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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의 삼번요추

심우진 지음
물고기

2023년 11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09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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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24.38MB)
ISBN 9791195040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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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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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말 하는 디자이너 심우진의 관점으로 본 아마도 처음 들어봤을 타이포그래피 교양서. 유럽의 타이포그래피 역사는 여전히 훌륭한 선생이지만, 이제 우리의 관점으로 글자를 대하는 자세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하면 더 쉽고 재밌고 빠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글이 가장 기뻐할 것이다.
오랫동안 글자와 사귀며 깨달은 것은, 타이포그래피도 읽기-쓰기-듣기-말하기의 기계적 확장일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중요한 건 소통하려는 자세였다. 인스턴트 소통이 늘어수록 말-글-글자체를 한 몸으로 보는 사람의 향기는 진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의 새로운 교양, 타이포그래피
글자로 말하는 비대면 소통의 시대, 바쁘다는 사람 붙잡고 이것 좀 읽어보시라고 조를 일이 많은 시대다. 발표 자료, 계획서, 보고서 결국 모든 문서 작업이 디자인이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지만 읽는 양은 늘었다. 메신저 없이는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원격 근무는 문서 작업을 더 늘렸다. 이제는 초등학교 수업에 타이포그래피가 등장한다. 폰트를 다루는 지식과 기술을 뜻하던 타이포그래피는 이제 더 잘 읽고 더 잘 쓰기 위한 새로운 교양이 되었다.

타이포그래피가 디자인의 기본인 이유
각국의 디자인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기본으로 삼는 이유는 수천년 역사와 유물이 있어 고전적이고, 여전히 널리 쓰므로 현대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풍성한 이야기가 있어 가르치기 쉽고 확고한 미래가 있어 배우기도 안전하다. 수천년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기술과 예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만한 디자인 교양도 드물다.

글자에 유별난 나라
지난 20여년 동안 폰트 시장도 급성장했다. 그만큼 한국인의 폰트 소비가 늘었다는 뜻이다. 어느새 한국은 폰트 강국이다. 한국어 방송인데 한국어 자막을 정성껏 넣고, 문서에는 갖가지 폰트를 섞어 쓰고, 기업과 지자체는 무료 폰트를 실어 나른다. 다른 나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그런데 글자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이 많다. 글자라면 익숙한데 폰트라면 낯설다. 그 온도 차에 고독을 느끼던 디자이너가 맘 먹고 쓴 책. 알고 쓰면 더 쉽고 재밌고 빠르다.
27년 동안 글자를 만지면서

살짝 긴 소개⸺지나온 이야기
안녕하세요, 글자바보입니다
기묘하고 느린 아이
어떻게 하면 이런 게 나오지?
도망치듯 떠난 유학, 멍청한 깨달음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분들
얼떨결에 입문한 장인 도제 방식
저한테 왜 이러세요
21세기행 환승역-디지털
일본에서 만난 일본식
두 개의 심장을 달고 귀국
좌충우돌파구 인디자인
천생연분 인디자인
고수의 비법-덜어내기와 집중하기
생계형 강사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
박쥐 같은 삶
조직의 달고 쓴 맛
첫 출근은 인천공항
글 쓰는 디자이너

만인의 예술⸺쓰기 이야기
쓰기의 물리-자세
쓰기의 미학-부드러운 저항
현재를 감각하는 습관-마음챙김
필촉 탐험대
가로와 세로 어느 쪽이 반듯이 긋기 어려울까
말하기보다 유연한 쓰기
쓰기가 꿈꾸는 건강-근골혈육
쓰기에 비친 나 감각하기
직관의 힘을 키우려면
도구로 감각하는 현재
텁텁한 한글 쓰기 교육
쓰기의 흥

쓰기의 기계적 확장⸺복제술 이야기
목판⸺면 단위로 복제하기
대중문화를 이끈 목판
직접 칼을 쥐고 새겨보니…
목판에서 태어난 인서체
목판 제작 현장을 떠올리며
체의 요소
인서체 요소와 9차로 도로
미묘하게 틀어지는 복제의 맛
알고 보면 되게 다른 목판과 활판
활자의 자격-벌
활판⸺글자 단위로 복제하기
서구 타이포그래피의 시작
새 기술은 새 용어를 만들고…
결국 활자가 걸어온 길-작게 작게 작게
읽기 공간의 디자인
갖가지 용어⸺문자·글자·활자·타입·폰트·서체
문자와 글자의 뜻을 나눈 이유
용어는 맥락을 따를 뿐

한 몸의 여러 움직임⸺스타일 이야기
체⸺여럿을 묶는 하나
한자 인서체의 여러 이름-송체·명조체·인서체
일본식 근대 활판술과 명조체
한글 명조체가 이상한 이유
옛 책 스타일-인서체+판식
동아시아 트랜드의 다른 말-당자·명조체·카라아게
한자의 분신술-자체
원류의 거점들-송·명·청
한자의 매력-추상
스타일의 단위-인치-파이카-포인트
차가운 활자의 뜨거운 감각
잘 만든 글자체의 조건-빼기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못생김의 미학
덜생김-못생김-잘생김의 삼각관계
3:1의 싸움
혼돈기에 꽃피운 모아쓰기 프로그래밍
기계식 모아쓰기 스타일의 탄생-탈네모꼴
디지털로 급성장한 한국 폰트 시장
탈네모꼴에 깔린 마음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
이름 없는 영웅-닮은꼴
글자마다 변신하는 쪽자의 마음
가독성과 판독성의 공진화-휴머니스트 산세리프

폰트·키보드·프린터를 하나로⸺한글타자기 이야기
개천에서 태어난 용-한글타자기
일찍이 겪은 열 손가락 타자 문화
쓰기의 폭주기관차
문자 메시지 1 세대-인쇄전신기
열 손가락의 마술-한글타자기 발명
다양한 벌식
60년대의 인기 타자기
누가 표준이 될 것인가
1969년 한글 자판 표준안의 의미
키 이야기-디지털에 남은 타자기 유산

고독한 하이브리드⸺한글 이야기
한자의 손익분기점-문자 경량화
한글의 음악성-모아쓰기라는 악보
자음과 모음 그리고 부음
모아쓰기 세계관-문이 자를 낳음
논란-자방고전(字倣古篆)
한글의 회화성-모아쓰기라는 그림
풀어쓰기 시도
한글전용-말하듯 글쓰기 운동
한글타자기-가로쓰기-풀어쓰기-교과서 연대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1948)
「한글전용 촉진 7개 사항」(1968)
20세기 끄트머리에서 끝난 한글전용
쉬운 문자의 힘
한글 지상주의를 넘어
애매한 문장부호
어느 날 훅 들어온 식구
까다로운 문장부호 디자인
천년 묵은 문장부호
문장부호의 뜻
그래도 못다 한 이야기
문장부호 1 세대

극약처방⸺타이포그래피 이야기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의 기본이라고 하는 이유
그래봤자 한낱 도구
도구의 다른 말-몸의 확장
몸짓의 에너지-흥
소리문자의 음악성
글줄의 회화성
먹과 백의 제로섬 게임­
중요한데 헷갈리는 행간
원래는 행간이 아니라 항간
자간에 손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가독성보다 중요한 것들
읽기와 조깅의 평행이론
리듬 요정의 들여짜기
전자책 화면 설정
새로운 유형-타자용 글자체
최초의 쓰기 플랫폼과 읽기의 측량-원고지
육백년 선배
글자의 체급과 펀치력
살아있는 글자의 거리 감각-프록세믹스
생태적 타이포그래피
오래된 신기술-베리어블 폰트
다국적·다국어·다문자 시대
유용한 법칙 ①-首尾相關
유용한 법칙 ②-分과 倍

삶의 오른팔⸺세계관 이야기
세를 위해 련하기-디자인의 뜻
디자이너를 소비하던 디자이너
그래픽의 요람-벽
닮아야 닮지 않을 수 있다
늑대와 노루궁뎅이버섯
책장을 등 뒤에 두는 이유
기본이 없다는 말
더 나은 피드백
못 쓴 글씨라는 허구
쓰기 테라피
스스로 정의하기
원근과 직관
멈추면 사라지는 것
똑바로 앉아야 하는 이유

011p
27년 동안 글자를 만지면서…
‘도대체 왜 그럴까’ 궁금한 것 중에는 머릿속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게 있습니다. 오래 묵은 궁금증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대화로 조금씩 무르익습니다. 그렇게 저온숙성하듯 오랫동안 조금씩 알아간 것들을 엮었습니다. 사소하거나 지루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 먼저 목차를 훑어보시기를 바랄게요. 앞·뒤로는 식빵처럼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가운데에는 닭가슴살처럼 뻑뻑한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지루하면 다음 꼭지로 넘어가시고요,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극약처방⸺타이포그래피 이야기’(189쪽)로 건너뛰셔도 좋을 거예요.

047p
만인의 예술⸺쓰기 이야기
‘고양이’라고 쓴 후 100명에게 본 대로 쓰라고 시키면 100개의 글자체로 고양이를 쓸 것이다. 이것들을 보여주고 타이핑시키면 하나같이 ㄱㅗㅇㅑㅇㅇㅣ를 입력할 것이다. 문자코드로 저장된 ‘고양이’ (ACE0+C591+C774)는 언제든 다시 읽거나 따라 쓸 수 있다. 몸을 거쳐 유일한 고양이로 태어났다가 컴퓨터를 거쳐 하나의 ‘고양이’로 저장된다.이렇게 하나가 여럿이 되는 변이와 여럿이 하나가 되는 변환은, 말한 걸 듣고, 들은 걸 쓰고, 쓴 걸 읽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다. 결국 소통(말하기-듣기-쓰기-읽기)의 본질은 ‘하나로 모으기와 여럿으로 펼치기’의 반복이다.
쓰기는 살아있는 동물의 움직임이 남긴 독특한 궤적으로 만인의 예술이다. 그리고 타이포그래피는 그 궤적을 모아 폰트로 재현한 움직임으로, 만인을 위한 예술이다.

065p
쓰기의 기계적 확장⸺복제술 이야기
한편 동아시아의 쓰기 문화는 목판술의 발명으로 일찌감치 찍기 문화를 꽃피운다. 8세기 중반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찍었으니 천년 넘게 이어온 셈이다. 목판술의 번성은 목활자로 이어져 금속활자 발명의 토대가 됐다. 목판술은 서구 중심의 타이포그래피 역사관으로는 설명하기 애매해 홀대받았지만, 동아시아 타이포그래피의 기틀을 다진 보물 같은 존재다.오랫동안 꾸준히 가꿔온 복제술의 맥락에 ‘쓰기의 기계적 확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봤다.

091p
한 몸의 여러 움직임⸺스타일 이야기
어떤 스타일을 따른다는 것은 어떤 공동체(일종의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곳의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 소속감·연대감을 느끼며 심리적 안정을 찾기도 한다. 우리는 스타일을 따르거나 거스르기를 반복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그렇게 다수가 따르는 스타일의 추세를 트랜드라고 한다.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한 의·식·주에 걸쳐 여러 스타일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단지 따르는 스타일이 많으면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고, 적으면 내 색깔을 뚜렷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125p
폰트·키보드·프린터를 하나로⸺한글타자기 이야기
타자기는 피아노의 구조를 본떠 만든 기계로, 키보드를 누르면 연결된 활자가 종이를 내려쳐 글자를 찍는다. 작고 가벼운데 입력(키보드)과 출력(프린터)을 동시에 처리했고 손글씨보다 가독성이 좋고 빨랐으며 휴대성까지 좋은 획기적인 고효율 IT 기기였다.그러나 한자를 중시하던 20세기 중반의 국민 정서는 한자 입력도 안 되는 한글타자기 따위는 굳이 원하지 않았고 개발 사실도 반기지 않았다. 하물며 재봉틀이나 탈곡기처럼 먹고사는 데 필요한 기계도 아니고, (한글을 쓰지 않는) 이웃 나라에 수출할 수도 없는 기계를, 해외 원조까지 받는 최빈국이 스스로 개발했다. 어찌 된 일일까.

153p
고독한 하이브리드⸺한글 이야기
어릴 적 배운 한글은 너무도 독보적이어서 부모·형제·친구도 없이 다 큰 상태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화 속 주인공 같았다. 그때는 참 멋져 보였으나 유소년기가 없다고 생각하니 안쓰럽다. 그러다 문득 ‘그게 가능한가?’며 오랜 생각을 의심했다.한글에게 친구는 없었던 걸까. 모아쓴 한글은 한자와 가까워 보이고 풀어쓴 한글은 라틴문자와 가까워 보인다. 일본의 가나와도 오랫동안 같은 고민을 해 온 사이다. 이제 보니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외로워 보인다. 혹시 문자들끼리는 친한데 사람들이 말리는 건 아닐까. 아니면 다들 내향적인 걸까. 한글의 MBTI(성격 유형)는 무얼까.

189p
극약처방⸺타이포그래피 이야기
인류는, 뇌가 읽기를 싫어해 어떻게 해서든 읽지 않을 이유를 찾는 걸 알고부터 감미로운 타이포그래피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왔다. 그 덕분에 한 줄이라도 더 읽은 사람에게 타이포그래피는 고마운 존재지만, 여전히 단호한 사람에게는 불나방처럼 성가신 존재다.타이포그래피를 성가셔하는 사람보다 고마워하는 사람을 늘리려면 타이포그래퍼가 성가셔야 한다. 그들은 육중한 읽기의 빗장을 풀고 친절히 사색의 공간으로 안내하고는 어느새 명랑해진 사람을 멀찌감치서 지켜보며 온화하게 미소 짓는 비밀요원 같은 존재다. 미리 성가신 문제를 손보려면 그런 사명감과 자부심이 필요하다. 딱딱하게 말하면 직업윤리다. 불나방을 꽃나비로 바꾸는….

221p
삶의 오른팔⸺세계관 이야기
집에 오는 길에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다. 가장 먼발치를 보는 것만으로 가장 멀리 보는 사람이 된다. 구름이 보이는 파란 여름 하늘도 좋고 달이 보이는 까만 겨울 하늘도 좋다. 그렇게 매일 만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하루하루를 이어 붙이는 세계관이 된다.최근에 하늘을 본 것이 언제인가. 땅만 보며 출근해서 모니터만 보고 일하다가 폰만 보다 잠들면 마음이 막혀 숨도 얕아진다. 아침 하늘은 복어처럼 가슴을 부풀리고, 밤하늘은 어린 왕자처럼 삶을 비춰준다. 그렇게 우러르며 곱씹은 혼잣말은 현실이 된다.

만들기의 재미, 과정의 공유
어떤 식당에 가니,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으니 이렇게 드시다가 반 정도 남았을 때 이렇게 드시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디자인 의도’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다고 맛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손님과 맛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마음이 멋져 보였다. 그래서 따라 해 봤다.

한 겹씩 쌓아가듯 쓰기
언제부터인가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수첩과 펜이 없으면 불안했다. 진지하게 타이포그래피와 관련한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7년부터였다. 글쓰기 앱인 스크리브너(Scrivener)로 다듬다가 폰트를 바꿀 수 없는 점이 아쉬워 타이포그래피 환경이 더 나은 율리시스(Ulysses)로 옮겨 초고를 마무리했다. 완성한 원고로 조판하고 싶었으나 슬럼프에 빠져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스케치한 대로 인디자인에서 한쪽에 8~900자를 넣는 리듬으로 판면을 짰다. 원고를 흘려보니 신기하게도 1/3 정도의 꼭지가 한 페이지에 쏙쏙 들어갔다. 느낌이 좋아서 나머지도 8~900자 리듬으로 고쳤다. 지루했던 글쓰기가 다시 재밌어졌다. 글 쓰는 공간도 문인창작실, 동네 도서관, 스터디카페, 집, 작업실 등 여러 곳을 두고 옮겨 다녔다. 컴퓨터는 맥북에어(2020, M1)를, 교정은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와 애플펜슬을 썼다. 그렇게 환경과 도구를 바꿔 낯선 감각으로 한 겹씩 쌓아가듯 썼다.

글의 콘셉트, 새로운 관점과 전개
컨셉트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전개였다. 먼저 자기소개가 길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평소 책을 읽을 때도 그런 게 궁금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이렇다. 쓰기는 호모사피엔스의 정신을 맑게 하는 운동이며, 목판은 동아시아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고, 한글타자기는 한국의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중간에 디자인의 주요 개념인 스타일 이야기를 넣었고, 이어서 한글과 타이포그래피 이야기가 이어지며 세계관으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만들었으니 아무 생각 없이 끌리는 대로 띄엄띄엄 읽으시다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공간-쓰기-운동-몰입
책의 내지는 전주제지의 그린라이트를 썼고, 인쇄는 지구의 건강을 생각해 검정 잉크만 썼으며 표지는 비닐을 씌우지 않았다. 부담 없이 읽도록 아담한 크기에 가벼운 무게로 만들었다. 분위기도 가볍길 원했지만 고유명사가 많아 찾아보기를 넣었다. 하루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지냈고 집중력 유지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였다. 잘 맞는 운동과 식단을 찾았다. 몸에 이렇게 집중한 건 처음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심우진

타이포그래퍼, 타입디렉터, 교수, 작가
27년 동안 글자를 다루며 궁금해하고 시도해 보고 이야기한 사람. 글자가 좋아서 책을 디자인하다가 책을 연구하다가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출판을 하다가 글자를 연구하다가 결국 글자를 만들어 버리고 폰트회사 임원으로 비즈니스를 하다가 이제는 작가를 해보겠다며 쓴 자전적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편집해서 자기가 만든 폰트로 자기가 디자인해서 자기가 출판한, 여러모로 흔치 않은 스타일의 책.

① 연구⸺국립한글박물관의 의뢰로 진행한 「한글 기본문장부호 신설 제안」, 「KS 문자 코드 체계 개선안-문장 부호를 중심으로」, 「한글 기본 문장부호 코드 체계 제안」이 있다.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는 「한글 글꼴 용어 2022」, 「한글 타이포그래피 환경으로서의 문장부호에 대하여- 표준화 이슈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② 저술⸺『찾기 쉬운 인디자인사전』, 『찾아보는 본문 조판 참고서』. 공저로는 『글짜씨23』,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글짜씨19』, 『쓰고 잇고 읽는』, 『섞어짜기-나만의 타이포그래피』,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문장부호와 숫자』, 『타이포그라피 교양지 히읗』(6호, 7호), 『타이포그래피사전』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하라 히로무와 근대 타이포그래피』가 있다.
③ 교육⸺2008년부터 중앙대학교, 홍익대학교, 계원예술대학교, 가천대학교, 건국대학교, 국민대학교, 한글타이포그래피학교, 한국출판인회의 등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강의했다.
④ 타입디렉팅⸺2017년부터 22년까지 「산돌 정체」, 「산돌 그레타산스」, 「산돌 칠성조선소」,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IBM Plex® Sans JP」, 「산돌 라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⑤ 경영⸺2018년부터 22년까지 산돌연구소장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을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편하고 RND를 이끌었다.
https://www.instagram.com/simwujin/

작가의 말

어떤 식당에 가니,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으니 이렇게 드시다가 반 정도 남았을 때 이렇게 드시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디자인 의도’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그대로 한다고 맛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손님과 맛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세가 멋져 보였다. 그래서 따라 해 봤다.

언제부터인가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진지하게 타이포그래피와 관련한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7년부터였다. 글쓰기 앱인 스크리브너(Scrivener)로 다듬다가 폰트를 바꿀 수 없는 점이 아쉬워 율리시스(Ulysses)로 옮겨 초고를 마무리했다. 완성한 원고로 조판하고 싶었으나 슬럼프에 빠져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스케치하고 어도비 인디자인에서 한쪽에 8~900자를 넣는 리듬으로 판면을 짰다. 원고를 흘려보니 신기하게도 1/3 정도의 꼭지가 한 페이지에 쏙쏙 들어갔다. 느낌이 좋아서 나머지도 8~900자 리듬으로 고쳤다. 지루했던 글쓰기가 다시 재밌어졌다. 글의 콘셉트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전개였다. 먼저 자기소개가 길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평소 책을 읽을 때도 그런 게 궁금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이렇다. 쓰기는 호모사피엔스의 정신을 맑게 하는 운동이며, 목판은 동아시아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고, 한글타자기는 한국의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어서 한글과 타이포그래피 이야기가 이어지고 세계관으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만들었으니 아무 생각 없이 끌리는 대로 띄엄띄엄 읽으시다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글 쓰는 공간은 문인창작실, 동네 도서관, 스터디카페, 집, 작업실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녔다. 컴퓨터는 맥북에어(2020, M1)를, 교정은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와 애플펜슬을 썼다. 책의 내지는 전주제지의 그린라이트를 썼고 인쇄는 지구의 건강을 고려하여 검은색 잉크만 썼다. 책은 부담 없이 읽도록 아담한 크기에 가벼운 무게로 만들었다. 가벼운 분위기를 원했지만 고유명사가 많아 찾아보기를 넣었다. 하루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지냈고 집중력 유지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였다. 덕분에 잘 맞는 운동과 식단을 찾았다. 내 몸에 이렇게 집중한 건 처음이다. 기분 좋은 몰입의 기운이 풍긴다면 기쁘겠다.



[제작일지 2023년 5월 23일] 2022년 겨울, 5년 넘게 끄적거린 원고를 보며 내년 가을엔 반드시 출간하겠다고 마음먹고, 2023년 1월 2일부터 두 달간 토지문화재단 문인창작실에 입주했다. 한바탕 뒤집고 다듬으니 어느새 5월. 이제는 디자인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끄적거린 스케치. 글 쓰다 보니 얼마나 디자인하고 싶든지 기쁘고 설레는 마음에 샤샤샥 금세 끝냈다. 그때 책 제목(가제)은 ‘글자의 구석구석’이었는데, 그것 말고도 많다.
책을 비스듬히 그리는 것, 스케치에 날짜를 적는 것은 정병규의 가르침이다. 그는 책을 반듯하게 볼 일이 얼마나 많겠냐며 항상 비스듬히 스케치하셨다. 이 작은 차이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더한다. 스케치는 디자인을 만끽하는 추임새다. 전시를 가도 스케치를 찾아보는 편이다. 그때의 기분을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대 반 불안 반의 복잡한 심경이야말로 가장 싱그러운 상태다. 언젠가 책의 날개에는 만든 사람의 기분을 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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