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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장군 홍범도

이동순 지음
한길사

2023년 11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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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5678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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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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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홍범도 장군이 고국을 떠난 지 100년 만에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3년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3ㆍ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서 홍범도 장군을 42년간 연구해온 시인 이동순이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펴낸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재조명한 기념비적인 평전이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은 역사성과 문학성이 일치하는 글을 써냈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고의적으로 소외하고 폄훼해온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장군의 육성으로 부활시켰다. 서문에서 저자 이동순은 자신의 문학적 바탕은 어린 시절 조부 이명균 선생의 일대기를 들으며 자란 것이라고 했다. 집안 어른들의 회고담, 유품과 시작품, 서찰, 옛 신문기사를 읽으며 국문학자로서 가치관을 정립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뜻이 강해져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일에 다다르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홍범도 장군. 그가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용기가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되살아날지 기대한다.
독립군 사령관 홍범도 장군에게 바칩니다 | 책을 내면서

제1부 떠돌이별
1. 들머리
2. 유랑민
3. 썩은 정부
4. 범동이
5. 입대(入隊)
6. 떠돌이별
7. 삭발
8. 단양 이씨

제2부 힘찬 결의
1. 갑오년
2. 단독 의병
3. 단죄(斷罪)
4. 상봉
5. 백두산 가는 길
6. 하늘못
7. 분노
8. 힘찬 결의
9. 북관(北關)

제3부 고난의 길
1. 나의 길
2. 망국
3. 첫 봉기
4. 통첩(通牒)
5. 후치령
6. 도전
7. 조직의 힘
8. 유격전
9. 갑산 전투
10. 고난의 길
11. 비(飛)장군

제4부 민중의 노래
1. 귀순
2. 악몽의 시간들
3. 매국노
4. 군자금
5. 단결 역량
6. 밀사(密使)
7. 겨레의 별들
8. 양순 전사(戰死)
9. 반역자들

제5부 가장 어려운 시간
1. 한둔
2. 가장 어려운 시간
3. 북국의 겨울
4. 연해주라는 곳
5. 슬픈 군상들
6. 장백 둔전지
7. 빈손으로 돌아오다

제6부 대한독립군
1. 친서(親書)
2. 경술국치
3. 대쪽 선비
4. 권업회(勸業會)
5. 쾌상별이 학교
6. 철혈광복단(鐵血光復團)
7. 혁명 전야
8. 대한독립군
9. 기습전

제7부 봉오동 전투
1. 봉오동 전투
2. 희비의 갈림길에서
3. 사자후(獅子吼)
4. 행군
5. 격정의 세월

제8부 청산리대첩
1. 청산리, 백운평 전투
2. 완루구 전투
3. 샘물둔지, 어랑촌 전투
4. 오도양차, 맹개골, 고동하 전투
5. 간도대학살
6. 우여곡절
7. 퇴각
8. 우수리강을 건너서

제9부 흑하사변
1. 반목과 갈등
2. 아, 흑하사변
3. 불협화음
4. 모스크바에 가다
5. 끝없는 분열
6. 세월의 눈보라
7. 대지진

제10부 별의 고향
1. 농촌개척자
2. 재혼
3. 강제이주
4. 슬픈 소식들
5. 경비원이 된 장군
6. 별의 고향
7. 내 이르노라
8. 78년 만의 귀국

홍범도 장군 연보

■ 이런 홍 서방 범도의 텁수룩한 얼굴 생김새는 보면 볼수록 근엄하게 보였다. 그러나 숱 많고 둥그런 눈썹 밑에 뜨거운 정기가 끓는 시커먼 눈은 늘 고요하고 다정다감해 보였다. 그의 인정, 그의 관대성, 그의 결단성. 이러한 면모가 얼굴에 골고루 들어 있었다. 하지만 불의를 보면 그의 두 눈에 시퍼런 불이 번쩍 일었다. 밀림에 웅크린 호랑이의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136쪽)
■ 양순아! 피를 나눈 형제끼리 힘겨루기 하면 끝내 죽음밖에 남을 게 없지 않겠니. 넌 오늘 내 이야기를 평생 잊지 말아라. (139쪽)
■ 홍범도는 보았다. 러시아 땅 원동 구석구석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 고향을 떠나와서도 여전히 하얀 옷 입고, 길한 날을 받아서 혼례식 올리고, 마당에는 반짝이는 햇살에 가지런한 장독을 닦으며, 장독대엔 분꽃 봉선화 금잔화를 심고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200쪽)
■ 후치령에서 일본군을 섬멸했다는 감격의 승전 소식이 함경도 일대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북청군 전역은 물론 인근 각지에서 열혈 청년들이 날마다 의병대로 몰려왔다. 후치령 전투는 본격적 항일무장 투쟁으로 넘어가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238쪽)
■ 그날 밤 홍 대장은 일기에서 너무나 참담하던 자신의 심정을 단 두 줄로 적었다.
‘음력 오월 열여드렛날 정오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341쪽)
■ 홍 장군은 고개를 젖혀 줄곧 바람을 마시면서 말했다.
“지금 바람에 묻어오는 이 냄새는 틀림없이 왜놈들이 피우는 아사히(朝日) 권련 타는 냄새라네.”
이것은 필시 적들의 복병이 가까이 있다는 증거다.(541쪽)
■ “너희들, 장차 커서 무얼 하려느냐.”
아이들 입 모아 대답했다.
“장군님처럼 왜적들과 싸우는 독립군이 되겠습니다.”
홍 장군은 너무나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너희들 대답이 참으로 장하구나. 우리가 다하지 못하면 너희가 이어받아 왜적에게 빼앗긴 조국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단다.”(572쪽)
■ 1943년 계미년 10월 25일, 하루해도 저물고 사방에 어둠이 깔린 초저녁 8시, 장군의 숨소리가 그쳤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공화국 크즐오르다 스체프나야 거리의 춥고 어두운 집, 그 가난한 단칸방에서 홍범도 장군은 굴곡 많은 민족사의 숨 가빴던 생애를 접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800-801쪽)

2021년 홍범도 장군이 고국을 떠난 지 100년 만에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3년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3ㆍ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서 홍범도 장군을 42년간 연구해온 시인 이동순이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펴낸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재조명한 기념비적인 평전이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은 역사성과 문학성이 일치하는 글을 써냈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고의적으로 소외하고 폄훼해온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장군의 육성으로 부활시켰다. 서문에서 저자 이동순은 자신의 문학적 바탕은 어린 시절 조부 이명균 선생의 일대기를 들으며 자란 것이라고 했다. 집안 어른들의 회고담, 유품과 시작품, 서찰, 옛 신문기사를 읽으며 국문학자로서 가치관을 정립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뜻이 강해져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일에 다다르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홍범도 장군. 그가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용기가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되살아날지 기대한다.

이야기는 굶주린 조선 민중들이 국경을 넘고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는 때부터 시작된다. 홍경래의 부하 중에 곽산 사람 홍이팔이 있었다. 홍범도의 증조할아버지로 힘이 장사였다. 거기서부터 홍범도 부모의 만남과 홍범도가 출생하는 과정, 7일 만에 사망한 모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가 성장하고, 결의를 다지며 첫 봉기를 일으키고 아내 단양 이씨와 두 아들을 잃는 이야기 등이 문학가 이동순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항일무장 투쟁을 하는 홍범도 의병대가 등장한다.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에서 홍범도 부대가 활발하게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 홍범도 장군의 시점에서 세밀화처럼 그려진다.
책의 후반에는 흑하사변(자유시참변)과 분열 그리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경비원,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21년 장군의 유해가 크즐오르다에서 서울공항으로 봉환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홍범도 장군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꿰뚫는 넓고 깊은 평전이 탄생했다.

■ 서민 출신 항일 의병장,
펄펄 나는 비장군(飛將軍) 홍범도

홍범도 장군은 백두산 포수 출신의 영웅적인 항일 의병장이다. 당시 대부분의 의병장이 양반 유생 출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드문 경우다. 포수라는 직업적 특성이 홍범도 의병대의 강점이 되었다. 홍범도 의병대는 여러 부대로 나눠 산악유격전을 벌였다. 집중, 분산, 이동을 활용한 홍 장군만의 번개 전술이었다. 적의 입장에서는 홍범도가 눈앞에 있다가도 없어지며 몸을 쪼개고 나누는 것처럼 느껴져 그 의병대장은 축지법을 쓴다고도 했다. 그래서 홍범도의 별명은 펄펄 나는 홍범도, 즉 ‘비장군’(飛將軍)이 됐다.
홍범도는 나이 15세에 열일곱이라고 두 살 올려 말하고 구한말의 지방군대인 신건 친군에 입대한다. 이때 총을 처음 쏘았고 재능을 보였다. 불의를 참지 못해 평안장터에서 행패를 부리는 청나라 상인 놈을 두들겨 패고 조선 아녀자를 겁간하려는 왜놈 순사를 개처럼 끌고 가서 나무에 거꾸로 매달았다. 군대에서 부조리한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 탈영한 홍범도는 신계사에서 지담 스님의 상좌가 되었다가 그곳에서 비구니 단양 이씨를 만난다. 이후 깊은 산중에서 화승총 한 자루를 사서 줄곧 사격술을 연마하다 농사보다 수입이 좋은 사냥을 하게 된다. 사냥법이 뛰어나 일대에서 젊은 포수들이 모여들었고, 그 자리에서 왜놈 천지가 되어가는 세상을 개탄했다.
홍범도는 강원도 금강산 고갯마루에서 포수 김수협을 만난다. 녹두장군에게 영향받은 두 사람이 거병을 결의하고 원산에서 일본군 열두 놈을 처치한 것이 첫 번째 왜적사냥이었다. 학포에서 14명으로 첫 의병대를 모았고 유인석 부대에 끼어서 일본군과 싸우기도 했다. 그는 안산, 안평 두 지역의 직업 사냥꾼 조합 사포계를 만들어 포연대장이 되었다. 1907년 일본군 원정대가 산포수의 무기를 빼앗으려고 함경도 일대에 파견되자 홍범도는 차도선, 송상봉과 조직을 합쳐 첫 봉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후치령에서 날랜 유격전법으로 일본군 수송대와 보병 2개 소대 등을 전멸시켰다. 이 전투가 본격적 항일무장 투쟁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 봉오동 전투의 주역, 홍범도 의병대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일본 정규군을 대패시켜 독립군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 항일 무장독립운동사에 빛나는 전과다. 홍범도, 최진동, 안무 등 대한북로독군부 소속 한국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군인 월강(越江) 추격대대와 교전해 항일 전쟁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 7부에서는 인근 마을의 아낙네같이 역사에서 소외된 인물에 상상력을 부여하면서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눈에 보이듯 그려낸다.
봉오동에 엄청난 토지를 갖고 있던 최진동은 자신이 국민회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집에 늘 군대를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독립군 중대가 최진동 저택에 머무르던 중 홍범도 의병대에게 패배했던 야스카와 소좌가 300명 대부대를 이끌고 홍범도를 찾아 봉오동에 왔다. 홍범도가 최진동 저택에 당도한 다음 날 아침 일본군의 기습 소식이 있었다. 홍 장군은 독립군들에게 전투준비를 시킨 뒤 주민들을 대피시켜 마을을 비웠다. 봉오동의 산형지세를 파악하고 있는 홍 장군은 물고기를 몰 듯 촘촘히 포위망을 쳐놓고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일본 군대가 와요!”
이 한마디를 외치고 땅에 쓰러졌다. (…) 어젯밤에 두만강을 건너온 일본군이 아낙의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고 한다. 일본군이 봉오동으로 몰려가자 그길로 물동이를 이고 슬며시 물 길러 가는 척 샘터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일본군 보초의 감시를 슬쩍 따돌리고 맨발로 홍 장군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참으로 장한 여인이었다. 아낙네의 연약한 발은 돌부리에 부딪혀 피가 흘렀다. 머리는 헝클어져 몰골이 남루하다. 홍 장군은 이 여인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동했다. 바로 이런 민중을 위하여 우리가 목숨 바쳐 싸우는 것이 아닌가._535쪽

전 부대는 전투준비를 마치고 이화일 분대가 나가 봉오동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했다. 적군이 매복 지점에 다 들어왔을 때 홍범도 장군이 공격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자 일제 사격을 퍼부었다. 낮은 포복으로 산등성이를 오르는 적군에게 다른 쪽에 매복해 있던 의군부 장병들이 사격을 해댔다. 적군을 포위하고 나근형 소대, 최진동 부대 등이 여러 곳에서 사격하자 퍼붓는 총탄 소리가 마치 함석지붕에 쏟아지는 소낙비 같았다.
이때 날씨가 변해 번개와 비, 우박이 떨어졌고 운무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다. 홍 장군은 철수 명령을 내리고 퇴각하다가 냄새로 일본군의 위치를 파악한다.

“혹시 무슨 냄새가 안 나는가.”
독립군 병사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홍 장군은 고개를 젖혀 줄곧 바람을 마시면서 말했다.
“지금 바람에 묻어오는 이 냄새는 틀림없이 왜놈들이 피우는 아사히(朝日) 권련 타는 냄새라네. (…) 날 밝으면 왜적들이 다시 봉오동을 습격해올 것이니 우리는 오던 방향으로 도로 가서 봉오동 뒷재로 빠져 산 위에 오르자.”_541쪽

홍범도 장군의 예상대로 날이 밝자 일본군이 올라왔고, 적들은 서로를 독립군으로 오인하여 맞총질을 하다 죽었다. 홍 장군은 오랜 산포수 생활로 바람의 냄새를 맞는 등 특유의 동물적 감각을 갖추었다. 지형과 자연조건을 재빨리 이용하는 뛰어난 전술로 아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한북로독군부와 국민회는 봉오동 승전보를 실어 널리 알렸다.

■ 청산리 대첩 승리와
간도대학살, 자유시참변이라는 비극

일본군은 활발한 독립군의 활동에 위협을 느끼고 이들을 소탕할 방법을 고심하던 때였다. 이에 홍범도가 이끄는 대한독립군과 김좌진, 나중소, 이범석이 지휘하는 북로군정서는 긴밀히 연락하며 협동작전을 계획했다. 회의에서 일본군과 싸워야 한다는 홍범도의 주전론과 싸움을 피해야 한다는 피전론이 맞서다 피전론이 채택되었다. 하지만 10월 17일 새벽 야마다, 아즈마 일본군이 청산리 골짜기로 밀려들었고 일촉즉발의 순간에 홍 장군은 다시 주전론을 관철시킨다.

“호랑이한테 쫓기지 말고 우리가 먼저 그 호랑이를 잡도록 합시다.”
이 회의에서 홍범도 장군이 내놓은 전술은 선제공격이었다. 청산리 부근의 유리한 지세를 이용하여 기습공격으로 일본군의 공격이 있기 전에 먼저 적의 선두부대를 공격하자는 의견이었다. 참으로 다급한 일촉즉발의 순간에 홍 장군의 의견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받고 당당히 채택되었다. 소극적인 피전책이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바뀌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전체 독립군 연합부대의 공동작전이 결정되고 모든 준비는 서둘러 완료되었다. 이젠 죽느냐 사느냐 한판 승부의 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_582쪽

청산리 주변의 산형 지세는 험준하여 첩첩산중이고 골짜기는 비좁아서 매복 전술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1920년 10월 독립군 토벌을 위해 간도에 출병한 일본군과 청산리 일대에서 10여 회의 전투를 치른다. 이 전투를 청산리 대첩이라 부른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 8장에서 청산리 대첩에 속하는 청산리ㆍ백운평 전투, 완루구 전투, 샘물둔지ㆍ어랑촌 전투, 오도양차ㆍ맹개골ㆍ고동하 전투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10월 21일부터 시작된 청산리 대첩은 2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적의 연대장을 포함한 1,200명을 사살하고 독립군은 100여 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일본군의 간도 출병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투였고 독립군이 최대의 전과를 거둔 빛나는 승리였다. 청산리 대첩에서 김좌진, 나중소, 이범석 등과 함께 또 하나의 중심인물은 홍범도였다. 홍범도의 지휘 아래 대한독립군, 국민회군, 의군부, 한민회군, 광복군, 의민단군, 신민단군 등이 연합했고, 그 병력은 약 1,400명이었다.

청산리 대첩에서 크게 패한 일본군은 한인 사회와 항일단체를 초토화하는 것 보복을 가했다. 새벽에 마을에 들이닥쳐 주민들을 학살했다.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면 한 주 뒤 다시 찾아와 무덤을 파내고 시체를 불태워 증거를 인멸했다. 이렇게 당한 마을은 의란구, 송언동, 서래동, 학서동 등 그 수를 다 헤아리지 못한다. 1921년 4월까지 학살된 무고한 조선인의 수가 어림 추산으로 3,000명이 넘는다. 이를 ‘경신년대참변’ ‘간도대학살’이라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21년 6월 ‘흑하사변’ 또는 ‘자유시참변’이라 부르는 무장독립 투쟁 사상 최대의 비극이 일어난다. 중국 동북지방과 소련 국경이 맞닿아 있는 자유시(스보보드니)엔 오하묵이 이끄는 소련 홍군의 한인보병자유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여기에 홍범도 부대를 포함한 만주에서 온 한인 부대가 가득했다.
일본군은 소련 정부에 한인 무장단체를 해산시키라는 압력을 넣었고 1921년 3월, 소련은 만주에서 넘어온 모든 대한독립단 부대를 소련군 한인보병자유대대로 강제 편입시켰다. 여기에 오하묵이 부사령관이 되었다. 이르쿠츠크파 계열 오하묵과 적대적 관계였던 상해파의 박일리야와 독립군 지도자들이 오하묵의 집결 명령을 거부하고 자유시에서 빠져나왔다. 홍범도 장군의 대한독립군단은 세력 다툼 속에서 중도 노선을 선택하고 분파행동을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오하묵 부대는 수라제프카로 이동해 있던 박일리야의 사특의용대를 기습하고 무장해제를 단행한다. 이 전투에서 272명이 포화에 죽고, 37명의 장병이 아무르강에 뛰어들었으며, 250여 명은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쪽은 권력 싸움을 하며 독립군의 역량을 통일시키려는 노력을 무조건 반대했고, 다른 한쪽은 동족에게 총부리를 함부로 들이댄 분열주의가 낳은 참극이었다.

■ 강제 이주와 별의 고향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항일 무장투쟁의 중심인물이지만 구소련 지역에 머물러 살았다는 점과 유생이 아닌 서민 출신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독립운동사에서 왜곡되고 폄훼되어온 홍범도 장군의 전 생애를 재조명한다.
레닌과 홍범도 장군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홍 장군이 원동민족혁명단체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을 때 레닌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전갈이 왔다. 크렘린궁 집무실에서 홍범도는 레닌에게 격전의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레닌은 홍범도 장군의 반제국주의 투쟁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마우저식 권총을 러시아 장교 외투와 격려금 200루블과 함께 선물했다. 또한 홍 장군의 요청으로 흑하사변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독립군 대원들을 석방했다. 이후 홍 장군은 혼례식 날을 포함해서 언제나 레닌에게 받은 권총을 차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스탈린이 등장해 소련 영토 내 한인 무장활동을 일절 금지했다. 또한 독립군 조직 간 지리멸렬한 파벌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1922년 10월, 소련 원동지구의 일본군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소련 홍군도 대규모 제대를 했다. 홍범도 장군의 나이도 무장조직의 지휘관으로서는 상당한 고령이었다. 그렇게 폭풍을 뚫고 달려온 장군의 무관 생활도 마무리되었다.
홍범도는 이만 지역 싸인발에서 3년간 농사에 몰두했다. 여기서 소련 정부에서 지급하는 노령자 연금에 이력서를 작성해 보내기도 했다. 이후 씬두히네츠와 쓰꼬또브로 지역을 옮기며 전투적으로 농촌 개척과 농사를 이어갔다. 1929년 옛 부하들과 이웃들의 축복 속에서 이인복 여사와 재혼했다.

나 홍범도는 1868년 8월 27일, 조선 평양의 빈농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내가 8세 되었을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그리고 15세까지 집안 아즈반네 집에서 자랐다. 1883년부터 5년 동안 평양 진위대 보병대에서 나팔수로 병정 생활을 했다. 1887년까지는 황해도 수안군 총령의 종이 뜨는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1894년, 막실이라는 농촌의 철령 신영리 공장 부근에서 일본에 붙어 있는 친일파 3명을 처단하고, 제지공장에서 도망쳐서 강원도 철원 산골로 갔다. 그곳에서 일본 침략자와 맞서 300명 의병대를 조직했다. 1894년부터 1899년까지는 강원도와 함경도 등지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저항해서 피 흘리는 전투를 계속했고, 의병대의 대원수는 1,400명까지 늘어났다._758쪽

홍 장군은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가산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수송열차에 실려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다. 황량한 모래벌판에서 바람이 불고 냉기가 올라와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집단농장 지도자들은 상부에 탄원서를 보내 칠순의 홍범도 장군을 대우해 크즐오르다에 남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남은 생을 크즐오르다에서 고려극장의 경비원과 방앗간 노동자로 일했다. 이때 고려극장의 극작가 태장춘이 홍 장군을 모셔다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로 듣고 틈틈이 기록했다. 그 이야기를 아내인 고려극장 배우 리함덕이 공책에 정리해 『홍범도 일지』란 귀한 기록이 남았다. 태장춘은 홍범도의 부하들을 찾아다니며 당시 이야기를 수집해 극본 『홍범도』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홍범도 장군을 모시고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1943년 10월 25일, 사방에 어둠이 깔린 저녁 8시에 장군의 숨소리가 그쳤다. 방앗간 일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신문에 부고를 실었다. 저자 이동순은 홍범도 장군의 불멸의 정신은 크고 빛나는 별이 되어 높이 떠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젊었던 날
내 한 줄기 강풍으로
강과 산 다른 바람 불러 모아
모진 맹수 도깨비 떼 보는 대로 물리쳤나니
무슨 곡절로 내 이 먼 곳까지
휘몰리고 떠밀리고 끌려와 내팽겨쳐졌던가
그 누가 나를
영웅이라 하는가
그 누가 나를 나는 범이라 하는가._817쪽

작가정보

저자(글) 이동순

李東洵
시인. 문학평론가. 경북대학교 인문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한국현대문학사를 공부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1973), 문학평론(1989)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꿈에 오신 그대』 『가시연꽃』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묵호』 『멍게 먹는 법』 『마을 올레』 『독도의 푸른 밤』 『신종족』 『고요의 이유』 등 21권을 발간했다.
시선집으로는 『맨드라미의 하늘』 『그대가 별이라면』 『쇠기러기의 깃털』 『숲의 정신』 『생각만 해도 신나는 꿈』 등이 있다.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를 완간했다.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우리 시의 얼굴 찾기』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달고 맛있는 비평』 등을 발간했다.
산문집으로는 『시가 있는 미국기행』 『실크로드에서의 600시간』 『번지 없는 주막: 한국가요사의 잃어버린 번지를 찾아서』 『마음의 자유천지: 가수 방운아와 한국가요사』 『노래 따라 동해기행』 『노래 따라 영남을 걷다』 『한국근대가수열전』 『나에게 보내는 박수』 등이 있다.
1987년 매몰시인 백석의 시작품을 수집 정리하여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 시인의 시전집으로 시인을 민족문학사에 복원시키고 백석 연구의 길을 열었다. 편저 『백석시전집』 『권환시전집』 『조명암시전집』 『이찬시전집』 『조벽암시전집』 『박세영시전집』 등을 포함하여 각종 저서 도합 78권을 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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