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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것과 없는 것

문학동네시인선 204
김이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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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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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4.73MB)
ISBN 978895469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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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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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의 여덟번째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문학동네시인선 204번으로 출간한다. 2001년 데뷔 이후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도발적인 시편들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인은 기성의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는 날카롭고도 명랑한 활기와 변방으로 떠밀려온 존재들을 감싸는 지극한 사랑으로 독창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이듬은 김춘수시문학상을 비롯 다수의 국내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0년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한 세상을 시로써 자꾸만 들여다본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체념의 감정이, 이곳에서는 나의 실존을 확인할 수 없다는 미지의 두려움이 화자를 압도해온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화자는 기존의 이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없는 것은 아닐 터, 그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더라도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세계와 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이 끈질긴 재탐구는 비록 모순된 세상일지라도 사랑하려는 마음과, 상처 입은 존재들을 끝끝내 살아가게 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시인의 말

1부 여기 내 살갗의 무늬가 있다
입국장
폐가식(閉架式) 도서관에서
뮤즈
간절기
리얼리티
저지대
불을 빌리러 온 사람
적도 될 수 없는 사이
다행은 계속된다
사랑의 역사

2부 우리의 몸속엔 각자의 바다가 있다
시린 소원
십일월
저속
카프리치오
자각몽
저녁의 모방
시월
오픈 키친
오늘의 근처
귓속말
당신의 문
야외용 식탁

3부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시를 쓰고 있어요
내일 쓸 시
죄와 벌
후배에게
습지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드라이클리닝
주말의 조건
내가 던진 반지
필균의 침대
문라이트
환기
여름 효과음악

4부 아직 나의 영혼은 도착하지 않았다
호텔은 묘지 위에 만들어졌다
두 유 리드 미
스몰 레볼루션
여장 남자 아더 씨
도로시아
이 날개 달린 나그네, 얼마나 서투르고 무력한가
너는 여기에 없었다
말없는 시간

5부 악몽은 잘 이루어진다
사악한 천사의 시
야간 비행
비밀과 거짓말
올스파이스
연가
공동 작업실
서푼짜리 소곡
텍사스에서
조용한 겨울
미추
현지인
일반 상식
외로운 사람

6부 어쩌면 시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구도시
비지엠
신년 청춘음악회
먼 미니멀 라이프
켤레
노이렌바흐
모르는 지인
그림자 없는 여자
크리스마스 에디션
어제의 말들
프리랜서
내일

해설 | 복행(復行)의 시 | 소유정(문학평론가)

영정 사진하고
너무나 빼닮은 내가 보인다
두 뺨엔 말라붙은 눈물 자국
당신을 애도하는 나의 말은
문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면 무엇이 되어야 할까

(……)

저만치 가요
같이 다니기 창피하잖아

당신이 누리지 못했던
모든 것을 내게 주려는 듯이

그게 얼마나 큰 부담인 줄 모르죠

내가 왜 그랬을까

너무 털털해서 탈이었던
내 육친의 녹슨 열쇠
무슨 비밀이 있어
혼자 가셨을까
열려 있는 문으로
_「당신의 문」에서

지문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떼야 할 서류가 있는데
무인 발급기가 나를 식별하지 못한다
내 살갗 무늬가 나의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나를 확인한다
나는 나를 떠나버린 것 같다
_「법원에서」에서

어제 두 시인과의 낭독회가 끝날 무렵
객석에서 독자가 제게 질문했어요
“지금까지 쓴 작품 중에서 대표작은 뭔가요?”

조금 머뭇거리다 저는 답변했답니다
“제 대표작은 아직 못 썼습니다. 내일이나 모레 쓸 예정이에요.”
_「내일 쓸 시」에서

밥을 주문하고는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낱낱이 보지 않고 대충 얼버무려 짐작했을 뿐
그사이 우리는 정치적 입장을 말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차이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어리석은 어른처럼 굴었다
_「적도 될 수 없는 사이」에서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 관해 생각한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_「간절기」에서

지갑을 찾았다니 다행이다

너는 땀을 닦으며 명함만한 종이를 꺼낸다
쿠폰 열 장 붙였으니 무료 커피 한 잔이야
다행히 잃어버리지 않았어

카페가 문을 닫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입버릇처럼 너는 말하지
다행이라고

다행은 행운이 많다는 뜻이기보다
위기를 모면한 이의 탄식처럼 들려
_「다행은 계속된다」에서

주말은 한 주의 끝이라는 조건을 가진다 나는 인간의 끝에 겨우 붙어 있다 인간의 조건을 검색한다 앙드레 말로 한나 아렌트 르네 마그리트 계속 연장된다

(……)

자리잡으면 데리러 오겠다던 인간이 자리를 잡아 사라지기 전에도 내겐 순결성 고유성 정체성 없었다

이 모든 것 없이도 지키고 싶은 한 가지를 궁리한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말해도 될까

무의미와 의미는 최선과 차선처럼 붙어 있다 예기치 않게 덜 인간적인 게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인간과 사람은 비슷한말이 아닌 것 같다
_「주말의 조건」에서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다음주부터 이 나무들을 베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위험 수목으로 판정받은 나무거든요.”

나무들은 우리의 대화를 그저 새소리처럼 듣고 있는 것 같다

큰 태풍이 오기 전에
행인이 다치기 전에

(……)

자랐을 뿐인데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하늘을 찌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을

벌목공들이 다녀가도
뿌리와 그루터기는 볼품없이 남겠지

내가 나무들 둘레를 돌며 위로의 말을 속삭여도 될까

상록의 나무야
한 차례의 절정조차 없었던 게 아니라
사시사철 매 순간 최선이었어
_「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에서

주말의 장례식장에서도, 전망대에서도. 비상계단 아래에서도 손을 잡는 걸 피하고 싶다. 해변의 떠돌이 개처럼 발을 드리면 안 될까요?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높이 들어올렸다가 놓은 그날, 나는 파악했다.

땅에 파묻어놓고 별이 되었다고 말하지 마세요.

발밑에는 바위가 돋고 쏟아진 알약들이. 저애가 나보다 하루라도 일찍 죽는 게 제 소원이죠. 중증 장애인 자식을 둔 여인이 내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소녀가 처음 본 파도를 유리처럼 밟고 있다.
_「시린 소원」에서

어른의 악몽을 꾸자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울부짖었다 장화를 찢어 노란 전등을 만들지 않았다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다보면 노래가 나왔다 음악은 그냥 일어나는 일이므로

엄동설한이었다 물도 잉크도 얼었다 축사 안에 짚이나 장작, 어떤 땔감도 없었으므로 그는 자신의 악보를 난로 안으로 던져 넣으며 추위를 피했다 애초부터 독수리 마을에는 독수리가 없었다 인간의 마을도 그렇지 아니한가 _「서푼짜리 소곡」에서

어제의 일은
누군가 물을 내리지 않고 나간
공중화장실 변기 속을 응시하는 기분일지라도

오늘과 부딪쳐 축적되는 현상을 발생시키지는 않으리라
그저께의 참상을 흡수하지도 않겠어

아, 메스껍다
소품만도 못한 인생

하루하루 돈을 모았지만 하루치 식비도 얼마 남지 않았어

하루하루가 사라져 하루가 된다
_「여름 효과음악」에서

너는 지면과 접점이 작다. 너는 차였다. 너는 처박혔다. 어린 시절 사흘에 두 번 단풍나무 가지로 매질을 당했다. 벽에 맞으면 튕겨나온다. 튕겨나온 후에도 복수하지 않는다. 너는 희지 않다. 결벽증이나 퓌리슴과 무관하다. 너는 상가 뒤에 있다. 너를 때린 사람들은 너에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물건이라고 했다. 너는 주춤댔지만 야만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다. 너는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너의 형식을 사랑한다. 너는 소멸할 듯 멀리 있다 _「스몰 레볼루션」에서

완벽한 슬픔은 여기 없다
그걸 겪은 사람은 모두 죽었으니까

(……)
나의 시간은 비교적 부서진 채
이 년 가까이 멈춰 있었다

여행이었다고 치자
모든 게 수하물

기준보다 나는
약간 미달이었다
_「그림자 없는 여자」에서

알려줄 것들이 조각케이크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다면

시집의 문을 여는 시편 「입국장」의 화자는 공항에서 미국 국적의 친구를 기다리며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한다. 공항 내에는 노동자 산재 사고가 잦은 “제과업체의 체인점”이 입점해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뮤즈 타령을 하는 음험한 예술가(「뮤즈」)가, “생애 동안 준비만 했던 이들”이 죽음을 맞았는데 그런 곳엘 왜 갔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신년 청춘음악회」)이 도시의 도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자신이 사랑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화자는 고민한다.

해변으로 떠내려온 나체가 있다
익사체를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진짜 같아

누가 사람인가

(……)

지하철 알루미늄의자에 앉아 그는 외국에서 올 여자를 상상한다
무료배송으로 도착할 진짜 여자의 촉감을 기대한다
인터넷 쇼핑몰 뒤져 걸스카우트 유니폼을 고르고 있다
말을 하는 여자는 피곤해
_「리얼리티」에서

화자들은 스스로의 실존을 확인하는 것에도 거듭 실패한다. 「리얼리티」는 ‘여성’과 ‘리얼 돌’의 외양적 동일성이 여성을 사물화하는 인식과 합치되는 양상을 그린다. 겉모습도 같고 사물처럼 여기는 인식도 같다면, 리얼 돌과 여성을 구분하는 것은 유의미한가. 대상화된 여성 화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입버릇처럼 ‘다행’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존엄을 부정당한 이들의 위태로운 실존 의식은 “다행은 행운이 많다는 뜻이기보다/위기를 모면한 이의 탄식처럼 들”(「다행은 계속된다」)린다는 시구로 포착된다.

음악을 좋아해?
걷는 걸 좋아해?
맛있는 걸 좋아해?

네가 사는 것도 좋아하면 좋겠다

(……)

사는 게 뭘까?
연말 퇴근길에 너는 말했지
다른 부서 과장의 부친상에 조의금을 부쳤고 야근을 했고 배고파 죽겠다고
회사 가는 게 괴롭다고 했어
사는 게 뭔지 달아나고 싶다고

(……)

일과중에 나는 너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제일 좋아
널 만날 약속 없었다면 온종일 끔찍했겠지
나도 너처럼 습관적으로 한숨 쉬지만

네가 얼굴 뾰루지랑 새치를 걱정하면서도
솟아오르는 웃음을 터뜨리면 좋겠어
_「후배에게」에서

부조리에 환멸하고 실존을 고민하며 위태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김이듬의 화자는 “네가 사는 것도 좋아하면 좋겠다”고 주저 없이 후배를 지지한다. “아무리 죽이고 싶어도//죽지 말자”(「내가 던진 반지」)고,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떠밀려가는 존재들을 부표처럼 붙잡고 설득한다. 비록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지만 “네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너는 나의 등대 같아서/서로를 찾아올 수 있을”(「저속」) 것이므로. 느린 속도이지만 서로의 행적을 등불 삼아 따라가다보면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본능과도 같은 확신을 김이듬의 화자는 가지고 있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김이듬은 일상의 에피소드를 시 속으로 소환하여 익숙함의 틈을 짚어낸다. 짜장면을 먹다 말고 서로의 정치적 입장이 다름을 알게 된 두 친구(「적도 될 수 없는 사이」)와 지인에게 왜 이렇게 절뚝거리며 걷냐고 물었다가 소아마비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나’(「모르는 지인」)의 난감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영원히 타인을 완벽히 알 수 없다는 고연한 사실을 인지한다.
김이듬의 화자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다른 존재들을 온몸으로 들여다본다. 잘 닦아놓아 투명해진 유리창은 언뜻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가 부딪혀 죽을 수도, 사람의 코가 깨질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간절기」). 위험 수목으로 지정받아 베일 위기에 처한 나무를 섣불리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어쩌면 나무들은 베어지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방향을 바꿔 생각해본다(「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이 다면적인 관찰은 본질에 대한 관심과 의문으로 귀결된다. “네가 사랑하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올스파이스」) 알고 싶어하는 지극한 마음이 있기에 세계와 존재의 본질을 시로써 자꾸만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형태가 마치 복행(復行)하는 비행체와 같다고 소유정 문학평론가는 해설한다. 상처 입을 줄 알면서도 자꾸만 우리의 마음에 부딪쳐오는 시편들에서 이 모순된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 이가 있음을 알리는 파열음이, 동시에 자신을 잃어가는 이들을 붙잡는 구호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사랑의 본질에 대한 시인의 탐구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그가 시를 쓰는 동안에는. 죽고 싶은 마음은 씀으로 잠재울 수 있고, 쓰다보면 또 사랑에 대해 묻게 될 테니까. “대표작”을 묻는 독자의 질문에 “제 대표작은 아직 못 썼습니다. 내일이나 모레 쓸 예정이에요”(「내일 쓸 시」)라고 답하였듯, 지연되는 시간 속에 그가 찾는 사랑이 있다. 그렇기에 김이듬의 시는 내일로 복행(復行)한다. 지금은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어서, 오늘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해서, 반복되는 내일을 향해 다시금 날개를 편다. _소유정(문학평론가), 해설에서


◎ 김이듬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이 출간되었습니다. 2001년 데뷔 후 여덟 번째 시집인데요. 이번 시집을 선보이는 마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무척 설레면서도 긴장됩니다. 이번 시집엔 어디에도 싣지 않은 미발표작과 새로 쓴 시가 유독 많아서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

Q2.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일곱 권의 시집 제목은 저 혼자 결정했어요. 그런데 이번 시집 제목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은 문학동네 편집부 선생님들이 골라주신 몇 개의 제목 중에서 선택한 것입니다. 눈 밝은 편집자분께서 제 문장의 얄팍한 틈에서 제목을 발견해주신 거죠. 감사합니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은 확연함의 측면에서 정반대 개념일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유사성이 큰 것들일 수도 있죠. 비가시적인 세계,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존재, 언어로 지칭할 수 없는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Q3. 시편들에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가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이 세상을 사랑하고자,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하는데요. 이 애증의 감정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 상처 입으면서도 우리는 왜 다시 사랑하고자 마음을 다잡는 걸까요?

누구나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저마다 그 감정에 몸부림치거나 해소하려 애쓰면서요. 저는 피를 흘리는 심정으로 시를 쓰면서 세상을 응시하곤 해요. 그러다보면 더러운 웅덩이 같은 저의 내면을 헤엄쳐 탐색할 수밖에 없죠. 좌절감에 휩싸여서도 저는 이 세상과 단절하여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결국 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조응하며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사랑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랑은 천차만별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지 않는 자를 범죄자처럼 보는 사회가 좋은 걸까요? 저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 문제에 더 예민한 편입니다. 자신이 상처받을지라도 타인을 다치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Q4. 이번 시집에서는 존재를 다면적으로 바라보려는 화자의 의지가 또한 돋보였습니다.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과 같은 시편에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을지라도 숲의 세계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이해해보려고 하지요. 인간중심적 사고를 넘어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존중하려는 화자의 마음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삶은 나이아가라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다.”(『긴 호흡』, 마음산책, 118쪽)라는 메리 올리버의 말이 떠오르는데요. 저도 보드라운 흙이나 오래된 조개껍데기보다 인간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Q5. 마지막으로,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감상할 독자분들께 인사를 건네주세요.

저의 시는 도구로서의 현실적 용도는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꼭 그러려던 건 아닌데…… 프로포즈 멘트나 결혼식 축가로 쓸 사랑스러운 작품도 없어요. 시집 제목처럼 거의 공백이죠. 하지만 시집이라는 문손잡이 하나를 열고 들어와 뛰어다니며 조금 재미있어하면 좋겠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이듬

2001년 『포에지』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가 있다. 시와세계작품상, 김달진창원문학상, 22세기시인작품상, 2014올해의좋은시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

작가의 말

가진 게 없지만
시와 함께라서
제 삶은 충만하고 행복했습니다
어제 시골의 한 회관에서
이십대 신인의 수상 소감을 들었다
눈물이 났다
나만 이상하게 살아가는 건 아니다

2023년 11월
담양 글을낳는집에서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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