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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현병 삼촌

이하늬 지음
아몬드

2023년 07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7월 17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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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07MB)
ISBN 979119246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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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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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정신질환ㆍ장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하늬 기자. 올해 65세인 그의 삼촌은 40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삼촌의 병은 가족에게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다. 그동안 감춰온 삼촌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할머니부터 엄마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이어진 오랜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이제는 멈추고 싶어서다. 또 삼촌의 일생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당사자 가족으로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기자’라는 정체성이 추가됐다. 이번 책에서 그의 취재력은 특히 빛난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싣기 위해 조현병 당사자 쉴라와 재규어, 동료지원가 유영, 당사자 동생 희수와 당사자 엄마 은영을 만났다. 정신과 전문의 3인과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를 인터뷰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도 살뜰히 실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병, 장애를 오픈할 때 낙인이 더 옅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는 말한다.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책이 그 마중물이 될 것이다.
머리말 나에게는 삼촌이 없다

1장 삼촌은 조현병
“제발 병원 좀 같이 가주세요”
첫 발병, 기나긴 여정의 시작
이유 없는 재발
팁➀ 조현병은 왜 발병하고 재발하는가
팁➁ 진단명이 달라지는 이유
트라우마 없는 입원이 가능할까
팁➂ 입원의 모든 것
환청, 가장 흔한 환각 증상
망상, 가장 고치기 힘든 증상
팁➃ 가족들은 증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장 가족, 곁을 지키는 사람들
삼촌이 아플 때마다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
40년간 해방된 적 없는 마음
팁➄ 가족이 기댈 곳은 어디인가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
선을 그어버린 아빠
어떻게 가족을 버릴 수 있느냐는 말

3장 삼촌의 일상
병을 인정하는 일의 어려움
커피와 담배와 미수잠
조현병 환자는 정말 위험할까
팁➅ 심신미약에 관한 오해와 진실
삼촌의 취업 분투기
팁➆ 취업을 준비하는 당사자에게

4장 조현병과 함께 살아가기
오래오래 건강하게 - 당사자 쉴라
태웅이들과 싸우려면 - 당사자 재규어
“병을 숨길 마음이 없어요” - 동료지원가 유영
그래도 형이니까 - 당사자 동생 희수
13년만의 다행 - 당사자 엄마 은영

5장 40년째 조현병
파킨슨병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팁➇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
얼마나 더 시급해야 입원할 수 있을까
일단 독립부터, 부족한 건 나중에
팁➈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아저씨 치매죠?”
장애는 언제 장애가 되는가
팁⑩ 만성 조현병과 함께 사는 법

맺는말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
참고문헌
미주

세상 물정을 대충 알기 시작할 무렵부터 삼촌에 관해 말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왜 삼촌은 일을 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삼촌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서는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백수보다 더 이상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알았다. 병명을 알게 된 이후에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6쪽)

환청이나 망상이라고 하면 아예 맥락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나름의 현실적인 맥락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촌의 큰아버지는 1950년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행방불명됐다. 이후 인근 바다에 수장됐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외갓집 식구들은 수십 년 동안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살았다. 동시에 ‘빨갱이’ 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워했다. 이런 두려움과 바람이 삼촌의 환청에 반영된 것이었다. (25쪽)

하늬: 환청이랑 대화도 해?
삼촌: 내가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해줘. 환청이 옳은 말을 할 때도 있어. 남자는 남자 목소리, 여자는 여자 목소리야. 실제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려. 진짜처럼.
하늬: 와, 삼촌은 안 심심하겠다.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삼촌: (웃음) 그런데 환청이 안 들릴 때 더 마음이 편해. (57쪽)

망상에 동조하거나 반박하지 말라는 것은 망상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망상의 내용은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이기에 이를 듣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차승민 전문의는 “게다가 망상은 너무 견고해서 부술 수가 없다”며 “논쟁을 해봤자 서로 적의만 생기니까 망상을 부수려는 노력보다는 일상을 유지하는 데 힘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69쪽)

삼촌을 면회하러 간 어느 날, 병원에서 보호자 상담을 권했다. 보호자 상담이 뭔지 몰랐던 엄마는 “저는 정신이 안 아프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그런 게 아니니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가라고 했다. 엄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촌과 관련해 받은 상담이었다.
하늬: 상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어?
엄마: 이것저것 물어보기에 답했지. 상담사가 나를 안고 울더라고. 그때 처음으로 내 처지를 알게 됐어.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하고 보니까 내 자신이 너무 안 됐어. 그 어린 나이부터 지금까지…… 그때 내가 40대 중반이었어. 그날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울었어. (83쪽)

나 역시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왔지만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삼촌의 존재를 알아챌까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 피곤하고 싫다.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 (98쪽)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인을 격리수용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관련 기사에는 “영원한 격리가 답이다”, “저런 사람들은 못 돌아다니게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고 어느 라디오 아침 뉴스 앵커는 “인권이 좀 침해되는 일이 있더라도 정부에서 정신장애인들을 강력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엔딩멘트를 했다.
한 집단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그들의 인권을 ‘좀’ 침해해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사자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더 꽁꽁 숨는 것 외에는 없다. (128쪽)

자신의 몸에 맞는 수준에서 임금 노동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장애인은 도무지 설 곳이 마땅치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일’이라는 접점이 있어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다. 게다가 아픈 몸은 의료비 등 돈이 더 든다. (141쪽)

하늬: 오래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말 되게 오랜만에 들어봐요.
쉴라: 정말이에요. 요즘이 인생에서 제일 여유로운 시기인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자조모임을 가거나 그림을 그려요. 가을에는 그림 단체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개인전도 하고 싶고요. 시간 되면 보러 오세요. (156~157쪽)

그는 인터뷰에 자신이 쓴 시를 같이 실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주로 사람 이름이나 별명으로 시를 짓는다. 사람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지어진 시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유영의 블로그 이름은 ‘시와 함께해요’다. 아래 시에서 밤톨은 유영의 별명이다.
밤하늘이 반짝 빛나는 어느 날의 밤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마다 가까워지는 너를 만나러 가는 길 (169쪽)

희수는 인터뷰 내내 건조한 톤을 유지했다. 형이 범죄를 저지른 이야기, 의사를 포기한 이야기, 집에 장애인이 셋이라는 이야기, 누나가 암으로 일찍 사망한 이야기를 할 때도 덤덤했다. 4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하면서 딱 한 번 그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형과 함께한 어린 시절을 말할 때였다. 가족이 힘든 게 이런 부분이다. 원망만 남은 줄 알았는데 사랑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는 걸 알게 될 때. (177쪽)

과연 삼촌이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증상이 심해지는 건 아닐까. 혹시나 파킨슨병 증상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서 방에 갇히기라도 하면? 걱정이 가지를 치며 뻗어나갔다. 걱정이 많은 나와 엄마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반년 가까이 끌었다. 보다 못한 동생이 나섰다.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일단 독립부터 하고 부족한 건 그때 해결하자.” (206쪽)

치료가 곧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증상이 완화되어도 일상을 꾸려갈 수 없다면 회복은 요원하다. 회복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여기에는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여가를 보내고 건강을 챙기는 등 여러 행위가 포함된다. 이런 것들이 함께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으면 몸만 시설 밖에 있을 뿐이다. (214쪽)

사장님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보며 “아저씨 치매죠?”라고 물었다. 아…… 삼촌이 나이가 들어서 치매 증상으로 보일 수 있구나. 차라리 다행이었다. 정신질환을 언급할 이유도, 이런 저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치매 증상에도 환청과 망상 등이 있다.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치매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현병은 혐오의 대상이다. (216쪽)

삼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다면, 삼촌의 생각이 ‘미쳤다’는 단어 하나로 납작하게 표현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면, 입원 외의 선택지가 더 있다면, 가족이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면, 조현병을 오픈하고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면…… 삼촌의 손상은 지금처럼 심각한 장애는 아니었을 것이다. (225쪽)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한 이야기
조현병은 성별, 국가, 인종과 상관없이 1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유병률이 굉장히 높은 정신질환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약 50만 명의 조현병 당사자가 투병중이라는 의미다. 당사자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조현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의 수는 어림잡아 200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은 다 어디로 갔을까?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조현병 삼촌(아몬드 刊)》이 출간됐다. 저자 이하늬는 지난 10년간 기자로 일하며 정신질환ㆍ장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다. 올해 65세인 그의 삼촌(외삼촌)은 40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삼촌의 병은 가족에게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9쪽)”다. 삼촌의 유일한 형제로 지금까지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해온 엄마는 병을 숨기느라 평생 쌓아올린 거짓말로 내내 괴롭다.
저자가 “세상 물정을 대충 알기 시작할 무렵부터 (…) 말하기를 꺼렸”고 “없는 사람 취급(6쪽)”했던 삼촌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할머니부터 엄마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이어진 오랜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이제는 멈추고 싶어서다. 또 삼촌의 일생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233쪽)”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늦기 전에 삼촌과 가족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틈나는 대로 가족을 인터뷰했다. 오래된 엄마의 일기장과 남매가 서로에게 쓴 편지도 살폈다. 봉인되어 있던 이야기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93쪽)”

‘미쳤다’는 말에 가려진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부터
전문가 인터뷰로 자세하게 알아보는 빈틈없는 조언까지
당사자 가족으로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기자’라는 정체성이 추가됐다. 그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쓴 기획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했고, 책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로도 출간됐다.
이번 책에서 그의 취재력은 특히 빛난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싣기 위해 조현병 당사자 쉴라와 재규어, 동료지원가 유영, 당사자 동생 희수와 당사자 엄마 은영을 인터뷰했다. 그 덕에 세상이 미처 듣지 못했으나 분명 존재해온 그들의 목소리가 투명하고 생생하게 담겼다. 정신과 전문의 3인과 당사자운동을 지지하는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를 인터뷰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도 살뜰히 실었다. 지극히 사적인 기록을, 보편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로 넓게 확장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저자가 정신질환ㆍ장애에 관심이 깊은 이유는 그 역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전작 《나의 F코드 이야기》는 자신의 우울증 투병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몸소 겪으면서 숨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며 낙인을 강화시킬 뿐임을 확인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병, 장애를 오픈할 때 낙인이 더 옅어(234쪽)”질 것이라 믿는다. “낙인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이를 없애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97쪽)”이라는 연구 결과에 기대보기로 했다. 그는 말한다.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97쪽)”라고. 저자는 더 많은 당사자와 가족이 침묵을 깨고 말하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 마중물이 될 것이다.

“환청은 가장 흔한 증상,
망상은 가장 고치기 어려운 증상”
가족이 기댈 곳은 있는가
1장 ‘삼촌은 조현병’에서는 병의 모습을 정확히 알리는 데 집중한다. 조현병 당사자의 발병부터 재발, 입원 과정, 주요 증상 등을 실었다. 삼촌은 24세에 처음 발병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 주기로 재발했다. 책에 따르면 환청은 가장 흔한 증상이고 망상은 가장 고치기 어려운 증상이다. 대체로 담담하게 풀어내지만 2016년 봄, 서울에 올라온 삼촌을 강제입원시킨 뒤 동생과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22쪽)”다는 대목에선 함께 눈물이 맺힌다.
2장에는 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엄마는 동생인 삼촌이 아플 때마다 최선을 다해 돌보았지만 “그 애가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얘기를 입 밖으로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친구나 동료뿐 아니라 친척, 남편, 자식에게까지 숨겼다. 사람들이 동생을 ‘미친놈’ 취급하게 둘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언젠가 완치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는 계속 미뤄졌고 거짓말은 평생에 걸쳐 이어졌다. 책에 따르면 “40년간 해방된 적 없는 마음(81쪽)” 속에 살아온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저자의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4장에 실린 조현병 당사자 가족 희수와 은영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가족이 겪는 고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희수(171쪽)는 서울 소재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나 국가고시를 포기했다. 조현병에 걸려 폭력적으로 변한 형이 혹시 사람을 때리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서였다. 희수 표현에 따르면, 저자의 삼촌이 커피라면 그의 형은 ‘티오피’였다. 은영(178쪽)은 아들의 조현병 음성 증상(감정표현이나 말, 의욕, 청결 관념 등 있어야 할 것이 사라지는 증상)으로 1년 내내 병원을 들락거린다. 은영의 아들은 식욕이 사라지고 잠을 자지 않아 74킬로그램이던 몸무게가 47킬로그램이 된 적이 있다. 은영의 유일한 소원은 ‘아들이 알아서 약을 먹는 것’이다.
저자는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의 물질적ㆍ정서적 지원이 충분하면 “당사자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80쪽)”며, 그렇게 일방적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게도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쉽게 간과한다고 덧붙인다. 가족이 기댈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일하며 살고 싶은 마음
조현병 당사자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
조현병 당사자의 일상은 어떨까? 쉴 새 없이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며 24시간 내내 ‘미쳐’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의 삼촌을 예로 들면, 망상이나 환청 같은 증상이 심하게 올라올 때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에 사로잡히지만 대체로 평범한 일상을 산다.
3장 ‘삼촌의 일상’에서는 당사자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삼촌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입원했을 때는 담배를 잘 주는 사람이 ‘최애’일 정도로 담배도 사랑한다. 10시에서 12시쯤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미수잠(거두어들이지 않은 잠)’을 자고 일어난다. 산책해 도착한 도서관에서 시집이나 소설, 역사책을 읽는다. 몇 년 전 주차관리원으로 ‘처음’ 취업했던 경험도 담겨 있다. 가족들은 모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삼촌은 생각보다 잘 해냈다. 책에 따르면 ‘일’이 정신장애인의 증상을 개선하고 재발 및 입원 가능성을 낮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삼촌은 이 어려운 말을 “사람이 반듯해지는 느낌(137쪽)”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4장에 실린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봐도 남다른 점은 없다. 대학에서 불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쉴라(151쪽)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연극으로 표현한다. 조현병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규어(158쪽)는 조현병과 지적장애를 동시에 앓는다. 엄마와 함께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머릿속 ‘1000명의 태웅이들(환청)’과 싸운다. 태웅이들을 이기고 난 다음에 하고 싶은 일도 ‘청소’다. 일 이외에 하고 싶은 걸 물었더니 ‘친구들이랑 한강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누구나 가질 법한, 소소해서 아름다운 꿈이다. 당사자를 돕는 동료지원가로 활동 중인 유영(164쪽)은 병을 숨길 마음이 없다. 그는 당사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거나(“저도 그 기분 알아요. 혼자가 아니에요”)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병원에 요구하거나 퇴원 후 갈만 한 시설을 알아본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시인’이다. 60세에는 유명한 시인이 되는 게 목표였지만, 더 빨리 시인이 되고 싶다. ‘미쳤다’는 말로 납작하게 표현되어온, 당사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책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인다.

장애는 언제 장애가 되는가
만성 정신질환과 함께 사는 법
당뇨, 고혈압은 대개 만성질환으로 분류된다. 평생 약을 먹고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병인 것이다. 정신질환에도 만성이 있다. 저자의 삼촌이 그렇다. 5장에서는 만성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유의할 점과 필요한 점도 짚는다.
저자의 삼촌은 얼마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187쪽). 만성 조현병의 경우 파킨슨병을 주의해야 한다. 조현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도파민 관련 약을 오래 복용하는 경우 근육 경직이나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나는 일이 흔한데, 조현병과 파킨슨병이 모두 ‘도파민의 작용’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약물의 장단기 부작용을 잘 따져 보고 먹어야 하는 이유다.
가족이 마냥 끼고 사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 입장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처럼 당사자를 ‘무능한 존재’로 만든다.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게 되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삼촌이 집에서 분리, 독립에 성공한 이야기는 그래서 반갑다. 삼촌은 생각보다 잘 지냈고, 엄마와 할머니의 삶의 질도 높였다. 저자는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영원히 오지 않으니, 일단 독립부터(206쪽)”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망상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조현병 당사자의 믿음은 왜 망상이냐(224쪽)”는 가족 자조모임에서 만난 이의 말을 들려주며 ‘장애’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삼촌의 ‘손상’이 심각한 ‘장애’가 된 것은, 어쩌면 삼촌 탓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선택지가 좁은 환경, 조현병을 향한 낙인과 편견 때문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새로울 것 없이 뻔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기에 낡은 질문은 아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하늬

동생 셋과 복작거리며 산다. 이들의 존재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기자로 일했다. 《나의 F코드 이야기》를 썼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를 썼다. 선한 사람이 되는 게 인생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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