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서 설교 1
2023년 1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4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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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두 번째 설교 / 입 맞춤의 다양한 의미들 ㆍ 21
세 번째 설교 / 주님의 발, 손, 그리고 입에 입맞춤 Ⅰ ㆍ 38
네 번째 설교 / 주님의 발, 손, 그리고 입에 입맞춤 Ⅱ ㆍ 49
다섯 번째 설교 / 네 가지 종류의 영 ㆍ 58
여섯 번째 설교 /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 자비, 그리고 심판 ㆍ 71
일곱 번째 설교 / 하나님의 사랑의 친밀성, 기도와 시편에 나타난 친밀성의 표현 ㆍ 84
여덟 번째 설교 / 성령, 입의 입맞춤 ㆍ 99
아홉 번째 설교 / 신부와 신랑의 가슴에 대하여 ㆍ 116
열 번째 설교 / 가슴과 가슴의 향기들 ㆍ 134
열 한번째 설교 /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에 대한 감사 ㆍ 150
열 두번째 설교 / 자애의 은총 ㆍ 165
후기Epilogue 김재현 ㆍ 186
I. 1. 형제 여러분, 내가 이제 여러분에게 전하고 자 하는 가르침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가르침과 다를 것인데, 우선 전하는 방식이 다를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교육 방식을 따르기를 원하는 설교자는 세상 사람들에게 는 견고한 음식 대신에 우유를 줄 것이며, 영적으로 각성 된 사람들에게는 보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철학이 가르쳐주는 방법이 아니라 성령이 우리를 가르치는 방법으로 가르칩니다. 우리는 영적인 것들을 영적으로 가르칩니다.”고린도전서 2:13 그리고 다시 “우리가 온전한 자들 중에 있는 지혜를 말하노니”고린도전서 2:6 라고 [말합니다.]
내가 확실히 느끼는 것은, 여러분이 거룩한 가르침을 공부함으로써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감각을 억제하고 밤마다 하나님의 율법 시편 1:2을 묵상한다면, 여러분이 지혜로운 자들에 속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유보다는 빵을 먹을 준비를 하십시오. 솔로몬은 〈아가〉라고 부르는 찬란하고 맛있는 빵을 우리에게 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빵을 즐기고 싶다면, 이제 그 빵을 가져와 나누도록 합시다.
2. 내가 틀리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지금쯤 하나님의 은 총으로 〈전도서〉라는 책으로부터 사물을 인식하는 법을 잘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며, 이 세상의 그릇된 약속들을 물리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잠언〉을 통해서는 그 훈계에 따라 여러분의 삶을 깨우치고 행위를 바로잡게 되었을 것 입니다. 이것들은 여러분이 맛보고 즐긴 두 조각의 빵이며, 친구의 찬장에서 나올 때 여러분이 환영했던 빵입니다. 이제 가능하다면, 여러분이 항상 최고의 빵이라고 인식 하는 세 번째 빵[아가]에 다가가 봅시다. 왜냐하면, 유일하 진 않더라도 최소한 중요한 영혼의 적인 두 가지 악, 즉 오 도(誤導)된 세상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베드로전서 2:11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은 이러한 잘못된 사랑에 감염된 상태를 치료해 주는 항생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잠언]는 ‘자기 통제’라는 괭이로 몸과 마음의 사악한 습관을 뿌리 뽑아 줍니다. 다른 하나[전도서]는 ‘계몽된 이성’을 사용해 세상이 영광스럽다고 간주하는 모든 것에 깃들인 현혹적인 것을 신속하게 인식하고, 그런 현혹적인 것과 보다 깊은 진리를 구별해 냅니다. 더욱이, 〈전도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을 인간의 모든 추구와 세상적인 욕망보다 선호하게 만듭니다. 전도서 12:13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요 계명을 지키는 것이 지혜의 정점인데,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참되고 온전한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악을 성공적으로 물리칠 수 없고, 계명을 준수하는 것 외에는 어떤 일도 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우리는 〈잠언〉과 〈전도서〉와 같은 책을 읽음으로 이런 두 가지 악을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다음의 거룩하고 명상적인 논의를 적절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잘 준비된 귀와 마음에 전달되어 다른 두 가지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pilogue
김재현 키아츠 원장
중세 구도자들의 사랑
기독교가 가장 강조하는 가르침은 사랑이다. 이 사랑은 보통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인간은 한편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창조주인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그런 사랑에 대한 강조는 지난 2 천년 동안 기독교를 다른 세계적인 보편종교인 유대교나 이슬람교나 유교나 불교와 다르게 특징지어왔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새롭게 관심을 갖고 있는 중세수도원과 수도사들의 사랑에 대한 이해는 어떠했을까? 근대 이후에 비해 인간에 대한 관심보다는 절대자인 신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중대 시대에, 그것도 전문적인 기독교 구도자들이 생활하던 수도원에서 인간보다는 신에 대한 사랑개념이 훨씬 더 발전되었다는 점은 과도한 추측이 아니다. 수도사들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했던 ‘모세의 등정’, ‘영혼의 여행’, ‘알려지지 않은 존재, 즉 무(無)’에 대한 논의의 핵심도 하나님에 대한 사랑에서 정점에 이른다. 9세기 에리우제나(Eriugena, John the Scot)가 설명했듯이, 모든 선한 것들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시작된 세계창조는 발현과 전환점과 회귀라는 신학적 얼개를 통해 하나님의 인간 사랑과 인간의 하나님 사랑을 보여주었다. 신비주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위-디오니시우스(Pseudo-Dionysius)에서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dt)의 경우에 나타나듯이, 시대와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랑을 설명하는 방법론은 중세 신비주의 전반에 사랑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성경에서 사랑을 가장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아가서였다. 지금은 누구라도 아가서를 펼쳐 읽을 수 있지만, 중세시대에는 아무리 전문 종교인이라 하더라고 아가서는 제일 마지막에 읽어야 하는 책으로 간주하였다. 성경 사본이나 책이 희귀해서가 아니라, 아가서가 사랑에 대하여 그만큼 깊고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오경뿐만 아니라 역사서와 시편에 통달하고 깊은 명상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차례로 잠언과 전도서와 아가서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랑에 대한 온갖 감각적이고 난해한 상징들로 가득 차 있는 아가서는 독자들을 언제든지 잘못 이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클레르보의 베르나르
중세 연구가라면 사랑을 중심으로 신비주의의 정수를 보여준 최고의 인물로 주저 없이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를 손꼽을 것이다. 특히, 그가 지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관하여》(De diligendo Deo)와 《아가서 설교》(Sermones super Cantica Canticorum)는 사랑에 대한 기독교 영성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역사의 굴곡의 파도를 넘어 이름이 남겨진 인물들이 보통 그렇듯이, 베르나르도 격변의 시대를 살다 갔다. 1090 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수도자의 길로 접어든 베르나르는 10세기 프랑스 디종에서 시작된 클뤼니수도회에서 시스터시안 수도회로의 변혁 과정에 중심 인물이었다. 당대의 부유함과 관습적 족쇄에서 허우적거리던 클뤼니수도회와 일전이라도 하듯이, 베르나르는 엄격한 규칙과 근검함을 강조했다. 심지어 염색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기 위해 백색의 수도복을 입을 정도로 단순한 삶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점차 유럽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던 국가와 왕 권을 상대로 당대 기독교의 자리매김을 위해 애썼다. 그는 1146년에 지리적 외형이 배의 모습처럼 생긴 프랑스의 베즐레 마을에서 ‘신이 원하신다’(Deus vult)라는 말씀으로 십자군의 등정을 축복하기도 했고, 자신의 제자였던 교황 유게니우스 3세(Eugenius III)가 교회를 좀 더 선한 곳으로 이끌 기를 염원했다. 그의 말년에는 남부 프랑스에 널리 퍼진 카타르인들(Cathars)을 누르기 위해 ‘윙윙거리는 벌’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말에 올라 기독교를 수호하려 했었다. 그는 1153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중세 어떤 종교지도자보다 바쁘게 일생을 분주하게 살았다.
내 개인적으로 베르나르는 오랜 연구주제였고, 마음속의 스승이었다. 내가 1998년 하버드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던 해 여름에 가진 첫 번째 유럽 역사 현장 연구 시절에 처음으로 방문한 수도원이 바로 프랑스 몽바르(Montbard)에 있는 클레르보 수도원이었다. 또한, 내가 오랫동안 연구해 왔던 독일 빙엔의 힐데가르트가 오늘의 위치를 갖게 된 것도 베르나르의 도움이 대단했다. 베르나르가 당대 교황 유게니우스 3세에게 힐데가르트 같은 인물의 저술을 깊이 받아들이도록 권면하지 않았다면, 중세 최고 의 신비주의였던 힐데가르트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2011년에 번역하고 약간의 설명을 더해 출간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관하여》는 지금까지 많은 독자 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책의 서론에서(pp.7-19) 베르나르 의 생애와 그의 사랑에 대한 이해의 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고, 2004년 발표한 논문 “De diligendo Deo: 베르나르 Bernard of Clairvaux의 사랑 개념 연구”(〈종교연구〉 제23호 (2004년 12월, pp. 1-26)에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11년 발간한 책은 또한 《아가서 설교》 중에서 20 번째 설교인 〈사랑의 세 가지 특성〉과 83번째 설교인 〈사 랑〉을 추가로 담아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고자 했다. 그리 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동안 간간이 작업해 온 총 86편의 《아가서 설교》 중에서 처음 12편을 묶어 이번에 제1권으 로 간행하게 되었다.
아가서 설교(Sermones super Cantica Canticorum), 사랑(Caritas)
베르나르는 그의 나이 45세경인 1135년부터 《아가서 설교》를 쓰기 시작해서 살아 생전 86편을 남겼지만, 그가 의도한 아가서에 대한 시리즈 전체를 마치지는 못했다. 베르나르 사후 영국의 호이랜드의 질버트(Gilbert of Hoyland, d.1172)가 47편을, 또 다른 영국 시스터시안인 포드의 존(John of Ford)이 120편을 추가로 써서 시스터시안 수도회의 아가서 설교 시리즈 전체를 완성했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독자들이 듣기보다는 읽기를 더 원 했음직한 86편의 설교를 통해, 원숙한 경지에 이른 한 수 도사의 깊은 영성의 경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르치고 다듬어 온 핵심적인 영적인 가르침의 본질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아가서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성경적인 가르침과 수도자의 경험을 역동적이고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특별히 사랑이란 개념은 이 설교집의 중심 주제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본래 말씀과 유사한 이는 사랑을 받는 만큼 또한 사랑하면서 그분의 뜻을 행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이 그분과 유사해지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온전히 사랑할 때 영혼은 말씀과 하나가 됩니다. 이러한 일치보다 더 사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설교 83:3]
“사랑은 위대한 실체인데, 만약 사랑이 스스로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삶의 출발점으로 돌아간다면, 사랑은 그것으로 부터 새로워져 거리낌 없이 흐를 것입니다. 사랑은 영혼의 움 직임들과 분별들, 그리고 그 연모함 가운데 최상의 것이니, 피조물은 그 사랑을 통해, 비록 평등하게는 아니지만, 자신의 창조주에게 응답할 수 있고 그분의 은총에 보답할 수 있습니다.” [설교 83:4]
베르나르는 〈아가〉를 설명해 가면서 수많은 다양한 단어와 예를 들어 사랑을 그려나갔다. 위의 인용구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은 때로 인간의 영혼이 지닌 모든 능력을 하나님에게 집중하는 것이고, 오직 하나님만을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창조에서 타락의 전환점을 거쳐 구속과 회복의 여행을 진행하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자 추동력이다. 무엇보다 사랑은 하나님의 도움을 입어 꼬이고 얽혀있는 인간존재가 원초적 출발점을 회복하는 힘, 다시 말해 인간 스스로 참된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영혼과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 연구보다 사랑하기 개인들의 영혼의 상태를 살피고, 하나님과의 영적인 관계를 명상하고 성찰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특별히 교 회 성장과 축복이라는 기복적 분위기가 만연된 목적 위주 의 한국개신교의 신앙 행위는 신학을 했던 나 자신마저 영 적인 고갈을 겪게 했다. 나 자신 역시 ‘하나님이 내게 주신 비전’이란 핑계로 예루살렘 성전에서 비둘기와 각종 새를 파는 사람같이 살아왔었다.
기독교가 한국 땅에 들어온 지 150년 만에 최고의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기독교인 개개인의 영적 고뇌와 ‘영혼의 위로와 생명의 등불을 전해줄 신랑을 찾아 헤매는’ 신부들이 어느 때보다 많다.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가나안 성도들’이란 폄훼적인 표현에는 나는 사실 동의하기 힘들다. 진정한 회개를 요구하는 발바닥에의 입맞춤에 대한 준비도 못 한 사람들이 손에 대한 입맞춤을 넘어 입술에 대한 입맞춤을 무례하게 요구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철부지 신부와 애타는 신랑의 모습을 넘어설 수 있게 도와줄 세련된 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신부의 열망을 안내자 삼아 나 자신의 신앙생활과 영혼의 현 상태를 성찰하고, 삶과 신앙의 지향점을 교정해 나가면서, 신랑과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를 추구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신부가 바로 그렇게 소중한 내 영혼이고 인간의 영혼이고, 신랑은 말씀이고, 영혼이 말씀과 하나 되어 교회를 이루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 원래의 고향인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귀에 속삭이는 사랑의 동 반자가 이 책이 아닐까? 그리고 그 개인적 대전환과 우주의 대전환의 중심점에 바로 사랑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은 딱딱한 명사가 아니라 자유자재로 위로하고 사랑할 대상에 맞추어주는 동사이다. 사랑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과 행함의 주제이다. 베르나르의 삶, 특별히 아가서 설교에서 맛볼 수 있는 베르나르의 삶과 인격이 동사로서의 사랑의 모범이었다. 율법과 신학과 수많은 스승들의 지적 가르침이 신부와 인간의 영혼을 만족시킬 수 없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 나서야 하고, 그 길목길목에 수많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랑을 동사로 풀어 써야 한다. 길목의 교차로에서마다 기다리고 있는 말씀의 방문과 조언을 통해 부지런하게 삶을 통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특별히 평생 학자와 글쟁이로 살아온 내게 명사적 연구보다 사랑을 동사로 풀어 쓰라고 책망하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바른 지식은 하나님을 향한 영혼의 여정에 매우 중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인간의 비참함이 어떠한지, 영혼의 깊은 계곡에서 매우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작은 영혼의 절규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선함 자체이고, 자비로 가득하고, 인간의 영혼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등 불을 소중하게 여기는 하나님과 그분의 사랑에 기초한 유사성을 우리는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신랑 되신 말씀이 ‘그의 입의 입맞춤으로 그가 내게 입맞추게 하라’라는 무 례해 보이고 당돌해 보이는 신부의 요청마저 사랑으로 안아주시고, 구원의 서곡을 열어 주신다. 이러한 구원의 서정은 단순성과 불멸성과 자유의지를 밀고 당김으로 하나님의 품 안을 향한 인간 영혼의 대서사시의 감초 역할을 한다.
신랑의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가 아무리 커도, 신부와 나와 우리가 나태와 태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신랑을 만나기 전에, 신랑의 입의 입맞춤을 얻기 전에 순종, 참회, 가책, 정결함, 인내, 단순성, 겸손 등으로 이어지는 덕을 살아야겠다. 베르나르의 동시대인이었던 빙엔의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가 35개의 악과 덕의 심포니를 통해 인간의 도덕적 삶과 덕의 함양을 애썼던 것처럼, 삶을 더없이 사랑스럽게 만들 관상과 성찰의 작은 도구들을 삶에서 실천해야겠다. 그럴 때 신랑과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 사랑을 받고, 감동을 하고(afficiamur), 더욱 사랑스럽게 사로잡히지 않을까? 더 큰마음의 황홀경과 사랑의 황홀경에 접어들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의 고양을 꿈꾸는 농부신학자
나이 50에 이른 2016년부터 시작한 화천농장에서의 생활은 삶과 신앙과 학문을 깊이 있게 되돌아보는 계기였다. 덕지덕지 농약에 중독된 채소 같은 한국교회를 반성하고, 뒷밭의 닭들이 신선한 알을 낳듯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낳듯 나도 낳음의 신비를 고민해 보았다. 더이상 과거의 신학적 관습과 인식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도 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전환기의 산물 중의 하나가 이번에 출간되는 《아가서 설교》 첫 번째 책이다. 작년에 오랫동안 작업한 《빙엔의 힐데가르트 선집》도 그런 결과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번에 동시에 출간되는 《위-디오니시우스 의 신비신학》도 그런 변화의 결과로 넣은 신선한 달걀이다. 《아가서 설교》는 분량 면에서 독자들이 읽기 쉽게, 이번처럼 앞으로도 12편 내외를 묶어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번에 첫 번째 책을 내면서, 벌써 두 번째 책을 차례 대로 교정하고 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지금까지 내 중세 연구의 등불 역할을 해 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안내해 주신 하버드대학 신학대학원 시절 은사이셨던 비벌리 킨질리(Beverley M. Kienzle) 교수와 프린스턴신학대학 시절 나를 아껴주신 펜실베니아대학의 앤 매터(Ann Matter) 교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러면서, 성장추구형 교회와 목적 지향적 신앙생활을 넘어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와 개인의 삶을 갈망하는 많은 독자와 이제 새로운 영적 여행을 신나게 떠나봐야겠다. 동사로 삶을 풀어내고 나누면서, 내 영혼과 우리 영혼의 고양을 꿈꾸는 농부신학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작가정보
저자(글) 클레르보의 베르나르
베르나르는 〈아가〉를 설명해 가면서 수많은 다양한 단어와 예를 들어 사랑을 그려나갔다. 위의 인용구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은 때로 인간의 영혼이 지닌 모든 능력을 하나님에게 집중하는 것이고, 오직 하나님만을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창조에서 타락의 전환점을 거쳐 구속과 회복의 여행을 진행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자 추동력이다. 무엇보다 사랑은 하나님의 도움을 입어 꼬이고 얽혀있는 인간존재가 원초적 출발점을 회복하는 힘, 다시 말해 인간 스스로 참된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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