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목은 이색
2023년 11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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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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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은 고려 후기 성균관 대사성, 정당문학 등을 지낸 문신이자, 평생 6,000여 수의 시를 남긴 문장가이다. 이 책은 격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구축한 방대한 이색의 시 세계와 그를 기록한 각종 문헌을 통해 이색의 삶의 행로, 사유와 마음을 복원해낸다. 즉, 이색의 짧은 전기이자 작품 선집이라고 할 수 있다.
- 태어나 사람들의 경사가 되니
- 소년 시절 책을 끼고 절에 머물 적에
2. 원나라 유학과 관직생활
- 정신과 몸이 변하려 하는 배추벌레라
- 바람 서리에도 동량 될 재목은 자라난다네
3. 고려 부흥의 책무
- 인선의 목록 아뢰었으니 높은 노래 있으리
- 동방의 성리학이 밝아지다
4. 고려를 위한 마지막 행로
- 석양에 홀로 서서
- 나는 이제 자유롭게 되었도다
5. 죽음과 후대의 평가
- 망국 죄인이니 이름도 쓰지 않겠소
- 두 가지 길에는 갈 마음이 전혀 없어
□ 바람서리에도 동량 될 재목은 자라난다네
이색은 고려 말 충청도 한산(지금의 충청남도 서천) 지역 향리의 후예이자, 고려 말 문신 이곡(李穀, 1298~1351)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8세 때 숭정산을 시작으로 19세 때 모란산까지,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사를 찾아다니며 수학하다가, 고려의 향시와 원나라의 과거에 모두 합격하면서 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려의 과거 자제 비록 참 재주 있어도
다만 운남 사람과의 상대로만 여긴다네.
하물며 나는 문장도 못하고 사람됨도 비루하니
비록 하늘 운명이 있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 시기하리.
밝은 달을 따라 다시 계수나무에 오르려 하니
이미 누런 꽃이 괴목에 붙었음을 보네.
더구나 이 겨울 추위 모피 모자를 파고들지만
바람서리에도 동량 될 재목은 자라난다네.
- 이색, 〈서장관이 되어 함께 가는 도중에 짓다〉
□ 동방의 성리학이 밝아지다
이색은 문벌귀족의 권력을 유지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정방(政房)을 철폐하고, 공민왕의 신임을 얻어 이부와 병부 시랑이 되어 문신과 무신의 인사를 모두 담당했다. 원명교체기에는 약소국 고려가 취해야 할 외교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혼란이 깊어지는 고려의 정치와 사회를 바로잡고자 했다. 또 당시 원의 과거를 준비하기 위한 필독서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성리학을 기울어가는 고려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라고 보고 이를 교육하여 정몽주, 정도전, 길재, 권근 등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썼다.
옛날의 배우는 자는 장차 성인이 되려 하였으나, 지금의 배우는 자는 벼슬을 구하였으므로, 시(詩)를 외우고 서(書)를 읽지만 도를 즐겨함이 깊지 못하여, 번화함을 다투는 것이 이미 승하였고, 문장을 아로새기고 글귀를 좇는 데에 마음을 지나치게 썼으니,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바로잡는 공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혹은 변해서 다른 데로 가서 붓을 던져버렸다고 과장하였고, 더러는 늙어서도 이룩함이 없이 그 몸을 그르쳤다고 탄식하였으며, 그중에서 재주 있고 걸출하여 선비의 종장(宗匠)이 되고 나라의 주석(柱石)이 된 자 몇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 이색, 「진시무서(陳時務書)」
□ 운명이거늘 무엇을 한탄하랴? 나는 이제 자유롭게 되었도다
그러나 ‘개국’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조류를 막기는 힘들었다. 1392년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 조선의 개국을 선포하면서 결국 고려는 멸망했다. 이색은 태조 이성계에게서 한산백(韓山伯)이라는 관작을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이색은 더는 시를 짓지 않았고, 초립을 쓰고 흰옷의 상복차림을 한 채 지내다가, 1396년(태조 5)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려에서 결실을 보지 못한 이색의 노력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 500년의 역사를 여는 단단한 반석이 되었다.
태조가 색(이색)을 불러 서로 만났으나 색은 긴 읍만 하고 절하지 않았고, 태조가 용상에서 내려와 손님을 대접하는 예로 대접하다가 갑자기 시강관 여럿이 들어오니 태조는 곧 용상에 오르므로 색은 벌떡 일어서면서 말하기를, “노부는 앉을 자리가 없다”라고 하였다.
- 이광정, 『목은선생연보』
심하구나, 나의 쇠약함이여! 마치 물이 새는 배와 같아
환단(還丹)으로 찢어진 옷을 삼아 물 위에 둥둥 떠다니네.
밝은 달을 싣고 돌아오면 서로 제법 어울리겠지만
거센 바람 혹 만나면 크게 걱정스러울 수밖에.
선서(善逝)의 향기로운 깃발이 겁해(劫海)에 떠 있고
장생(長生)의 조개 궁궐이 영주(瀛洲)에서 빛나네.
두 가지 길에는 스스로 갈 마음이 전혀 없어
수사(洙泗)의 물가로 거슬러오니 머리칼은 이미 가을이네.
- 이색, 〈느낌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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