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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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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5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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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5.43MB)
ISBN 97911713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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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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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은 주인공인 소설가 나쓰메 나쓰코가 늦은 나이에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며 빚어내는 깊은 고뇌와 깨달음, 주변 인물들과 얽힌 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울림 있는 소설이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주인공 혼자 오롯이 감당하며 생명의 근원과 의미를 둘러싼 진지한 물음을 감동 가득한 필치로 그려낸다. 동시대의 시공간을 향유하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미묘한 감정, 만감이 교차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대사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잔잔한 서정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 소설은 세계가 인정하는 지고至高의 이야기다. 이 소설 속에는 인간의 태어남, 삶, 죽음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1부 2008년 여름
1. 당신은, 가난한 사람?
2. 더 훌륭한 아름다움을 찾아서
3. 젖가슴은 누구 것인가
4. 중화요리점에 오는 사람들
5. 한밤, 자매의 긴 수다
6.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7. 모든 친숙한 것들에게

2부 2016년 여름~2019년 여름
8. 당신에게는 야심이 부족해
9. 작은 꽃을 한데 모아
10. 다음 선택지 가운데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
11. 머릿속에서 친구를 만났으니 오늘은 행복해
12. 즐거운 크리스마스
13. 복잡한 명령
14. 용기를 내어
15. 태어나는 것, 태어나지 않는 것
16. 여름의 문
17. 잊는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알고 싶을 땐 창문이 몇 개 있는 집에서 자랐는지 묻는 게 제일 효율적이다. 뭘 먹고 뭘 입고 자랐는지는 믿을 만한 기준이 못 된다. 가난의 척도로는 창문 개수만 한 것이 없다. 그렇다, 가난은 창문의 수. 창문이 없거나 적으면 적을수록 더 가난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_p.9

걷어둔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인 여느 때의 좁고 어두운 방이 아버지가 없는 것만으로 완전히 달라 보였다. 나는 숨죽이고 방 한복판까지 걸어갔다. 소리를 내보았다. 처음에는 목 상태를 점검하는 것처럼 작은 소리를, 다음에는 큰맘 먹고 아무 말이나 배 속부터 내보았다. 아무도 없다.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이번에는 몸을 움직여보았다. 되는 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속에서 힘이 솟구치는 듯했다. 텔레비전 위에 쌓인 먼지, 개수대에 처박힌 더러운 식기, 스티커가 붙은 찬장 문, 마키코와 내 키를 새긴 기둥의 나뭇결. 눈에 익은 그것들이 마법의 가루라도 뿌린 것처럼 반짝거렸다. _p.17

그러니까 태어난 이상은, 살아서, 계속 밥 먹고, 계속 돈 벌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엄마를 보면, 매일 열심히 일해도 매일 힘드니까, 왜,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그 안에서 또 다른 몸뚱이를 내놓는 건, 왜.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그런 일이 정말 근사한 일이라고 다들 스스로 진짜 진심 그렇게 생각할까요? 혼자 있을 때, 이거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좋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생리가 온다는 건 수정할 수 있다는 것, 수정은 곧 임신. 임신이란 이렇게 먹거나 생각하거나 하는 인간이 한 명 늘어난다는 것. 그거 생각하면 절망이다. 너무 심하잖아. 나는 아이 따위 절대로 낳지 말아야지. _p.55

예쁨이란 좋은 것. 좋은 것이란 행복과 이어지는 것. 행복에는 여러 정의가 있을 테지만, 살아 있는 인간은 누구나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속수무책으로 죽고 싶은 사람조차 죽음이라는 행복을 찾는다. 자신을 없애고 싶다는 행복을 찾는다. 행복이란 그 이상은 쪼개서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의 최소이자 최대의 동기이고 대답이므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이유일 거다. 그래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마키코에게는 뭔가 더, 행복 같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한결 구체적 이유가 있는지도. _p.69

소설을 쓰는 것은 즐겁다. 아니, 즐거운 것과는 다르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게 내가 평생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이것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부분이 있다. 설령 내게 글재주가 없다 해도, 나더러 글 쓰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도, 나는 그 확신을 쉽사리 접지 못한다.
_pp.110~111

미도리코는 일대가 연보랏빛으로 물든 창밖을 가리키며 내 눈을 보고, 다시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운 쪽을 향해, 아직 보지 못한 쪽을 향해 펼쳐지는 하늘에 손으로 그린 것 같은 구름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그 틈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와 보랏빛의, 엷은 주홍빛의, 짙은 푸른색의 농담濃淡을 부드럽게 에워쌌다. 자세히 보면 아득히 먼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보이고, 손을 뻗으면 세계를 감싼 막을 살짝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재현할 수 없는 멜로디처럼, 하늘은 빛깔들을 머금고 있었다. _p.158

마키코가 쪼글쪼글한 입술을 오므리고 내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그러고는 글씨 쓰는 시늉을 하며 “그럼, 될 거야, 될 거야, 꼭”이라 말하고 얼굴을 허물어뜨리며 웃었다. 마키코의 웃는 얼굴 속에 고미 할머니가 있고, 엄마가 있었다, 그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껏 같이 울고 웃었던-멀리서 나를 발견하면 언제나 달려왔던 마키코, 교복을 입은 마키코, 자전거를 탄 마키코, 장례식 내내 눈을 감고 울던 마키코, 월급봉투에서 돈을 꺼내 실내화를 사주었던 마키코, 미도리코를 낳고 병실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 있던 마키코, 늘 내 옆에 있었던-그때그때의 마키코가 그 얼굴 속에서,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는 눈을 몇 번 깜박거리고 하품하는 척했다._p.184

변명처럼 자료를 읽고, 메모하고, 똑같은 곳을 쓰고 고치는 날들이 이어졌다. 서점에는 날마다 몇십 권씩 신간이 들어오고 신인 작가가 속속 탄생했다. 열람 중인 불임 치료 관련 블로그는 늘거나 줄거나 하면서도 많은 아기가 태어났다. 어제까지와 다른 인생, 다른 감정을 만나 새로 한 발 내딛는 사람들이 언제나 어딘가에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였다. 가만히 웅크린 채, 어찌나 눈부신지 절로 실눈이 떠질 것 같은 일들로부터 시시각각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_pp.335~336

“여자에게 중요한 게 뭔데?”
“여자로 존재하는 일이 얼마나 아픈가 하는 거. 이런 말하면 아, 네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자도 충분히 아프거든요 같은 말 하는 인간이 있는데, 남자가 안 아프다고 누가 그랬어? 그야 아플 테지, 살아 있으니까. 문제는 누가 아프게 했나, 어떻게 하면 그 아픔을 제거할 수 있나잖아. 남자가 아픈 건 누구 탓이야?” _p.411

“다들 도박하는 걸로 보여요. 자기 아이들도 자기들처럼, 아니 어쩌면 한결 행복하게, 태어난 걸 축복으로 여기며 살 거라는 데 판돈을 건 것 같다고요. 인생에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사실은 행복이 훨씬 크다고 믿죠. 그러니까 도박도 할 수 있어요. 언젠가 모두 죽지만 인생은 의미 있고, 고통에도 다 뜻이 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 있다고 자기 아이들도 믿을 줄 알아요. 설마 도박에서 잃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자신만은 괜찮을 줄 알아요.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 자신을 위해. 더 지독한 건 그런 도박을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것은 아무것도 걸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_p.463

전화를 끊고 부엌으로 가, 우두커니 서서 찬물을 마셨다. 방으로 돌아와 커튼을 젖히고, 창에 얼굴을 갖다대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옆 아파트 외벽을 따라 늘어선 초록 나무들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그 너머에 파란 여름 하늘이 보였다. 가령 쌘비구름 견본첩 같은 게 있다면 첫 페이지에 실릴 성싶은 훌륭한 쌘비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것을 나는 잠시 바라보았다. 구름은 여러 빛깔을 머금고 있었다. 눈부시게 새하얬지만 잘 보면 군데군데 회색과 연청색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_p.503

8월 한낮의 뙤약볕을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고, 흡사 플래시를 터뜨린 한순간을 그대로 잡아 늘려 초록 잎사귀도, 아스팔트도, 바닥에 적힌 일단 멈춤글자도, 전신주도 할머니도 끌차도, 나아가 그것들의 그림자마저도 강렬한 빛 속에 가둬버린 사진 속 풍경을 보는 듯하다. 이것은 몇 번째 여름일까.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내 나이와 같은 햇수일 터인데, 왠지 그와는 다른 숫자, 올바른 별도의 숫자가 세계의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나는 한여름의 하얀 빛을 바라보았다. _pp.504~505

“떠올려보려고 해도, 그게 어렵거든요.” 아이자와 씨가 웃었다. “그래도 아버지 말씀을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살아 있으면 별별 성가신 일이 많지만 100년 따위 순식간이야,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 따위 우주에 비하면 눈 한 번 깜박하는 시간도 안 되는 거야. 그 속에서 울고 웃는다고 생각하면, 기운 나잖아. 하지만 그건 언젠가 자신도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야, 자신은 물론이고 태양마저 다 타버리고 지구와 인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가 반드시 오거든, 보이저는 어쩌면 그 뒤에도 우주의 끝을 계속 날고 있을지 몰라. 아버지는 곧잘 그런 이야길 하셨습니다.” _pp.540~541

그 아기는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다. 기억 속에도 없고 상상 속에도 없고 어디에도 없는, 누구도 닮지 않은,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다. 아기는 온몸을 떨며 커다란 소리로 울고 있었다. 어디 있었니. 이제 왔니.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는 소리로 말하면서, 나는 내 가슴 위에서 우는 아기를 바라보았다. _p.570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가와카미 미에코’의 신작 장편소설!

아쿠타가와상,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상 등을 받으며 일본의 주요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시인이자 소설가, 싱어송라이터인 가와카미 미에코의 기성관념을 타파하는 감동적인 명작!

미국《타임》 베스트 10
미국《뉴욕타임스》 필독서 100권 선정
미국 도서관협회 베스트 픽션
40개국 이상에서 출간 결정

* 일본에서, 그리고 그 너머의 모든 곳에서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롭게 포착하면서도 가슴 저미게 그려내는 초상.
_《타임스Times》, ‘2020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100권’

* 아슬아슬한 곳에서 제어된 훌륭한 문체가 일품이다.
_무라카미 류

* 목소리가 들릴 듯한 문체와 오사카 방언의 독특한 맛이 이 소설의 백미다.
_이케자와 나츠키

생명의 근원과 의미를 잔잔한 서정, 눈물과 웃음이 가득한 극강의 필치로 그려낸
21세기 세계문학!!

《여름의 문》은《헤븐》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가와카미 미에코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가와카미 미에코는 2002년 가수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다가 2007년 《와타쿠시리쓰 인 치아, 혹은 세계》로 등단한 뒤 2008년 이 책의 1부를 이루는《젖과 알》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 시,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책을 펴냈으며, 전 세계 40개가 넘는 나라에서 번역 출간했다. 또한 발표하는 작품마다 나카하라 주야 상, 다카미 준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와타나베 준이치 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여름의 문》은 주인공인 소설가 나쓰메 나쓰코가 늦은 나이에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며 빚어내는 깊은 고뇌와 깨달음, 주변 인물들과 얽힌 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울림 있는 소설이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주인공 혼자 오롯이 감당하며 생명의 근원과 의미를 둘러싼 진지한 물음을 감동 가득한 필치로 그려낸다. 동시대의 시공간을 향유하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미묘한 감정, 만감이 교차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대사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잔잔한 서정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 소설은 세계가 인정하는 지고至高의 이야기다. 이 소설 속에는 인간의 태어남, 삶, 죽음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절제된 언어로 생명과 삶의 의미를 밀도 있게 묘사한,
신선한 충격과 뜨거운 에너지가 가득한 감동적인 이야기

이 책은 “2008년 도쿄에 사는 서른 살의 나쓰코에게 언니 미에코와 조카 미도리코가 놀러 와 사흘을 함께 지낸 이야기”인 1부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6년 서른여덟 살이 된 소설가 나쓰코가 정자 제공AID 모임에서 만난 아이자와 준과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갖게 되는 이야기”인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은 ‘임신과 출산, 육아는 축복’이라는 획일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꼭 필요한 일인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게 한다. 나쓰코가 섹스에 기쁨을 느끼기는커녕 사랑하는 사람하고도 제대로 관계를 하지 못하는 원인은 어쩌면 엄마에 이어 할머니까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언니와 둘이서만 힘겨운 삶을 이어온 가난하고 불안정한 성장 과정을 겪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쓰메 나쓰코는 도쿄에서 혼자 소설을 쓰며 살아간다. 호스티스로 일하며 딸 미도리코를 힘들게 키우는 싱글 맘인 언니 마키코, 초경初經을 시작하면서부터 입을 다물고 엄마와 필담만 나누는 초등학생 조카 미도리코, 정자를 제공받아 태어난 당사자로 친부모를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의사 아이자와 준, 아이를 낳는 것은 “부모가 제멋대로 하는 도박”이라고 말하는 유리코, 이혼하고 한 부모로 딸을 키우는 유명 소설가 유사, 혼자 살지만 아이는 생각해본 적 없다는 편집자 센가와, 아픈 남편에게 신장을 나눠주기는 죽어도 싫지만 혼자 살아갈 용기는 더더욱 없다고 말하는 서점 동료 곤노 등 소설 속 인물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가 어떤 의미인지, 각자의 위치에서 여러 각도로 살펴보게 한다.
나쓰코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아이를 갖고 싶어, 정자를 제공받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수긍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입장과 의견에 상처받고 도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그 길을 향해 묵묵히 후회 없이 나아간다.
작가는 정자 제공을 받기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태어난 이들에게 닥친 고단한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를 만나고 싶은 간절함을 포기할 수 없는 나쓰코의 심리를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소환하면서 아주 섬세하고 절절하게 펼쳐 보여준다. 이야기의 논점이나 주제 자체도 흥미롭지만,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감정의 움직임이나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투시하듯 밀도 있게 감지해내는 작가 특유의 호흡 긴 문장이 작품에 신선한 활력과 뜨거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오른 가와카미 미에코의 눈부신 감성과 독특한 심리 묘사가 빛을 발하는 수작秀作이다.

작가정보

Kawakami Mieko, 川上未映子
197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2002년에는 가수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7년《와타쿠시리쓰 인 치아, 혹은 세계》로 등단해 2008년《젖과 알》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 시집《끝으로, 찌를 거야 찔릴 거야 자, 됐어》로 나카하라 주야 상, 2013년 시집《물병》으로 다카미 준 상과《사랑의 꿈이라든지》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2016년《동경》으로 와타나베 준이치 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모두 한밤중의 연인들》,《너는 아기》,《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무라카미 하루키 공저),《위스테리아와 세 여인》 등이 있으며, 2017년에는 무크지《와세다문학 여성호》 책임 편집을 맡았다. 이후 여러 권의 시, 수필, 소설을 출간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번역 출간했다. 2010년 발표한《헤븐》으로 당대 최고의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올랐다.

홈페이지 ‘가와카미 미에코의 순수이성비판’: www.mieko.jp
인스타그램: @kawakami_mieko
트위터: @mieko_kawakami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학과와 같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일본에 거주하며 프랑스어와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기사단장 죽이기》,《일인칭 단수》,《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실화를 바탕으로》,《눈의 무게》,《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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