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학원
2023년 11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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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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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학회’가 창조한 괴담과 호러의 본거지인 월영시. 이 기기괴괴한 도시를 배경으로, 공포와 학원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 5편을 엮은 《괴이, 학원》이 출간되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성적인 글을 쓰는 다섯 명의 작가 배명은, 김선민, 은상, 정명섭, 김하늬가 ‘경쟁’과 ‘폭력’이라는 아이들의 그늘진 현실과 비밀스러운 괴이의 세계를 잇는 괴담의 문을 열어준다.
무조건 인서울이 가능하다는 소수정예반, 선택된 사람만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논술반, 단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과탐 특별반, 괴물이 산다는 보습학원, 매번 꿈 내용을 스피치하는 영어학원 등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건물을 한 층씩 오르며 각각의 작품이 보여주는 기이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즐겨보자. 그러면 어느새 우리 삶에 따라붙는 서늘한 한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2F 특별 수업_김선민
3F 얽힘_은상
4F 4층의 괴물_정명섭
5F 이영의 꿈_김하늬
“그게 중요해?”
혜진이 물었다.
“중요하지 않아?”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결과가 중요한 거지.”
혜진은 그동안 전전긍긍하던 지혁의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혁은 그녀가 자기 말을 믿어줘서 고맙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그게 듣고 싶은 말이었는지 몰라서 서운하기도 했다.
“넌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별걸 가지고 양심의 가책은. 잠깐 멘탈이 터져서 나갔다가 들어온 걸 거야. 다들 그렇게 여겨.” -〈나를 구해줘〉 중에서
특별 수업에 대한 탐구열로 불타는 학원과는 반대로, 학교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갔습니다. 도를 넘은 비난과 무분별한 악담들이 매일매일 쏟아졌습니다. 제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그 강도가 더욱 세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때 다른 방식으로 이들의 행동을 제재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난 뒤였습니다. -〈특별 수업〉 중에서
아이들이 드문드문 사라지자 은혜가 말했다.
“슬슬 올라가볼까?”
학원 현관의 조명은 꺼졌고, 엘리베이터도 멈췄다. 비상계단을 이용해 다시 3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1층과 2층에서는 알 수 없는 기괴함이 위로 떠올랐고, 4층, 5층의 두꺼운 두려움이 3층을 짓눌렀다. 계단을 오를 때면 목뒤에서 한기를 느꼈다. 계단을 비추는 녹색 비상등은 네 개의 다리에 더해, 또 다른 네 개의 다리를 만들어냈다. -〈얽힘〉 중에서
하지만 단톡방의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고 하영이도 답글을 달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던 무진이는 귓가에 닿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뭔가 무거운 걸 질질 끄는 것 같은 소리가 복도에 들린 것이다. 고개를 돌린 무진이는 복도 쪽의 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얇은 합판으로 만든 벽이라 보이지만 않을 뿐 소리는 거의 다 들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 소리는 무진이가 서 있는 방 앞에서 딱 멈췄다. -〈4층의 괴물〉 중에서
영이는 침대에 누워 꿈을 생각했다. 사실 영이는 간밤에 꿈을 꾸지 않았으므로 정확히는 꿈을 지어내는 중이었다. 하교 후에 햄과 잼이 엉성하게 발린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면 영어학원에 가야 했다. 그 씨발 영어학원. 아니지. 그 퍽킹 영어학원. 영어학원에서는 매번 수업 전에 꿈에 대해 스피치를 시켰다. 영이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그랬다. 단 한 번도 꿈을 꾼 적이 없는데, 꿈에 대한 스피치를 해야 하다니. -〈이영의 꿈〉 중에서
〈나를 구해줘〉
아무리 공부해도 수학 점수가 오르지 않는 지혁. 엄마 영희는 마지막으로 월영시에 있는 특별한 소수정예 수학학원에 지혁을 등록시킨다. 지혁은 그곳에서 수학을 잘하고 당찬 혜진과 친해지고, 떡볶이를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혜진은 학원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
〈특별 수업〉
논술학원 선생님은 ‘나’의 글에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변화를 일으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 나는 이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얽힘〉
단짝 은혜와 과탐 특별반에 들어간 영서. 매드 사이언티스트, 줄여서 매싸라 불리는 과탐학원 원장의 강의는 처음부터 파격적이고, 이상하고, 흥미롭다. 세 번째 수업 후 매싸가 준 ‘석차를 올려주는 약’을 먹은 영서는 낯선 아이들이 등장하는 환상을 보는데….
〈4층의 괴물〉
불량 학생 패거리에게 묘한 일거리가 들어온다. 자정, 영업이 끝난 보습학원에 가서 한 시간만 보내면 4백만 원을 준다니! 신나서 학원에 들어간 아이들은 곧 깨닫는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한 명씩 사라져간다는 것을.
〈이영의 꿈〉
“너, 자각몽 꾸지?”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복수하는 꿈을 지어내던 영이에게 같은 영어학원에 다니는 레이철이 그렇게 말을 건다. 그리고 묻는다. “내가 도와줄까?”하고.
**
학원이라는 일상에서 만난 어둡고 오싹한 이야기
무한 입시 경쟁과 서열화, 극단적 승자독식과 실력주의 속에서 태어난 ‘학원’은 외국어로 정확히 옮기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기관이다. 하지만 한국 아이들에게는, 우리에게는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이다. 《괴이, 학원》은 우리가 평범하게 지나치는 학원의 어둡고 오싹한 이면과 그 속에 있는 ‘진짜 공포’를 들여다보는 다섯 작가의 단편소설 5편을 담은 앤솔로지다.
공포, 괴담, 호러를 전문으로 하는 ‘괴이학회’가 만든 가상 도시 월영시를 배경으로 치열한 경쟁과 점수 쟁탈전, 주체성 없는 공부, 폭력과 폭언 등 아이들의 현실에 스며 있는 불안과 공포, 그에 이끌리듯 나타나는 기묘한 괴이들의 이야기를 층층이 쌓아 올렸다.
수록된 작품들은 지하 배명은의 〈나를 구해줘〉부터 1·2층 김선민의 〈특별 수업〉, 3층 은상의 〈얽힘〉, 4층 정명섭의 〈4층의 괴물〉, 5층 김하늬의 〈이영의 꿈〉 순으로 배치되어 있으나 저마다 고유한 개성과 분위기를 담고 있어 좋아하는 작품을 먼저 읽어도 《괴이, 학원》이 주는 아릿하고 서늘한 여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우리 역시 그 어두운 세상의 주민이었으므로.
이야기들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환상의 도시
작품의 공통 배경이 되는 학원은 월영시에 있다. 월영시는 괴담과 호러 콘텐츠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창작 그룹 ‘괴이학회’가 만든 초자연적인 장소로, 악마, 요괴, 괴물, 크리처, 귀신, 악령, 외계인, 고대의 생물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무엇이든 일으킬 수 있는 곳이다. 《괴이, 도시》, 《괴이, 도시_만월빌라》 등 도시 괴담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들이 쌓이며 점차 구체화되는 이 도시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괴이, 학원》의 겉표지 뒷면에 그 힌트가 있다. 최경식 작가가 그린 ‘월영시 안내도’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가상의 도시를 더 생생하고 사실적인 곳으로 바꿔준다. 안내도를 펼쳐 학원의 위치를 가늠해보거나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를 짚어볼 수도 있고, 작품 속에 등장하지 않지만 기이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소에 어떤 존재가 있을지 상상해볼 수도 있다. 상상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이 도시는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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