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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창문 앞에 서다

고원영 지음
낭독자 강민균
지유서사

2023년 10월 13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11월 17일 출간

총 시간
6시간 22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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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상품 정보
듣기 가능 오디오
제공 언어 한국어
파일 정보 mp3 (874.00MB)
ISBN 979119790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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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창문 앞에 서다 총 3회
1회. 1회차) 낮은 창문 앞에 서다 - 옛길에 빠지다

129분 296.00MB

2회. 2회차) 낮은 창문 앞에 서다 - 글의 창문, 글의 풍경

91분 210.00MB

3회. 3회차) 낮은 창문 앞에 서다 - 광화문으로 가는 일곱 갈래 길

160분 368.00MB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 이 오디오북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2023년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고층 아파트와 유리빌딩들이 내려다보는 거대 도시 서울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굴까. 과거에는 무작정 서울에 상경했다가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나, 어느 때부턴가 서울살이의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해 길바닥에 나앉은 노숙자들이 앞섰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겉보기엔 성공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어느 날 빈 아파트에서 고독사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에서 그를 찾아오는 지인이라고는 구청과 동사무소, 돌봄센터 직원 몇 사람밖에 없다.
‘낮은 창문 앞에 서다’의 저자 고원영은 어떤 지위나 위치에서건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대인이 구축한 촘촘한 질서와 냉정한 사고방식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 옛 골목길을 걷는다고 한다. 일탈에 불과하지만 핼스클럽이나 명상센터에 다녀온 것처럼 가볍고 느슨해진다.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가난과 나태한 삶의 흔적들에게서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토박이인 저자에게는 골목길이 곧 고향인 셈이다. 낮은 지붕, 낮은 대문, 낮은 담장, 낮은 창문…… 낮은 데로 임하는 동안 자연스레 도시에서의 불안과 고독을 씻어내게 된다.
1회차, 옛길에 빠지다


감고당 길
영원한 재귀
궁 속의 궁, 건청궁
장희빈 신주를 모신 칠궁
경복궁 서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궁정동, 무궁화동산
춤추는 언덕길
익선동, 낮은 창문 앞에 서다
문밖에서
공평도시유적전시관(김승옥의 무진기행 풍)
‘송석원’을 찾아서
창경궁 유리온실 이야기
허난설헌의 곡자
귀신사 홀어머니다리
정릉 순례


2회차, 글의 창문, 글의 풍경

글의 창문

봄 외

글의 풍경

토니오 크뢰거-
내버려 둬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좋아지는 순간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뽕짝
태어나줘서 고맙다
설날과 위로
넌 너무 말이 많아
미나리, 잔잔하고도 따뜻한 가족 사랑 이야기
클린트 이스트우드 닮고 싶다
고유정, 2019년과 1933년 사이


3회차, 광화문으로 가는 여섯 갈래 길(실화소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한교훈 씨, 그 오래도록 불편한 기억

◆ 현악기 소리에 빨려가듯 누가 내 곁을 지난다. 어제도, 그제도 봤던, 노란 티셔츠를 입은 여자다. 인현왕후나 명성황후가 여전히 이승을 떠나지 않고 감고당 길을 떠도는 것은 아닐까.
(감고당 길 P19)

◆ 비를 품은 구름이 조만간 유리창으로 다가올 기미다. 빗방울이 흐린 하늘에 떠도는 잠자리 날개를 스치고 떨어지면 우산을 쓰고 골목길로 나서야겠다. 한남권번 출신 박녹주를 찾아 익선동으로 갈 생각이다. 천둥이나 번개가 쳐도 아무런 동요 없이 걸어갈 자신이 있다. 깊은 숙성에 혀가 오므라드는 소주, 오래 묵었지만 가벼워서 멀리 퍼져가는 향,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 소설이 나를 사로잡는다. 요컨대 나는 현재와 더불어 과거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현상을 즐기는 취향이다. 길을 걷다가 내 부주의한 발이 남의 집에서 내놓은 화분을 걷어차도 우연은 아니다. 이미 수백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서울의 골목길에서 벌어졌다. 나는 ‘영원한 재귀(再歸)’를 믿는다.
(영원한 재귀 P25)

◆ 장희빈의 아들 경종은 친모를 옥산부대빈(玉山府大嬪)으로 추존했다. 묘지는 서오릉 내에 있으며 그 이름이 대빈묘(大嬪墓)다. 한때 이 묘는 여성 관람객으로 넘쳤다고 한다. 신랑감이 생긴다는 속설을 믿고 ‘희빈 언니의 기’를 받기 위해 미혼 여성들이 무덤을 돌거나 봉산탈춤을 춘다는 얘기였다. 기혼 여성들도 대빈묘에 와서 소주를 따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뭘까. 장희빈의 기가 워낙 세서 바위로 무덤 위쪽을 눌렀지만, 바위를 뚫고 소나무가 솟아올랐다는 이야기를 믿고?
(장희빈의 신주를 모신 칠궁 P38)

◆ 김유정은 몸이 떠났으되, 마음은 여전히 이승에 머물러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마음이 몸을 불러낸다. 땅에서 일어난 그가 저벅저벅 골목길을 걸어와 박녹주네 창문 앞에 선다. 창문은 늘 굳게 닫혀 있다. 박녹주의 마음이 언제 열릴지 여전히 기약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도 귀신도 쉬이 포기할 수 없도록 사랑의 힘은 강한 것일까. 보아라, 저 창문 안에 누가 살고 있다. 가끔 커튼이 흔들리고, 얘야, 채널 다른 데로 돌려라. 연속극 시작할 시간이야. 사람의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분명히 나는 들었다.
(익선동, 낮은 창문 앞에 서다 P60)

◆ 정선이 그린 송석원시사야회도에서 시인 혹은 묵객이 밤 드리 모여 있던 숲속의 분지라 여긴 곳에서 발길을 멈췄다. 깨어 있는 삶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나와 이능재 거사, 두 사람이 선 자리를 가로막은 집들이 이내 푸른 소나무와 흰 바위가 어우러진 숲으로 변하면서 새들이 울고 시냇물이 흘렀다. 위로는 인왕산이 가까웠고, 아래로는 북악산과 남산 사이에서 한양 도성이 흥청거리고, 성곽 너머 수락산과 관악산은 구름을 끼고 어디론가 떠가고 있다.
(‘송석원’을 찾아서 P82)

◆ 곡은 느리고 긴 계면조지만 리듬을 지닌다. 광릉 땅 오누이 무덤 앞에서 넋이라도 어울려 놀라며 허난설헌의 곡은 리듬을 탔으며, 리듬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듯 뱃속의 아이마저 무사하지 못하리라고 절망을 노래한다. 어찌 잘 크기를 바라냐고 한탄하는 구절에 이르러선, 희망을 버렸다기보다 불행을 완성하려고 허난설헌이 시를 쓰지 않았는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허난설헌의 곡자 P94)

◆ 아, 난감함! 우리 삶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때마다 선택이란 게 쉽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이윽고 눈을 뜨고 어디론가 가야 했지만, 대개는 본능이 부르는 곳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홀어머니는 한밤중에 개울을 건넌 그 뜨거움으로, 그 솔직한 욕망으로 색계와 무색계,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웠다. 그러자 이쪽과 저쪽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귀신사 홀어머니 다리 P105)

◆ 누군가는 오천 년 묵은 원한을 복수하러 여자들이 요즘 태어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무협지 대사처럼 복수는 복수를 불러오고…… 용서를 묵살하고 믹서기로 갈아버린다면 이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했다는 아주 미미한 흔적만 남겨 놓고 사라질 것이다. 뼈 몇 조각만 남은 고유정의 전 남편처럼.
(고유정, 2013년과 1933년 사이 P112)

◆ 그러나 한 작가가 성실한 삶을 다짐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가혹한 운명의 진실을 발견한다면 글을 쓰는, 써야 하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와 맞닥뜨리게 된다. 참된 글쓰기란 실로 자신의 불행을 직시할 때에만 그 자격이 주어지니, 작가란 불행을 토대로 다만 성실하게 글을 쓸 뿐이라는 게 토마스 만의 전언이다.
(토니오 크뢰거 P156)

◆ 대학병원에 가면 대부분 의사가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는 곧장 모니터에 눈길을 박는다. 증상을 설명하는 동안 환자와 눈을 맞대는 의사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암을 선고할 때도 그런 태도이리라 여겨진다. 그런 그들도 막상 자신이 암에 걸렸음을 알았을 때는 당혹감을 느낀다고 한다. 평소 환자를 이해하는 데 소홀한 의사였으므로 그 충격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내버려 둬 P161)

◆ 나뿐 아니라 옳고 그름만을 판단하느라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사람이 적지 않다. 이해보다는 대립이 더 익숙한 습관이 돼버렸다. 사람들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건 어쩌면 습관 때문인지도 모른다. 관행에 안주하느라 개혁을 망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상대를 패배시키려면 더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입술이 메마르기도 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글은 아마도 그러한 사람들에게 세계의 불확실성을 보여줌으로써 휴식을 주지 않을까.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예예찬 P178)

◆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극을 꾸민 박찬욱 감독도 이 대목에 이르러선 주춤거린다. 모든 악덕을 희화화(戱畵化)하는데 이바지해온 최면을 마지막 장면으로 도입하면서 도덕성 비난의 창끝에서 비켜선다. 만사형통이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뉴질랜드에서의 최면은 효력을 상실한다. 눈 덮힌 들판에서의 최면을 눈 부신 햇살이 반사해선가? 아니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을 모든 끔찍한 복수를 체험한 사내는 최면마저 통하지 않을 좀비나 강시로 변신해버려선가?
(넌 너무 말이 많아 P190)

◆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 덜 늙었지만 나 또한 계속 늙어가고 있다. 나의 늙음은 그의 늙음에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다. 나의 젊음도 그의 젊음에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얼굴을 구성하는 이목구비부터 열악했다. 그를 닮기란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그와 함께 늙어가면서 변함없이 그를 동경하는 것이 나의 위안이다. 그가 간직한 소년의 힘을 조금이라도 얻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망각에 대항하는 강력한 항체인 소년의 힘을 내게 이식하고서 주문을 외우고 싶다. 자라거라, 자라거라……,(Let It Grow, Let It Grow)
(클린트 이스트우드 닮고 싶다 P194)

◆ 광화문은 세종문화회관이나 교보문고가 있는 문화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광포한 태극기부대에 지배당했다. 마치 임오군란을 눈앞에 보는 느낌이었다. 민비가 장호원으로 도망쳐 서울이 진공 상태에 빠졌을 때 광화문 거리를 휩쓸고 다닌 조선 말 구식군대처럼 태극기부대는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찻길을 막았고 거리로 난 창문을 꼭꼭 닫아버리게 했다. 교보문고가 있는 빌딩 지하에 가면 책을 사러 온 시민들이 피난민처럼 어두워 보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점령군에게 지상을 빼앗긴 그들은 항전을 포기하고 무기력하게도 책을 읽고만 있었다.
(광화문으로 가는 일곱 갈래길 P203)

◆ 일상에서 집요하게 반복된 독재 권력의 가르침이 어찌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공화당 어떤 당원이 국민교육헌장을 당의 정책으로 삼자고 건의했다는 말에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단지를 거행한 애국아저씨와 고등학생이 사라진 자리에 어쩌면 태극기부대가 등장했는지 모른다. 그들은 다른 차원의 이벤트를 선보이지만, 결국은 반공·멸공의 붉은 혈서에 버금가는 ‘빨갱이 타도’ 발언으로 마무리한다.
(광화문으로 가는 일곱 갈래길 P227)

◆ 이승만을 욕하는 건 목숨을 걸고 공산주의와 싸운 자신들에 대한 모독이고, 박정희를 욕하는 건 피땀 흘려 이룩한 산업화에 대한 경멸 아닌가. 인생을 통째로 도둑맞은 기분이다. 너희 젊은것들이 뭘 아느냐. 우리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겨운 시대를 이겨냈는데!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했고,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했던 이분법의 시대였다. 모든 것을 선과 악의 구도로 보았다. 미국은 우방이고 중국은 적국이다. “성조기를 왜 들고 다니냐고 비판하는데, 간단해요. 미국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야. 미국이 아니었다면 우린 벌써 빨갱이 나라가 돼버렸을 거야. 여러분들 누리는 자유는 미국 덕분이란 사실을 알아야 해.”
(광화문으로 가는 일곱 갈래길 P256)

◆ “나는 학도호국단장 한교훈이다.”
우리는 그의 위용에 눌려 죄지은 자처럼 눈을 내리깔아야 했다. 교실이 어항 속에 빠져버렸다. 교실에 놓인 화분조차 이파리가 시들해졌다. 산소마스크도 없이 학생들은 교실에서 숨 가쁘게 적막한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교훈은 1학년 모든 교실을 돌았다고 한다. 모두 15개 반을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돌았으니, 그 작업을 완수하느라 이삼일은 걸렸으리라 추측한다. 우리들 머리 위로 한교훈의 근엄한 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이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해왔던 기나긴 훈시를 한교훈이 대신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계엄령이나 긴급조치 발령을 알리는 공영방송국 아나운서의 중저음과 비슷했다.
(광화문으로 가는 일곱 갈래길 P286)

- ‘낮은 창문 앞에 서다’를 쓴 배경은?
무엇이 행복일까. 손바닥에 스마트 폰을 올려놓고 세상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보지만, 행복은 어디서든 깜깜무소식이다. 저 유리빌딩은 양보를 모르는 사고방식만큼이나 차갑고, 저 아파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언어를 빼닮아 숨 막히게 촘촘하구나.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가 천착해온 모습 아닌가. 그 모습에 고통을 느낀다면 자신들이 구축한 현대 문명에 오히려 버림을 받은 꼴이다. 잘 구획된 도시, 깔끔한 거리 위에서 통증처럼 고독을 호소하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세계 최고의 이혼율,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노숙자,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는 고독사……. 어디서부터가 잘못일까. 저자 고원영은 2019년에 쓴 에쎄이 ‘골목길 카프카’에서 이미 말했다. “그 옛날 가난했던 골목길에서도 분명히 행복은 있었다.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종류의 행복이었다.”
이제 저자는 그 지향점으로 더 먼 곳을 바라본다. 그곳은 서울토박이면서 이방인처럼 거대 도시 서울을 방황해온 저자가 늘 부재한다고 여긴 ‘고향’이다.

- 저자가 골목길을 지나 더 먼 과거에서 찾아낸 고향이란 무엇인가?
명절 때면 으레 자동차들로 꽉 막힌 고속도로, 그 정체된 시간을 통과해서 고향의 북적거림에 합류하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저자는 의문을 품었다. 내겐 왜 고향이 없지?
오래전부터 저자는 그 부재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종로 센트로폴리스 곁을 지나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발견했다. 2015년 공평빌딩을 헐고 터파기하다가 발굴된 16세기 조선시대 유물과 유적을 보전하느라 센트로폴리스 지하에 유적전시관이 들어선 것이었다. 옛 골목길과 집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기서 저자는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저자는 생각했다. 서울 사람의 고향은 바로 서울의 땅속이 아닐까.
고층 아파트와 유리건물이 내려다보는 서울의 땅, 그 땅속으로 들어가면 멀리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남경(南京), 조선을 개국하면서 새로이 천도된 한양(漢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다 일본에 합병된 대한제국의 흔적이 남아있다. 땅 위에서는 빠르게 흔적 지우기가 진행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괄의 난과 임오군란으로 이어진 전란 때문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의 의도적인 흔적 지우기, 산업화와 천박한 자본주의로 인한 흔적 지우기가 조상과 후손의 간격을 멀리 떼어놓았다. 서울 사람들 모두가 소유했던 피맛골을 지워버리고 단지 기억으로만 희미하게 남도록 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센트로폴리스 지하전시관에서 저자는 작은 깨달음이 왔다고 썼다. 고향이란 명절날 고속도로를 지나야 접근할 수 있는 세계지만, 시간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 세계라는 것을. 저자는 말한다. “어떤 사람은 고향에 가기 위해 고속도로 위에서 공간적 거리를 좁히려 애를 쓴다. 나는 시간을 좁히고자 한다. 역사적 상상력까진 어렵겠지만, 내 소소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려고 한다. 단지 서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서울을 증언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

- 저자가 광화문 태극기부대의 소요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한 까닭은 무엇인가?

저자가 북촌에 거주하면서 본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태극기부대’의 시위였기 때문이다. 단순한 시위라기보다 소요에 가까웠다. 정치 1번지 광화문에서 수만 명이 몰려와 조직적이고도 가열차게 문재인 정권에 항의한 것은 정권의 잘, 잘못과 좌우 이념을 떠나 누군가 기록해야 할, 의무 아닌 의무이다. 언론을 통해 수없이 보도됐지만, 광화문 태극기부대를 시민의 시선으로 기록할 필요도 있다. 좌우로 갈라진 지 오래인 우리나라 언론이 이념 위에 사실을 올려놓고, 지극히 편향된 보도를 일삼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요 현장에서 한 전직 군인으로부터 ‘중도란 없다. 자유민주주의냐, 빨갱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일갈을 들은 것도 저자 고원영이 300매에 가까운 실화소설을 쓰게 된 배경이다. 여느 소설과 달리 등장인물 모두 저자가 경험한 실제 인물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원영

고원영은 대학에서 문학을, 길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여러 산문집에 빠짐없이 사진이 들어가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불교순례길을 바탕으로 불교계 방송과 신문에 출연하거나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공모에 여러 차례 선정돼 꾸준히 창작집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음악 에세이 '별에게로의 망명'을 쓰고 있다.



고원영의 저서는, 600년 고도 서울의 골목길과 집터를 산책하면서 느끼는 부재를 기록한 '낮은 창문 앞에 서다(2020년), 6·25 전쟁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한 저격능선 전투를 통해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위험을 암시한 장편소설 '나뭇잎 묘지(2020년), 베이비부머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해 현재를 성찰한 ‘골목길 카프카(2019년)’, 오랜 답사를 통해 우리나라 불교 순례길을 꼽아본 ‘저 절로 가는 길(2015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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