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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믈렛

문학동네시인선 203
임유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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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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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4.41MB)
ISBN 978895469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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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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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시 쓰는 이들의 문학적 열망이 담긴 6천여 편의 시가 응모된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의 심사대에는 ‘아침’이라는 제목의 연작시 한 묶음도 올랐다. 9편 중 8편의 제목이 모두 ‘아침’인 이 응모작은 저마다의 개성을 부각시키려는 다양한 고투가 엿보이는 시편들 사이에서 오히려 심사자들의 눈에 띄었다. 무심하리만치 심상한 동일 제목의 시편들을 제출한 이 비범한 패기를 지닌 시인의 시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박상수로 하여금 “뭐야, 이게 시인가?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심사평)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죽음 앞에 선 인간, 혹은 이미 죽어본 경험이 있는 자의 내면을 펼쳐 보이는 ‘아침’ 연작은 기존의 익숙한 시와는 어딘가 다른, 낯선 목소리의 힘을 발했다. 이 응모자는 곱씹어 읽을수록 “어느 한 편 빠지는 작품이 없이 굉장한 디테일과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마치 한 권의 완결된 시집을 읽은 듯한 만족감”(시인, 문학평론가 박상수)을 준다는 감상을 불러냈고, “고유한 음악이 들렸다”(시인 박연준)는 소회를 불러일으켰으며, “삶의 표면을 따라 부드럽고도 유려하게 이어지는 아름답고 쓸쓸한 세계”(시인 황인찬)를 구축해냈다는 평까지 얻으며 그해 시단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시인 임유영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유영은 부지런히 신작 시를 발표하면서 독특한 리듬과 이야기성을 지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 외 5편이 “시가 끝난 후 시 전체를 시적인 것으로 순식간에 들어올”(문학평론가 이광호)린다는 평을 받으며 2021 문지문학상 후보로, 「호수관리자들」 외 5편이 “깊은 통찰력”과 “감각적인 예지력”(시인 김행숙)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2 문지문학상 후보로 연달아 선정되면서 문단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오믈렛』은 그런 임유영의 첫 시집이다. 죽음과 탄생, 이야기와 다성성, 시쓰기에 대한 의식과 여성성 등이 알알이 녹아 있다. 1부(‘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는 임유영식 시쓰기의 기원에 대한 힌트를 엿보게 하고, 2부(‘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는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름답고도 쓸쓸하고 그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3부(‘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는 그 강렬했던 ‘아침’ 연작에 새로운 제목을 달아 선보이며 죽음 이후 다시금 깨어나는 듯한 반복과 각성의 장면들을 더욱 긴장감 있게 펼쳐 보이고, 4부(‘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로 탄생한 시의 색다른 창조성을 느끼게 한다.
시인의 말

1부 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
헤테로포니/ 부드러운 마음/ 단단/ 미래로부터/ 도둑들/ 굴은 바다의 우유/ 너의 개도 너를 좋아할까?-D에게/ 중국인 학자의 정원/ 부드러운 마음/ 호수관리자들/ 생일 기분/ 돌에서/ 구역/ 밤에

2부 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
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 꿈 이야기/ 부드러운 마음/ 유형성숙/ 호로고루/ 사랑의 열매/ 만사형통/ 기계장치강아지/ 자연스러운 일/ 얼굴들/ 처서

3부 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
아침/ 인테리어/ 방랑자/ 오믈렛/ 병정들/ 선물가게/ 빗금/ 포노토그래프/ 우수(雨水)/ 진술

4부 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 단감, 단감/ 채소 마스터 클래스/ 움직이지 않고 달아나기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녹색병원/ 미꾸라지와 뱀장어와 지렁이와/ 파/ 라/ 목/ 토/ 담자균문/ Air & Water/ 나리분지

해설 | ‘이상한 마음’을 따뜻하게 다스리는 ‘완벽한 방법’
조연정(문학평론가)

우리는 도둑들.
품속에 연필 한 자루쯤 넣고 다니는 불한당들.
할머니의 성가집 한 장을 찢었다.
시인의 국어사전에서 다섯 장을 뜯었다.
노인과 예술가는 가장 손쉬운 상대.
노인은 예의바른 손자를 좋아하고
예술가는 술 선물을 반기지.
우리에겐 세상일이 이토록 우습다.
_「도둑들」 부분


나는 바다 앞에서 너를 향해 외치네. 너를 돌아오게 하려고. 듣게 하려고. 네가 들어오게 하려고. 나는 보는데. 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때 젊은 당신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네.
_「유형성숙」 부분


겨울이 제철인 굴은 날것으로 먹어도 좋다,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매운 양념을 곁들여도 맛있다, 미국에는 굴 요리를 파는 해안가 식당들이 있고 거기에선 굴을 위스키와 같이 먹는다

(……)

따뜻하고 배부르고 다 좋은데
겨울밤에 굴을 먹으면 다음날 눈이 온다

정말 그렇게도 된다

굴껍데기 위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몇 개
_「굴은 바다의 우유」 부분


두 사람을 여기 둘 수 있는 이유가 될까. 찬바람 부는 가을밤을 둘이 계속 걷게 해도 될까.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둘의 신발을 벗기고 싶어진다. 이상하게. 싸늘한 밤의 강변을 맨발로 걸어가라. 그래도 그런 기분을 완전히 적을 수는 없다. 강 건너에 불을 질러본다. 일정한 속도, 일정한 보폭, 일정한 온도로, 넓어지세요. 옮겨지세요. 퍼지세요. 멀리멀리 가보세요.

손잡아. 그냥 한번 꽉 잡아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_「만사형통」 부분


확실히 내가 시 속에 개 이야기를 많이 쓰긴 한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일이 모두 시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탓이다.
_「기계장치강아지」 부분


우리가 조금만 말하고 조금만 움직이고 조금만 살았더라면 이 세상이 전부 우리 것이었을 텐데 쓸쓸하게도 살아 있어서 말을 해가며 몸짓을 해가며 침을 튀겨가며 진땀을 흘리며 폭소를 터뜨리며 산짐승처럼 너절한 잠자리에 풀썩거리며 몸을 누이고 잘 때조차 뒤척인 죄로 자면서도 코곤 죄로 꿈에서도 말한 죄로 우린 말하지 않는 법을 잊어버리는 벌을 받고 있어요 끝없이 움직이는 벌을 서고 있어요 아무도 아무에게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어요.
_「처서」 부분


나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곧 누군가는 알아차려주리라. 얼마나 지나야 할까? 누군가. 누구일까? 여러 명일까? 단 한 사람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일 것 같다. 그이는 뜨내기 순경일까. 별 어려움 모르고 자란 젊은 남자일까. 물론 산전수전 다 겪었을 수도 있지. 상관없다. 아니, 상관있다. 나는 죽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겠지. 죽은 자의 얼굴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죽은 자의 얼굴이겠지.
_「포노토그래프」 부분


너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얼마만큼 그런가 하면 네가 좋게 들은 곡을 모아서 계절마다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 나는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네가 무언가 슬픈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섭다. 그것이 영영 슬픈 생각일까 두렵다.
_「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 부분

방과후 문예반에서 소녀들은 정확한 문장을 쓴다.
소녀들은 또래보다 빨리 읽는다. 소녀들은 하나의 문장을 시작하고 끝낼 줄 안다. 여러 개의 문장을 잇고 쓸데없는 문장을 뺄 줄 안다.

(……)

소녀들은 선생님이 친구의 글을 읽어주는 걸 듣다가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이라면, 소녀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쓰고 치워버리지만

어느 여름 오후

선생님이 사과 한 알을 교탁에 올려놓고
그것에 대해 쓰라고 하셨을 때

소녀들은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을 생각하는
완벽한 방법을 알아낸다.

음악이 시작된다.
_「헤테로포니」 부분

시집의 문을 여는 「헤테로포니」는 “방과후 문예반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조국 통일에 대한 염원, 독립 열사 추모처럼 선생님이 쓰라고 한 주제로 시를 써 내지만, 이들의 마음을 진실로 붙들고 있는 것은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인 듯하다. 의무와 강요에서 벗어나 “음악”처럼 “시작”되는 소녀들의 시는 “같은 선율을 조금씩 다르게, 수평적으로 연주하는”(문학평론가 조연정, 해설) 다성음악의 일종인 ‘헤테로포니’처럼 울려퍼진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임유영의 문장이 지닌 ‘수평성’이다. 임유영의 문장은 대체로 특별한 미사여구도, 소위 ‘시적인’ 수사도 생략되어 있다. 위계 없이 평이한 단어들이 모여 뜻밖에 반전을 거듭 발생시키고, 그로 인한 화음을 통해 독특한 정서적 울림을 준다.

사고가 나서 여자아이는 죽어버렸다. 나는 그날 꽃은 못 보고 돌아가던 길에 교복집 하는 늙은 남자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죽을 징조를 벌써 보았다고 주장했다. (……) 그러나 나는 그 영감의 말을 곧이 믿지는 않았다. 무릇 꿈이란 뇌에서 배출된 찌꺼기에 불과한데, 그런 꿈을 해몽한다는 자들의 말 또한 사람을 현혹하는 얕은 수일 뿐이다. 그 증거로 나는 사월의 화창한 대낮에 꽤 오래 걸었음에도 전혀 땀을 흘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벽에 붙여두었다. 후에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
_「꿈 이야기」 부분

해설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시”로 꼽힌 「꿈 이야기」는 사고를 당해 죽은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담담한 문장들로 전해지는 죽은 여자아이의 사연을 다 읽고 나면 이 시는 여자아이의 죽음의 징조를 느꼈다고 주장하는 늙은 남자의 꿈 같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화자 ‘나’의 꿈 같기도 하며, 그 당시를 전생처럼 바라보는 ‘나’의 기억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는 결말은 또 한번 반전으로 다가오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다층적인 해석의 결을 쌓아올리게 한다.
“남쪽 숲”에서 태어난 “새끼 곰”(「단단」), “밤 산책을 나갔다가 개한테 손을 잘못 물린” 사람(「너의 개도 너를 좋아할까?-D에게」), “다리 하나가 없는 새”(「생일 기분」), “돌에서” 나온 사람(「돌에서」) 등이 등장하는 시들 또한 담담한 문장이 종내에 터뜨리는 시적 고양감을 전해준다.
데뷔작이었던 ‘3부’의 ‘아침’ 연작시에서 이미 그런 임유영 시의 힘이 내포되어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자”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아침」은 “누군가의 머리”에서 “조모의 이마”로, “조모님을 모시고” 호숫가에 온 “가족”으로, “파도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없”는 “바다”로 “상상”의 초점을 옮겨가면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한데 섞인 흰자의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으로 시작해 “알코올중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로 끝나는 「오믈렛」, “손목시계를 차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시작해 “내게 손목이나 허리가 남아 있으려나”로 끝나는 「선물가게」, “나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로 시작해 “끔찍한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고, 모두 잊어버려”로 끝나는 「포노토그래프」 등의 시편들에는 하나같이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임유영의 ‘인장’이 찍혀 있다.

*

이 시집의 표제는 3부의 시 「오믈렛」에서 가져왔다. “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이라는 「오믈렛」의 첫 문장은 앞서 언급한 임유영 문체의 특징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임유영의 시들이 시적인 것이 아닌 듯한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면 ‘오믈렛’은 임유영의 시적 방법론을 연상시키는 오브제이다.
한편,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연정은 모종의 온기어린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만사형통」을 해석하면서 시집의 제목 ‘오믈렛’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은 자신의 손가락 끝마다 심장이 하나씩 달려 힘차게 박동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서로가 손끝의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 잡은 듯 만 듯 간신히 깍지를 낀 모양새였다. 그러면서도 도무지 손을 놓지 못했다.

(……)

두 사람을 여기 둘 수 있는 이유가 될까. 찬바람 부는 가을밤을 둘이 계속 걷게 해도 될까.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둘의 신발을 벗기고 싶어진다. 이상하게. 싸늘한 밤의 강변을 맨발로 걸어가라. 그래도 그런 기분을 완전히 적을 수는 없다. 강 건너에 불을 질러본다. 일정한 속도, 일정한 보폭, 일정한 온도로, 넓어지세요. 옮겨지세요. 퍼지세요. 멀리멀리 가보세요.

손잡아. 그냥 한번 꽉 잡아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_「만사형통」 부분

조연정은 해설에서 「만사형통」을 두고 “사랑이 시작되려다 말아버린 안타까운 순간”을 그린 듯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어보는 기분”을 그린 듯도 하다고 말한다. 임유영의 시편들에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그런 마음”들이 종종 드러나는데, 「만사형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손끝의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 잡은 듯 만 듯 간신히 깍지를 낀 모양새”를 풀고 “그냥 한번 꽉 잡아봐”라고 말하는 시라고 짚어낸다. “자꾸만 밤으로, 산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차가운 맨발이 아닌 손끝의 뜨거운 심장을 느껴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시의 메시지라고 조연정은 해석한다.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라는 시적 화자의 소망은, 비록 우리 삶이 “찬바람 부는 가을밤”처럼 고독과 결핍으로 이루어져 있다 할지라도 서로 “따뜻한 거”를 건네주고 먹이려는 마음들이 모이고 섞인다면 우리 삶도 ‘오믈렛’처럼 충만하고 부드러워질 수 있을 거라는 바람이라는 것이다.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작된 문학동네시인선이 현재에 다다른 지금,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와 의미에 값하는 주목할 만한 ‘첫’ 시집 『오믈렛』을 자신 있게 선보인다. 임유영은 한국시의 새로운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임유영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드디어 첫 시집이 나왔습니다! 출간 소회를 여쭙고 싶어요.

첫 시집이 예정대로 무사히 출간되어 기쁩니다.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 문학동네 편집부 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원고를 깊이 읽어주시고 다양한 의견과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제가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는 덜 외롭고, 덜 두렵고, 오히려 든든한 마음마저 듭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떨리긴 하지만,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중입니다. 이 책에겐 이제부터 긴 여정이 시작되는 셈이니까요.

Q2. ‘오믈렛’이라는 제목이 독특한 느낌과 울림을 줍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제목의 의미가 있을까요? 혹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닿았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을까요?

‘오믈렛’이라는 제목은 김민정 시인께서 지어주셨습니다. 저는 시를 써놓고도 이 사물이 제 첫 시집의 제목이 될 거란 예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오믈렛’이라는 부드러운 발음의 단어를 들으니 이보다 적확한 제목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오믈렛은 어떤 재료를 첨가하고 얼마나 익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유연한 음식입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월하게 씹어 삼킬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계란이라는 흔한 재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박한 부엌에서 손수 만들어 먹을 수도, 고급 식당에서 사 먹을 수도 있고요. 요리하는 사람의 기술이나 취향이 가감 없이 드러나 어찌 보면 단순해서 무섭기도 한 메뉴인 한편, 속을 편안하게 해주어 아침부터 먹기도 좋은 만만한 음식이기도 하네요. 제게 인상 깊은 오믈렛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팬텀 스레드〉 속 버섯 오믈렛인데요. 여러분은 어떤 오믈렛을 좋아하시나요? 제 책을 펼친 독자 각자가 제각기 상상하신 맛과 모양의 오믈렛을 드시게 될 텐데요, 이런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오믈렛의 저 수많은 미덕에 조금이라도 값하는 시집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Q3. 방과후 문예반 소녀들, 남쪽 숲에서 깨어난 새끼 곰, 돌에서 나온 사람, 사고로 죽은 여자아이, 동자승 등등 시적 대상이 다양해요. 다채로운 형식과 어조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다 읽고 나면 이게 임유영의 시구나, 신기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리드미컬한 산문시의 힘 덕분 같고요. 시를 쓸 때 중요시하는 게 있을까요?

시를 쓸 때는 최대한 스스로에게 솔직하자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또 제 시가 잘되었나 가늠할 때도, 시가 얼마나 솔직하였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물론 이때의 솔직함, 정직함이란 현실을 잘 모사하는 것과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쓴 시에 등장하는 주체가 어떤 누구이건, 결국은 모두 저라는 인간의 한계 안에서 움직이고, 저의 가장 좋은 부분부터 최악의 결점까지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제 예상을 넘어 더 좋거나 더 나쁘다고 평가하실 수도 있고, 제가 모르는 저를 찾아내실 수도 있지요. 두렵기도 하지만 제가 가장 바라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다른 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아주 희미한 느낌에 불과하다고 해도, 결국 무언가 진실한 것을 얻길 원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더라도 시를 일단 써서 세상에 제출하고 나면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으니, 최대한 시를 쓸 때 그 당시 버전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쓰면서 드물게 찾아오는 질 좋은 몰입이 저에게 무엇과 비견할 수 없는 큰 기쁨을 줍니다. 또 깊은 몰입은 기쁨뿐만 아니라 언어에 리듬을 가져다줍니다.

Q4. 이 시집에서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아낀다기보다는 3부에 실은 데뷔작에 신경이 쓰입니다. 이전에 모두 ‘아침’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8편이 발표되었고, 시집을 묶을 때 1편을 또 같은 제목으로 추가했다가, 마지막에는 전부 다른 제목을 붙여 출간하게 되었는데요. 기존의 ‘아침’ 연작을 읽어보신 분들과, 책을 통해 처음 읽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의뢰로 쓴 연작 세 편은, 평소와 달리 시를 쓰기 위해 실제 과천 미술관을 답사하고 전시 워크숍도 거쳤던 과정이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고요. 시집을 통틀어 가장 나중에 추가된 시인 「담자균문」은 바로 그 이유로, 가장 최근의 시이기 때문에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Q5. 이 시집으로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따뜻하게 준비한 ‘오믈렛’, 맛있게 드시면 기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유영

임유영. 2020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의 말

나는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벽에 붙여두었다. 후에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

2023년 10월
임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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