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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 이야기

만주의 눈으로 청 제국사를 새로 읽다
경계에서 중국을 보다 1
이훈 지음
너머북스

2023년 11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6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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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2.30MB)
ISBN 978899460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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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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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는 내륙아시아를 들여다보는 창문”

『만주족 이야기』는 14세기 부족 시기의 이동과 충돌, 그리고 융합부터 17세기 초 만주의 탄생을 거쳐, 18세기 청 제국의 극성기까지 만주족의 역사와 생활 모습, 문명적 특질을 생생하게 살펴본다. 모두 28개의 이야기들은 만주족과 청대사의 거시사적인 골격을 세우고 살을 붙여 가면서도 만주족의 성명, 말구종(쿠툴러), 놀이(가추하), 화폐 등 작은 소재 같아 보이지만 만주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주제들을 망라하여 상세하고 흥미롭게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통사나 청대사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 책 『만주족 이야기』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주족(여진)으로 설정한다. 그동안 청 제국을 다루는 시각은 그 건설자인 만주족의 국가라기보다 중국 왕조의 하나라고 보았고, 또한 여진을 언제나 명과 조선을 침략하고 약탈하는 야만인으로만 그려 왔다. 조선이나 중국 중심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만주족이 남긴 기록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서술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저자 이훈 선생은 이른바 만주족의 '중국화(한화漢化)'라는 통설을 반박한다. 그동안 만주족이 청 중기에 이르러 상무성과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상실하고 한화되었기 때문에 청사에서 만주족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 중심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저자는 팔기, 만주어, 만성, 샤머니즘, 장백산 신화, 수렵, 각종 놀이 등의 주제를 통해 만주족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을 만주, 한인, 몽고, 신강, 티베트의 5개 부분으로 보았던 청의 시각을 지금 중국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중국은 청제국의 유산이라 주장한다. 다만 다른 점은 지금 중국의 중앙정부가 소수민족에 미치는 영향이 만주족 정부의 그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한족 문화가 다른 민족 안으로 침투해가는 양상이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만주족과 청대사를 전공하고 일생의 역작, 만주어를 한국어로 대역하고 뜻풀이를 더한 국내 최초의 대형 만주어 사전『만한사전』을 낸 바 있는 저자 이훈 선생은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한국인이 만주족과 청에 대해 아는 것은 이웃 민족과 국가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것 이전에 자국과 자민족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을 의미한다.”
몽케테무르가 남하해서 거주했던 회령을 앞으로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가 지날 것이다. 또한 그곳은 만주로 북상하는 철도의 한반도 기착지가 될 것이므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지역에 대한 지식의 요구가 급팽창할 것이라는 것이다.
머리말

1_ 여진 부족에서 국가로
강의 이름에 새겨진 역사
건주여진의 몽케테무르
또다른 맹주, 해서여진
후금의 팽창과 동해여진

2_ 새 역사의 시작, 만주의 탄생
사르후 전투와 후금의 비상
해서여진의 최강자 여허의 마지막 날
만주의 탄생
심양의 궁궐 건축과 정치
두 곳의 닝구타, 청의 발원지를 둘러싼 의도적 혼동
장백산 신화 만들기

3_ 만주족다움
만주족의 성명과 씨족
수렵과 군사 훈련
청 황실의 샤머니즘 제사
만주족의 말구종, 쿠툴러
얼음 위의 만주족
만주족의 놀이, 가추하
만주어의 유지와 쇠퇴
18세기 만주어의 역설

4_ 국가를 넘어 제국으로
권력의 재편
청 제국의 비공식 수도, 열하
제국의 상징, 외팔묘
화폐와 중국 지배
전쟁기념관, 자광각
황제의 보디가드, 시위
관우 신앙

5_ 청 제국의 변경인
토르구트의 귀환
청 제국의 극동부 변경인, 허저
시버족, 만주에서 신강으로

부록_ 만주어 사전, 제리 노먼을 기리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조선 시대에 말을 끄는 하인을 ‘거덜’이라고 했고, 이를 한자로는 ‘구종驅從’ 혹은 ‘구종배驅從陪’라고 했다. 조선의 사복시司僕寺에서 말 관리를 담당하던 종7품의 잡직 종사자들도 거덜이라고 했는데, 이들의 정식 관칭은 견마배牽馬陪였다. 이들 거덜들은 평소에 말을 관리하다가 궁중의 귀인이나 상전이 말을 타고 행차할 때면 말고삐를 잡고 행차의 앞에서 ‘물렀거라’를 외치며 위세를 부렸다. 때로는 이들이 공무에 개입하여 농간을 부리기도 했다. 1513년(조선 중종 8)에는 견마배가 소송인의 뇌물을 받고 관아에 소장訴狀 올리는 일을 중간에서 농단하여 말썽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거덜인 견마배의 관품과 신분은 보잘것없지만 그들이 모시는 상전을 배경 삼아 호가호위를 일삼은 것이다. 그래서 이 거덜에서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의 ‘거들먹거리다’는 말이 파생되었다. 또한 거덜은 거들먹거리며 어깨를 흔들었기 때문에 여기서 ‘흔들리다’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그래서 ‘거덜마’는 ‘거덜이 끌거나 타는 말’을 뜻하기도 하고 ‘흔들거리는 말’을 뜻하기도 했다. 또한 거덜의 ‘흔들리다’는 뜻에서 ‘살림이 흔들려서 파탄나다’는 의미의 ‘거덜나다’는 용어도 생겨났다.
그러면 ‘거덜’이란 말의 연원은 무엇일까? 한국어의 말馬에 대한 다양한 용어들이 고려 말기에 몽고에서 수입되었듯이, ‘거덜’이란 용어도 고려 말기에 몽고에서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 몽고어에서 말을 끄는 사람을 ‘쿠투치k???’라고 한다. ‘쿠투치’의 ‘쿠투’는 ‘말을 끌다’는 의미이고 이 어휘가 조선어 ‘거덜’의 연원으로 생각된다. ‘쿠투치’의 ‘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 역시 한국어에 남아 있다. 지금 한국어에서 ‘이 치’, ‘저 치’, ‘갖바치’ 등에 남아 있는 ‘치’가 바로 몽고어의 ‘사람’을 의미하는 ‘치’에서 왔거나 어원을 함께하는 어휘이다. ‘쿠투치’라는 말은 고려에만 전해진 게 아니었다. _본문 236~237쪽

일반 한인이 일상생활에서 만주족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개는 명대와 달라진 자신들의 복식과 두발 모양, 그리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동전의 뒷면에 쓰인 알아볼 수 없는 이상한 문자였다. 이 가운데 새로운 복식과 두발은 청조의 중국 통치가 시작된 후 한두 세대가 지났을 때 이미 한인에게 더 이상 낮선 문화가 아니었다. 만주족이 통치한 지 한두 세대가 흐른 후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 모양은 옛날에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입었던 옷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거나 “옛날에 우리 조상은 지금처럼 앞머리를 밀지 않았었지.”라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회상하는 한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을까. 그러나 동전의 만주 문자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한인에게는 뜻 모를 낯선 문자였다. 한인은 동전에 새겨진 만주 문자의 의미를 모를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것이 문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 같다. 감숙 지역에서는 보천국에서 발행한 동전이 부정不淨과 사기邪氣를 막아 주는 신묘한 효능이 있다고 믿었고 앞다투어 소장하려고 해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 이유는 동전 뒷면에 천泉을 음사하여 새겨진 만문의 모양새가 『삼국지』의 관운장이 휘두르던 청룡언월도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인은 때로 동전의 만주 문자를 그림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만주족 통치자가 동전에 만주 문자를 새긴 이유가 한인에게 자신들의 통치자 위치를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한인과 만주인을 동등하게 대한다는 ‘만한병용滿漢?用’, ‘만한일가滿漢一家’의 주장을 동전에까지 대입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만약 그 의도가 전자였다면 그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한인은 청 말기까지도 동전의 만주 문자를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로 여겼다. 청 말기에 태평천국을 통해 일시적으로 한인의 국가가 수립되었을 때 발행된 동전에서는 만주 문자가 모두 사라졌다. 만주 문자를 없애고 한자만을 새긴 동전을 발행한 것은 만주족과 청 제국의 통치에 저항하여 수립된 한인의 국가 태평천국이 자신을 표명한 방법의 하나였던 것이다. _본문 344~345쪽

한눈에 보는 만주, 강의 이름에서 역사의 실마리를 찾다

서쪽의 흥안령산맥부터 동쪽으로 동해까지, 북쪽의 흑룡강에서 남쪽의 백두산까지를 포함하는 광활한 만주에서 부족이나 씨족 단위로 흩어져 살았던 여진은 14세기 후반 원이 몰락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주는 명과 조선, 몽골의 공격에 의해서든 내부의 상쟁의 의해서든 활발했는데 이동의 방향은 대체로 만주의 북동부에서 남부나 서부를 향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2세기에 걸친 이산 끝에 16세기 후반 이른바 건주여진, 해서여진, 동해여진으로 정립하였다. 이 책의 초반은 건주여진의 전신인 오도리부의 역사를 조명하고, 해서여진 4부가 형성되고 건주여진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복잡하게 전개된 그들의 이동과 충돌, 융합의 과정을 추적한다.
흥미로운 점은 강의 이름과 만주어 지명의 원형에서 그들 역사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강 이름이 그 연안에 거주했던 집단이 자신들의 부족이나 초기 국가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주의 척추이자 어머니 강으로 불린 흑룡강의 만주어는 검은 큰 강이란 뜻의 ‘사할리안 울라(울라는 큰 강, 비라는 일반적인 크기의 강)’이고, 지금도 조선인이 많이 살고 있는 사할린도 만주어로 원래는 ‘사할리얀 올라 앙가 하다(검은 강 어귀의 산봉우리)’가 축약된 것이다. 해서여진의 종주국 격인 ‘울라’는 숭가리 울라(송화강)에서 나왔고 여허부는 여허강, 호이파부는 호이파강에서 이름을 땄다. 또한 누르하치의 숙수후부는 숙수후강이다. 동해여진 후르카가 살았던 무단강의 ‘무단’은 모란꽃과는 무관하고 ‘굽은’ 혹은 ‘구부러진’을 뜻하는 만주어다. 다른 말로 후르하강 혹은 후르카강이라고도 불렸다.
송화강과 함께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대표적인 강인 압록강과 두만강이 한(漢)어에서 유래한 것 같지만 실은 만주어다. 압록은 만주어로 '경계'를 뜻하는 ‘얄루'이며 강변의 여진족을 얄루강부라 칭했다. 두만은 만주어나 몽골어에서 ‘만萬'을 의미하는 ‘투먼'에서 나온 말이다. 이처럼 이 책은 만주에 관한 인문지리 입문서로서도 의미가 있다.

왜 만주족, 청 제국은 오랫동안 끝없이 정복전을 벌였을까?

건주여진의 숙수후 비라부 출신의 누르하치는 1583년 일개 소부락으로 기병한 후 1588년 건주여진을 통일하고 차례로 여진 세계를 병탄하여, 1616년에 마침내 아이신 구룬(금국) 즉 후금을 수립했다. 신생국가 후금은 1619년에 국가의 존망을 걸고 명과 조선의 연합군과 격돌했다. 이 사르후 전투는 동아시아 역사의 향방을 바꾸었다. 누르하치의 후계자 홍 타이지는 1635년에 족명을 주션(여진)에서 만주로 개칭하고 1636년 다이칭 구룬(대청국)의 수립을 선포했다. 청은 그 후 100여 년간 영역을 끝없이 팽창해 갔다. 만주, 중국, 타이완, 동몽골 칼라, 서몽골 준가르, 티베트 동투르키스탄 신강, 카자흐 남부가 차례로 복속되면서 18세기 중엽에 청은 수많은 민족을 지배하고 광활한 강역을 경영하는 대제국이 되었다.
왜 청은 오랫동안 끝없이 정복전쟁을 벌였을까? 저자는 정복전쟁을 벌인 동력의 하나로 청의 군사 문화를 짚는데, 지배 민족인 만주족 전체가 팔기에 속한 군인이자 군인 가족이었다는 전제를 아는 것이 핵심이라 한다. 만주족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팔기에 속한 기인이었다. 심지어 만주족 가족에 속한 노복까지도 기인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만주족의 모든 성년 남성은 전업 군인이었고, 그에 딸린 모든 가족은 군인 가족이었다. 하나의 민족 구성원 전체가 농업, 공업, 상업 등의 생산에 종사하지 않고 전업 군인으로 생계를 영위하며, 수백 년의 장구한 시간 동안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방대한 인구의 타민족을 지배한 사례가 인류사에 더 있을까?
저자는 팔기제라는 조직력에 관대함을 더한 것이 만주족의 탁월한 능력이라 한다. 팔기제라는 조직으로 국가를 건설하고, 중국을 지배하면서 팔기제를 중국의 행정조직과 결합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몽골인과 한인을 일정 부분 지배의 파트너로 인정했던 관대함이 제국 건설과 경영의 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청은 중국보다 내륙아시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열하의 위치가 몽고를 제어하기에 유리한 곳이고 열하에서 몽고를 제어하지 못하면 요동이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그것은 청이 천하의 왼팔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황제가 열하에서 묵는 명분은 피서이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변경 지역을 직접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이『열하일기』에서 기록한 위의 글처럼 열하의 피서산장은 청 제국이 포괄하는 모든 민족들에 대한 청의 지배를 확인하고 그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정치중심지였다. 저자는 근래 서양학계에서 신청사 학파로 불리는 일군의 연구자들의 연구를 적극 소개하면서, 청을 중원 왕조만이 아닌 내륙아시아의 전통선상에 위치한 왕조로 파악한다. 과거에는 청이 역대 중국 왕조 가운데 강력했던 왕조 정도로 인식되어왔지만 저자는 청의 강역에서 내륙아시아에 포함되는 만주지역, 몽골, 티베트, 신강이 중원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컸을 뿐만 아니라 청이라는 국가의 기본적인 통치 시스템이 중국보다 내륙아시아의 전통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것을 지배에 지속적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통치 시스템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 열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가 이 책에서 열하를 하나의 큰 주제로 선택한 이유가 이러한 청의 내륙아시아적 전통에 대해 피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주족의 문제도, 청나라의 문제도 만주족의 시각에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청 제국사에서 만주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서구 학계이고 근래 들어서이다. 그동안 청을 건국하고 지배한 집단이 만주족이라는 사실은 청의 초기 역사를 다룰 때에만 중요하게 고려되었고 그 후의 시기를 고찰할 때는 흔히 무시되었다. 만주족이 청 중기에 이르러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상실하고 한화되었기 때문에 청사에서 만주족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만주족이 한화되었다는 ‘중국 중심적 시각’과 함께 청 말기에 서구 세력의 침입에 만주족 지배층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무능력에 대한 비판과 경멸이 현대에 이어진 점도 역사가들에게 청사에서 만주족의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이 책에서는 만주족이 자신을 한인과 구분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만주족다움’의 요소들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기술한다. 만주족이 중국에 들어온 지 100여 년이 지난 18세기 중후기에 대다수 만주족이 만주어를 말하지 못하고 한어를 모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어가 만주어 속으로 침투했고 그 결과 만주어가 쇠퇴하고 결국 소멸해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엄밀히 말해서 한어의 침투가 곧 만주어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컨대 외국어의 유입이 곧 한국어의 쇠퇴가 아니며, 오히려 외국어의 유입은 한국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어서 한국어를 발전시켜 준 동력이 된다는 이치이다. 만주어에 없는 한어를 번역하여 새로운 만주어 어휘를 만드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었지만, 그 작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만주어 상실에 대한 위기감이 최고조로 증폭된 건륭기였다. 저자는 만주족이 남긴 방대한 문헌들을 검토하다 보면 모어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에 경탄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만주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그나마 지킬 수 있게 방어한 것은 각 주둔 도시에 만성을 쌓고 한인과 분리되어 살아 간 폐쇄적 거주 형태였다.
만주족이 만주어와 고유의 관습을 상실해갔어도 다수 민족인 한족에 완전히 동화되어버린 것이 아니라 만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언어와 혈연과 관습을 민족의 구분선으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탈피하여 만주족의 정체성을 그들의 자신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에서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예컨대 만주족은 팔기제나 만성 등의 제도적 틀 덕분에 ‘만주’라는 정체성을 청이 멸망한 후까지 계속 유지했다. 만주족의 문제와 그들이 건국한 청나라의 문제를 만주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청 제국의 변경인

만주에는 만주족 외에도 몽골, 다구르, 솔론, 에벤크 등 여러 민족이 살았다. 이 책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는 토로구트, 허저, 시버는 청제국의 변경을 구성한 민족 가운데 일부이다. 비록 일부이지만 변경민족의 역사를 책에서 소개한 이유는 제국의 중심보다 변경이 제국의 모습과 속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 민족은 청과 러시아 제국의 형성 과정에서 유난히 역사의 굴절을 심하게 겪은 민족들로, 세 민족의 역사를 통해 독자들이 제국의 장대한 모습뿐만 아니라 제국의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힘겹게 이동하고 부침해야 했던 민족들의 애환까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훈

저자 이훈

고려대 사학과에서 「17~18세기 청조의 만주지역에 대한 정책과 인식」(2013)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고려대 사학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청대 건륭기 만주족의 근본지지 만들기」(2011),「청 초기 장백산 탐사와 황제권」(2014),「1635년 후금의 와르카 공략」(2018) 등이 있다.
저서로 『만한사전』이 있고, 함께 번역한 책으로 『만주족의 청제국』, 『여진부락에서 만주국가로』, 『만주실록역주』, 『만문노당역주(태종조)』가 있다.

작가의 말

중국은 만주 지역을 동베이東北라고 부르며 중국사가 포괄하는 공간으로 편입시켰다. 반면 한국에서 만주 지역은 한국 고대사의 공간으로 간주된다. 두 나라는 만주 지역에서 태어난 국가를 각자 ‘국사’의 일부에 배치했고, 역사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양자의 역사 공간은 충돌한다. 양자의 사이에서 만주족과 그들의 조상이 영유했던 그들만의 역사와 그들만의 공간은 실종되어 갔다. 이 글은 만주족이 살았던 이야기를 그들의 시각으로 서술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길을 찾는 데 이 글이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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