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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동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이정전 지음
여문책

2023년 11월 13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2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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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7.15MB)
ISBN 97911877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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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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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는 물을 채운 해자로 둘러싸인 섬에 유인원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자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고 시도한 유인원에 대한 보고가 다수 있다. 때로는 둘 다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새끼를 다루는 데 서툰 어미 침팬지가 실수로 새끼를 물속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수컷 한 마리가 그 새끼를 구하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어떤 침팬지는 잘 아는 사이도 아닌 한 암컷이 비명을 지르면서 물속으로 떨어져 허우적거리자 황급히 그 암컷에게 달려갔다. 그러고 나서 해자 가장자리의 진흙으로 걸어 들어가 버둥대던 암컷의 한쪽 팔을 붙잡고 안전한 곳으로 끌어냈다. 원래 침팬지는 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강력한 동기가 없이는 물 공포증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처럼 동물도 눈물겨운 자기희생을 감행하고, 놀라운 기억력과 추리력도 가지고 있으며, 고마움을 표현할 줄도 알고, 서로 협동하고 교육도 하며 불공평한 대우에 분노하기도 한다. 우애ㆍ효도ㆍ절제ㆍ협동 등 우리 인간 사회에 있는 좋은 것들이 동물 사회에도 있다. 그런가 하면 폭력ㆍ전쟁ㆍ사기ㆍ강도ㆍ미신 등 인간 사회에 있는 나쁜 것들이 동물 사회에도 존재한다.

이 책의 목적은 동물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인간이 실상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살펴봄으로써 동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한 것이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한 해 10만 마리 이상이 버려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머리말

1장 인간과 동물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

짐승 같은 놈? 그러면 당신은 짐승을 잘 알고 있습니까?
“인간아, 딴 짓 그만하고 새끼나 많이 낳아라!”
‘반쪽짜리 눈’이 뭐 어때서?
구역질나는 더러운 이론
다윈은 지질학자라서 진화에 관해 말하기를 꺼렸다

2장 약아빠진 동물들

동물도 추리한다
놀라운 기억력을 가진 동물, 꾀를 쓰는 동물
수를 세는 앵무새
동물도 불공평한 대우에 분노한다
동물도 도구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유인원은 거울로 자신의 엉덩이를 보려고 한다

3장 동물도 고상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눈물겨운 자기희생을 감행하는 동물
간질여달라고 조르는 쥐
동물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
동물도 감사할 줄 안다
동물도 미신을 믿는다
동물도 표정을 지으며 웃기도 한다
4장 동물 사회도 인간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도 ‘낭만적 사랑’에 빠지며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동물도 협동한다
동물도 가르치고 배운다
동물도 주거지와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한다
동물도 정치를 한다
동물도 서로 속이고 사기 친다

5장 인간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단면들

잘 생각해보고 행동하라지만 과연?
기도하면서 담배 피우면 안 되고, 담배 피우면서 기도하면 괜찮다?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는 천재도 바보가 된다
눈에 보이는 돈만 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은 잘 못 본다
돈을 준다고 하면 거절하고 돈을 안 준다고 하면 승낙한다?
손실은 몹시 싫어하면서 공짜 앞에 이성을 잃는다
인간은 혼자 온갖 착각을 즐긴다?

6장 이성보다는 감정?

인간은 감정에 휘둘리게 되어 있다
인간도 본능적으로,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두 마음’을 가진 인간
생선회를 먹을 최적기는 바로 대형 식중독 사건이 터졌을 때

7장 인간과 동물의 만남

인간이 바빠지면서 개도 바빠졌다
총각은 개와 함께 있을 때 여성의 환심을 더 많이 산다
가축화된 동물이 없으면 식인종이 된다?
가축을 위한 헌혈제도가 필요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가축화되지 못한 이유는 가지각색

8장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은 가능한가?

인간의 공격성과 잔인성
종교의 폭력성
동물과 달리 인간은 살상무기와 종교를 가지고 있다
동물학대와 동물의 멸종
동식물 보호를 위한 범지구적 노력
인간과 동물의 건전한 공존은 결국 우리를 위한 것

미주

유인원의 감사하는 마음을 더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밀렵꾼에게 쫓겨 죽기 직전인 침팬지를 동물보호단체 사람들이 구조해 콩고의 한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해주었다. 이 침팬지는 완쾌된 후 숲으로 돌려보내졌는데, 그 순간을 촬영한 비디오가 널리 유포되었다. 이 침팬지와 그 현장에 있었던 제인 구달 박사 사이에 벌어진 감동적인 장면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침팬지가 그냥 숲을 향해 걸어갔지만, 잠시 후 갑자기 되돌아와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을 꼭 껴안았다. 특히 구달 박사와는 오랫동안 서로 포옹을 나눈 뒤 숲으로 떠났다. 이 장면이 눈길을 끈 이유는 그 침팬지가 마치 자신을 구하고 치료해 건강을 되찾아준 사람들에게 그냥 등을 돌리고 가버리는 것은 도리가 아님을 깨달은 듯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94~95쪽)

인간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물 사회에서도 남을 이해하는 능력을 이용해 남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연못의 오리에게 돌을 던지는 개구쟁이 소년처럼 유인원은 가끔 그저 재미로 다른 동물에게 해를 가한다. 그 실제 사례가 한 연구실에서 목격되었다. 이 연구실에서 기르던 어린 침팬지들은 장난삼아 울타리 건너편에 있던 닭들을 빵 부스러기로 유인했다. 거기에 속아 닭이 다가올 때마다 침팬지들은 닭을 막대기로 때리거나 날카로운 철사 조각으로 찔렀다. 이들은 장난을 더 발전시켜 한 침팬지가 미끼를 던지는 역할을, 다른 침팬지가 닭에게 고통을 주는 역할을 분담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단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 한편 야생에서는 침팬지가 다람쥐나 바위너구리 같은 작은 동물을 괴롭히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침팬지는 여기서 즐거움을 얻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짓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기 때문이다. 이같이 유인원은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에게 고통을 가할 정도로 충분히 복잡한 뇌를 가지고 있다.
(95~96쪽)

기꺼이 동료들과 협력할 뿐만 아니라 전리품을 함께 나눌 만큼 아량이 있는 개체가 영장류 사회에서도 인기가 높다. 동료의 도움을 받았을 때 이를 되갚아야 한다는 점도 이들은 알고 있다. 예컨대 먹이를 획득한 꼬리감는원숭이는 도움받은 적이 없는 동료보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동료에게 먹이를 더 많이 나눠준다. 이는 도움을 받은 개체가 그 도움을 잊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협력은 자연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일부 사회과학자들의 주장은 독단에 불과하다.
(119~120쪽)

우리 인간의 성향이 동물의 성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증거보다는 오히려 비슷하다는 증거가 더 많다. 동물이 원하는 것은 살상이 아니라 상대를 패배시키는 것이요, 공격의 목표는 파괴가 아니라 지배다. 이 점에서는 우리도 근본적으로 다른 동물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인간의 경우에는 공격이 너무 멀리서 이루어지며, 집단이 협동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으므로 전쟁에 동원되는 사람들은 원래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이제 적을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를 돕고 적을 죽이기 위해 공격하게 되었다. 적이 직접 복종의 몸짓을 보였을 때, 이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타고난 성향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어졌다.
(258~259쪽)

◆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가 의미하는 것

불과 몇 년 사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어났다. 동물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동영상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이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일은 매우 친숙한 풍경이 되었다. 어느새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가 10만을 훌쩍 넘는다는 어둡고 슬픈 현실이 있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모습에 혹해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분양받았다가 감당하지 못해 몰래 버리는 무책임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유기동물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잇따른 길고양이 살해, 끈끈이에서 발버둥 치는 새끼 고양이, 고양이 매질, 강아지 매단 채 오토바이 질주하기 등 동물학대가 나날이 잔혹해지고 있고, 이에 관한 영상의 공유도 빈번해지고 있다. 해마다 꾸준히 고발하고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개 농장의 참혹한 현실은 각종 매체의 단골소재가 된 지 오래다. 그런 끔찍한 동물학대 장면이 언론에 자주 고발되면서 많은 사람이 분노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각종 동물보호단체가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한 동물구조단체가 1975년부터 1996년까지 21년 동안 고발된 동물학대범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45퍼센트는 살인, 36퍼센트는 가정폭력, 30퍼센트는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학대범이 사람을 폭행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다섯 배 더 높다는 점도 밝혀졌다. 2005년 미국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 4,700여 명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의 83퍼센트가 반려동물을 폭행 또는 살해한 전과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들을 조사해본 결과 이들의 동물학대 전력이 다수 드러났고, 그중 한 명은 기르던 개 여섯 마리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사례들은 동물학대 전력이 사회적 약자인 노인ㆍ여성ㆍ어린이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동안 인간과 동물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해지고 많아짐에 따라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우리는 태곳적부터 내려온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동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전보다 더 잘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대답을 담아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게 발전해왔다. 이 관계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동물이 이용의 대상이었고, 이 결과 동물의 가축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물이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이 결과 수많은 동물이 인간 때문에 멸종되었다는 점이다. 그러자 근래 동물의 멸종에 대한 경각심과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동물보호단체도 많이 생겨났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와 법률도 제정되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여전히 동물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물보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자체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자세히 살펴보고 강조하려는 뜻도 담고 있다.

◆ 동물은 알고 인간은 모르는 동물 이야기

인간은 쉽사리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 비이성적인 짓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존재다. 또한 큰 두뇌를 가졌고 고유한 언어로 소통하며 각종 도구를 활용하면서 눈부신 문명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들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영장류라고 자부한다. 인간은 인류는 물론 동물들에 대해서도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동물은 인간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인간 진화의 계통도에서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 하빌리스’는 최초의 인류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현생 인류의 직계조상으로 알려진 ‘호모 에렉투스’ 사이에 존재했으나 멸종한 인류다. 학창시절에 배운 이런 단편적인 지식의 영향 탓인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인간만 도구를 활용할 줄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사례는 이런 편견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를 생생히 일깨워준다.

꿀을 채취하는 아프리카 가봉의 침팬지들은 더 정교한 연장 세트를 보여준다. 이들은 다섯 가지 도구로 이루어진 연장 세트를 가지고 벌집을 습격한다. 다섯 가지 도구란 벌집 입구를 부수는 데 쓰는 무거운 막대, 꿀이 있는 방에 도달하기 위해 땅에 구멍을 뚫는 막대, 구멍을 넓히는 도구, 꿀에 담갔다가 거기에 묻은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는 너덜너덜한 막대, 꿀을 퍼 올리는 나무껍질 등이다. 이 도구들은 쓰기에 복잡하므로 이것들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미리 생각하고 순서에 따라 작업 단계를 계획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한 침팬지 공동체는 사냥할 때 뾰족한 막대를 쓴다. 이것은 충격적인 사실이었는데, 사냥무기는 인간에게만 독특하게 나타난 발전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침팬지는 나무에 뚫린 구멍 속으로 그들의 창을 찔러 넣어 잠자는 작은 동물을 죽인다. 수컷 침팬지처럼 원숭이를 쫓아가 잡을 수 없는 암컷 침팬지에게 이 작은 동물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69쪽)

그런가 하면 우리는 흔히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가리’라고 폄하한다. 새의 뇌 용량이 작은 탓도 있지만 새는 기억력이 나쁘다는 오래된 편견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사례를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앨리스라는 이름의 미국 앵무새는 수를 잘 알았다. 재깍거리는 소리를 두 번 내고 몇 번 소리가 났느냐고 물으면 “2”라고 답했고, 재깍거리는 소리를 두 번 더 내자 “4”라고 답했으며, 다시 두 번 더 내자 “6”이라고 답했다. 이 앵무새는 색깔도 구분했다. 여러 가지 색의 물건이 담긴 쟁반을 보여주고 나서 “초록색은 몇 개?”라고 질문하면 정답을 말할 수 있었다. 새의 뇌에는 포유류의 대뇌피질과 같은 것이 거의 없어서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이 없다는 게 과거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새는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 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학습에도 서툴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앨리스라는 이름의 이 앵무새는 그런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앨리스는 각종 재롱으로 미국에서 유명한 동물이 되었으며, 수명을 다했을 때는 『뉴욕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지에 사망 기사가 실리는 영예까지 누렸다. (59~60쪽)

동물은 생각할 뿐만 아니라 동료나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며,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앞에서 살펴본 앨리스라는 이름의 앵무새는 흥분을 잘하는 까닭에 이 새를 기른 학자는 이 새에게 “진정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하루는 그가 전화를 받고 화를 벌컥 낸 뒤 성난 발걸음으로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바로 그때 앨리스는 그의 뒤꽁무니를 향해 “진정해!”라고 소리쳤다. 이 앵무새는 주인의 감정을 읽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62쪽)

이런 사례는 아주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영장류부터 조류, 곤충, 해양 동물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물들의 놀라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당연히 책에 소개된 사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우리가 모르는 동물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며 인간 못지않게 고귀한 생명체인 동물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찍이 인도의 성인 간디도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가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 동물들이 이 책을 본다면……

동물에 대한 편견과 무지 못지않게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도 지독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나마 20세기를 거치며 진화생물학, 동물학, 행동경제학, 심리학 등의 놀라운 발전 덕에 인간과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이 상당히 넓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고전철학의 화려한 개화 이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그저 여전히 진화 중일 뿐.
덧붙여 ‘진화’라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다윈에 따르면 진화는 자연 속에서 개체가 거칠 수밖에 없는 생존을 위한 적응과 변화의 과정일 뿐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력한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채 여전히 진화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부류가 (특히 미국에서) 제법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오해는 앞으로도 굳건할지 모른다.

저자 이정전 교수는 본디 경제학자다. 오랜 세월 동안 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주류 경제학의 근본 가설에 깊은 회의가 생겨 환경학과 행동경제학, 심리학, 동물학 등으로 꾸준히 관심 분야를 넓혀왔다. 이 책은 그 결과물 중 하나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동물이 인간보다 더 낫네”라고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과 동물을 다각도로 비교해 누가 더 우위에 있는 존재인지를 논하려고 이 책에 공을 들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가진 우스꽝스러운 일면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폭로하는 이유는, 주류 경제학이 강조하듯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으며 때론 매우 비이성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을 떼어보자는 취지에서다. 다음의 흥미로운 사례를 보자.

미국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농담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교회에서 신자가 목사에게 질문했다. “목사님,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목사가 정색을 하면서, “그건 절대 안 되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감히 하느님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절대 그럴 수는 없지!” 이번에는 다른 신자가 목사에게 질문했다. “목사님, 담배를 피우면서 기도를 해도 되나요?” 그러자 목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암, 되고말고. 기도는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다네. 식사 중에도 기도하고, 산책하다가도 기도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기도하고,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하고, 늘 틈만 나면 기도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나 담배 피우면서 기도를 하는 것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그런데도 목사의 대답은 어이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155~156쪽)

저자가 이런 사례를 인용하는 것은 특정 종교나 종교인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의 사례처럼 어떤 측면을 더 빨리 연상하도록 틀을 짜서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는 ‘틀 짜기 효과’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나 설문조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런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저자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면서 무수히 많은 동물을 잔인하게 살상한 결과, 끝내 멸종으로 내몰았다는 뼈아픈 사례도 들려준다.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인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다의 대형 동물은 육지의 대형 동물들에 비해 인간 폭력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바다 생물의 많은 종이 산업공해와 인간의 해양자원 남획 탓에 멸종의 기로에 놓여 있다. (266쪽)

멸종에 관한 한 가지 유력한 단서는 그 멸종 시기가 대부분 인류가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그랜드캐니언 부근의 대형 동물들이 멸종한 시기가 이 지역에 수렵인들이 도착한 시기와 일치한다. 더욱이나 이 지역에서 늑골 사이에 창촉이 박힌 매머드의 유골이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그 멸종이 우연이 아니라 인간 때문임을 암시한다. 역사적 기록은 인류를 생태계의 연쇄 살해범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사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것과 유사한 대량 멸종이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해서 정착할 때마다 거듭거듭 벌어졌다. (264쪽)

놀랍게도 이제는 동식물의 멸종이 아니라 인류의 멸종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핵전쟁에 대한 공포, 심각한 환경 파괴가 불러온 기후변화,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가는 각종 자연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 등 지구 외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불안정한 요인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밖에 할 말은 없겠지만, 인류가 아무리 비합리적이라 한들 가만히 앉아서 공멸의 길로 나아가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제 인류가 공멸할지 존속할지의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정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토연구원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 은퇴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경제학과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경실련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부동산 정책, 경제 정의, 정치경제학ㆍ행복경제학ㆍ환경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많은 글을 발표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초연결사회와 보통사람의 시대』, 『시장은 정의로운가』(정진기 언론문화상 대상 수상), 『두 경제학 이야기: 주류경제학과 마르크스경제학』, 『경제학을 리콜하라』, 『경제학에서 본 정치와 정부』, 『우리는 왜 정부에 배신당할까?』,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주적은 불평등이다』 등이 있다.

최근에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특히 동물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근래 인간과 동물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지고 새로운 사실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이제 우리는 인간과 동물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보통의 인간보다 기억력이 뛰어난 동물이 적지 않다.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 동물은 훨씬 더 똑똑하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어리숙한 행동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행동도 많이 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이 두 가지 측면을 자세히 살펴보며, 인간에 의한 동물 멸종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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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동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저자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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