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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
한겨레출판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3년 10월 2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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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09MB)
ISBN 9791160407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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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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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박정훈은 인간의 피, 땀, 눈물을 은폐한 채 굴러가는 플랫폼경제를 누구보다 적확한 언어로 폭로한다.”_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공통점은? 첫째는 밥하기 싫은 날 우리의 식사를 책임지는 대형 배달플랫폼기업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한국에서 가장 산업재해(산재) 신청이 많은 기업 10위 안에 드는 산재 기업이라는 사실이다(2022년 근로복지공단 조사). 특히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속한 회사 우아한청년들은 건설, 중공업 같은 전통적인 산재 다발 업종을 제치고 당당히(?) 산재 신청 기업 1위를 차지했다. ‘혁신’과 ‘첨단’의 선두에 있다는 배달플랫폼기업은 왜 ‘산재 1위 기업’이 됐을까?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통해 혁신으로 포장된 K-플랫폼산업의 현실을 폭로했던 배달라이더 박정훈은, 이번 책에서는 라이더들의 사고를 통해 플랫폼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라이더들이 당하는 사고의 이면에는 이윤 창출을 위해 라이더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나아가 위험을 조장하는 배달플랫폼기업이 있다. 이 책은 배달라이더 박정훈이 도로 위 배달공장을 질주하며 포착한, 플랫폼산업의 모순에 대한 가장 예리한 고발장이다.
프롤로그 산재 1위 기업, 도로 위 배달공장에 로그인하기

1장 초보, 사고의 흔적을 몸에 새기다
첫 사고의 추억, 콜라가 피처럼 흐르다
초보 라이더가 시동을 켜기까지
두렵기만 했던 생애 첫 산재 신청
배달기업의 공장, 도로
‘주의’ 표지판이 없는 공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려면

2장 도로 위의 생존 게임-전투 콜
총알택시와 총알배송이 만날 때
진화 혹은 퇴화, 끊임없이 변하는 배달산업의 3가지 형태
면허 없어도 OK, 동네배달대행사 입사하기
뼈가 부러져도 다시 오토바이에 오르는 이유
앱에 접속하는 순간, 전투가 시작된다
안전교육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

3장 AI 사장님이 라이더를 관리하는 방법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산업, 사고 현장이 되다
라이더로 접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5분
치타와 번쩍 배달의 비법, 초보 라이더
AI가 관리자를 대체한다
라이더를 위한 플랫폼은 없다: 플랫폼별 AI 알고리즘과 배달료
알고리즘은 왜 모르고리즘이 됐을까
알고리즘이 설계한 도박판, 배달료
프로그램이 인간을 활용한다
손님을 관리자로 만드는 AI의 실시간 감시
배달은 앱 속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도시 위의 거대한 컨베이어벨트를 시찰하다
배달플랫폼의 밸런스 게임: AI에 순응하고 임금 적게 받기 vs. AI에 저항하다가 잘리기
날씨에 따라 변하는 작업장과 AI, 그리고 안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에서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로

4장 갑질 사건이 아니라 산재입니다
언론이 주목하는 사고, 언론이 외면하는 사고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일들
마음 위에서 벌어진 사고
라이더에게 헬멧만큼 블랙박스가 절실한 이유
화장실 하나 둘 곳 없는, 모두가 비운 자리

5장 배달공장의 혁신을 위한 5가지 제안
라이더를 위험으로 모는 5가지
고용 형태와 임금체계가 오토바이 속도계를 조절한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상상력: 라이더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플랫폼산업의 진짜 ‘혁신’을 위한 규제들: 이륜차 면허ㆍ관리체계 정비
이륜차 운전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 도로ㆍ안전장비 정비
실종된 사장님을 찾는 방법: 노조법 개정

에필로그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을 멈추자

부록 배달라이더를 위한 산재보험 사용 설명서
막막하기만 한 산재 신청, 이렇게 시작하자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보자
더 나은 산재보험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1: 산재 승인의 방지턱, 질병
더 나은 산재보험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2: ‘전속성’이라는 커다란 구멍

미주

뉴스에서 ‘오토바이 라이더 사망’ 사고 기사가 나오면 뒤따르는 반응들이 있다. “보나마나 신호위반 했을 텐데 죽어도 할 말 없
다” “내 앞에서 얼쩡거렸으면 밀어버릴 텐데”. 물론, 극단적인 악플들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조롱받아도 괜찮은
걸까? … 개별 라이더를 욕하고 처벌한다고 한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사고의 순간은 찰나이지만, 사고에는 맥락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라이더의 생계와 기업의 이윤, 소비자의 편리라는 복잡한 욕망의 연대 속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한 줄의 사고 소식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이야기다._11쪽

도로는 공공이 깔고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이자 배달기업이 이용하는 공장, 배달노동자가 일하는 일터다. 시민, 소비자, 음식점 사장, 배달기업, 노동자는 도로를 각각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이 화해할 수 없는 충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화로운 도로를 만들 수 없다. 아비규환 같은 현실의 도로는 핸드폰 화면 속에 들어오는 순간 평화롭고 반듯한 공간으로 바뀐다. 가상의 도로 위에 배달료와 배차 지시가 떨어지고 노동자들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어지럽게 오간다._12쪽

주관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초보 라이더가 처음으로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첫 사고를 당하고 첫 산재 신청을 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적어도 난폭운전만이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총 27명의 청년이 배달을 하다가 사망했는데, 이 중 3명은 첫 출근날, 3명은 이튿날, 6명은 보름 안에 사망했다.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가 배달업에 뛰어드는데 그 누구도 그가 배달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_38쪽

공장이라면 위험한 곳에 ‘주의’ 표지판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고, 위험 물질에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노동자들은 이런 표시를 통해 작업장에 존재하는 위험을 인식하고 피한다. 일에 익숙해지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경험도 쌓인다. 그러나 배달라이더들의 작업장에는 ‘주의’ 표지판이나 ‘경고’ 스티커가 없다. 게다가 우리 작업장은 계절과 날씨, 교통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햇빛의 강도나 비와 눈발의 세기에 따라 우리가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바람이 거세게 불기라도 하면 오토바이가 밀려 나도 모르게 차선을 넘게 된다. 폭우가 내리면 도로 곳곳에 구멍이 생긴다._46쪽

배달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닌 AI의 배차와 그들이 결정한 배달료에 따라 움직이다가도 AI가 처리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인간과 대화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 상담노동자들은 이때, 기업과 기계를 대신해서 배달노동자의 분노를 마주해야 한다. … 이때 알고리즘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감정의 충돌이 벌어지는데, 역설적이게도 상담노동자들이 상처받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난 배달노동자에게 기계나 알고리즘 같은 대답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종종 배달노동자들은 인간 상담원과 대화하면서 자신이 대화하는 상대가 챗봇인지 인간인지 헷갈려 한다. 인간 같은 기계와 기계 같은 인간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의 노동이 통제되고 있다._116~117쪽

라이더들은 핸드폰 앱이 5000원짜리 콜을 수락하겠냐고 물을 때, 수락할지 거절할지 한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콜을 거절하면 7000원으로 오른 콜이 올 수도, 3500원으로 하락한 콜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라이더들은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다. 60초의 제한 시간 동안 삶을 건 도박이 벌어진다._137쪽

2021년의 배민 AI는 직선거리 기준으로 배차했다. 오토바이가 오를 수 없는 산과 계단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극적인 장면은 강과 바다가 있는 부산에서 나왔다. 광안리 근처에서 배달을 했던 라이더는 AI가 배차해주는 배달을 거절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다
리를 건너기 위해서 강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바로 건너편에 목적지가 있지만, 강을 건널 수 있는 모터보트는 없었기 때문에 라이더는 다리를 향해 한참을 돌아갔다. 이상하게도 그런 콜을 한 번 받기 시작하니 AI가 비슷한 코스를 계속 배차하기 시작했다. 라이더의 기분 탓일지, 직선거리 기준으로 가까운 콜이라 생각해서 AI가 라이더를 위해서 배차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참다못한 라이더는 줌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_160~161쪽

실험을 모두 마친 다음날, 실험에 참여했던 쿠팡이츠 라이더가 징역을 갔다면서 내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쿠팡이츠는 거절을 많이 하면 ‘일주일 접속 금지’라고 문자로 통보하는데, 라이더들은 이를 ‘징역 갔다’라고 표현한다. ‘캐릭터 삭제(캐삭)’다. 누군가는 우리를 자유로운 플랫폼노동자라 부르지만, 우리는 족쇄와 ‘캐삭’ 사이를 아슬아슬 달리는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다._172~173쪽

산업화가 낳은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비판한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인간이 마치 기계 부품처럼 쉼 없이 돌아갔다면, 라이더들은 스마트폰 앱 속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손님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인간이 아닌 귀여운 캐릭터가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공장은 인간을 기계처럼 대했고, 앱은 노동자를 인간이 아니라 데이터로 대한다.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은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 같다. 디지털 일터에 AI라는 새로운 기계, 새로운 컨베이어벨트가 도입됐다. AI에 대한 규제와 통제 없이는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안전 대책도 없다._195~196쪽

사건보다 긴 여운을 남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배달노동자에게 갑질한 당사자가 학원 셔틀 차량을 도와주는 노동자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잘나가는 사람인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가해자 역시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롱거리가 됐다. ‘셔틀 도우미 주제에’라는 반응이 나왔다. ‘배달노동자 주제에’라고 말한 사람에게 ‘셔틀 도우미 주제에’라고 반응하는 사회에서 갑질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다._201~202쪽

사실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은 상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보통 음식점에서 해결한다. … 대부분의 점주들은 흔쾌히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몇몇 업주들은 화장실 관리가 어려워서인지, 귀찮아서인지 화장실이 없다는 거짓말을 한다. … 화장실 사용만 막는 게 아니다. 배달노동자들이 가게 안에 있는 걸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땀내가 난다는 이유로 한여름과 추운 겨울에 밖에서 대기하라고 하는 일부 점주들도 있다. 호텔 로비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추워도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라이더들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가게에 피해가 될까 봐 미안해서 가게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추방의 경험은 라이더의 가슴에 차곡차곡 상처를 쌓는다._224~225쪽

오직 이륜차로 배달 일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특수한 경험들을 산업안전 정책이라는 보편적인 정책으로 만드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달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SPC 공장에 있는 소스 조리기가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큰 줄 몰랐고, 거기에 사람이 끼면 죽을 정도로 위험한지 몰랐다. 석탄발전소를 청소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사람이 혼자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우리가 매일 보고 운전하는 도로 위도 마찬가지다. 내가 네 바퀴로 안전하게 지나가는 도로 위의 맨홀 뚜껑이 두 바퀴로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충격
적인 일이다._258~259쪽

난폭운전을 하는 라이더들이 결국 살아남는 배달 생태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난폭운전을 욕하는 시민들과 그런 라이더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을 욕하는 시민들과, 이런 소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는 라이더들이 각자의 도로 위에서 일방통행하며 달리는 일이 지겹도록 반복될 것이다.
안전 장구 착용과 교통법규 준수는 당연히 라이더의 몫이다. 그러나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교통법규를 지키는 라이더가 배달산업 생태계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_267~268쪽

손님의 배달앱에서 열심히 달려가던 귀여운 배달라이더 캐릭터가 갑자기 멈추는 순간이 바로 사고의 순간이다. 손님이 배달을 시키고 실시간으로 배달라이더를 확인했다면, 배달노동자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음식점이나 플랫폼에 항의 전화를 했을 수도 있다. 회사에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은 핸드폰 화면 속 배달노동자는 영정으로 장례식장 단상에 놓인다.
배달산업은 배달노동자의 생명을 먹으며 계속해서 성장했고, 도로는 전쟁터로 변했다. 전사자는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살아남은 자는 ‘딸배(배달노동자를 비하하는 은어)’가 된다. 죽음조차 존중받지 못해, 배달노동자의 이야기는 ‘감성팔이’라는 모욕을 당한다. 장례식장 쌀밥과 댓글 속 욕을 반복해서 먹다 보면 반박할 기력조차 사라진다._270쪽

죽음을 쫓아가는 걸 멈추고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과 기계를 멈춰보려고 노력했다. 이 책의 취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배달공장을 멈추고 어떠한 위험 요소가 있는지 다 같이 들어가서 살펴보자는 제안이다.
배달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기업은 더 이상 어떤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임금, 고용뿐만 아니라 산업안전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이 쪼개지고 유연화되는 것만큼 기업도 쪼개지고 유연화되고 있는 중이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빈칸만이 존재한다. 이 빈칸을 채우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이 책이 쓰일 수 있다면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_272쪽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들이 왜 사고를 낼까?

“보나마나 신호위반 했을 텐데 죽어도 할 말 없다” “내 앞에서 얼쩡거렸으면 밀어버릴 텐데”. ‘오토바이 라이더 사망’ 사고 기사에 흔히 달리는 댓글들이다. 배달라이더를 비하하는 은어인 ‘딸배’라는 조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라이더들의 사고가 정말 라이더만의 문제일까? 플랫폼기업이 일부러 준법정신이 부족한 사람들을 라이더로 선별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럴 리도 없을뿐더러 사고가 나면 다치고 죽는 건 라이더 본인인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호를 위반하고 난폭운전을 하는 데는 개인의 윤리를 넘어선 구조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사실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야말로 배달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지점이다. 대부분은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이 ‘배달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들이 많은 사고를 겪는다. 서울시가 2021년 라이더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사고 경험이 있는 764명 중 400명이 1년 미만 종사자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근로복지공단 조사를 봐도 2016~2018년 총 27명의 청년이 배달 중에 사망했는데, 이 중 3명이 첫 출근날, 3명은 이튿날, 6명은 보름 안에 사망했다.
저자도 초보 라이더 시절 사고를 몇 차례 당했는데, 이는 미숙함에서 비롯했다. 우선 라이더들 스스로가 작업장인 도로를 잘 모른다. 도로는 공장과 달리 ‘주의’ 표지판이나 ‘경고’ 스티커가 없을뿐더러 계절과 날씨, 교통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미숙한 초보 라이더들이 미리 위험을 인식하고, 피할 수 없다. 작업 도구인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다룰 줄 몰라서 생기는 사고도 있다. 오토바이를 어설프게 주차했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져서, 양쪽 브레이크를 갑자기 잡으면 넘어진다는 걸 몰라서 사고가 발생한다.
배달료가 도박판이 될 때, 배달노동은 사고가 된다

그러나 단순히 라이더의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반복되는 배달라이더 사고의 근원에는 이윤을 위해 라이더를 무한히 축적하려는 배달플랫폼의 욕망이 있다. 음식점이 배달노동자를 직접고용하던 때와 달리, 배달플랫폼에 가입한 라이더들은 근무시간 내내 대기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해진 근무시간 자체가 없다. 1000건의 배달을 수행하려면 1000명의 라이더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때 1000명 중 100명이 밥을 먹고 다른 100명이 화장실에 갈 수도 있다. 앱에 접속해 있지만, AI 배차를 거절하는 라이더도 있다. 1000건의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 2000명, 3000명의 라이더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배달플랫폼은 “배달 경험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라는 광고 문구처럼, 초보 라이더를 최대한 많이 유입시키려고 한다. 여기서 안전과 숙련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미숙련 라이더를 양산한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의 경우 로그인에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쿠팡이츠 카카오톡 채널에 친구 추가한 사람이 29만여 명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5분 안에 배달앱을 깐, 배달 경험 여부도 모르는 무보험 라이더의 숫자가 3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이다.”(106쪽)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달료도 라이더를 위험으로 내몬다. AI 알고리즘은 접속한 라이더의 수와 배달 콜 수에 따라 배달료를 실시간으로 바꾼다. 주문량이 적고 라이더 숫자가 많은 지역은 배달료를 최저로 낮춰 근무지 변경을 유도하는 식이다. AI 알고리즘만이 알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서 배달료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라이더는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의 대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이를 “알고리즘이 설계한 도박판”이라고 꼬집는다.
위험이 클수록 딸 수 있는 판돈이 커진다는 점 역시 도박과 닮았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높은 배달료를 받을 수 있지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날에는 배달료가 낮다. ‘1시간에 3건 이상 배달하면 5000원, 일주일에 275건 이상 배달하면 65만 원 지급’과 같은 조건을 내건 프로모션들도 임금의 변동성을 증폭시켜 라이더가 자신의 노동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배달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AI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을 받아들이고, 여러 개의 배달을 수행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거나, 높은 배달료를 주는 오후 12~1시, 저녁 6시 30분~7시 30분 사이에 미친 듯한 속도로 달리거나, 갑자기 주어지는 1시간당 3건 배달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위험한 도로를 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195쪽)
이 책은 대규모 실험을 통해 AI 알고리즘이 실제로 배달라이더들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다. 라이더 130여 명을 AI배차 100퍼센트 수락 그룹과 AI배차 자율 수락 그룹, 일반배차 그룹으로 나눠서 실험한 결과 AI배차 수락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시간당 주문 수, 시간당 수익, 건당 소요 시간, 나아가 노동강도와 노동시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이 드러났다. 추천사를 쓴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는 “실험을 통해 알고리즘이 노동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설명해 낸 것은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비워둔 책임의 자리… 배달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방법

사고는 도로 위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밖에 없지 않냐”며 폭언을 퍼붓는 손님, 냄새나니 우리 아파트에 배달 올 때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입주민들 때문에 라이더의 마음 위에서도 사고가 벌어진다.
음식점 주인들도 ‘가게에 들어오면 손님들이 싫어한다’ ‘땀 냄새가 나니 들어오지 말라’는 말로 라이더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허락 없이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음식점 주인에게 폭행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라이더 A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배달노동자에게 화장실을 제공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나아가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비워둔 책임의 자리에 일하는 사람만을 남겨놓지는 않았는지”(226쪽) 묻는다.
결국 이 모든 사고는 책임의 문제로 귀결된다. 배달플랫폼산업은 배달노동을 외주화하면서 과거 기업들이 짊어졌던 책임들을 라이더 개인에게 떠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도 포함돼 있다. 이 책은 ▲안전하게 일하면서도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체계 도입 ▲미숙련 라이더를 사실상 양산하는 이륜차 면허ㆍ관리체계 정비 ▲이륜차 운전자를 위한 도로 정비와 기업의 안전 장비 지원 ▲배달 현장의 안전을 검증할 노동조합(노조) 설립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 배달플랫폼기업이 외면해온 책임을 다시 그들에게 묻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죽음을 생산하는 배달공장을 멈추려면

배달플랫폼기업은 우리의 도로를 ‘죽음을 생산하는 배달공장’으로 만들었다. 2022년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77명 중 배달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39명이다(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2023년 2월 발표). 이런 죽음은 배달플랫폼기업이 만든 왜곡된 배달 생태계 위에서 배달 서비스를 둘러싼 여러 행위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결과다.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플랫폼기업의 욕망, 안전하게 도로와 도시를 이용하고 싶은 시민들의 권리, 빠르게 음식을 배달받으려는 소비자의 욕망, 빠른 배달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은 라이더의 욕망이 도로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충돌할 때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오토바이 라이더 사망’ 사고 기사에 ‘딸배’라는 악플을 다는 것으로는 이 죽음을 멈출 수 없다. 배달 서비스에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 특히 배달플랫폼기업이 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배달 사고는 반복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과 기계를 멈추고, 어떠한 위험 요소가 있는지 다 같이 들어가서 살펴보자’고,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을 만든 배달플랫폼기업의 책임을 올바르게 따져 묻자고 제안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정훈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라이더.
배달 일을 하다 너무 더워 폭염수당 100원을 보장하라는 1인 시위에 나선 것을 계기로 라이더유니온을 만들었다. 일하면서 당한 갑질이 싫어 노조를 시작했는데, 멋지고 착한 척하는 플랫폼이 정작 일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플랫폼산업을 공부하면서, 노동법 없는 산업사회 초기로 돌아가려는 플랫폼자본을 우리 사회가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노조 활동을 하고, 배달하고, 글을 쓰는 데 사용한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공저) 등 한국의 노동 현실을 다룬 책을 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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