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2023년 10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0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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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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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대표작 5종 개정증보 특별판 출간!
“우리는 살고, 우리는 죽고, 우리는 기억되고, 우리는 잊힌다.”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크빈트 부흐홀츠의 특별 표지
★유영번역상 정영목 번역가의 개역과 번역 후기
★줄리언 반스의 코멘터리 &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 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해 온 ‘기억’이라는 주제로 대표작 5종을 개정증보 특별판으로 선보인다. 왜곡된 기억을 날카로운 필치로 다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기억된 자를 그린 『시대의 소음』, 남기고 싶은 단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연애의 기억』, 떠난 이를 기억하는 방법을 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기억과 기록을 총동원해 죽음을 사유하는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이 흥미로운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인 크빈트 부흐홀츠의 특별 표지로 재탄생한 이번 책은, 다섯 권을 모두 이어 붙이면 그야말로 ‘기억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어디에 놓이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는 동시에 ‘기억’을 떠올리는 근사한 매개가 되어줄 것이다.
『연애의 기억』은 줄리언 반스가 “힘의 절정에 선 소설가”라는 극찬을 받으며 『시대의 소음』 이후 자신의 작품을 또 한 번 뛰어넘는 저력을 보여준 소설이다. 막 어른이 되려 하는 19세 청년과 오래전부터 어른이어야 했던 48세 중년의 여인, 그들이 나눈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평생에 걸쳐 답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행복과 고통, 기쁨과 슬픔이 집약된 통찰과 지혜를 전한다.
둘 - 163
셋 - 297
옮긴이의 말 - 394
추천의 말 - 398
특별 부록 - 400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건 단 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 (77쪽)
우리는 함께-그러니까 같은 지붕 아래에서-10여 년을 살았다. 그 뒤에도 계속 그녀를 꾸준히 보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횟수는 줄었다. 몇 년 전, 그녀가 죽었을 때,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마침내 종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늘 그녀를 좋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다짐했다.
이 일에 대한 내 기억은 이게 다였으면 좋겠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하지만 가능하지가 않다. (161쪽)
하지만 너는 수전을 떠날 수 없다. 그녀에게서 사랑을 거두어들이는 걸 네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네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할까? 어쩌면 이보다 심각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너는 단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중독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266쪽)
그는 가끔 자신에게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그는, 결국,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99쪽)
물론, 그의 공책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그것은 그렇게 그 자리에 몇 년을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줄을 그어 지워버렸다. 그랬다가 다시 적어 넣었다. 그 뒤에 다시 줄을 그어 지웠다. 이제 그에게는 두 항목이 나란히 있다. 하나는 깨끗하게 진실로, 다른 하나는 줄이 그어진 거짓으로. (307쪽)
“내 의견으로는, 모든 사랑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일단 거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게 되면 진짜 재난이 된다.” 그래, 그것은 여기 그대로 남아 있을 자격이 있었다. 그는 “행복하든 불행하든”이라는 적절한 삽입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었다. “일단 거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게 되면.” 겉보기와는 달리 이것은 비관적이지도 않았고, 달곰씁쓸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사랑의 최대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이 말한 사랑에 관한 진실이었으며, 여기에는 삶의 슬픔이 모조리 담겨 있는 것 같았다. (379~380쪽)
이 이야기는 복잡하고 섬세해질수록,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블랙홀, 즉 또 하나의 이야기의 부재(不在)가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니만큼 두 사람, 두 개의 축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뿐이며, 또 한 사람의 이야기는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 사람, 정말로 고통스러웠을,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밖에 없는데, 마치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언어화될 수 없다는 듯, 부재하는 이야기는 새까만 슬픔처럼 우리의 상상을 빨아들여 가루로 빻아버린다-물론 거기에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 이야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큼이나 허전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옮긴이의 말, 396~397쪽)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뛰어넘는 파격!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가 쓴 단 하나의 연애소설
『연애의 기억』 개정 증보
때론 격렬하게, 때론 냉철하게
사랑의 시작과 끝을 되짚는 깊고 서늘한 통찰
이 작품의 원제는 ‘The Only Story’다. 우리말로는 ‘단 하나의 이야기’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본문에 나오는, 각 사람의 삶에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서 뽑은 제목인데, 그 이야기란, 사랑 이야기다. 소설이 시작되면, 작가는 일인칭 화자를 통해 우리를 무려 50여 년 전, 화자가 열아홉 살이던 시절로, 화자의 사랑 이야기, 단 하나의 이야기가 출발하는 시점과 장소로 데려간다.
소설은 이제 일흔쯤에 접어든 남자가 50여 년 전 예기치 않게 자신의 첫사랑과 맞닥뜨린 일을 돌이키며 시작한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을 지닌 남자와 “다 닳아버린 세대”를 지나고 있는 여자, “선택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감정이 두 사람을 몰아붙이던 순간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라는 그의 독백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 사회적 환경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져 오래도록 남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깊숙이 자리 잡는다.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_본문에서
세 개의 장으로 나뉜 소설에는 독특하게도 장마다 다른 시점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장에서 주인공 폴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일인칭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꺼이 마주하지만, 두 번째 장에서는 행복이 사그라드는 자리에 파고드는 고통을 때때로 이인칭으로 물러나 지켜보듯 덤덤하게 읊조린다. 마지막 장에서는 점점 더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삼인칭으로 한 발 더 물러서 최대한 먼 거리에서 쓰디쓴, 한편 안심이 되는 진실을 향해 조용히 다가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 중 그들의 삶에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단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로 자리 잡은 이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기억 저편에 깊고도 서늘하게 자리한 저마다의 단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은 그에게는 완전한 재난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이 이야기는 감당할 수 없는 헌신에 대한 날카로운 정산이다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_본문에서
1960년대 초 열아홉 살의 대학생 폴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된 폴은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는 그의 두 배는 나이를 먹었고,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이 있는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그의 눈에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는, 영국 중산층의 허울 좋은 가식을 함께 비웃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 폴은 급속도로 수전에게 빠져들고, 수전 또한 폴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만의 세상,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가 거듭되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한다.
“그는 자살을 하는 사람처럼 사랑에 빠졌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에서는 통하는 데가 있었다. 그는 수전과 함께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떠나서 별도의 삶을 확립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다시 그녀와 함께 살러 돌아갔다. 용기였을까 겁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불가피했던 것일까?
_본문에서
폴은 자신의 강렬했던 단 하나의 기억, 온 인생을 뒤흔든 첫사랑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되짚는다. 어떻게 그들이 사랑에 빠졌는지, 어떻게 그가 교외 중산층의 보장된 미래를 내던지고 그녀가 의미 없는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서서히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게 되었는지. 서로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헌신은 결국 두 사람을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말았지만, 그의 노트 한쪽에는 썼다 지웠다 다시 쓴 흔적과 함께 이런 문구가 남아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연애의 기억』까지
기억, 그 너머에 갇힌 또 하나의 이야기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_본문에서
『연애의 기억』은 기억과 사랑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평행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모호하게 암시하고 만 주인공 토니와 에이드리언,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의 관계를 기어이 파고들어 “단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 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이야기 다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의 삶을 되짚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두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전작의 주인공 토니가 완전히 잘못된 기억을 떠올리는 반면, 폴은 좀 더 현실을 직시하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한다. 토니가 부주의했다면, 폴은 단지 무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보다 충격에 빠뜨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일인칭 화자가 되짚어가는 두 이야기 속에 부재한 또 하나의 이야기다.
이렇게 이 매혹적인 이야기 속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이 이야기가 복잡하고 섬세해질수록,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블랙홀, 즉 또 하나의 이야기의 부재(不在)가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니만큼 두 사람, 두 개의 축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뿐이며, 또 한 사람의 이야기는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 사람, 정말로 고통스러웠을,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밖에 없는데, 마치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언어화될 수 없다는 듯, 부재한 이야기는 새까만 슬픔처럼 우리의 상상을 빨아들여 가루로 빻아버린다-물론 거기에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 이야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큼이나 허전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_옮긴이의 말에서
『연애의 기억』에서 주인공의 기억 너머 또 하나의 이야기, 말해질 기회조차 얻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보다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기억을 왜곡하고 싶을 만큼 불행했던 순간들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사랑의 정의”는 결국 불가능한 것이고, 사랑이란 결국 “이야기”로만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도 부재하는 이야기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조용히 마음을 부순다”는 《타임스》의 평처럼 덤덤해 보이는 묘사 아래 감도는 황량한 슬픔은 작가가 더욱 전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이야기”의 본모습인지도 모른다.
줄리언 반스 소설을 관통하는 한 명의 여인,
그 단 하나의 사랑
그러나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줄리언 반스는 평생에 걸쳐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소설을 써왔다. 오래전,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인과 위태롭게 사랑한 일을 되돌아보며 그는 사랑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_김연수(소설가), 추천의 말에서
줄리언 반스의 오랜 팬이라면, 『연애의 기억』을 통해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치열하게 탐구해 왔던 사랑과 기억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애의 기억』이 출간된 후 《타임스》에서는 줄리언 반스의 오랜 친구인 앤드루 세인트를 인터뷰하며 이 작품에 담긴 그의 삶을 다룬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기사에 따르면 줄리언 반스는 18, 19세쯤 50대 초반의 여인 라우리언 웨이드를 만났다. 이 작품에서와 같이 방학 때 본가인 노스우드에 다니러 왔다가 만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세인트는 웨이드를 “매력적이고, 약간 비현실적이며, 매우 자유분방한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또한 “아주 재미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도. 반스가 그녀에게 끌렸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그녀의 유머 감각은 위트 있는 젊은 대학생을 사로잡았고, 영국 교외의 고루한 가치에 관한 양면적 태도 또한 그의 관심을 키웠는데, 이는 이 작품의 초반부와도 상당히 유사하다.
그렇게 강렬하게 이끌리던 두 사람은 반스가 자립을 하고, 런던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구 이언 매큐언에 따르면 2008년 아내 팻 캐바나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2009년 라우리언 웨이드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그는 더 깊이 침잠했다고 한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연애의 기억』은 작가의 말처럼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단 하나뿐”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추천사
잠을 자듯이, 혹은 꿈을 꾸듯이 우리는 사랑에 빠져든다. 질병처럼 사랑은 경험된다. 몸으로 겪는 일이다.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머리로 뭔가를 헤아릴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는 시간도 흐르지 않고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줄리언 반스는 평생에 걸쳐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소설을 써왔다. 오래전,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인과 위태롭게 사랑한 일을 되돌아보며 그는 사랑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파국에 이른 모든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
모든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줄리언 반스는, 그리고 이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다. 김연수(소설가)
비행기에서 읽다가 열 번 울었다. 남궁인(응급의학과 전문의, 작가)
힘의 절정에 선 소설가. 조용히 마음을 부순다. 타임스
절묘하다. 가디언
부드럽고, 황량하고, 찬란한 소설. 파이낸셜타임스
엄청나게 위력적이다. 뉴스테이트먼
부드럽고 가슴 아픈 소설. 옵서버
이 강렬하고, 팽팽하고, 슬프고, 종종 아름다운 이야기는 반스 최고의 소설이라 할 만하다. 스펙테이터
감정적으로 예리하고, 심오하게 아름답고, 깊은 만큼이나 익살맞다. 이 작품은 2018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멋들어진 소설로 꼽을 만하다. 메일 온 선데이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반스의 최고 소설로 간주하며 그의 글의 “감정적인 예리함”에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낸다. 텔레그래프
줄리언 반스는 우리에게 더 깊은 진실을 느끼게 한다. 쓰디쓴, 동시에 안심이 되는 진실을 말이다. 아마존 이달의 책 추천 글
작가 최고의 책. 이 책은 두 사람 사이의 내밀한 삶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처음엔 행복하지만 관계가 변하면서 괴로워지고, 결국에는 거의 포기하고 마는. 아마존 독자
줄리언 반스는 다른 작가들은 닿을 수 없는 삶의 측면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것이 그를 특별하게 한다. 아마존 독자
작가정보
Julian Barnes
이언 매큐언, 살만 루슈디, 움베르토 에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국의 대표 작가.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 1969년에서 72년까지 3년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했다. 이후 유수의 문학잡지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고, 《옵서버》 《뉴 스테이트먼츠》의 TV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하여,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태양을 바라보며』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내 말 좀 들어봐』 『고슴도치』 『용감한 친구들』 『잉글랜드, 잉글랜드』 『사랑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연애의 기억』 『엘리자베스 핀치』(2024년 국내 출간 예정) 등 열네 권의 장편소설과 『레몬 테이블』 『크로스 채널』 『맥박』 등 세 권의 소설집,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등의 에세이를 펴냈다. 1980년대 초에는 댄 캐바나라는 필명으로 네 권의 범죄소설을 쓰기도 했다.
1986년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영국 소설가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았고, 같은 해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E. M. 포스터상, 1987년 독일 구텐베르크상, 1988년 이탈리아 그린차네카부르상, 1992년 프랑스 페미나상 등을 받았으며, 1993년 독일의 FVS 재단의 셰익스피어상, 그리고 2004년에는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2011년 데이비드코헨문학상, 2016년 지그프리트렌츠상, 2021년 예루살렘상과 야스나야폴리아나상 등을 받으며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이례적으로 네 차례에 걸쳐 1988년 슈발리에, 1995년 오피시에, 2004년 코망되르, 2017년 오피시에 문예 훈장을 받았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는데, 수여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일 정도로 영국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공고하고 높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홈페이지: julianbarnes.com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가 있고, 옮긴 책으로 『아버지의 유산』 『미국의 목가』 『에브리맨』 『네메시스』 『달려라, 토끼』 『킬리만자로의 눈』 『제5도살장』 『바다』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Quint Buchholz)
1957년 독일 슈톨베르크에서 태어났다. 뮌헨미술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후 회화와 그래픽을 공부했다.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림책 『순간 수집가』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작품으로 『책 그림책』 『시간의 의미』 등이 있다.
홈페이지: quintbuchholz.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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