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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거장이 만난 거장 9
브루노 발터 지음 | 김병화 옮김
포노(PHONO)

2023년 1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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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2.61MB)
ISBN 979118971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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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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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3년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오늘, 나는 말합니다.
그때 존재 깊숙한 곳에서 느꼈던 그대로
그의 영향은 나의 전 생애에 내린 축복이었다고.
_ 브루노 발터, [들어가는 글(1958년판)] 중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전기는 아닙니다. 전기를 읽고 싶다면 다른 책들을 찾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나 말러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그의 음악과 삶이 추구했던 의미를 직접 느끼고 싶다면
발터의 온화한 육성으로 기록된 이 책이 ‘거의’ 최고의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들어가는 말

1부 회상
첫 만남 / 함부르크 / 슈타인바흐 / 빈 / 마지막 시절

2부 성찰
오페라 감독 / 지휘자 / 작곡가 / 인품

옮긴이의 말 / 구스타프 말러 연보 / 찾아보기

천재적인 한 사람, 내가 평생 그토록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사람, 결정적인 시기에 나의 모델이 되어주고 그 깊은 인품이 언제나 나와 함께 남아 있을 그 사람의 존재를 나는 바로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_ 〈들어가는 말〉 중에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로 인한 장기간의 여파가 인간의 사고와 감정, 행동에 끼친 부작용 그리고 정신과 문화에 입힌 피해는 소름 끼칠 정도로 지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러 작품처럼 독창적이면서도 건전한 시대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위대한 고전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온 작품이 이 무질서한 세계 속에서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나는 무척 고무되곤 합니다. _ 14쪽

그는 스스로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남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그의 자아와 가장 가까운 작품이 아마 〈대지의 노래〉일 것입니다. 〈대지의 노래〉는 그의 가장 사적인 작품입니다. 이 곡에 나오는 그의 작풍은 후기 교향곡만큼이나 위압적이고 주관적이며 접근하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말러가 사람들을 압도하는 것은 그의 실험적 지성이 아니라 불타오르는 정신입니다. 항상 그랬어요. 그의 정신은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_ 15쪽

특히 캐슬린 페리어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녀가 부른 〈대지의 노래〉를 들은 것은 내 음악 인생에서 가장 심오하면서도 행복한 경험에 속합니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Kindertotenlieder〉와 말러의 다른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녀의 아름다운 음색을 처음 듣고 다른 누구의 음성에서보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음성에 어울리는 영혼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그 영혼은 말러 작품의 참된 영혼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시 소리로 표현해냈습니다. 말러가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더라면 그 심오한 해석에서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_ 16∼17쪽

그가 나를 의식적으로 가르친 적은 거의 한 번도 없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말에서든 음악에서든 풍부한 생명력이 문자 그대로 넘쳐흐르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내가 받은 더 깊은 의미의 가르침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와 가까이 하는 모든 사람이 느끼게 되는 흥분감은 아마 느닷없이 분출하는 그의 충동성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단원과 성악가들이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는 고도의 긴장감을 발산했습니다. 그리고 이 긴장감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열렬한 찬사를 끌어냈습니다. 깊은 내면의 불꽃이 빛을 발하는 공연은 고도의 긴장감이 끌어낸 산물이었으며, 그러한 공연을 통해 함부르크 시립 가극장은 독일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정신력이 약하거나 재능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은 그의 가차 없는 태도에 상처를 입었지요. 그러나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의 영향력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_ 32∼33쪽

그의 존재 깊숙한 곳에서 생겨나는 고통과는 거리가 멀지만, 실제로 그가 처한 상황이 심각한 우울증이 생길 만큼 절망적이긴 했어요. 말러는 동생 오토의 음악적 재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오토는 1895년에 권총 자살을 하고 맙니다. 또 말러의 책상 서랍 속에는 교향곡 두 개가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 번밖에 연주되지 못했어요. 그것도 일부뿐이었지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관객에게 전혀 이해받지 못했어요. 아니, 오히려 조롱을 받았지요.
_ 38쪽

“ (…) 1차 스케치는 이미 상당히 확실해졌고 지금은 오케스트레이션을 진행하는 중일세. 우리 친구들이나 자천타천의 비평가들은 또다시 정신이 어지럽다고 괴로워하겠지만, 내가 제공하는 즐거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재미있다고 여길 것이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전체 작품은 나의 통탄할 만한 유머 감각으로 물들어 있고 “나의 음산한 취향을 음산한 소음에 굴복시킬 기회를 빈번하게 포착한다네.”_ 42쪽

인기가 있다는 것이 반드시 사랑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는 결코 사랑받는 존재나 ‘빈의 연인’은 아니었어요. 편안하게 살려는 사람들 편에서 보면 그는 너무나 불편한 존재였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불복종적이고 비타협적이던 이 격렬한 인물은 제1차 세계대전 전의 빈, 이 파이아키아의 도시에서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모든 사람을 도취시키는 위협적인 힘을 확실하게 행사했습니다. 빈 시민에게 그는 굉장한 흥미를 불러일으켰어요.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열렬한 토론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는 박수부대를 없애버렸고 바그너 작품을 연주할 때 생략되던 부분을 복구했습니다. 1막이나 서곡 중간에 들어오는 지각 관객은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헤라클레스 같은 위업이었어요! 성악가들이 아무 때나 신청하던 휴가가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오랫동안 명망을 누리던 성악가들이 떨려났습니다. _ 55∼56쪽

예를 들면, 그가 좋아하는 한 성악가는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는데도 모차르트 오페라 중 특정 지점에서 언제나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이 작품을 공연하는 도중, 누전 때문에 무대 위에서 연기가 난 적이 있어요. 객석에서는 소동이 일어날 듯한 불안한 조짐이 보였습니다. 말러는 지휘대에서 침착한 태도로 말하며 사람들을 안정시켰고 그 성악가도 절제력을 발휘했습니다.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는 노래를 계속했는데 그 습관적인 실수가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말러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자네가 그 구절을 제대로 부르려면 불이 나야겠군.” _ 65쪽

예술가란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예술의 영역을 고향으로 삼으며, 자신의 고독을 항상 걸머지고 다니는 존재입니다.
_ 69쪽

그는 연인처럼, 마치 끊임없이 구혼하는 것 같은 태도로 작품에 접근했습니다. 언제라도 또다시 재고하고 개량하고, 새롭게 더 깊이 파고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공연에서 상투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설령 같은 작품을 서른 번째 연주하더라도 마치 최초인 것처럼 연주했습니다. 그의 접근법은 자유롭고 충동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항상 가장 엄격한 엄밀성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악보 및 거기에 적힌 지시사항, 박자, 아고긱 표시, 강약에 대해 완전히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자신도 그 원칙을 지켰습니다. 심지어 성악가들도 악보를 보면서 노래해야 했지요. _ 106쪽

그는 ‘위와 아래에서’, 즉 무대 위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모두 절대적인 엄밀성을 달성할 때까지 결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투명한 지휘는 절대적인 명료함에 대한 대답입니다. 아무리 감정이 고조될 때라도 그가 지시하는 박자의 엄밀성은 언제나 틀림없이 지켜졌습니다. 내가 참석했던 수많은 공연에서 성악가와 기악 연주자들이 실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연주가 부정확하거나 합주가 잘못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가 지시하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박자가 항상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를 한데 묶어주었습니다. _ 106쪽

그는 “음악에서 최고의 것은 악보 안에 있지 않아”라고 말하곤 했어요. 최고이자 본질인 이 영혼은 그가 지휘할 때 지극히 열정적으로, 자연의 힘처럼 도약해 나오며 개인적 고백 같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때로는 음악을 통해 발언하는 것이 작곡가인지 말러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질풍노도 같은 말러의 정신은 다른 음성을 몰아붙여 자신의 느낌을 발언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_ 110쪽

그러나 나는 그의 지휘가 지니는 가장 결정적인 특성과 힘의 근원은 모두 그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의 해석이 개인적인 고백처럼 감동적으로 느껴진다거나, 그가 성취한 업적 뒤에 놓인 완성도와 기교적인 거장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의 연주가 영혼에서 영혼으로 전해지는 자연스러운 복음이 될 수 있었습니다. (…) 지휘자와 감독으로서 그가 지니는 영원한 명성의 비밀은 고도의 예술적 재능과 위대한 정신의 뜨거운 감수성을 이상적으로 조합한 데 있습니다. _ 114쪽

그의 작품은 하나의 음악적 전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음악논리적인 연속성이나 구조에 빈틈이라고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엄격하게 음악적인 용어로만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의 내면 생활 전체가 낳은 결실이니까요. 그의 작품은 위대한 정신의 음악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의 창조적 의미를 인식하려면 미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가치가 반드시 개입되어야 해요. _ 130쪽
말러 작품의 최고 가치는 모험적이고 과감하며 선구적이거나 기괴한 것이라는 그런 진기함에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 진기함이 아름답고 영감 가득하고 심오한 음악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것이 고도로 창조적인 예술성과 의미 깊은 인간성이라는 영속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말입니다. 이런 사실이 오늘날 말러의 작품들을 살아 있게 하고, 미래에도 그러리라고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_ 153쪽

내가 함부르크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무렵, 그는 완전히 쇼펜하우어의 영향력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니체는 강력한 인상을 주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시적인 불꽃에 매력을 느꼈지만 그 책의 핵심인 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반발감을 느꼈지요. 니체의 반反 바그너주의에 그는 분노했고, 나중에 니체에게 반대하게 되었습니다. _ 163쪽

그는 말을 하면서 들을 줄도 알았고, 자기 자신 전부를 완전히 내어줄 수 있고 그럴 준비도 되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희귀한 미덕이지요. 그가 단지 논쟁에서 쉽게 이기기 위해 총명함을 과시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적절한 논의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당연히 훌륭한 논쟁을 좋아했고 자기 입장을 재빠르고 설득력 있는 용어로 표현하는 비상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또 꾸밈없고 여유로운 이야기의 가치를 인정했고, 조리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좋아했습니다. 그 스스로가 적극적인 청중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었으니까요. _ 168쪽

“너는 왜 살고 있는가. 네가 겪은 고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냥 엄청나게 크고 끔찍한 장난에 불과한가. 죽음은 삶의 완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발걸음인가.” 삶이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것이 되게 하려면 이 물음에 어떻게든 대답해야 합니다. 그는 매 순간의 삶을 이 궁극적인 질문에 결부시켜 살았다고 할까요.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시간들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사례들이 발터의 입을 통해 묘사되어 있지요. _〈옮긴이의 말〉 중에서

1. 지금으로부터 134년 전인 1889년 11월,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 부다페스트에서 초연되었을 때 공연장은 경멸과 분노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혁신적이지만 낯선 그의 음악어법은 비평가들에게 “교향곡의 규칙과 질서를 파괴한, 통속적이고 끔찍하게 과장이 심한 작품”이라는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말러를 지지하던 빌럼 멩엘베르흐,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퍼러,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존 바비롤리 등 선구자들이 그의 작품을 알리려 애썼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말러의 곡들은 연주회 레퍼토리에 포함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날 말러는 서양 고전음악의 전당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름난 지휘자 가운데 말러의 작품을 녹음하지 않은 이가 드물고, 부천시향과 서울시향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고, 우리에게 친숙한 지휘자 정명훈도 “말러를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가 되었다”고 밝힐 정도로 말러 교향곡의 영향력과 대중의 사랑은 커졌다. 말러가 “앞으로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듯, 그의 시대가 왔다.
1894년 바이마르에서 1번 교향곡을 처음 들은 열여덟 살의 브루노 발터는 말러에 대해 알고 싶어서 “애가 달았다”. 같은 해 함부르크에서 말러를 첫 대면한 발터는 말러에게 발탁되어 함부르크 시립가극장에 채용되었고, 빈 궁정 오페라에서도 6년간 함께 일하며 평생 제자이자 친구이자 동지로 우정을 쌓았다. 발터는 말러의 수많은 작품을 초연 및 지휘했으며, 말러 서거 후 〈대지의 노래〉와 9번 교향곡도 초연했다.
말러의 부지휘자로 함께 일했고 그의 전성기 때 6년을 거의 매일같이 만났던 동료, 브루노 발터가 전하는 말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구스타프 말러》는 발터가 말러 서거 25주기(1936년)를 기념하여 그의 음악과 삶을 기록한 책으로,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58년에 쓴 서문이 포함되어 있다. 20세기 두 거장의 깊은 이해와 우정의 결실인 이 책은 말러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2. 2022년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말러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토마스 만은 1910년 말러 교향곡 8번 초연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1912)의 주인공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에게 말러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훗날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동명의 영화(1971)에서 ‘아다지에토’를 사용하며 이 곡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다.) 이 책은 말러 애호가에게는 거장 발터의 증언을 통해 말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말러를 처음 만나는 입문자에게는 그의 삶과 예술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 ‘회상’에서 발터는 말러와의 첫 만남부터 함부르크, 슈타인바흐, 빈 궁정 오페라를 거쳐 뉴욕 그리고 다시 빈으로 돌아와 숨을 거둘 때까지 음악 여정을 따라간다.
발터가 말러와 가장 오래 함께 일한 도시는 빈이었다. 발터는 말러의 빈 시절은 “한 위대한 음악가가 동료 예술가와 청중들을 위해 펼친 10년간의 축제였다”라고 말한다. 이후 말러는 미국으로 떠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뉴욕 필에서 일한 3년여간 8, 9번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를 완성했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는 교향곡 8번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부인 알마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의 불륜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심장병이 악화되어 다시 유럽으로 돌아온 말러는 빈에서 수많은 군중의 애도 속에 1911년 5월 18일 눈을 감았다.
2부 ‘성찰’에서는 오페라 감독, 지휘자, 작곡가로서 말러의 음악적 성취와 인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러는 연극을 깊이 이해하고 정통했다. 오페라와 연극에서 음악 정신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그의 위대함은 연주의 엄밀성과 명료함,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고통스러운 노력, 인간과 세계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격정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온다고 발터는 말한다.

3. 체코 칼리슈테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말러는 스스로 평생 경계인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나는 3중의 이방인이다. 오스트리아 사람 가운데서는 보헤미아 사람이요, 독일인 가운데에서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요, 세계인 사이에서는 유대인이다.”
말러만큼 음악과 삶이 밀접하게 연관된 작곡가가 있었을까? 말러의 교향곡은 자신의 인생이자 거대한 이 세계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교향곡은 세계와 같아야 한다. 모든 것을 포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불우한 성장기, 버거운 가장의 무게, 두 동생과 어린 딸의 죽음 그리고 불안과 혼돈의 세계 속에서 말러는 평생 죽음, 고통, 선과 악, 고귀함과 비천함, 고상하고 시시한 것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음악에 담고자 했다.

4. 작곡가이자 지휘자 말러는 여전히 누군에게는 열렬한 숭배의 대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시끄럽고 지루한 음악을 만든 괴팍한 사람이다. 그의 강렬한 개성과 재능, 음악에 대한 절대적 헌신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가수와 오케스트라를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여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음악적 완성도와 무관한 일상에서 말러는 매우 친절했다.
발터는 말러가 어린아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좋아했으며, 숲속의 모든 생명체에 따뜻한 감정을 품었다고 전한다. 생활고로 허덕이는 발터에게 1년치 생활비를 대주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따뜻한 품성을 지녔다. 열정과 재능, 진실함에 귀기울였고, 타인에게 관대하고 동정적인가 하면, 경악스러울 만큼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예술에 온통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러는 충동적이고, 우울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평생 안고 살았지만, 사실은 천성적인 낙관주의자였고 엉뚱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고 한다. 단원들과 연습하던 중 혼자 생각에 몰두하다 느닷없이 “웨이터, 계산서”라고 외치는가 하면, 늘 실수하던 성악가가 극장에 화재가 나자 완벽하게 노래하는 것을 보고 “그 구절을 제대로 부르려면 불이 나야겠군”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심각한 병에 걸린 단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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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Bruno Walter, 1876-1962
민주적이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새로운 지휘자 상을 확립한 가장 존경받는 20세기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 클렘퍼러, 클라이버와 함께 ‘빅5’로 불렸다. 1876년 9월 15일 베를린의 중산층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8세에 슈테른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어린 나이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뒤 1893년 9월 1일부터 쾰른에서 지휘자 생활을 시작해 17세에 처음 오페라 공연을 지휘했다. 이후 함부르크(이곳에서 구스타프 말러를 처음 만난다), 브레슬라우, 프레스부르크, 리가, 베를린 왕립 오페라에서 활동했다. 1901년에 말러의 부름을 받고 빈 궁정 오페라에서 함께 작업하며 평생 자이자 친구로 우정을 쌓았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1911), 9번 교향곡(1912) 등 초연을 담당했고, 1912∼1922년까지 뮌헨 왕립오페라에서 총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뒤 베를린 시립 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했다. 1936년부터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병합될 때까지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다. 이후 미국으로 망명하여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지휘했으며 종전 후 열렬히 환영받으며 유럽 무대에도 복귀했다. 만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며 컬럼비아 심포니를 이끌고 명반들을 남겼다. 1962년 2월 17일 베벌리힐스에서 타계했다.

대학에서 고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읽고 싶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에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나온 책이 《베토벤, 그 삶과 음악》, 《하이든, 그 삶과 음악》, 《외로운 도시》, 《음식의 언어》, 《문구의 모험》, 《증언: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세기말 비엔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짓기와 거주하기》등 여러 권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번역가들과 함께 번역 기획 모임 ‘사이에’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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