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친화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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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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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젊은 시절 열렬히 사랑했으나 주변의 반대로 헤어졌던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는 중년이 되어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에두아르트가 친구인 대위를 불러들이고, 샤를로테가 양녀 오틸리에를 집으로 오게 하면서 그들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는 정열적인 사랑에 빠지고, 샤를로테와 대위 또한 서로에게 이끌리는데…….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제7장 | 제8장 | 제9장 | 제10장 | 제11장 | 제12장
제13장 | 제14장 | 제15장 | 제16장 | 제17장 | 제18장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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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해설: 도덕적 편견 저 너머에서 사랑과 용기를 설파하는 괴테의 실험 소설
판본 소개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연보
에두아르트의 행동과 판단에는 더 이상 절제가 없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의식이 그를 무한의 영역으로 몰아넣는다. 방 하나하나가, 주변 모든 것이 그에게 얼마나 달라져 보이는가!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집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오틸리에의 존재가 그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그는 온통 그녀에게 빠져 있고, 다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으며, 어떤 양심의 소리도 그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의 본성 속에 억제되어 있던 모든 것이 뛰쳐나오고, 그의 모든 것이 오틸리에를 향해 콸콸 흘러간다. (146쪽)
“삶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하며, 스스로가 자신의 활동과 만족을 선택한다고 여겨요.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우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그 시대의 계획이자 경향이랍니다.” (290쪽)
사랑이 없는 삶, 사랑하는 이가 가까이에 없는 삶은 하나의 ‘삼류희극’일 뿐이며, 삐걱거리는 서랍에 든 작품일 뿐이다. 사람들은 서랍에서 대본을 하나씩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고는 바삐 다음 서랍으로 넘어간다. 훌륭하고 중요해 보이는 모든 것도 서로 간에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아무 데서나 그냥 끝내고 싶을 따름이다. (304쪽)
“증오는 편파적이지만 사랑은 더욱더 편파적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탐구한 애증과 욕망
『선택적 친화력』은 소설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대작가가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욕망에 관한 비가라 할 수 있다. 원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에 삽화처럼 들어갈 짧은 이야기였지만 괴테는 “소재가 너무나도 의미심장하고,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장편으로 개작해 발표하게 된다. 작품의 제목인 ‘선택적 친화력’은 두 물질이 서로 만나 상호작용하여 선택에 따라 새롭게 결합하는 현상을 뜻하는 화학 용어다. 괴테가 당시 과학계에서 주목받던 이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소설 속 주인공인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뒤흔드는 대위와 오틸리에, 네 남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도덕에 따라 본능을 억제하려는 샤를로테와 대위, 자연스러운 열정을 탐하는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의 인연은 마치 화학 원소들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파괴적이고 맹목적인 애정을 제어하려는 사회 제도 사이에서 그들의 불안정한 관계는 끊임없이 요동친다. 욕망과 관계에 대한 괴테의 냉철한 통찰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서는 오랫동안 독일 고전을 국내에 소개해 온 장희창 교수가 괴테의 문체를 최대한 살려 원전에 가깝게 번역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역자의 고심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이 작품은 그동안 국내에 ‘친화력’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지만 원서의 본래 뜻을 충실히 살리자면 ‘선택적 친화력(Wahlverwandtschaften)’이 보다 적합한 표현이다. 제목에 이미 ‘선택(Wahl)’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우연적인 요소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배제하면 괴테가 쓰고자 했던 본래 의미가 일부 반감될 수 있다.
정원과 놀이를 통해 그려 내는
당대 미학의 집성체
이 소설은 괴테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갔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추상적 이념보다는 구체적인 삶과 경험에서 진실을 보고자 했던 대문호는 문필가이자 자신의 비서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과 나눈 대화에서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괴테 자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선택적 친화력』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사 기법은 저자가 경험했던 생의 여러 순간을 다각적으로 보여 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로 등장하는 「놀라운 이웃 아이들」의 이야기나 오틸리에의 일기, 에두아르트의 편지 등은 보다 입체적으로 등장인물과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성 아래 펼쳐진 장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듯, 이 작품은 독자에게 그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선명한 감각을 선사한다. 괴테가 이 소설을 집필하던 당시에는 루소 등의 영향으로 자연 그대로의 삶을 동경하는 것이 유행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선택적 친화력』에도 영향을 끼쳐 소설 속의 정원은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이상을 드러내는 공간이자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는 주요 무대가 된다.
건축기사가 설계한 그림들과 샤를로테의 친딸인 루치아네가 집으로 돌아온 뒤 벌이는 귀족들 간의 그림자놀이 또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잘 보여 준다. 여러 장원으로 몰려다니며 유흥을 즐기는 귀족들의 모양새나,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변장해 무도회에 등장하는 루치아네의 취향 등은 다소 우스워 보이면서도 독특한 귀족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처럼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흐름을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기에 『선택적 친화력』은 오늘날 독일 최초의 사회 소설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년 8월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괴테는 1770년 슈트라스부르대학에 입학하여 법률 공부를 하는 동시에 의학 강의도 들었다. 이때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헤르더와 교제하면서 호메로스의 작품들과 성서, 셰익스피어 등을 알게 되었다. 법률 학위를 받은 괴테는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문학에도 열성을 다해 『괴츠 폰 베를리힝엔』의 초고를 완성했다. 이 희곡은 출간되자마자 대중과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고, 괴테는 작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1772년 베츨라의 고등 법원에서 견습 생활을 시작한 괴테는 3년간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즉 질풍노도 문학 운동으로 대표되는 시기를 거치며 많은 문학적 결실을 거두었다. 『젊은 베르터의 고통』은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괴테의 슈투름 운트 드랑은 1775년 작센 지방의 대공이었던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으로 바이마르를 방문하여 그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하면서 끝이 났다. 괴테는 추밀참사관에 임명되어 행정가가 되었으며 다망한 정무 생활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지리학, 식물학, 광물학 등을 연구했다. 그러나 창작 면에서는 침체기였다고 할 수 있는데, 1786년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다시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1805년부터 1815년에 걸친 이른바 해방 전쟁 동안 나폴레옹을 세 번이나 만났으며 『서동시집』 집필에도 착수했다. 특히 1809년에 발표한 『선택적 친화력』은 괴테의 후반기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던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 2부를 탈고한 1년 뒤인 1832년 바이마르 자택에서 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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