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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첼라이 정원의 산책자들

강인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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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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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43MB)
ISBN 978899801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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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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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루첼라이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루첼라이 정원’은 이탈리아 문예부흥을 이끈 피렌체의 루첼라이 가문이 16세기 초 운영했던 학당이다. 피렌체의 젊은이들이 고전을 공부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던 이 모임엔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도 참여했었다. 이 이름을 딴 서양 인문고전 강독 모임이 21세기 서울에도 있다. 여기서 연세대학고 신과대학 김상근 교수의 그리스 고전 강좌를 들은 이들이 강좌가 끝난 후 그리스 답사 여행을 떠난다. 2019년 일이다. 이 책은 거대한 그리스를 뜻하는 ‘마그나 그레치아’의 일부인 시칠리아 섬을 포함하는 두 차례 답사에 참여했던 지은이가 쓴 여행기이다.
문인도 전문가도 아닌 이가, 모두 합쳐 한 달이 채 못 되는 기간의 여행을 정리한 글이지만 책은 그렇고 그런 여행기를 뛰어넘는다. 싱그러운 감성, 신선한 시각과 친근한 어투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애정과 어우러져 현장감과 교양미를 살려낸 덕분이다.
들어가며 8

1부 그리스-아리아드네에서 메르쿠리까지
건축물에도 그리스 철학이-파르테논 신전 14
정의가 구현되던 ‘신의 언덕’/ 파르테논 신전의 ‘현관’ 프로필라이아/ 영광의 흔적은 주춧돌과 돌기둥뿐/ 우아하고 단아한 여성미 에렉테이온 신전/ 약소국의 아픔, 부서지고 뜯기고/ 메르쿠리와 박병선 박사를 떠올리다

메르쿠리의 문화재 반환 운동-뉴아크로폴리스 박물관 29
유리 바닥 아래 잠든 4천 년 전 유적/ 눈길 사로잡는 신전 모형들/ 싱그러운 청춘 남녀상 쿠로스와 코레/ 판아테나이아 대축전 조각으로 ‘눈호사’/ 애달픈 사연의 카리아티드 상을 뒤로 하고/ 엘긴의 만행, 메르쿠리의 아픔/ 목조반가사유상의 수난 떠올라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 44
이상적 남성미를 보여주는 포세이돈? 제우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미케네 문명의 금세공품들/ 가슴이 먹먹해진 암포라의 그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의 만남/ 현대 조각 거장에 영감을 준 델로스의 인물상

메데이아를 위한 변명-코린토스 운하 55
수에즈 운하 건설한 레셉스가 완공/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린 메데이아의 비극/ 독일 작가 크리스타 볼프가 벗겨준 ‘누명’

나만의 arete를 찾아서-올림피아 63
황량한 길을 달려 올림픽 발상지에 서다/ 우승자에게 주어진 건 명예뿐/ 당시 신전, ‘선수촌’ 등 폐허로 남아

루브르 박물관 따라잡기-올림피아 고고학박물관 74
올림픽의 기원, 펠롭스 전차경주가 부조로/ 펠롭스 가문의 비극과 술수/ 돌에 새겨진 테세우스와 헤라클레스/ 밀로의 비너스에 비견되는 헤르메스 상/ 부러운 프랑스의 문화마케팅

레판토 해전의 상흔을 딛고-나프팍토스 86
지중해 패권을 놓고 벌인 세계사적 해전/ 아기자기하고 고요했던 역사의 현장/ 레판토 해전에 참전했던 문호 세르반테스/ 로망과는 거리가 먼 자갈 해변

세계의 중심, 옴팔로스-델포이 95
제우스가 정한 ‘세상의 중심’/ 한때 폴리스 중 최고의 부를 자랑/ 신탁의 명성은 애매함에서/ 여사제와 신을 연결해준 연기의 비밀/ 지금도 쓰이는 야외극장의 독특한 분위기/ 미래를 아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

프랑스 고고학 팀의 미소-델포이 박물관 110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델포이 박물관 전경/ 헤라클레스와 아폴론의 다툼을 새긴 조각/ 거신족과 올림포스 신들 간의 전쟁이 소재/ 핑크빛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스핑크스/ 순박한 인상의 효자들, 쌍둥이 쿠로스 상/ 뒷모습도 놓칠 수 없는 청동상 ‘델포이의 마부’/ 상상력으로 사라진 4두 마차를 복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레오니다스 동상 124
페르시아 대군에 맞선 스파르타 용사들을 이끌다/ 다비드의 그림에선 침착한 모습으로/ 폐쇄적인 마음이 스파르타의 발전을 막아

경이로운 기암절벽 위 수도원-메테오라 131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짓다/ 수도원 입구까지 자동차로 접근

알렉산드로스의 추억-테살로니키 138
끝없는 수평선 너머 영롱한 윤슬/ ‘피로 물든 탑’이 ‘화이트 타워’로

아기자기한 보물 창고-이라클리온 고고학박물관 145
1,000여 개의 방이 있던 크노소스 궁전의 미로/ 프레스코화, 여신상 등 볼거리 가득/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고대인들의 금세공 솜씨/ 유럽 문명의 기원이 한자리에

조르바처럼 자유롭게-니코스 카잔자키스 묘지 155
영원히 잊지 못할 바닷가의 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소설/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실존 인물이 모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기다렸던 미궁-크노소스 궁전 유적지 165
영국 고고학자 에반스가 발굴 이끌어/ 시멘트로 복원한 기둥에 아쉬움

폐허 자체로 아름다운 포세이돈 신전-수니온곶 172
아이게우스 왕의 눈물인 듯 장대비가/ 검은 돛을 단 배에 절망한 아버지의 죽음/ 의붓아들을 향한 계모의 빗나간 사랑/ 줄스 다신 감독의 명화 〈페드라〉의 모티프/ 파손된 형태 그대로인 포세이돈 신전

2부 시칠리아-‘마그나 그레치아’를 찾아서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이스탄불-중간 기착지에서 뜻밖의 호사 184
셰프가 가져온 아침식사를 즐기는 느긋함이라니/ 선입견을 깨준 경유지 이스탄불 시내 관광

아침부터 저녁까지 벨리니와 함께-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 191
잿더미에서 일구어낸 카타니아의 번영/ 바로크 장식미의 극치 산타 아가타 대성당/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센초 벨리니의 고향/ 풍미 깊은 에트나 와인은 화산재 덕분

그리스 극장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보기-시라쿠사 200
아테나 신전 터에 세워진 화사한 대성당/ 카라바조의 성녀 루치아 그림에 관광객 몰려/ 성당 옆에 숨어 있는 ‘아레투사의 샘’/ 가장 위대한 반전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 돌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야외극장서 공연/ 무대장치 없어도, 대사 뜻 몰라도 충분히 공감/ 서울에서 만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화합을 꿈꾸는 콩코르디아 신전-아그리젠토 216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불려/ 2,500년 세월을 비껴간 듯 온전한 형태/ 신과 인간, 여러 민족의 화합을 기원하는 이름/ 여전히 생동감 있는 청동상 ‘추락한 이카루스’/ 주변 경관이 빼어난 헤라 신전/ 헤라클레스 등 제우스 아들을 기리는 신전도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타오르미나 231
비현실적 풍경을 자랑하는 ‘4월 광장’/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의 일부였던 ‘비극’/ 하늘과 바다, 태양과 산이 빚어내는 조화

마씨모 극장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팔레르모 241
지배세력의 교체를 압축한 관문 ‘포르타 누오바’/ 이탈리아와 통합을 기념해 22년에 걸쳐 세운 극장/ 주제페 베르디가 주인공인 극장/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인 내부

-아테네에서의 첫 일정은 아레오파고스를 오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레스 신의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곳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살인죄를 판결하기 위한 재판이 열렸던 장소다.(16쪽)

-오스만제국 통치기에는 탄약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는데, 1687년 베네치아군의 총사령관 모리시니가 오스만을 공격할 때 쏜 포탄이 화약고에 떨어지면서 신전 내부가 대부분 파손됐다. 설상가상으로 19세기 초 당시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경이 신전 안쪽 기둥의 연속돌림띠장식(프리즈)조각 대다수를 오스만제국 묵인하에 뜯어갔다.(25쪽)

-신전의 바깥 기둥을 장식했던 메토프(metope, 지붕 밑을 따라서 건물을 빙 둘렀던 교차돌림띠의 중간면 장식)와 박공지붕의 삼각형 페디먼트에 새겨놓은 부조의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과 영웅들의 행적을 담았다. 하지만 조각가 페이디아스(Pheidias)는 안쪽 기둥 프리즈에는 일반 시민들의 삶을 조각으로 남겼다.(36쪽)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작은 도시 국가 카리아는 페르시아 전쟁 때 아테네를 배반하고 적국의 편에 섰던 대가로 전쟁이 끝난 후 남자들은 모두 처형되고, 여자들은 노예로 끌려갔다. 하지만 아테네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카리아 여인 형상을 신전의 기둥으로 만들어 지붕을 떠받들게 함으로써 다른 폴리스에도 공포감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39쪽)

-‘아가멤논의 가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귀 부분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실을 연결해서 죽은 사람의 얼굴에 씌워 놓았다고 한다. 저승 가는 길에 요긴하게 쓰도록 금 마스크를 준비해준 것일까. 근데 땅 밑에 누워서는 답답하지 않을까. 숨쉬기도 힘든 마스크, 그것도 통풍이 안 되는 황금 마스크라니. 하지만 아무나 영웅이 될 수 없나니, 영웅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한다.(49쪽)

-볼프의 작품 속 메데이아는 권력욕에 눈이 먼 아버지 아이에테스 왕과 코린토스를 지배했던 크레온 왕에게 철저히 희생당하는 비운의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작가는 에우리피데스가 메데이아에게 씌운, 자식을 죽였다는 불명예를 벗겨줄 기록도 찾아냈다.(60쪽)

-고대 그리스인들이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는 자신의 Arete, 즉 탁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운 명예 하나로 다른 물질적인 보상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 아닐까.(67쪽)

-펠롭스는 죽은 오이노마오스 왕을 기리기 위해 제우스의 성지인 올림피아에서 성대한 추모 경기를 열었고, 이것이 올림픽 경기의 기원이 된 것이다. 삼각형 박공지붕 정중앙에는 머리 없는 제우스 신이 서 있고, 그 오른편에 펠롭스와 히포다메이아 그리고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 앞에 마부가 무릎을 꿇고 있다. 반대편에는 오이노마오스 왕과 왕비 옆에서 마부 미르틸로스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말고삐를 잡고 있다.(78쪽)

-올림피아의 니케는 아직 몇 번의 승리밖에는 경험하지 못한 수줍음으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었다. 우선 얼굴이 없는 루브르의 여신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인지, 목 위로 살짝 동그란 조각을 올려놓은 올림피아의 니케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 하반신의 실루엣이 더욱 관능적으로 느껴졌다.(84쪽)

-포구 입구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대문호의 동상은 살바도르 달리처럼 멋진 카이젤 수염을 기르고 오른손에 펜을 잡고 하늘로 뻗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록 한 손은 잃었지만 다른 한 손으로 소설을 쓸 수 있기에 자신의 의지는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93쪽)

-이곳의 신탁은 아폴론의 예언을 여사제인 피티아를 통해 듣는 의식이었다. 기원전 6세기경부터 델포이의 명성은 널리 퍼져 그리스는 물론 주변 국가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392년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금지하는 이교 숭배 금지령을 내림으로써 델포이 성역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97쪽)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조형물은 ‘옴팔로스’라 불리는 삼각형 모양의 석상인데, 세상의 중심이 바로 이곳이라는 표지로 세워둔 돌이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세계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 독수리 두 마리를 각각 반대 방향으로 날려 보냈는데, 나중에 서로 만난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고 한다.(99쪽)

-‘델포이의 마부’로 불리는 이 조각상은 1896년 아폴론 신전 부근에서 발굴됐다고 한다. 높이가 180센티미터로 실물 크기에 가깝고 무엇보다 눈동자의 묘사가 얼마나 생생하던지 눈매만 자세히 보면 마치 살아 있는 듯하다.…고삐를 쥔 오른손 손톱 모양까지 정성 들여 조각했다. 맨발인 발가락도 새끼발톱까지 꼼꼼히 다듬어 놓았다.…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동여맨 머리띠부터 뒷모습도 너무나 정교하게 디테일이 살아 있어 작품 전체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말고 감상해야 한다.(120쪽)

-1367년에 처음으로 이 기암절벽 위에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때 스물세 개의 수도원이 세워졌으나, 불안정한 지반 때문에 18세기 말에 대부분 무너져 내리고 지금은 여섯 개
의 수도원만 남아 있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위에 수도원을 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134쪽)

-15세기 한때 베네치아가 이곳을 지배하면서 건설했던 망루는 오스만제국 점령기에는 감옥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당시 이곳에서 대량 학살이 벌어져 ‘피로 물든 탑’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그리스 영토로 회복된 뒤 역사의 상처와 전쟁의 그을음을 말끔히 닦아내고 표면을 하얗게 칠해 ‘화이트 타워’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재는 비잔틴 시대의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144쪽)

-두 번째로 잊을 수 없는 전시품은 한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크레타의 여신상이다.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놓고 양손에는 뱀을 움켜쥐고 있는 작은 청동 조각은 특히 가슴 부분만 하얗게 색이 변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데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150쪽)

-그리스가 자랑하는 작가 그리스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이 유명한 묘비명을 보기 위해, 이라클리온 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베네치안 성벽 보루 위로 올라갔다.…늘 크레타의 흙 한 줌을 지니고 다니면서 그것을 꽉 움켜쥐며 새로운 힘을 얻곤 했다는 작가의 고백에서 고향 크레타에 대한 그의 끈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156쪽)

-포세이돈 신전은 파르테논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채움보다는 비움이 어울리는 신전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건축물 자체로만 본다면 아테나 여신의 신전보다 더 많이 망가져 있었다. 그나마 파르테논은 원상복구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었지만, 포세이돈 신전은 잊힌 유적처럼 파손된 형태 그대로여서 자코메티의 조각상처럼 앙상하고 메마른 모습이었다.(181쪽)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에트나가 아직도 용암을 분출하는 것은 제우스 신이 괴물 티폰을 물리치고 에트나산 아래에 가뒀는데, 이 괴물이 지금도 가끔씩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를 신이라고 착각해 불길이 치솟는 분화구에 몸을 던져 자살했던 시칠리아 출신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의 영혼이 아직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해 구천을 헤매고 있는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199쪽)

-산타 루치아 성당 옆 골목으로 나가니 해변 산책로와 이어진 비탈길 중간에 철책이 세워진 난간 아래로 연못이 보였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른다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연못이 ‘아레투사의 샘’이다. 신기한 것은 바로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아랫길은 바다이고 샘에 고여 있는 물은 민물이라고 한다. 아레투사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물의 요정으로 아르테미스 여신의 시녀다.(206쪽)

-‘디오니시우스의 귀’로 불리는 동굴을 찾았다. 높이가 23미터나 되는 이 인공동굴은 입구가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인 동굴이다. 내부에서는 소리가 증폭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곳을 다스렸던 독재자 디오니시우스가 반대파를 가두고 쿠데타 계획과 비밀을 엿들었다는 일화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210쪽)

-‘신전의 계곡’은 계곡이 아니라 완만하게 경사져 내려오다 생긴 고원지대다. 280만 평에 달한다는 이 드넓은 고원지대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전 약 20개를 세워 신들의 집단 거주지를 만들었단다.(219쪽)

-계곡 명칭만큼 이 신전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신에게 바치는 건축물인데 특정한 한 신만을 지칭하지 않고 ‘화합’이라는 의미의 콩코르디아라는 이름이라니.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로도스섬과 크레타섬에서 온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고대에는 이 평원을 흐르던 아크라가스강의 이름을 따 아크라가스라 불렸다.(222쪽)

-관람석에 앉아 멀리 바라보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에트나가 위풍당당한 기세를 뽐내고 있고 산밑으로는 에메랄드빛 이오니아해가 너울거리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세상에서 가장 큰 자연의 축복을 받은 곳. 나는 산과 바다, 하늘과 태양까지 자연이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한 번에 다 가진 타오르미나가 한없이 부러웠다.(240쪽)

-구시가지의 관문인 포르타 누오바(Porta Nuova)는 16세기 스페인 왕국 카를로스 5세가 이 도시에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본래 있던 문을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로 세웠다는 의미에서 ‘새 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조각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안쪽 두 명은 팔이 없고 바깥쪽 두 사람은 양팔이 묶여 있는데, 아랍인을 물리친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해 놓은 것 같았다. 네 개 층을 각기 다른 양식으로 건축한 아랍식 문루

지적 호기심에 가득찬 딜레탕트의 시선
책의 첫 번째 미덕은 경쾌함이다. 읽는 이를 가르치려 하거나 지식을 과시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와 역사는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 있는 그리스 문화유산, 영화, 소설, 오페라 등을 자유롭게 오간다. 파르테논 신전과 그곳 대리석 조각을 밀반출해 전시해 놓은 대영박물관의 엘긴스 룸, 그리스 영화배우 메르쿠리가 출연한 〈페드라〉에 프랑스에있던 우리 《의궤》 반환을 위해 애쓴 박병선 박사가 어우러지는 식이다. 여기에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에서 만난 ‘아가멤논의 가면’을 보며 영웅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한다든가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을 발굴했던 고고학자 에번스가 시멘트 기둥으로 복원한 데 대한 아쉬움 등 소박한 감상이 더해진다. 올림픽 발상지를 찾은 일행이 경기장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장면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는 ‘우리 곁의 글쓰기’ 한 대목이다.

3년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풍미를 더하다
여행기 수준의 신변잡기나 감상만 실은 것이 아니다. 여행이 끝난 뒤 2년 여의 숙성 기간을 거친 글은 눈으로 보는 것에 더해 역사와 신화를 녹여내 읽는 맛 또한 각별하다. 에렉테이온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카리아티드 여인상 기둥이 실은 페르시아 전쟁 때 아테네를 배반했던 카리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이야기라든가 오이노마오스 왕의 마부를 매수해 마차 경주에 승리해 공주와 결혼할 수 있었던 펠롭스가 왕을 추모하는 경기를 연 것이 올림픽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런 예다.
그런가 하면 황금양털의 주인공 이아손에게 배신당해 분노한 나머지 그와의 사이에 둔 자식들을 살해한 ‘천하의 악녀’ 메데이아의 ‘누명’을 벗겨준 독일의 여성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는 지은이의 노력이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오후 티타임에 어울릴 법한 ‘문화 다담상’
그리스 관련 서적은 숱하다. 신화는 물론이고 역사, 여행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서양 문명의 요람이기도 하고 문학, 철학 등은 물론 민주주의까지 우리가 고대 그리스에 빚지고 있는 것이 막대하니 당연하다.
이 책은 거기에 한 권을 보태는 차원을 벗어난다. 물론 역사나 신화, 철학, 고전의 전문가가 정색을 하고 쓴 전문서가 아니다. 산해진미가 가득한 정찬 상은 아니란 의미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가을날 오후 따스한 햇볕 아래 한 잔의 차와 함께 즐길 만한 다담상에 견줄 만하다. 부담 없이 맛나게 즐길 주전부리가 있는, 센스와 정성이 돋보이는 그런 다과상.

작가정보

저자(글) 강인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어교육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 꿈을 찾아 적지 않은 나이에 삶의 공간을 파리로 옮기고 1년 동안 속속들이 그 속내를 탐구했다. 돌아와 첫 책 『파리, 혼자서』를 썼다. 그 후 새롭게 시작한 인문학 공부에서 그리스를 만났고, 답사 여행에서 최초 서양 문명의 자취를 확인하며 느꼈던 강한 인상을 담아 두 번째 책을 썼다. 10대 시절 우연히 본 프랑스 영화 한 편에서 시작된 프랑스에 대한 짝사랑이 지금은 그 원조 격인 고대 그리스로 점점 기울어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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