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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 청부 살견단

사나운 개가 있는 곳에 할배가 뜬다
유현철 지음
음악의향기

2023년 11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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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3586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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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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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엘리트 전문가 할아버지 네 명과 할머니 한 명이 뭉친다. 그들은 얼굴만 나이 많아 보일 뿐 아직도 몸과 마음이 거뜬하다. 머리는 젊은이보다 더 똑똑하고 지식으로 충만되어 있고 경험도 풍부하다. 그들이 모여서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오로지 머리만 굴려서 할 수 있는 못된 강아지를 처치하는 청부 살견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다 드디어 살견 청부가 들어오게 된다. 아주 못 되먹은 사납고 개차반인 치와와 한 마리 때문에 아파트 전체 주민들이 못 살겠다며 조용한 처리를 의뢰했다.

엘리트 할배들은 현장 답사를 하고 각자의 전문 지식을 최대로 활용하여 각종 첨단 장비를 설치하고 처치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사전 답사 중 우연히 견주의 개할아버지가 불륜녀를 몰래 불러서 아파트 뒷골목에 차를 세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주기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을 알게 된 할배들은 그 순간을 노리기만 하면 시간 여유를 갖고 완벽하고 깔끔하게 개를 처치할 수 있다. 행동 대장에 나선 할배 중 하나가 개를 입으로 부는 총으로 쏴서 맞춘다는 게 실수로 그만 큰 문제가 발생한다.

살견 처분을 의뢰한 사람은 정체를 서서히 들어내면서 실수를 용인하게 되는데 그 이유와 배경에 숨겨진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한편 사건 후 경찰이 개입되면서 할배들에게 서서히 수사망이 다가오고 직접 처분에 나섰던 할배는 중한 병에 걸려 입원하게 되고 마지막 임무가 부여된다.
할배 밴드
요구 분석
기본 설계
상세 설계
실행 목록과 순서
실행
검증
반복 Routine job

클림트는 조금 전에 암수를 묻는 베티의 질문이 거슬렸다. 설마 자기가 키우는 개새끼 성별도 모를까봐 확인이 필요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결국 수컷이라는 속성 때문에 비용이 추가되었다. 상식적으로 동물의 암수에 따라 키우기가 힘들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죽이기가 힘들다는 말은 들은 바 없지만 이미 주도권은 의뢰인에서 반대로 넘어간 상태가 되고 말았으니 선택의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계약 전은 주문자가 갑이지만 계약이 성사되면 시행자가 갑이 되는 게 비즈니스계의 정석이다. 계약에 가까울수록 을의 상태로 기울어진다. 선택지가 없으니까.

에론이 계약 전과 계약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클림트는 개 사진과 더불어 현재 개가 거주하고 있는 견주의 집 주소와 개할배의 전화 번호까지 적어줬다. 문득 이 사람들이 살견 경험이나 실적은 풍부한 전문가들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졌다. 메일로 실적 내용을 받긴 했지만 만나자마자 다시 한번 대면한 상태에서 물었어야 네고가 유리할 텐데 닉네임 어쩌구저쩌구 하는 통에 공격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안 하느니 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메일로 묻기는 했지만 경험은 많이 있으신 거지요? 실패하면 정말 안되기 때문에.”
“그건 이미 메일로 충분히 우리의 경력을 보셨을 텐데요. 어쨌든 이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모란 시장에 경력자들이 훨씬 많지만 목적이 다르므로 처분 방법이 다릅니다. 그쪽 사람들은 백주 대낮에 보는 눈도 있는 가운데 인간적 아니 견간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처형하지만 저희는 매우 견간적이면서 비밀리에 주로 밤에 조용하게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우리는 철저하게 살견 의뢰인 보호 차원에서 즉 익명성과 보안에 철저하다는 게 다르지요. 모란 시장은 의뢰인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이 없습니다. 저희는 목격자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살견 의뢰인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점이라는 걸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에론이 전문가그룹 어쩌구 하면서 유일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딱 잘라 말했다. 얼굴에 다시 냉정하고 매몰찬 기운이 돌았다. 역시 전문가였다. 상대방의 기를 꺾어 다시 요구하거나 질문하지 못하도록 할 때는 단호한 모습을 보일 줄 알았다. 할 수 없이 클림트는 다음 의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그도 단호한 목소리로 양보는 절대 없다는 기세로 말했다.

“그런데 기한은 한 달입니다.”
“아니, 그 건 너무 짧은데요. 최소한 육 개월은 주셔야 합니다. 저희는 신중하고 완벽하며 깨끗하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건 너무 깁니다. 그러다 개가 저절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개 늙은이 거든요. 무엇보다 개 짖는 소리와 개 망나니 짓에 우리가 죽게 생겼어요. 육 개월이면 우리가 먼저 돌아가십니다. 안돼요.”
“그렇지만 한 달은 좀. 그러면 두 달 대폭 깎아서 넉 달을 주세요.”
“깎다니요? 그런 건 깎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개새끼의 지랄발광에 하루 하루가 괴롭거든요. 양보해서 추가로 일주일 더 드리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양보해서 석 달로 하지요.”
“한 달 반으로 하지요. 우리 남은 인생이 두 달이 안됩니다. 그때까지 못살아요.”
“알겠습니다. 남은 인생에 맞춰드리지요. 그럼 두 달로 하겠습니다.”

공연히 남은 인생 두 달을 언급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더 이상 토 달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클림트는 네고에 있어서도 자기는 하수고 에론은 고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콜”
“콜”
“네고 수준이 거의 프로페셔날급입니다.”
“네, 저희 프로 맞습니다. 맞고요. 클림트님도 장난 아니네요. 의뢰를 자주 하시나 봐요.”
“재수한다고 서울대 들어가는 거 아니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요.”
“질질 끌면 꼬리 밟힙니다.”
“급히 먹으면 체합니다.”
“하하하, 만만치 않으시네요.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못 살겠습니다. 개 갈아야 합니다.”
“그러게요. 저희도 잘 부탁합니다. 반드시 개 갈겠습니다.”
“개 살리는 것도 전문이니 원하시면 클림트님 주변에 죽어가는 개 있으면 살려드리겠습니다. 이 건 공짜로.”

베티가 마지막으로 인심 쓰는 것처럼 결정적 추가 보너스 한마디를 던졌다.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선포하는 효과적 한마디였다.


할배들의 어록

사업가 에론 “우리같이 머리만 있는 애들은 무자본으로 도전하지”
IT 전문가 빌리 “유능한 목수는 많은 장비를 다룰 수 있어야 해”
법률가 로이 “먹으려고 죽이는 건 무죄, 살리려다가 죽이는 건 유죄?”
여수의사 베티 “할머니에게 예쁘다는 게 칭찬인데 왜 슬프게 들리지”
음악가 딜런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음악이 있어 인생이 행복하다”
도바단장 클림트 “대우를 받으려면 격조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 엘리트 할배들로 구성된 정예부대가 의뢰한 사고뭉치 개를 처치하는 살견 청부업을 시작한다. 오로지 머리와 전문 지식과 날카로운 지성으로 젊은이 못지 않은 기지를 발휘해서 완벽한 작전을 짠다. 그들은 마지막 단계에서 자그마한 실수로 실패를 하며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지게 된다. 그 실수는 허용된 것으로 의뢰한 집단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경찰이 개입되면서 수사망이 좁혀 오지만 할배들의 장점 중 하나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할배들은 건강하고 윗 세대보다 많이 배우고 역동적인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경험도 풍부하다. 그들은 아직도 정정하고 무슨 일을 해도 잘한다. 그들이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유모와 서스펜스 그리고 썸타는 로맨스로 흥미진진 하면서도 재미있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손을 놓을 수 없다. 마지막 예상치 못한 반전과 훈훈하고 따스한 결말은 동 시대의 할배들을 위로한다. 아직도 그들은 살아있고 여전히 할 일이 많으며 몸은 조금 느려졌지만 머리는 더 좋아지고 판단력은 최고치에 달하는 할배들의 이야기를 유머와 기지로 쓰여진 한 편의 훈훈한 인생 드라마다.

작가정보

저자(글) 유현철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데이터베이스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IT 관련 일에 오랫동안 종사하였고 음악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정통부장관상과 소프웨어진흥원장 상 등을 수상하였다.
2008년부터 음악, 영어 관련 분야 50권이 넘는 도서를 저술하였고
2015년에는 영어로 저술한 ‘Jazz Piano for scientist’를 발표하였다.
2016년 장편 ‘재즈가 흐르는 그담에서’로 등단하였고
2018년 장편 소설 ‘음악 중매’를 발표,
2023년 3월 15일 동아일보 신춘문예 공모작 중편 ‘하루에 두 번 영원한 이별’을 발표하였다.
300곡이 넘는 찬송가의 바이올린과 첼로 편곡을 하였고
2022년에는 작사, 작곡을 하고 이한진 밴드가 연주한 ’제기동 골목길’과 ‘당신을 처음 본 순간’을 발표했다.
대학교, 기업, 교회에서 오래 합창단과 성가대를 지휘하였고
연세대학원 채플 반주를 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현재 출판사 음악의 향기를 경영하면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의 말

나이를 먹으면서 제일 먼저 마음이 아픈 건 얼굴부터 늙는 과정이 고스란히 표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찌어찌 해서 나이를 적게 보이려고 애를 써봐야 서너 살이 고작이고 그 이상은 남들이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젊어 보인다고 주장할 뿐이다. 체력이나 건강은 말할 것도 없지만 어쩌면 얼굴보다 더 속이 상한 건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다는 이유로.
작년에 초등학교 동문회에 처음 나가서 처음 보는 동창들을 만났다. 신기한 건 생면부지의 사람들이건만 반가운 생각이 들었고 금방 반말로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 정겹게 대했다. 곧이어 호구조사가 들어갔고 우리 모두는 도전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하나씩 둘씩 포기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전하는 것이 몇가지 있긴 했는데 돈이 되는 건 거의 없었고 위험부담이 있는 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며 소위 경제적 영양가 없는 것들만 있었다. 지식이나 교양, 취미로 하는 음악이나 미술은 그럭저럭 도전들을 하고 있긴 했다.
겉으로 드러내고 말은 안 했지만 뭔가 같이 일을 벌이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사업이면 더 좋고. 실패하고 감수할 정도의 것만이라도. 그러다 문득 이 할배 친구들의 삶을 녹여내는 인생을 쓰고 싶어졌다. 사업을 한다는 가정 하에. 리스크가 있고 당장 쓸 돈도 부족한데 돈을 투자하는 것은 언감생심인데 몇몇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야기가 떠올랐다.
할배들은 건강 상태가 썩 좋지 않고 긴 프로젝트 시도가 어렵지만 다양한 경험과 지혜, 판단 능력들이 쌓이고 쌓여 있다. 남 주려고 한다면 차고 넘친다. 더구나 각기 다른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했던 전문지식과 지혜를 합하면 엄청난 에너지와 자양분이다. 어떡해 해서라도 그들의 경력을 살리고 싶고 이용하고 싶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므로 그들의 경력과 지혜, 인생 이야기, 러브 스토리를 글로 옮겨서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모일 테고 여기에 약간의 요즘 말로 조미료를 치고 화장을 하면 재미도 있겠다.
우리나라만해도 노인들 수가 거의 천만에 육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이 즐기고 읽고, 보고, 대화의 소재가 되고 그들을 보듬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 첫번째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나에게 방향과 소재를 제공한 우정인지 애정인지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어떤 종류의 정인지 구분이 안되므로 언젠가 여기에 대하여도 고민을 하고 다루어 보고 싶다.
또 그들에게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하고 싶다.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으면서 오로지 혜안이 쌓인 머리와 아직도 견딜만한 몸뚱이로 혼자서 힘들면 힘을 뭉쳐서 무엇이 되었든 사업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아니 해보자고. 창의적 아이디어는 원래 없을 때 나오고 발휘되기 마련이다.
우리끼리 있을 땐 여전히 우리는 어리고 젊고 철이 없고 장난이 많은 초등학생으로 돌아간다. 만날 때만큼은 그렇다. 그런 맛에 만난다. 초등학교 동문들이 만나는 이유다. 갑자기 없던 정도 만들어 낸다. 아이디어를 준 종암초등 동기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이 책이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돌아가는 단초가 되기 바란다.


저자 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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