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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존 에이거 지음 | 김명진 , 김동광 옮김
뿌리와이파리

2023년 11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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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07MB)
ISBN 97889646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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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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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새로운 물리학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까지,
미사일, 사이버네틱스를 거쳐 네트워크, 인공지능, 새로운 생명체의 탐색까지
실행세계 모델을 통해 들여다본 20세기 과학의 조감도
우리가 과학의 진보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흔히들 그렇게 생각한다. 마치 수도승처럼, 골방에 틀어박혀 묵묵히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법칙과 물질을 발견하고, 그것이 우리를 진보로 이끌어 현대 문명이라는 찬란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환경 오염과 전쟁 같은 것은 과학의 오용이며, 과학의 진보에 있어서 그것은 일종의 부작용 같은 것이라고. 그러나 이 책,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는 이러한 선입견에 강력한 반론을 제기한다. 최근 100년간 과학의 역할은 계속해서 바뀌어왔으며, 과학의 목적은 물론 목적에 이르는 경로 역시 격변해왔다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의 발전은 과학자 자신의 호기심과 의욕에만 달려 있지 않다. 전쟁과 행정, 시장(혹은 거대 기업)의 요청이라는 현실, 즉 ‘실행세계(working world)’가 과학의 발전을 추동하며, 나아가 발명과 발견까지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진행해나간다. 골방 속 과학자 역시 현실 속에서는 기업이나 연구소의 연구원, 교수를 거쳐 강력한 자기 홍보와 후원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자-기업가로 대체된 지 오래다. 과학자는 홀로 연구하지 않는다. 과학자는 과학자 공동체(scientific community) 속에서 활동하며, 후원과 성과를 놓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학제를 넘어 협력한다. 그러나 이렇게 변한 과학자 공동체 역시 20세기 과학의 한 특징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점차 과학사 연구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20세기 과학사’의 기존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덧붙인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저자가 책 전체의 기본 틀로 제시하고 있는 ‘실행세계’라는 개념이다. 저자는 과학사에서 오래전부터 쓰여온 ‘맥락(context)’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진부해져 의미를 상실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대신해 ‘실행세계’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다. 최근 타계한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논의를 연상케 하는 이러한 성격 규정을 통해, 책은 양자물리학에서 생명공학 혁명에 이르는 지난 100여 년간의 과학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제1장 들어가며 · 11

제I부 1900년 이후의 과학
제2장 새로운 물리학 · 29
제3장 새로운 생명과학 · 67
제4장 새로운 자기의 과학 · 93

제II부 갈등하는 세계 속의 과학
제5장 과학과 제1차 세계대전 · 127
제6장 위기: 양자 이론과 그 외 바이마르 과학 · 166
제7장 과학과 제국의 질서 · 199
제8장 팽창하는 우주: 민간의 부와 미국 과학 · 224
제9장 혁명과 유물론 · 257
제10장 나치 과학 · 291
제11장 규모 확장과 축소 · 315

제III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제12장 과학과 제2차 세계대전 · 359
제13장 원자시대, 시험대에 오른 과학 · 410
제14장 냉전 우주 · 448
제15장 냉전 과학(1): 원자폭탄 계획이라는 실행세계의 과학 · 480
제16장 냉전 과학(2): 정보체계로부터의 과학 · 497

제IV부 우리 세계의 과학
제17장 전환, 장기 1960년대의 상전벽해 · 543
제18장 네트워크들 · 584
제19장 목표를 연결하다 · 627

제V부 결론
제20장 20세기 과학과 그 이후 · 671

옮기고 나서 · 714
후주 · 719
찾아보기 · 809

나는 이러한 두 이미지-밤의 도시와 아침의 도시-가 20세기 과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은유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휘황찬란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고립된 불빛의 배열이 눈에 들어온다. 양자 이론, 인간 유전체 서열 해독, 원자폭탄 투하 등을 포함해 유명한 실험, 저명한 과학자, 혁명적 이론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식이다. 이러한 과학사의 이미지는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연대표식 역사’로 이어진다. 고립되고 눈부신 순간들로 이뤄진 역사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왜 과학의 불빛들이 그러한 패턴을 이루는가 하는 것이다. _13쪽

무자비한 비용-편익 계산을 통해 폐렴 백신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한의 생활공간을 늘려주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세균학 실험실을 짓는 데는 4만 파운드면 충분했지만, 광부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데는 25만 파운드가 들었기 때문이다. 광산의 노동 조건은 결핵이나 규폐증 등 많은 다른 폐질환의 원인이 됐고, 이는 식민지 본국에서 그에 필적할 만한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수의과학 역시 이러한 패턴을 따랐다. 지역 행정을 위해서는 말을 타고 여행을 해야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부에서 말은 아프리카말병에 시달렸다. 말을 타고다니는 관리들이라는 실행세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아프리카말병에 대한 면역 연구가 시작되었다. _215쪽

빠른 산업화를 거친 미국은 부와 권력의 불평등, 그리고 지속적인 외부적·내부적 이주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였다. 승리자-부자, 프로테스탄트, 백인-는 자신의 성공을 열심히 일한 결과로 돌렸고,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남부와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 흑인, 빈민-을 사회 불안의 원천으로 보았다. 1890년대와 1900년대에 ‘사회 통제’ 이론은 그러한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으며, 개개인의 행동 교정을 통해 순응을 확보함으로써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통제는 사회화 과정에 대한 권위에 의거해 통치하는 과학 전문가들의 역할을 만들어냈고, 이는 1920년대에 특히 사회학, 심리학, 일부 정치학, 그리고 일부 생명과학 등 인간과학에서 정점에 달했다._239쪽

독일 의사들은 자신이 견딜 수 없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여겼다. 많은 의사들이 보험회사의 요구-보험회사들은 비스마르크가 만든 복지 시스템하에서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있었다-와 정치적 좌파가 제기한 의료의 추가적 사회화 요구 사이에 끼어 꼼짝도 못한 채 붙잡혀 있다고 느꼈다. …… 결과적으로 역사가들은 나치가 과학을 타락시켰다거나 오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줬다. 의학자들의 행동은 “과학자 자신이 나치 인종 정책의 구축에 참여했”음을 보여준다고 프록터는 적고 있다. _308쪽

731부대와 100부대에는 실험실, 생산설비, 그리고 화장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로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 죄수들을 고의로 탄저균에 감염시켰고, 살아 있는 사람의 사지를 얼렸다가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서 동상의 진전 과정을 연구했다. …… 총력전이라는 20세기의 교의는 “민간인 집단civilian population”을, 증식하고 확장되는 실행세계 과학의 주제로 삼게 했다. 그리고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를 지지하는 사람들, 거기에 물론 전략 폭격 주창자들도 이러한 주제를 그들의 목표로 삼았다. …… 페니실린 개발이나 맨해튼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집단 과학population science은 제2차 세계대전의 특징적인 과학이었다._385쪽

“콘돈 박사, 당신이 물리학에서 일어났던”, 이 대목에서 심문자는 다음 단어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읽었다. “양자역학이라는 혁명적 운동의 선두에 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본 심사위원회는 만약 당신이 한 가지 혁명 운동의 선두에 섰다면…… 다른 운동에서도 선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원 비미활동조사위원회가 했던 콘돈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은 실제로 효력을 발휘했다. 국립표준국 국장이라는 지위는 “약화되었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의 부추김으로 비밀취급 인가가 박탈되면서 코닝글래스사의 연구 책임자 지위도 잃게 되었다. …… 그러나 과학자에 대한 반공 운동에서 가장 큰 표적은 오펜하이머였다. _437쪽

인공지능이 내놓은 약속은 학계 일부에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허버트 드레퓌스는 1964년에 나온 RAND의 팸플릿 「연금술과 AI」에서 ‘인공지식계급artificial intelligentsia’을 공격했고, 후일 자신의 저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1972)에서 장문의 비판을 제기했다. 지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순전한 속임수에 불과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인 엘리자ELIZA를 만든 요제프 바이젠바움은 『컴퓨터의 힘과 인간의 이성』(1976)에서 AI의 한계를 논했다. 그러나 냉전 시기 전체에 걸쳐 단기간에 인공지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마치 해안에 밀려오는 파도처럼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었다. 자연어 이용이나 지적 패턴 인식과 같은 업적은 10년이면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겼다. _519쪽

소설가 펄 벅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쓴 글(「경구피임약과 10대 소녀」[1968]라는 제목)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누구나 경구피임약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작은 알약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에 주는 잠재적 영향은 원자폭탄보다도 더 파괴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940년대와 1950년대 앨프리드 킨제이의 성과학 연구들이 잘 보여주었듯이, 경구피임약이 등장하기 전에도 혼전 성관계는 다반사였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경구피임약이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_566쪽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그의 동반 출마자 새라 페일린은 크게 차이가 나는 두 선거구로 갈라져 있었다. 선거 유세를 하는 동안 페일린이 폈던 주장-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인지 여부에 대한 그녀의 견해, 그리고 논쟁 과정에서 “프랑스 파리에서는 초파리 연구를 한답니다. 여러분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라는 발언과 함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강한 반대와 연구비 삭감을 약속했다-은 매케인의 입장을 궁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지면을 할애하면서 밀어붙였던 과학 논쟁은 실현되지 못했다. _698쪽

2000년대에 학술지와 인터넷 블로그 현상으로 자유 열람이 가능해지면서 과학 연구 출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나 거대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충돌했다. 거대 제약회사가 법정에 출두하면, 그 결과에 따라 과학의 출간 과정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07년에 화이자사는 진통제 셀레브렉스(셀레콕시브)와 벡스트라(발데콕시브)와 관련된 법정 소송을 당하면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관련 동료심사자들을 인도하고 심사자 명단과 내부 편집진의 심의 문건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2007년 11월, 저널 측은 일부 문건을 제출했지만, 회사가 원하는 전부를 넘겨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8년에 결국 그들의 요구에 굴복했다. _ 707쪽

밤의 과학과 낮의 과학, 응용세계와 실행세계

책은 20세기 과학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사건’을 다룬다. 사건들은 서로 연속적이며, 서로 교차하다 끝내 만나고 마는 두 개의 흐름으로 서술된다. 하나는 응용세계, 즉 과학이며 다른 하나는 실행세계다. 실행세계가 응용세계를 추동하며, 그렇게 생긴 흐름은 새로운 실행세계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아는 역사가 연속적이듯 실행세계 역시 그러하며, 응용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전투기와 미사일의 개발은 레이더의 발명을 거쳐 사이버네틱스의 창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발전을 불러온다. 발달한 네트워크는 인공지능의 초석이 되며, 동시에 유전체 지도의 해석을 거쳐 생명의 재설계와 외계 생명체 탐사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듯 우리 눈을 홀리며 명멸하는 과학사의 불빛들 뒤에는 이 불빛을 이루어낸 우리 시대의 실행세계가 있다. 제국주의로 인한 국가적 관리와 기업의 대두를 거쳐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 뒤를 이은 과학을 통한 냉전 시기 체제 경쟁으로까지 이어져, 다시 재차 합병으로 더욱 강력해진 거대기업의 주도하에 과학과 과학자의 모습 모두를 변화시킨 우리 시대의 실행세계 말이다.
과학이라는 응용세계의 불빛 뒤에는 실행세계라는 인간사의 풍경이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우리가 흔히 아는 연대기표 중심의 과학사는 깊은 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도시의 불빛과도 같다. 불빛 뒤에는 그 불빛을 빛나게 만든 한낮의 도시 풍경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깊은 밤 과학의 풍경과 함께 낮의 과학의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야간에 정기 항공편을 타고 막 이륙해서 밤의 도시 위를 선회비행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반짝이는 수많은 불빛이 눈앞에 보인다. 당신은 아름답고 숭고한 광경을 보며 감탄한다. 비행기가 구름 위로 올라가자 이제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랜 비행을 거쳐 비행기가 하강할 때쯤에는 아주 이른 아침이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또다른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불빛뿐 아니라 도로, 건물, 공원, 공장들까지 시야에 잡힌다. 이른 아침인데도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도시에는 북적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아까 봤던 불빛의 패턴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두 이미지-밤의 도시와 아침의 도시-가 20세기 과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은유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휘황찬란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고립된 불빛의 배열이 눈에 들어온다. 양자 이론, 인간유전체 서열 해독, 원자폭탄 투하 등을 포함해 유명한 실험, 저명한 과학자, 혁명적 이론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식이다. 이러한 과학사의 이미지는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연대표식 역사’로 이어진다. 고립되고 눈부신 순간들로 이뤄진 역사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왜 과학의 불빛들이 그러한 패턴을 이루는가 하는 것이다. - 제1장 「들어가며」 중에서


권력이 과학을 잠식할 때: 제국주의, 나치즘, 세계대전과 냉전

현실의 요구(실행세계)가 지난 100년 동안 과학(응용세계)을 진보시켰다. 이때 현실의 요구는 근대 국가의 특성이기도 한 운송과 통신, 전력과 농업이기도 했고, 전쟁과 냉전을 배경으로 한 군사력의 준비, 유지, 동원이거나 신무기이기도 했다. 국가의 행정이거나, 인간의 건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거대 기업으로 대표되는 상업의 요청이기도 했다. 때로 이런 요구는 식민지 시대의 착취나 군비 경쟁, 환경과 인권, 국가 권력이나 기업의 횡포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에 강력히 반대하는 노동, 반핵, 환경운동과 페미니즘조차 행동의 근거를 과학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 서술하는 과학사는 시대를 따라 변화하는 권력에 때로는 유착하고, 때로는 맞서며, 성공하기도 혹은 실패하기도 했던 과학자, 아니 과학자 공동체의 역사이기도 하다. 1931년 런던 과학사 대회에서 소련의 과학사가인 보리스 헤센은 아이작 뉴턴의 과학을 잉글랜드 부르주아 자본주의의 출현과 관련지은 논문을 발표했다. 사회적 맥락은 거의 다루지 않는 ‘내적 접근’에 집중했던 기존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는 연구였다. 그러나 헤센의 논문은 당에 대한 충성을 비난받고 있는 자신(그리고 자신의 학문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결과였다. 스탈린 집권 시기, 소련은 유물론을 기반으로 한 그들만의 과학을 발전시켰다. 나치 집권하에 망명하지 않은 물리학자 일부는 이른바 ‘아리아 물리학’이라는, 유대인(과 그들의 성과)을 배제한 독특한 물리학을 만들어냈다. ‘국가’라는 실행세계에 의한 이러한 과학은 인간의 삶, 그리고 과학에 약간의 긍정적인 결과와 그보다 많은 치명적인 해악을 만들어냈다. 책은 그 외에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점점 더 커져가는 ‘국가에 의한 과학의 동원’을 이른바 ‘실행세계’ 관점에서 꼼꼼히 분석하며 다루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냉전 시기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기밀해제된 사료들에 입각해 이뤄진 새로운 과학사 연구의 성과를 적극 반영한 성과이기도 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냉전 시기의 국가 안보라는 실행세계는 때로 괴상하고 터무니없이 느껴질 뿐 아니라 기껏해야 일시적인 것에 그친 듯 보인다. 그러나 냉전 시기의 군사적 요구는 이를 수용하든 거부하든 간에 동시대 과학자의 정신상태와 연구 활동을 규정지은 환경이었고, 이 시기에 이뤄진 다양한 분야의 과학 활동에 독특한 각인을 남겼다. 냉전이 과학에 남긴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이 시기를 다룬 과학사 연구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냉전 시기 과학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의 발전과 과학의 쓸모, 그리고 그 이후

지난 20세기는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던 시기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물리학과 유전학은 20세기 초에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멘델의 ‘재발견’을 거치며 근본적인 개념적 혁명을 겪었고, 분자생물학과 지구과학은 20세기 중반에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과 판구조론 정립을 계기로 현대적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때 생겨난 이론과 실천들이 오늘날까지 해당 분야의 과학 교육과 연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 시기를 거치며 과학의 ‘쓸모’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19세기 말의 ‘제2차 산업혁명’ 시기에 출현한 과학기반 산업 분야들은 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자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각국 정부들은 과학자들을 동원해 군사 연구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어진 냉전 시기에 그러한 경향은 더욱 커졌다. 그런 연구개발의 성과들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이를 본격적으로 바꿔놓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동시에 과학자 그 자체의 성격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이어졌다. 과학자라는 단어가 생겨난 이래, 특히 지난 100여 년간 이들은 현실세계에 상주한 가장 유력한 고객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조차 상품으로 내다파는 과학자-기업가, 때로는 이러한 구조에 도전하는 도도한 혁명가이기도 했다.
이 책,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는 이 모든 변화를 20세기라는 유달리 격변한 역사 속에 오롯이 담아낸다. 전쟁과 냉전과 화해를 통과하는, 전례 없는 변화·갈등·불확실성의 세기 동안 현대 과학의 발전을 거의 전 영역에서 개관한 최초의 시도로, 학제간 관점으로 과학을 탐구하는 최근 학문의 흐름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진정한 위치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든 이에게 해답과 질문을 동시에 제시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존 에이거

Jon Agar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과학기술학(STS) 교수이고, 과학기술학과 학과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사가 주 전공 분야이며, 특히 과학과 정부, 기술과 환경의 교차점, 인공지능을 포함한 컴퓨팅, 냉전 시기 과학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중이다. 지난 100여 년간 과학의 역사를 유장한 필치로 서술한 이 책,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를 비롯, Turing and the Universal Machine(2001)[한국어판, 『수학 천재 튜링과 컴퓨터 혁명』, 문화디자인, 2003], 영국 컴퓨터산업의 발전에서 정부의 역할을 다룬 The Government Machine: A Revolutionary History of the Computer(2003), 휴대전화의 역사를 대중적 시각에서 서술한 Constant Touch: A Global History of the Mobile Phone(2nd ed., 2013), 대처 집권기 영국의 과학정책을 분석한 Science Policy under Thatcher(2019) 등을 집필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현재는 한국항공대와 서울대에서 강의하면서 번역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전공인 과학기술사 외에 과학 논쟁, 약과 질병의 역사, 과학자의 사회운동, 현대 환경사 등에 관심이 많으며, 최근에는 냉전 시기와 68혁명 이후 과학기술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야누스의 과학』, 『20세기 기술의 문화사』, 『모두를 위한 테크노사이언스 강의』 등을 썼고, 『미국 기술의 사회사』, 『현대 미국의 기원』, 『냉전의 과학』(공역),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70년대에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세월이 허락하지 않아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을 담았다. 90년대에 출판기획집단 과학세대에 참여해 과학책을 번역하면서 과학이 세상을 보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흔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해 과학사회학을 공부한 뒤, 20년 넘게 과학과 사회를 주제로 강의하고, 책을 썼다. 지금은 뜻이 맞는 동학들과 공부하며, 다시 문학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생명의 사회사 - 분자적 생명관의 수립에서 생명의 정치경제학까지』,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 토마스 쿤』, 『사회생물학 대논쟁』(공저), 『낯선 기술들과 함께 살아가기』 등을 썼고, 『원더풀 라이프』, 『인간에 대한 오해』, 『언던 사이언스』(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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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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