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초록비책공방

2023년 11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10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98.80MB)
ISBN 9791193296080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 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소득공제
소장
정가 : 11,500원

쿠폰적용가 10,35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교과서 문학,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없을까. 글 쓰고 사진 찍고 그림 그리는 작가 세 명이 모여 볼거리가 풍부한 12편의 교과서 문학 기행을 담았다.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 중에서도 지금 시대에 울림이 크고 문학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작품을 선별했다. 광복을 전후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일화를 담고 있는 박완서의 『나목』과『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시작해 1970년대 광주대단지사건을 토대로 철거민들의 설움을 그린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1980년대 소시민의 고단한 일상을 그려낸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의 방황을 그린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등 총 12편의 작품 속 배경을 직접 걸으며 작가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밟는다. 소설 속 공간을 걸으며 ‘이곳이 완서가 살던 집이었겠구나’ ‘수남이는 어느 가게에서 일했을까’ ‘영수가 일하던 공장은 이 근처가 아니었을까’ 추론하다 보면 마치 주인공이 바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책은 각 장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소설의 역사적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함으로써 작품의 이해를 돕고 소설 속에 나오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들과 일러스트를 담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책 속의 일러스트는 과거를 무대로 쓰인 텍스트와 현재 시점의 사진 속 풍경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며 소설 속 공간을 다채롭게 재현한다. 입시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문학 그 자체의 매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책은 ‘작가’와 ‘작품’과 ‘역사적 공간’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깊은 문학의 숲으로 안내한다.
1 죽음과 부할
- 나목 by 박완서

2 그 많은 현저동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by 박완서

3 난장이의 공이 달에 닿지 못하는 이유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by 조세희

4 무엇을 훔쳤을까?
- 자전거 도둑 by 박완서

5 오늘 밤 나와 함께 이 돈을 다 써주시오
- 서울, 1964년 겨울 by 김승옥

6 영어 공화국
- 미스터 방 by 채만식

7 광주대단지사건을 아시나요?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by 윤홍길

8 동대문에 올라서다
- 역사 by 김승옥

9 모두가 이방인이 되는 거리
- 중국인 거리 by 오정희

10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 원미동 사람들 by 양귀자

11 괭이부리말에 구경 가지 마세요
- 괭이부리말 아이들 by 김중미

12 나의 별
- 개밥바라기별 by 황석영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경의 집은 계동이다. 안국역 근처이며 헌법재판소와 현대건설 사옥이 있는 곳이다. 소설 속 이경이 출퇴근하는 길을 유추해보았다. 안국역 부근을 출발해서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간다고 하면 대략 안국동 사거리 남쪽으로 지금의 종로타워가 있는 화신백화점을 지나, 롯데백화점과 호텔이 버티고 있는 을지로 사거리를 거쳐 신세계백화점 본관으로 도착하는 경로이다. 대략 2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라서 도보로 걸으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출퇴근 시 전차를 타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한국전쟁이 터지고 서울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제대로 운행되지 않았을 테고 게다가 당시 전차는 타고 간다기보다 매달려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항상 미어터졌다. 따라서 이경은 직장인 미군 PX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했을 것이다. 그녀가 일하던 당시의 서울 풍경은 어땠을지 상상하면서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출발했다.
- 20~21페이지〈죽음과 부활〉중에서

소설 속 이야기를 보면 전쟁 중에도 삶이 흘러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작가가 묘사하는 당시 서울은 아수라장이었다기보다는 하루하루 눈치를 보면서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살얼음판이었다. 총성 속에서도 일상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다는 점이 잔인하다. 죽고 살고의 문제를 떠나 살아남아도 문제였다. 남한이 정권을 잡고 나면 인민군에 협조한 게 아니냐며 이념 갈등의 표적이 되었다. 총상을 입은 오빠까지 있는 대식구였지만 어머니는 피난을 가는 척이라도 하기로 결심한다. 완서가 오빠를 태운 손수레를 끌고 한강은커녕 겨우 무악재를 넘었을 무렵, 엄마가 가리킨 가짜 피난처는 하필 현저동이었다. 현저동에 숨어든 집에서 내려다보니 숙부를 사형시킨 형무소도 아무도 없는 독립문 한길도 한눈에 보였다. 큰 도시에 덩그러니 완서네 가족만 있는 듯했다. 거기서 완서는 결심한다. 언젠가 이를 모두 기록하기로.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완서는 그 결심을 지켰다. 그 덕에 우리는 가슴 사무치게 그날들을, 그때의 서울을 기억할 수 있게 됐다.
- 43~44페이지 〈그 많던 현저동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중에서

한편 영수네 가족이 행복동을 떠나 향한 성남은 광주대단지를 가리킨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처럼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난쏘공』은 광주대단지사건을 다룬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가 되기도 했다. 두 소설은 1977년과 1978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는데 두 작품 모두 광주대단지사건의 계기가 된 서울 철거 붐과 철거민들의 설움을 조명하고 있다. 영희가 다녔던 빵집 이야기 역시 성남의 빵 공장 실태를 모티프로 한다. 빵 공장의 노동환경은 극도로 안 좋았다.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다. 지금까지도 빵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 60페이지 〈난장이의 공이 달에 닿지 못하는 이유〉중에서

당시 사진들을 보면 종묘 앞은 기와집이나 2층 정도 되는 건물들이 많은 반면, 도로 건너편은 여전히 허름한 판잣집들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의 사창가도 생겨났는데 종로3가에 있다 해서 줄임말로 ‘종삼’이라고 불렀다. 이런 상황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불린 김현옥 시장이다. 그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사창가를 어떻게든 없애고 싶었다. 결국 1966년에 ‘나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종삼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세운상가를 짓는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곳에서 지내던 사람을 쫓아내고 지은 건물에 ‘세상의 운이 모두 모이기’를 바라는 것은 몹시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운상가는 아주 짧은 전성기만을 누리고 내내 침체기를 겪는다.
- 72페이지 〈무엇을 훔쳤을까?〉중에서

동대문 앞에 서면 오래된 것들이 떠오른다. 지나간 세월이나 역사라고 부르기는 애매한 그만큼의 무게를 지닌 이야기들 말이다. 동대문을 한 바퀴 돌아보면 그런 흔적들을 역력히 느낄 수 있다. 쌓인 역사에 따라 크기가 제각각인 돌들이나 한국전쟁 당시에 생긴 탄흔들이 그 세월을 증명하고 있다. 동대문은 김승옥의 작품 「역사力士」의 무대로 등장한다. 「역사」는 「무진기행」보다 1년 앞선 1963년 『문학춘추』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1960년대는 온통 안개 정국이었다. 4·19혁명의 기쁨은 5·16쿠데타로 인해 절망으로 변했고 이후 이어진 군부독재는 지식인들을 깊은 좌절감에 빠트리고 말았다. 「역사」라는 작품 역시 당시 방향을 찾을 수 없었던 작가의 좌절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151~152페이지 〈동대문에 올라서다〉중에서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중국 정취에 신이 났다. 관광객 대부분이 자장면 거리에 있는 중국 맛집을 즐기기 바쁘지만 사실 진짜배기는 차이나타운의 언덕 뒤로 펼쳐져 있다. 차이나타운은 응봉산이라는 작은 산을 따라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길이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언덕길을 따라 자유공원에 오르면 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는 차이나타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을 내려오다 보면 긴 계단 하나가 보인다.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은 청의 조계지 즉 지금의 차이나타운이, 오른쪽은 일본의 조계지로 일본풍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계단 꼭대기엔 중앙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는 공자상이 세워져 있다. 마치 선을 넘지 않겠다는 듯 청의 조계지에 붙어 있는 것이다.
- 170페이지 〈모두가 이방인이 되는 거리〉중에서

이 이야기는 오정희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오정희 작가의 부모님은 해방 직후 1947년에 월남하여 서울에 자리를 잡았고 오정희 작가는 그해 11월 사직동에서 태어났다. 1951년에는 어머니가 여섯 번째 아기를 가진 탓에 가족들이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서 전쟁을 겪었다. 나중에 후퇴하는 국군을 따라 피난길에 올랐다가 아버지는 군대에 징집되고 가족들은 충남 홍성에서 피난살이를 시작했다. 1955년 4월 아버지가 석유회사의 인천 출장소 소장으로 취직되면서 인천으로 이주한다. 신흥초등학교 2학년으로 전학을 갔고 인천에서 4년 동안 세 번을 이사했다. 마지막 살던 집에서 길 건너 언덕배기가 중국인 거리였다. 소설은 아버지가 석유회사에 취직해 피난지에서 인천으로 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모두 작가가 겪은 그대로다. 1959년에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서울 마포구로 떠난다. 2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인천생활이 소설에 그대로 담겨 있다.
- 178~179페이지 〈모두가 이방인이 되는 거리〉중에서

양귀자 작가가 『원미동 사람들』을 집필하던 1980년대 후반은 대한민국에 두 가지 열풍이 불고 있었다. 하나는 민주화였고 다른 하나는 경제발전이다. 비록 정권 교체는 실패했지만 신군부가 6·29선언을 함으로써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전진을 이루어냈다. 경제발전은 1980년대 후반, 정확하게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정권 교체기에 저유가와 저금리, 저달러의 영향으로 벌어진 삼저 호황이 일어났다. 1985년 미국이 일본의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엔화의 가치를 높이는 플라자 합의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한국산 제품들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유가가 떨어지고, 그 영향을 받아 금리까지 낮아지면서 수출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얘기와 함께 매년 10퍼센트 이상의 고성장과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호황의 바람은 부천의 원미동에까지 미친다. 김 반장이 무리를 해서 짐차를 사들이고 싱싱청과물이 한적한 골목길에 상점을 연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 196페이지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중에서

사실 처음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었을 때는 조금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너무 힘들고 편부모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비극적인 환경에 처해 있었다. 게다가 이런 아이들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동화처럼 화목해진다. 상황이 다소 과장되면서 억지스럽게 해피엔드로 마무리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실제로 오랫동안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함께 해왔다는 걸 알고 나자 결코 소설 속의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보고 겪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해피엔드에 대해서도 김중미 작가는 공부방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희망을 피우며 살아나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 213페이지 〈괭이부리말에 구경 가지 마세요〉중에서

우리는 왜 문학기행을 떠나는가?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입시에 대한 압박 없이 제대로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소설 속 캐릭터에 공감하고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읽다 보면 재미도 재미지만 경험의 한계를 넘어 압축된 시간 속에서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틀로 이야기만 한 것이 없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경험의 폭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이로부터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는 행위는 시간을 요하고 이야기의 흡인력에 매료되기까지 훈련이 필요하다. 단순히 입시 문제를 풀기 위한 소재나 수단이 되어서는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릴 뿐이다. 문학작품은 오롯이 그것을 음미하고 느끼고 체험함으로써만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교과서 속 문학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찾아 걸어보는 것이다. 소설은 평면적인 언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상상력을 통해 소설 속 공간을 자신만의 입체적인 세상으로 재구성한다. 확실히 작품을 2차원적 텍스트로만 접했을 때와 직접 작가가 지나온 동선을 쫓아 이야기를 재구성했을 때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문학 기행은 바로 종이 위에 누워 있는 텍스트를 일으켜 세우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 선명한 색을 입힘으로써 문학작품에 구체적인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책의 공저자인 정명섭 작가가 ‘문학은 글이지만 공간이기도 하다’라고 한 것처럼 작가가 지나온 길을 따라 작품에 나오는 공간을 직접 찾아 걷다 보면 문학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더 깊어질 것이다.

스토리와 사진과 그림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문학 기행!

『그 소설은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 속 공간을 찾는 12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중고등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 중에서도 지금 시대에 가장 울림이 크고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들을 선별해 실었다.
광복을 전후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일화를 자전적으로 엮은 박완서의 『나목』과『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시작해 광복 이후 혼란기를 그린 채만식의 『영어 공화국』, 6·25전쟁 이후의 인천 중국인 거리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안개같이 출구가 없었던 1960년대를 그린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과 『역사』, 1970년대 광주대단지사건을 토대로 철거민들의 설움을 그린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1980년대 원미동을 배경으로 소시민의 고단한 일상을 그려낸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과 만석동을 배경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웃음으로 넘기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괭이부리말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의 방황을 그린 황석영의 자전적인 소설 『개밥바라기별』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총 12편의 작품을 선별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걸으며 작가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밟는다.

책은 각 장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소설의 역사적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함으로써 작품의 이해를 돕고 소설 속에 나오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들과 일러스트를 담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책 속의 일러스트는 과거를 무대로 쓰인 텍스트와 현재 시점의 사진 속 풍경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며 소설 속 공간을 다채롭게 재현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곧 소설을 쓴 작가 개인의 이야기이자 실제 작가가 몸담았던 시대에 대한 증언이다. 대표적으로『나목』은 박완서 작가가 스무 살에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근무하던 중 만났던 박수근 화백과의 만남을 모티프로 쓴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때 미쓰코시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다가 동화백화점과 미군 PX였던 시기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된 신세계백화점 본점이다. 책의 저자는 박완서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미군 PX가 오늘날 신세계백화점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에서 시작해 박완서 작가와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고 작가의 삶과 소설의 배경이 된 무대를 쫓는다. 주인공 이경의 집이 있는 계동에서 출발해 안국역 사거리에서 종로타워를 거쳐 명동의 신세계백화점을 걷는 루트다. 저자는 이경이 미군 PX로 출근했던 길을 따라 걸으며 소설 속 이경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비슷한 길을 걸으며 박완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떠올린다. 지금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지만 작가가 창조해낸 이경의 흔적과 숨결을 찾아 감회에 젖는다.

문학작품을 통해 바라본 한국 근현대사, 그리고 ‘나’의 성찰

『나목』이 작가가 성인이 되고 취직이 된 이후의 일이라면『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의 유년 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둘은 연작 소설에 가깝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적골에서 자란 작가가 서울의 현저동으로 이사와 해방과 6·25전쟁을 겪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현저동은 지금의 무악동으로 채만식의 『미스터 방』에서 방삼복이 서울에 올라와 묵었던 곳으로 타지에서 올라온 빈곤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현저동을 비롯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달동네 중림동과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광주대단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인천의 만석동처럼 집도 절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의 자취를 따라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1977년과 1978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광주대단지사건을 소환해 당시 서울의 철거 붐과 철거민들의 설움을 조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자전거 도둑』의 배경이 되는 세운상가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근현대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칼 로저스의 말처럼 작품 속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려진 개인의 서사만큼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역사를 증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건을 연대기순으로 무미건조하게 서술한 역사책 스무 권보다 소설 한 권을 읽는 것이 어쩌면 살아 있는 역사 공부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책을 읽고 그 공간들을 직접 찾아가볼 것을 권한다. 소설 속 공간을 걸으며 ‘이곳이 완서가 살던 집이었겠구나.’ ‘수남이는 어느 가게에서 일했을까’ ‘영수가 일하던 공장은 이 근처가 아니었을까’ 추론하다 보면 마치 주인공이 바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문학은 시대를 증언하는 자료이면서 개인의 내밀한 고백이기도 하다. 로저스의 말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달라도 잘 쓰인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의 갈등과 고민은 여전히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든다. 『개밥바라기별』의 유준이 겪는 방황과 『중국인 거리』에서 이제 막 2차 성징기에 들어선 소녀의 고민과 불안이 여전히 지금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유효한 것처럼 말이다. 살면서 한 차례 겪는 성장통이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좀더 그 시기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책의 저자들은 그 답을 문학작품을 읽고 음미하는 데서 찾고 있다. 단순히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학 그 자체의 매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책의 저자들은 ‘작가’와 ‘작품’과 ‘역사적 공간’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깊은 문학의 숲으로 안내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명섭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집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NEW 크리에이터상, 2020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적패』, 『개봉동 명탐정』,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 『근대 사물 탐구 사전』 등이 있다.

저자(글) 이가희

책을 맛있게 소개하는 채널 ‘책읽찌라’의 운영자. 자타 공인 ‘NO1. 북큐레이터’이자 ‘도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다. 어떤 책도 그의 소개로 만나면 새롭고 매력적이다. ‘세대’와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와 함께 수십만 독자들과 소통해왔으며 영상, 도서, 스토리펀딩, 북토크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발행을 해왔다. 저서로는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아임 낫 파인』 등이 있다.

저자(글) 김효찬

일상의 작은 것을 사랑한다.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며 주변의 구석구석을 화폭에 담는다.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로, 새로운 세상을 색칠하는 화가로, 경계를 허물고 장르를 넘나드는 일상의 여행자로 의미 있는 여정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펜과 종이만으로 드로잉』 시리즈와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등을 펴냈으며 다수의 책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저자 모두보기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북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북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