 화난 상대에게 직접 말하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화가 나는 즉시 지지자를 모은다. 동시에 확실한 지지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감정도 티내지 않는다.’ -77~78쪽
따돌림 현상은 정서적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 관계도 함께 불안정할 때 발생합니다. 지극히 개인적 영역인 정서적 관계가 취약하더라도 공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따돌림을 예방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교사가 개입하여 관계의 변화를 이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은밀하고 사적 영역인 정서적 관계보다는 공적 관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그러므로 교실 안에서 공적 관계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아이들의 사회적 지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또래 관계를 어른이 개입하여 개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서로를 장점과 매력을 느낄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어 긍정적인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96~97쪽
학교에서 누가 인기 있는 학생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인기파요? 우리 학교에 그런 건 없어요. 다 친하게 지내요.” 이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아이들이 인기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아이들이 불신에 찬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는 것을 참으며 어떤 반론이 나올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여기에서 그런 얘길 한다고? 미친 거 아냐?’ 하는 표정으로 입을 닫습니다. 아이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그룹 내에 존재하는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겁니다. -107~108쪽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니?’ 하고 시작하면 바로 ‘그래, 걔 지난번에 그랬잖아. 엄청 이상해. 진짜 재수 없어’라면서 엄청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려요.” 다음 타깃의 선정은 가장 힘을 가진 아이가 주도하는데 다은이가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다은이의 선정기준은 무작위였어요. 이것이 아이들을 더욱 두렵게 했습니다. 이 매커니즘 안에서 여자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어 보입니다. -108~109쪽
아이들과 또래 그룹에 대해 얘기할 때는 특히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역할과 경험을 풀어내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무심한 척 그림을 던져놓고 “네 의견은 어때?” 하고 시작합니다. 이어서 어떤 점이 공감되고, 어떤 점이 다른지 아이들의 견해를 묻다 보면 친구들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도 터놓게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럴 때가 기회입니다. 창의적인 네이밍이 쏟아지고 어느덧 아이들은 몰입합니다. -113쪽
아이들의 싸움은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따릅니다. 갈등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동맹자를 구하고 험담을 하고 복수를 하는 식으로요. 결국에는 오해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야 화해할 수도 있도 그러면서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같은 것을 넣는 습성은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배울 기회를 방해합니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134쪽
돌이켜 보면 십대 시절에 나도 아이들의 진짜 감정을 알아내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나에게 화를 내는 아이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새김질하여 어느 부분에서 화를 내는 기색이 있었고 무시하는 태도가 있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어린 시절 겪은 따돌림에서 심하게 들었던 좌절감과 짜증을 없애기 위한 혼자만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친구들의 등을 바라보며 나한테 화내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를 찾으며 드라마를 썼다 지웠다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정면승부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친구들을 기분 나쁘게 하면 그것이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면서 친구들을 해석하기 위해 ‘그 애가 어떤 감정인지 안다’는 식의 추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ㅇ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감정을 잘못 해석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되돌리기에 너무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열심히 싸워줄 동맹부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돌진 앞으로’를 외치도록 이미 분위기를 만들어놓았을 수도 있거든요. 때로는 자신의 험담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다시 가라앉히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느라 노력하게 됩니다. 싸우고 화해하는 반복된 패턴 속에서 허비되는 시간과 에너지와 그럴 때마다 널뛰는 감정은 아이들이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을 방해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대인 관계에 대한 나쁜 습성을 배우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 경우입니다. -138~139쪽
어느새 우리가 시스템이 됩니다.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아이를 어떠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건 아이들에게도 가르칠 수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우리를 지켜봅니다. 우리의 감정과 실패의 경험을 솔직히 나누고 아이들에 좋은 본을 보일 때입니다. -192~193쪽
사춘기 소녀가 어떤 지옥을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중2병보다 무섭고 더 복잡한 여학생 간 따돌림의 공학
아름답고 평화로울 줄만 알았던 새 학기의 시작, 여학생들의 세계가 열린다. 그들은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벤치에 모여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께 살갑게 인사한다. 그러나 이 묘한 분위기는 뭘까? 자욱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긴장감. 여자아이들의 사회생활은 남자아이들과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
멱살을 잡고 얼굴에 주먹을 날리며 바닥을 뒹굴었던 남학생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밥을 먹고 농구를 한다. 여자아이들이라고 공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자아이들과 다를 뿐. 남자아이들의 공격 매커니즘과 여자아이들의 그것은 어떻게 다를까? 그들의 싸움은 꽃이 향기를 뿜어내듯 아주 교묘하게, 은근하게 발산된다. 그 긴장을 뚫고 어른들이 개입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때는 원래 다 그런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며 못 본 척 넘기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직무유기는 아닐까? 혹시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게 너무 두려워서는 아니었을까? 저자는 질문한다.
“십대의 흔한 드라마쯤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가벼이 여기고 계시진 않은가요?”
“선생님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깊숙이 개입하여 아이들을 ‘휴~’ 하는 한숨 뒤로 숨어버리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학급에서 벌어지는 간접적이고도 비신체적인 괴롭힘에 대해 어른들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소녀들의 복잡관계망 속으로 깊이 들어가려면
저자는 여학생들 사이의 따돌림, 이간질, 편 만들기, 험담 같은 은밀한 폭력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방법을 오래 고민해왔다. 불러다 물어보기도 하고, 생활규칙을 새로 정해보기도 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다가가도 아이들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 문제에 개입하려는 어른을 아이들이 좀처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히 선생님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원망이 돌아오기도 했다. 섣불리 건드려 벌집을 쑤셔놓고 무책임하게 물러나는 어른들을 아이들은 믿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신뢰받는 지지자로 함께 문제 해결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그 과정을 보여주려 하지만 여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들은 정의하기 모호하고, 하나같이 특별해서 일반화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뒷짐 지고 모른척하기엔 그 후유증이 너무도 크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은 문제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트라우마가 된다는 것을 그 시절을 건너 온 어른 여자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교사 연수에서 여교사들은 그때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음을 이야기하며 함께 마음 아파했다. 스스로 은폐해놓은 어둠에 빛을 비출 때, 오늘의 문제도 건강하게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아이들이 소리 없는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그런 힘에 쉬 휘둘리지 않으며 올바른 친구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먼저 아이들 앞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절 소녀의 눈으로 아이들을 살피는 거라고.
먼저 우리의 과거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저자는 다시 교실을 둘러본다. 그리고 과거에 여학생이었던 사람들, 지금 여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교사들과 남학생들, 학부모들에게 묻고 또 묻고 듣고 또 듣는다. 오늘날 여학생이 겪는 문제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가 여학생들이 사는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지만 돌파구 내지 희망 또한 거기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전히 교실이 아이들에게 치유와 연결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지해줄 담임교사와 친구들이 있는 안전한 공간이 교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서로를 비춘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아이들은 교사들을 지켜본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신뢰한다고 믿지만, 과연 우리는 여자아이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얼마나 알고 있고, 그들의 아픔과 힘겨움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이 책은 그 물음을 건네며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간절히 청하고 있다. 소녀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보이지 않고 비명도 들리지 않지만 그 아픔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 상처는 피를 흘리지는 않지만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피멍을 남긴다. 구조를 청하는 비명이 들리기 전에 먼저 다가가 들어야 한다. 우리에겐 함께 몰아내야 할 어제와 오늘의 어둠이 있다. 소녀들의 은밀한 흑역사, 그 윤회의 고리를 끊어내고 모두를 챔피언으로 성장시킬 힘과 용기와 지혜를 모으는 길을 함께 찾아나서 보자.
[추천하는 글]
학교는 누구에게든 나름의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학교는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했고 우정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인지 깨닫게 해준 곳이기도 합니다. 고민 많던 학교생활을 돌아볼 때, 그래도 소중하고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이 책의 구절처럼 ‘네가 어떤 아이여도 나는 있는 그대로인 너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던 어른, 선생님이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처럼, 고민과 갈등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이해와 존중의 가치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윤해인(강원중 졸업생)
작가정보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온 지극히 평범한 중학교 교사. 한 학교에서 오랜 시간 여자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다 보니 어느 순간 그들의 진짜 속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고민 속에는 당당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을 수용하고 자신감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마음의 창고를 지어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교사 역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자기 삶을 단단히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이들의 힘듦에 공감하고 마음이 자라는데 필요한 다독임을 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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