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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몸과 물질의 행위성

필로소픽

2023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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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42MB)
ISBN 979115783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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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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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에서 인간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물질과 자연은 언제나 문제 덩어리였다. 근대 자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태풍이나 홍수, 질병이나 지진처럼 인간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자연을 ‘삐딱한 자연’, ‘타락한 자연’이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물질은 인간에 의한 수정과 교정, 개선, 변화가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고 인간은 자연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생태계의 파괴와 지구온난화, 이상고온과 저온,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변화가 나타나며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본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과학기술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은 마침내 자연과 물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동안 유물론과 관념론이 간과했던 물질의 행위성을 이론화하려는 신유물론이 등장한 것이다.
신유물론은 지금까지 불활성 물질로 간주되었던 비인간 존재와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으로 정의되었던 물질의 행위 능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이론적 노력이다. 인간만이 주체적으로 행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연도 인간처럼 행위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사용했던 수많은 개념 외에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다지려는 시도이다.
아직 신유물론은 하나의 일관된 체계이거나 정체가 분명하고 수미일관된 이론이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임의적으로나마 사변적 실재론과 페미니즘적 신유물론으로 이론가들을 분류하였다. 브뤼노 라투르, 퀑탱 메이야수, 그레이엄 하먼으로 시작해 제인 베넷과 비키 커비, 캐런 버라드와 도나 해러웨이를 접하고 나면 독자는 인간 이상의 세계를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글 ㆍ 6

1. 신유물론으로서의 브뤼노 라투르 사상_김환석

2. 절대적 우연성으로서의 실재: 퀑탱 메이야수의 사변적 실재론_정지은

3.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과 비유물론_서윤호

4.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_임지연

5. 비키 커비의 ‘읽고 쓰고 말하는 몸’_임소연

6. 캐런 버라드의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기』: 관계와 얽힘으로 만들어지는 몸_박신현

7. 신유물론, 해러웨이, 퇴비주의_주기화

8. 수행적 신유물론이란 무엇인가?_박준영

9. 신유물론의 물질과 몸_김종갑

라투르에게서는 신유물론의 핵심 개념인 ‘물질Matter’이란 용어보다는 ‘비인간Nonhuman’이란 용어가 많이 쓰이지만, 중요한 점은 이 때 ‘물질’을 보는 관점은 기존의 유물론에서처럼 행위성이 없는 ‘객체Object’-즉 ‘주체’의 대립항-로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성이 있는 ‘사물Thing’로 보는 것이 신유물론의 핵심이다. 바로 이 점에서 라투르는 비인간이란 물질을 행위성이 있는 ‘사물’로 보아야 한다고 가장 앞서서 주장한 학자이기 때문에 그를 신유물론의 선구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47쪽)

새롭게 등장한 신유물론은 메이야수의 사변적 실재론을 비롯해서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 제인 베넷의 생기론적 유물론 등 다양한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의 지향점이 있는데, 인간중심적 혹은 인간관계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메이야수는 그러한 신유물론 사상의 첫 주자라고 할 수 있다.(56쪽)

객체를 세계의 근본구조로 파악하려는 객체지향 존재론은 객체에 대한 환원주의적 접근과 과도한 구성주의적 접근 모두를 배격한다. 우리는 어떤 기술적 대상이나 사회적 현상, 예술 작품을 이해하고자 이를 더 간단한 객체로 환원해 분석할 수 있다.(97쪽)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적 이념은 인간의 평등에 한정되었고, 자유 역시 인간의 자유를 중심으로 이해되었으며, 사랑은 인간적 가치를 확장하는 최고의 능력으로 구사되었다. 물론 인간세계는 아직 평등, 자유, 사랑이라는 가치를 완전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가령 동물을 학대하면서 동시에 완전한 여성 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을 동물과 같은 비문명 자연으로 비유하고 평등을 인간의 영역으로 제한할 때 역설적으로 인간의 평등은 구현되기 어렵다.(116-117쪽)

커비가 제안하는 것은 단연코 과거의 과학이나 과거의 앎의 방식으로의 회귀가 아니다. 그는 자연이 쓰는 텍스트를 읽고 소통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앎의 방식, 다른 과학, 다른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몸과 물질, 자연, 비인간의 말과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156쪽)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는 것’은 행위역능을 지닌 모든 것들이 내부-작용을 통해 우주의 생성에 기여하므로 인간은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고 ‘우주와 타협하고 우주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책임지는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은 얽혀 있는 관계성들과 가능성들을 고려하면서 민감하게 응답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하므로 책임을 독점할 때보다 오히려 더욱 큰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있다.(186쪽)

해러웨이는 회의주의와 패배주의에 맞서, 세상은 “여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가이아가 어떻게 작동할지 제어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퇴비임을 자각하여 반려종들의 긴급한 호소에 응답하면서 두터운 현재를 가차 없이 살다보면 몇 가지는 고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계속 시작만 있고 결말은 나지 않는” 우로보로스식 퇴비 만들기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야단법석을 떠는” 이유는, 강력한 찰나의 순간에 아무런 조건 없이, 가차 없이 서로 협력하면서 대안적인 길을 개척하는 ‘다종 퇴비 공동체’들이 세계를 만들어왔으며, 지금도 조용히 간신히 세계를 만들고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그의 퇴비주의는 냉소·절망·공포에 맞서 역사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촉구한다.(225쪽)

결론적으로 신유물론의 물질은 잠재적 차원에서 서로 간에 평등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현행적 차원에서 그 관계 맺음의 능력은 달라진다. 더 많은 관계, 더 많은 네트워크 안에서 물질은 더 큰 능력을 발휘하며, 또한 그에 기반하여 관계 확장에 나선다. 관계의 능력이 줄어들수록, 교란은 심해지고, 이에 따라 관계는 더 줄어들게 된다.(255쪽)

신유물론은 과거에 수동적이며 관성적이고 비활성적이었던 것으로 취급되었던 물질에 행위능력을 부여하는 이론이다. 물질은 움직임을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러한 신유물론의 입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신유물론이 등장하기 이전에 그러한 물질의 행위능력은 몸의 고유한 속성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이다.(262쪽)

작가정보

2007년 설립된 이래 현대철학과 사회의 화두인 몸을 매개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문학과 철학, 법학, 정신분석학, 역사학, 의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문화와 권력, 기술, 규범, 의료 관계 속에서 현상하는 인간과 몸의 문제를 이론화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트휴먼총서와 몸이론총서를 출간하고 있다.

저자(글) 김종갑

건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동 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소장.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영문학 박사. 문학과 예술·철학·과학을 아우르는 학제적 연구로서 몸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많다. 『문학과 문화 읽기』, 『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근대적 몸과 탈근대적 증상』, 『외모 강박』 등을 썼고, 『인류세와 에코바디』, 『지구에는 포스트휴먼이 산다』 등을 공저했다. 「예술과 외설」, 「문학의 제도화로서의 이론」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저자(글) 김환석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부와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임페리얼칼리지에서 과학기술사회학 전공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사회학과 현대 사회이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과학사회학의 쟁점들』을 썼고, 『한국의 과학자사회』,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포스트휴머니즘과 문명의 전환』,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등의 공저가 있다. 「사회과학의 ‘물질적 전환’을 위하여」, 「코스모폴리틱스와 기술사회의 민주주의」, 「새로운 사회학의 모색 (1)」, 「사회과학과 신유물론 패러다임」 등의 논문이 있다.

저자(글) 박신현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석사학위와 영어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런 버라드의 행위적 실재론과 신유물론을 바탕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들을 분석한 논문 「행위적 실재론으로 본 울프의 포스트휴머니즘 미학」, 「버지니아 울프 소설에 구현된 기술미학과 환경미학」, 「회절과 얽힘의 텔레커뮤니케이션」을 발표했다. 『공유: 관계적 존재의 사랑 방식』을 썼고, 공저로 『생태, 몸, 예술』이 있다. 『강철혁명』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저자(글) 박준영

수유너머104 연구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외래교수, 현대철학 연구자. 동국대학교에서 불교철학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들뢰즈 철학을 연구했다. 최근에는 신유물론과 기술철학에 관심을 두면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신유물론: 인터뷰와 지도제작』 등을 번역했고, 『K-OS』 등을 공저했다. 논문으로는 「신유물론의 이론적 지형」, 「들뢰즈에게서 철학과 철학자」 등이 있다.

저자(글) 서윤호

건국대학교 학술연구교수. 동 대학교 몸문화연구소 부소장. 함부르크대학교 법학박사. 저서로 『사물의 본성과 법사유』, 공저로 『다문화사회와 이주법제』, 『인류세와 에코바디』, 『지구에는 포스트휴먼이 산다』 등이 있다.

저자(글) 임소연

과학기술학 연구자.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 신유물론 페미니즘, 과학기술과 젠더, 인간향상기술과 몸 등을 주제로 강의와 연구를 해오고 있다. Ethnic and Racial Studies, Medical Anthropology, Social Studies of Science 등에 단독 및 공저 논문을 발표했고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겸손한 목격자들』(공저),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공저), 『과학기술의 시대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등의 책을 썼다.

저자(글) 임지연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조교수, 문학비평가. 시 비평과 함께 1960-90년대 한국 시를 세계, 젠더, 지식, 생태 등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가이아, 동물, 인류세, 신유물론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인간-자연의 배치에 대해 상상하는 중이다. 『‘이후’의 말들』, 『사랑, 삶의 재발명』, 『인류세와 에코바디』(공저) 등을 출간하고, 「2000년대 재난소설의 ‘어두운 함께-되기’ 서사와 생명정치적 장소성」, 「아픈 몸은 어떻게 말하는가」, 「횡단하는 물질, 사라지는 몸」 등의 논문을 썼다.

저자(글) 정지은

홍익대학교 교양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공부한 뒤, 프랑스 부르고뉴대학교에서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적 사유와 미학적 사유」로 철학석사 학위를, 「메를로-퐁티에서의 표현과 살 존재론」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상학과 예술, 현상학과 정신분석을 아우르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몸의 철학』, 『헬조선에는 정신분석』,
『이성과 반이성의 계보학』 등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고,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유한성 이후』, 『철학자 오이디푸스』, 『알튀세르와 정신분석』, 『몸: 하나이고 여럿인 세계에 관하여』를 번역했다.

저자(글) 주기화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건국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관심은 포스트휴머니즘, 신유물론, 페미니즘 등이다. 저서로 『인류세와 에코바디』(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호모 몬스터쿠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그녀」에 나타난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 「인클로저로 축출된 인간과 야생동물의 커머닝: 켄 로치의 「Kes」」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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