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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독립선언

박일환 지음
섬앤섬

2023년 11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09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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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1.00MB)
ISBN 9788997454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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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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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의 기본과 기초에 대한 문제제기

세상의 언어는 다른 언어와 접촉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스며들기 마련이다. 우리말도 중국어의 영향은 물론이거니와 몽골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많은 몽골어가 우리말 속으로 들어왔고, 일본말이 또한 그랬다. 불교 용어는 대부분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중국 사람들이 한문으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들여왔다. 지금은 영어를 비롯한 서양 언어가 빠른 속도로 파고들어 우리의 언어생활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분명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국말이 들어와 우리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풍부하게 해주고 표현의 폭을 넓혀주는 장점도 있다.

우리말 속에 일본말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말 속으로 들어와 우리 것이 되었다면 잘 쓰면 되고 아니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처럼 일본에서 만든 말을 모아놓은 책도 있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언어순화운동을 펼쳐 일본말을 비롯한 낯선 외국말들을 고유어나 쉬운 말로 대체해온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국어사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국어사전이 일본어사전과 일본에서 펴낸 여러 사전들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아니 영향을 받은 정도를 넘어서 우리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인데 일본어사전이나 일본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것을 가져다 국어사전에 실은 경우도 있고, 일본과 우리가 같이 쓰는 말이지만 일본어사전의 풀이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경우도 많다. 일제 강점기 시기에 잠시 사용하기는 했지만 해방 이후로는 안 쓰는 말인데도 별다른 설명 없이 마치 지금도 사용하는 말인 듯이 실은 경우, 심지어는 그마저도 풀이를 잘못했거나 한자 표기를 다르게 한 경우도 많다.

신간 《국어사전 독립선언》에서는 아무도 쓰지 않는 일본 한자어가 국어사전에 들어와 있거나 일본의 역사와 문화, 법률 등에서 비롯한 말인데 그에 대한 설명이 없어 마치 우리 것인 양 오해할 수 있는 것들, 나아가 한자 표기나 풀이 자체가 틀린 것들, 일본어사전에 나온 풀이를 토씨만 바꿔서 그대로 실은 것 등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 이러한 현상은 기본을 생각하지 않는 편찬 태도에서 비롯한 참사라 하겠다. 어떤 말을 사용할 것인지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국어사전은 백과사전이 아니며 특수용어를 다루는 분야별 전문사전도 아니다. 그러니 언중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우리 낱말(어휘) 중심으로 등재하고 우리말로 설명해야 한다. 국어사전에 올려야 할 낱말과 올리지 말아야 할 낱말을 정하는 기준이 시대와 편찬자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사용자(언중,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되어야 하고 또한 지켜져야 한다. 신간 《국어사전 독립선언》은 더 많은 사람이 우리말과 국어사전에 관심을 갖고 아껴서 우리 국어사전의 수준이 더 높아지기를 희망하는 책이다.
책을 펴내며 ㆍ5

시작하는 말 ㆍ11

1. 문화와 예술 용어
ㆍ낯선 문학들ㆍ27
ㆍ기회시(機會詩)ㆍ35
ㆍ유탕문학(遊蕩文學)과 저회취미(低徊趣味)ㆍ38
ㆍ청탑파와 제비족ㆍ41
ㆍ공장가는 어떤 노래일까?ㆍ45
ㆍ몽롱체(朦朧體)라는 예술 용어ㆍ47
ㆍ기생 학교의 정체ㆍ50
ㆍ출판과 인쇄 용어ㆍ54
ㆍ조각 관련 용어들ㆍ59
ㆍ인명(人名) 풀이ㆍ64
ㆍ그 밖의 말들ㆍ69

2. 경제와 노동 용어
ㆍ경영 관련 용어ㆍ75
ㆍ이상한 계약들ㆍ82
ㆍ수표와 어음을 가리키던 말ㆍ85
ㆍ노동자들의 투쟁ㆍ92
ㆍ노동조합과 노동자ㆍ100

3. 정치와 법률 용어
ㆍ사회왕제와 사회국가ㆍ109
ㆍ국회와 정치 관련 용어ㆍ112
ㆍ법률 용어ㆍ122

4. 교육과 의학 용어
ㆍ학교와 교육ㆍ131
ㆍ온습회(溫習會)ㆍ137
ㆍ의학 용어ㆍ139

5. 종교와 역사 용어
ㆍ오중탑과 오륜탑ㆍ147
ㆍ난탑장ㆍ150
ㆍ무연탑과 공양탑ㆍ153
ㆍ승려에게 내려주었다는 직책ㆍ160
ㆍ초령목(招靈木)과 공화회(供華會)ㆍ163
ㆍ일본 불교의 특성ㆍ168
ㆍ신판(神判)과 탐탕(探湯)ㆍ174
ㆍ불로장생의 꿈을 담은 문(門)ㆍ178
ㆍ요선(僚船)의 정체ㆍ181
ㆍ그 밖의 말들ㆍ184

6. 자연 용어
ㆍ눈[雪]과 관련한 말들ㆍ189
ㆍ낯선 선인장 이름ㆍ193
ㆍ짐승에도 음성(陰性)이 있을까?ㆍ198
ㆍ그 밖의 말들ㆍ200

7. 전문 분야 용어들
ㆍ공사 용어ㆍ207
ㆍ교통 용어ㆍ212
ㆍ농업 용어ㆍ216
ㆍ체육 용어ㆍ220
ㆍ군사 용어ㆍ225
ㆍ그 밖의 전문 용어ㆍ229

8. 음식과 일상생활 용어
ㆍ술 이름ㆍ235
ㆍ음식 이름ㆍ241
ㆍ윤건(綸巾)과 관건(綸巾)ㆍ247
ㆍ연리(戀里)와 홍규(紅閨)ㆍ250
ㆍ그 밖의 말들ㆍ253

9. 일본어사전 풀이를 그대로 가져온 말
ㆍ일본 사전 그대로ㆍ263

10. 일제 식민지 시기에 쓰던 말
ㆍ복지와 구호 제도ㆍ271
ㆍ가계미가와 협조회ㆍ277
ㆍ상우(賞遇)와 자변(自辨)ㆍ280
ㆍ관리와 관청ㆍ283
ㆍ그 밖의 말들ㆍ286

맺는 말 ㆍ289

이 책은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들이 일본어사전과 일본에서 펴낸 백과사전들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밝혀내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우리말만 사용하자는 언어순혈주의자는 아니다. 외래어라고 해서 모두 추방해야 할 몹쓸 말이 아니고, 고유어라고 해서 무조건 길이길이 보존해야 하는 것도 아닌 까닭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를 살펴봐도 그 민족 고유의 언어만 가지고 언어생활을 하는 경우는 없다.

다른 나라 말을 가져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승기악탕’ 사례는 그 좋은 예라 하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승기악탕’이란 말의 풀이가 나와 있지만, 그것이 어떤 음식인지 알거나 들어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스키야키’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승기악탕’이란 바로 일본음식인 이 ‘스키야키’를 원어 발음에 가깝게 한자로 표기한 낱말인 까닭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생이나 음악보다도 한 수 위인 맛있는 음식?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승기악-탕(勝妓樂湯): 잰 쇠고기를 냄비 바닥에 깔고 진간장을 발라 구운 숭어 토막을 담은 뒤, 그 위에 온갖 채소와 고명을 굵게 썰어 얹어서 왜된장에 끓인 음식’이라고 나와 있다. 풀이에 왜된장이 나오는 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이다. 스키야키すきやき 혹은 스기야키すぎやき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걸 우리 발음으로 옮겨 적은 것이 승가기 혹은 승기악이고, 여기에 국물이 많은 뜨거운 음식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한자어 탕(湯)을 붙인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발음하는 그대로를 한글로 옮겨 적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마도 한글을 경시했던 기록자가 그것을 한자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 아닐까 싶다.
일본 음식인 이 ‘스키야키’를 ‘승기악탕’이라고 표기한 기록은 1801년 신유박해 때 김해에 유배를 간 이학규가 근처 왜관의 풍속을 접하고 기록한 〈금관죽지사金官竹枝詞〉라는 글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다. 이 기록에는 ‘승가기勝佳妓’가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왜관에 일본인이 많이 거주했으므로 일본 음식도 함께 따라왔을 것이다. 그것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히라가나를 한자로 옮기다보니 ‘승기악’이라는 이상한 말이 나온 것이다. 문헌에는 승가기勝佳妓 말고도 승가기勝歌妓, 승기악勝妓樂, 승기악탕勝妓樂湯, 승기야기勝技冶岐 등의 비슷한 표기가 나오는데, 모두 같은 음식 이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승기악탕’을 우리 옛 음식으로 설명하는 바람에 한식문화사전에서도 ‘승기악탕’이란 말과 함께 “승기악탕勝妓樂湯은 ‘기생이나 음악보다 낫다’는 의미이며 ‘승기아탕(勝只雅湯)’이나 ‘승가기(勝佳妓, 勝歌妓)’라고도 한다. 주로 도미 등 생선으로 만드는 찜을 뜻하나 『규합총서』의 승기악탕은 닭찜의 한 종류로 생선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설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더 예를 들어보자. ‘표준검사’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풀이와 《일본국어대사전日本?語大?典》풀이를 비교해보자.

¶표준검사(標準檢査): 1. 일정한 표준을 정하여 거기에 맞는지의 여부를 측정하는 검사. 2. 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일정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측정하여서 광범한 모집단(母集團)에 대응하여 개개의 측정값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검사. 지능 검사, 적성 검사, 학력 검사 따위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標準?査: 1. 一定の標準を定め、それに合っているかどうかを測定する?査. 2. 統計?的方法を用い、一定のサンプル(見本集?)で測定を行い、幅?い母集?に??して、個?の測定値を位置づけることができるようにした?査. 知能?査がその代表的なもの. -《일본국어대사전日本?語大?典》
(번역) 1. 일정한 표준을 정하고 그에 맞는지를 측정하는 검사. 2. 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일정한 샘플(견본 집단)로 측정하여 폭넓은 모집단에 대응하여 개개의 측정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검사. 지능 검사가 대표적인 것.

한자를 조금만 알면 우리 국어사전과 일본어 사전의 풀이가 판박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낱말의 뜻을 주관적으로 풀이하면 안 되므로 사전마다 풀이 내용과 방식이 비슷할 수는 있다. 그런 걸 감안해도 너무 똑같다는 건 결국 일본어사전의 풀이를 표절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우리말 큰사전》에 실린 ‘표준규격’ 풀이를 보면 ‘공업 통제를 위하여, 모든 물품의 모양ㆍ크기ㆍ성능ㆍ검사 방법 따위에 대한 기술적인 규정을 어떤 표준에 따라 통일한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공업 통제’라는 말은 우리가 안 쓰는 표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시계대’란 낱말의 풀이를 보면, ‘고층 건물의 옥상에 큰 시계를 장치한 대’라고 나와 있다.
《일본국어대사전日本?語大?典》에는 ‘時計台: 上部に大きな時計をとりつけた高い建物、または塔.(번역) 상부에 큰 시계를 설치한 높은 건물 또는 탑’이라고 나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일본국어대사전日本?語大?典』에 나오는 ‘상부上部’라는 말을 보면서 옥상을 떠올린 게 아닌가 싶다. 일본 사람들은 시계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시계대라는 말만 쓴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 우리도 더러 시계대라는 말을 쓴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말로 보기는 어렵다. 해방 후에도 우리가 시계대라는 말을 줄곧 써왔다면 얼마든지 우리말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우리말로 받아 안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백번 양보해서 예전에 한때 우리도 사용했던 흔적이 있으므로 국어사전에 실을 수 있다 하더라도 풀이에서 식민지 시기에 잠시 쓰던 말이라든지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라는 내용을 담았어야 한다. 그게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바른 자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민족주의를 앞세운 친일과 반일의 문제도 아니고, 일본말을 무조건 몰아내자는 것도 아니다. 이참에 우리 국어사전의 수준을 높여보자는 바람이고, 그동안 연구자들이 쌓아 올린 국어학의 성과를 국어사전 안에 오롯이 담아내어 우리 문화 역량이 허술하지 않다는 걸 내보일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것일 따름이다.

그동안 언어순화운동을 통해 일본말과 낯선 외국말들을 고유어나 쉬운 말로 대체해온 성과가 있었다. 충분히 인정하고 그런 운동을 펼치는 분들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자국어 중심으로 사고하는 한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꽤 오래전부터 우동을 가락국수라고 바꿔 부르자는 이들이 있었고, 국어사전에서도 우동을 찾으면 풀이는 없고 가락국수를 찾아가라는 표시만 보인다. 우동은 잘못된 말이니 쓰지 말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동과 가락국수가 정말 같은 말일까? 우동은 일본의 전통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동은 국물을 낼 때 다른 재료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가다랑어 살을 이용한 가쓰오부시를 쓰는 반면 가락국수는 멸치나 밴댕이 등으로 국물을 낸다. 그밖에도 면의 굵기나 위에 얹는 고명의 차이가 있으며, 일본에 가보면 우동의 종류가 우리가 먹는 가락국수의 종류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락국수는 일본에서 들여온 우동을 우리 실정에 맞게 현지화한 음식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동은 일본의 전통음식으로, 가락국수는 우동을 현지화한 한국 음식으로 구분해서 별도의 낱말로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우동은 너무 오랜 시간 우리 입에 붙어 있던 말이라 쉽게 몰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우동과 가락국수는 어감부터 다르다는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뎅과 어묵의 차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식 한자어를 몰아내야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런 주장에 따라 바뀐 한자어가 꽤 많다. 형무소는 교도소로 바뀌었으며, 거래선은 거래처로, 은행 구좌는 은행 계좌로 바뀐 지도 오래됐다. 그런데 간혹 정확한 근거도 없이 일본식 한자어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결혼結婚과 야채野菜를 각각 혼인婚姻과 채소菜蔬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을 종종 접하곤 하는데, 두 낱말을 일본에서 많이 사용한 건 맞지만 빈도수는 적을지라도 우리 쪽 옛 기록에도 엄연히 나오는 낱말들이다. 이런 식으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일본식 한자어를 찾아서 몰아내기에 힘을 쏟는 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가령 이런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간담회懇談會라는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간담회(懇談會):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이게 맞는 풀이일까? 국어사전 표제어에는 없지만 환담회歡談會라는 말의 풀이에 더 가깝지 않을까? 간담회는 느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테두리를 정해 놓은 주제나 형식이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풀이라고 하겠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친밀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라고 풀이했는데, 이게 그나마 간담회의 성격에 가깝다. 그렇다면 『표준국어대사전』은 왜 위와 같은 내용으로 풀이했을까? 처음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할 때는 일본식 한자어 풀이 뒤에 순화어를 함께 제시했는데 지금은 그런 내용을 뺐다. 그때 순화어로 제시했던 게 ‘정담회情談會’라는 용어였고, 지금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정담회가 순화어라는 내용이 붙어 있다.
하지만 정담회情談會라는 말은 널리 퍼지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어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건너왔지

작가정보

저자(글) 박일환

1992년 전태일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을 받고 1997년에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시집 『푸른 삼각뿔』, 『끊어진 현』, 『지는 싸움』, 『등 뒤의 시간』, 동시집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청소년시집 『학교는 입이 크다』, 『만렙을 찍을 때까지』, 장편소설 『바다로 간 별들』을 냈다. 30년 동안 국어교사 생활을 하면서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교육산문집 『나는 바보 선생입니다』와 교육시집 『덮지 못한 출석부』 등을 썼고,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빼앗긴 노동, 빼앗길 수 없는 희망』과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위대하고 아름다운 십 대 이야기』를 펴냈다.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이 커서 『국어선생님, 잠든 우리말을 깨우다』,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 『미친 국어사전』, 『국어사전 혼내는 책』, 『국어사전에서 캐낸 술 이야기』 등을 썼고, 퇴직 후에도 집필과 국어사전 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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