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노동운동사
2023년 1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5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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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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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말기부터 IMF 외환위기까지 부산에서 펼쳐진 노동운동사를 정리한 책. 부산이라는 한 ‘지역’의 노동운동사를 통해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분출한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의 의미와 한계를 진솔하게 되짚은 보기 드문 책이다. 인도사 전공 역사학자가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노동운동사를 집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방’ 대학에 근무한 역사학자로서 그 지역의 역사 하나는 지역사회에 남기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애정을 갖춘 비노동 진영의 역사학자”로서 용기를 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묻는다. “그들이 꿈꾸던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이 온 것일까? 과연 지금의 노동은 어떤 역사를 거쳐 이리로 왔는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고, 어떻게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
87-전노협-민주노총의 성과와 한계
유신 말기부터 민주노총 건설까지의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노동자 정체성을 근간으로 삼는 독자 계급화는 실패했고, 노동자정당 정치도 실패했지만, 합법단체로서 내셔널센터 민주노총이 건설되었고, 비정규직 노동 확대 등 심화된 고용불안에도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꾸준히 높아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공과 과 모두 그동안 숱한 난관을 겪으면서 싸워 온 노동운동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20년 가까운 과정에서 가장 큰 상수常數는 권위주의 정권의 탄압이고,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요인은 신자유주의의 도입이었다. 이 두 상수를 축으로 여러 변수가 다양하게 작동한 그 역사 속에서 노동운동 진영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노동 밖에서 본’ 지금의 노동운동
저자가 의도한 이 책의 성격은 ‘노동 밖에서 본’ 노동의 역사이다. 노동운동도 엄연히 역사학의 한 부분이건만, 노동운동사 연구자 대부분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노동운동가 출신들이다. 그 당사자성을 극복하는 것이 이 책의 과제이자 한계였다. 방법은 당사자들을 만나는 것이었고, 풍부한 ‘구술’은 심각하게 부족한 사료의 빈틈을 메우고 이어 주는 또 하나가 역사가 되었다. “1970년 전태일의 죽음은 그로부터 17년 후인 1987년 전국적으로 수백만 노동자가 외친 ‘노동자 인간 선언’으로 살아났던 한국의 노동운동은, 왜 오늘날 시민들에게 무시받는 상황이 되었나? 어쩌다가 총파업을 하든 말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든 말든, 사람들이 별 신경 쓰지 않는 세력이 되었나?”
짐승의 시간을 헤쳐나온 그들을 위해
도대체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전문 분야도 아닌 주제를 붙들고, 검증해 줄 사료가 없어 노동운동 당사자들의 구술로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에 4년간 매달린 끝에 저자가 던진 의문이다. 구술을 듣고자 어렵사리 만난 ‘당사자들’은 여전히 아파하고 힘들어했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치며 겪어야 했던 짐승의 시간, 저항의 당위성만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오직 맞서기만 했던 그 시간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길을 가기 위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관계들, 그 과정 속에서 주고받은 상처들 … 그들 덕분에 민주화가 이루어졌고, 사회가 바뀌었고, 누구든 노조를 만들 수 있고, 노동자라고 위축당하고 빼앗기기만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은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그 과정을 수행한 이들의 행적을 거침없이 낱낱이 좇는다. 그러면서 노동 밖에 있던 학자로서 노동 안에서 일어난 역사에 집요한 의문을 품는다. 그 끝없는 질주와 질문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머리말
I 유신 말기에서 87 노동자대투쟁 전까지
유신 말기 노동운동
자유주의 교회의 노동운동
부산 노동운동의 시작
실-반실 노선 논쟁과 파업투쟁
II 87 노동자대투쟁
87년 부산 지역 노동자대투쟁의 전개
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한 노동조합 결성
87년 부산 지역 노동자대투쟁의 역사적 의의
88년과 89년의 부산 지역 노동운동
연대 조직의 결성
87년 이후 국가와 자본의 새로운 전략
III 전노협과 부산노련
전노협 건설 과정
전노협 건설과 탄압의 시작
90년대 초 부산 지역 민주노조 투쟁
부산노련의 과제와 다양한 탄압 방식
노동조합운동의 노선 논쟁
노동자 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노협-부산/부양노련 해산으로 가는 길
IV 민주노총의 건설
민주노총의 성격과 의미
민주노총 부양지부 창립과 96년 임단투
부산양산 지역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투쟁
맺음말
저자 후기
참고문헌
구술자
그동안 헤게모니를 행사해 온 자유주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더 급진적인 운동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운동과 대중운동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무엇보다 구로동맹파업은 조직적인 차원에서 기존의 소그룹운동으로는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노동 대중의 투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인식을 심화시켰고, 그 결과 지역노동운동론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 40쪽
성안교회 야학을 다니면서 대학생 강학들을 만났고, 자연스럽게 노동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1기로 들어갔다가 2년 뒤 3기에는 제가 강학이 되어 한문을 가르쳤습니다. 거기에서 노동자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태화고무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바람에 조장도 되고, 남들보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했는데, 우연히 구미에 있는 공장들의 여공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들어보니 거기가 너무 열악해서 태화고무를 퇴사하고 퇴직금 가지고 그곳으로 가서 노동운동을 하려 했습니다. - 96쪽
87년 노동자대투쟁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제조업 노동자가 중심을 이루었지만, 서비스업과 사무직, 전문기술직 노동자들도 본격적으로 노동운동 대열에 합류했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부산의 경우, 87년 7월 이전에는 부산 지역에 병원 노조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87년 8월 28일 부산 백병원 노조를 필두로, 88년 9월 말 1년 남짓한 기간에 25개의 노조가 새로 결성되어 최종적으로 23개가 활동했다. - 149쪽
현대엔진 노조 투쟁에서는 심지어 카빈 소총까지 동원했다. 이에 맞서 울산 노동자들은 매일 가두투쟁을 벌였으나 결국 폭력 탄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와 동시에 노태우 정부는 그해 임금 교섭이나 주요 노사분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가능한 한 자제했고, 5공 정권에서 중요하게 사용한 블랙리스트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이용한 통제 등도 폐지했다. - 198쪽
자본이 만들어 낸 전술이 ‘무노동·무임금’ 원칙이나 ‘직장폐쇄’라는 강경 대응이다. 그 와중에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협조 아래 신규 노조 결성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위장폐업을 감행하는 일이 숱하게 발생했다. 이 시기 이후 부산 지역에서는 기업이 구사대 폭력, 위장폐업, 직장폐쇄 등의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 246쪽
1993년이 되자, 노동운동의 확장된 연대 성과와 그 잠재력을 잘 인식하고 있던 김영삼 정부가 노동운동을 더 강경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부산 지역의 노동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대처했다. 3월 20일 ‘부산양산지역 노동조합 공동 투쟁본부’(이하 부양공투본)를 조직했다. 부양 공투본은 27개 노조로 구성되었고, 이성도와 윤영규(병원노련 부산지부장)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314쪽
89년 이후 운동권 조직이 크게 변하고 문화도 큰 변동을 겪으면서 노동운동가들이 진로를 수정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 변화된 분위기 속에서 민주노총 출범과 함께 조직의 일원으로서 노동운동을 계속한 경우도 많았다. 남성 활동가의 경우, 대학 졸업 후에도 따로 직장을 구하지 않고 노동운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359쪽
초창기 노동자의 요구는 각종 생존권 요구, 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쟁취, 노동법 개정 등이었다. 이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부산 지역 노동자들은 부산노련을 거쳐 마침내 내셔널센터 민주노총 부양지부를 건설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노동자들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등을 주되게 요구했지만, 식사 개선이나 두발 자유화, 병영식 노무관리 철폐 등 사내 민주화와 인권 개선 요구도 있었다. -441쪽
작가정보
부산외국어대 교수. 델리대학교 사학과 석사 및 박사. 인도사 전공.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대표(전), 부산외국어대 민주교수노조 위원장(현), ‘해고자생계비지원을 위한 부산지역사회연대기금 만원의연대’ 운영위원장(현). 노동 분야 관련 연구로는 〈1980년대 부산지역 노동운동에서 학출활동가의 노선과 실천-‘실반실’ 논쟁을 중심으로〉 《항도부산》 42집(2021)과 〈구술사를 통해 본 방글라데시인 이주 노동자 샤골 씨의 한국 사회 적응에 미친 요인〉, 《코기토》 72호(2012 하반기)가 있다. 인도사 관련 연구로는 〈식민주의 근대화 찬양과 민족자존의 사이: 19세기 인도 토후국 하이드라바드 사진가 딘 다얄Deen Dayal 사진에 나타난 역사관〉, 《역사와 경계》 115집(2020) 등의 여러 논문과 《힌두교사 깊이 읽기,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푸른역사, 2021),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푸른역사, 2017) 등의 책이 있고, 정치평론서로는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탄핵과 대선의 재구성: 한 마키아벨리스트의 B급 정치학》(레디앙, 2018), 《위기의 진보 정당, 무엇을 할 것인가》(앨피,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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