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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엽, 한 여성의 실존적 삶과 불교철학

박진영 지음 | 김훈 옮김
김영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3년 10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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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03MB)
ISBN 9788934909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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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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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의 한국 근현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김일엽 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평전 형식의 연구서인 이 책은 김일엽문화재단의 후원과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진영 교수의 11년간의 원력,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미국에서 영문으로 먼저 출간되어 화제가 된 후 이번에 번역, 출간되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하여 자유주의 페미니즘 운동을 펼쳤던 작가이자 언론인인 김일엽(1896-1971)은 성차별과 존재의 아픔, 삶의 고충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 불교를 탐구하는 길로 나아갔다. 이 여정에서, 김일엽은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인간이란 무엇이며, 존재의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를 묻는 실존적 질문에 대한 답을 치열하게 구하였다.

신여성으로서, 또한 승려로서 김일엽이 제기한 여러 질문은, 김일엽이라는 한 개인에게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들은 오늘날 불교철학자들과 비교철학자들 역시 실존적 ‘삶의 철학life philosophy’이라는 범주 안에서 다루고 있다. 파란만장한 김일엽의 삶과 철학을 통해, 여성이 철학, 특히 불교철학을 접하는 방식이 남성적 철학 사유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을 흥미롭게 짚어낸다.
한국어판 서문 ㆍ 5
머리말 ㆍ 12
여성과 불교철학 | 삶의 경험, 불교철학과 동서 비교철학 | 책의 구조와 내용 요약

제1부
1장 빛과 어둠 사이(1896-1920) ㆍ 47
동생아, 오 나의 동생아 ㆍ 49
어린 시절의 기억 | 죽음의 그늘 속에서
일엽, 한국의 히구치 이치요 ㆍ 66
신여성이 되다 | 신여성, 현대 여성, 경박한 여성

2장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1918-1927) ㆍ 77
신여성: 그들의 삶과 죽음 ㆍ 79
구식 결혼과 신식 결혼 | 성실성과 여성의 정체성 | 어떤 주장: 라훌라의 사모곡 | 내가 남자였다면 | 정조론과 한국의 여성 | 신 정조론 | 여성 화가와 여성 작가의 이야기: 나혜석과 김명순 | 하나가 아닌 사랑
문제는 이 몸이다: 세이토와 깁슨 걸 ㆍ 122
신여성들은 누구였는가? | 히라쓰카 라이초, 세이토샤와 일본의 신여성들 | 미국의 신여성과 깁슨 걸

3장 반항의 의미와 무의미(1924-1927) ㆍ 141
결혼의 윤리, 자유의 윤리 ㆍ 143
엘렌 케이, 사랑과 결혼을 위한 사회진화론 | 신여성들과 그들의 이상
낡은 개인주의와 새로운 개인주의 ㆍ 156
낡은 개인주의, 집단의식, 사회적 강압 | 신 개인주의, 망명 그리고 자아 찾기 | 신 개인주의와 사회주의: 임노월

제2부
4장 나를 잃어버린 나(1927-1935) ㆍ 173
불교와의 만남 ㆍ 175
목사의 딸, 불교를 만나다 | 근대 한국의 불교개혁운동 | 엘리트 승려에게 불교를 배우다: 김일엽과 백성욱 | 삶을 위한 용기 혹은 불도를 닦으며
김일엽과 한국의 선불교 ㆍ 194
한국불교 이야기 | 한국 선불교: 화두 참선 혹은 질문하는 참선법 |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자: 경허 성우 | 근대 한국의 비구니

5장 화해의 시간: 어느 수도인의 회상(1955-1960) ㆍ 219
김일엽의 불교 ㆍ 221
모순 혹은 존재의 원리 | 나를 찾아서 | 불교, 문화, 창의성
선악을 넘어서: 기독교에 대한 회상 ㆍ 261
종교 그리고 무지한 종교 수행의 문제점 | 하나님과 부처 | 법화경, 영원한 부처와 방편
김일엽과 종교철학 ㆍ 280
철학과 종교를 정의하다: 이노우에 엔료 | 참회와 무無: 다나베 하지메 | 무와 자아의 변환

6장 여행의 끝에서: 행과 불행 사이(1960-1971) ㆍ 297
비판자들: 성聖과 속俗의 중간에서 ㆍ 299
선불교의 사회참여는 가능한가? | 근대 한국불교의 사회참여: 만해 한용운 | 민중불교 | 불교와 여성운동 | 세속 시대에 왜 성스러움을 갈망하는가?
생명, 누구도 없앨 수 없는 존재의 근원 ㆍ 324
삶을 새기다: 사랑 이야기 | 죽음을 향한 사랑: 윤심덕과 나혜석 | 여행의 끝에서

7장 살아낸 삶: 여성과 불교철학 ㆍ 353
글쓰기와 불교 수행, 의미의 생산 ㆍ 355
경험과 서사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 배제의 논리 ㆍ 364
여성과 불교철학 ㆍ 374

미주 ㆍ 381
참고문헌 ㆍ 426
김일엽 작품 | 자료 | 외국어 자료
찾아보기 ㆍ 462

부유한 일본 가문의 상속자 오타 세이조와 한국 여성 김일엽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태신의 자전적 이야기에 따르면, 김태신은 도쿄에 있는, 오타 세이조의 친구 신토 아라키아의 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김일엽은 자신이 그와 결혼할 수 없으며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전하는 편지 한 통과 함께 갓난아기를 오타 세이조에게 맡기고 떠났다.
자신이 일엽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김태신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다. 하지만 그가 일엽의 아들이든 아니든, 김태신의 책은 사실에 입각한 책이라기보다 김일엽의 삶에 관한 허구적인 초상에 가깝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그 책이 전하는 일엽의 삶에 관해 정보 역시 오류로 점철되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음에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p.91, 「2장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중에서

‘김일엽 평전’ 형식의 이 책은 그녀의 삶에서 일어난 각각의 사건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사건과 사건의 배경에 있는 사상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에도 역시 중점을 두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김일엽에 ‘대한’ 책인 동시에, 독자가 김일엽과 ‘함께’ 생각해보기를 원하는 실험적 글쓰기이기도 하다. p.14, 「머리말」 중에서

작가, 신여성, 승려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서 일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구자들은 일엽이 출가하기 전의 삶과 그 후의 삶이 전혀 다른 별개의 삶이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그 두 삶이 좀 더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필자는 이미 출판된 몇 편의 논문에서 일엽의 생애의 두 국면이 일관된 주제, 곧 ‘자유의 추구’라는 주제를 드러낸다고 주장해왔다. 출가하기 전 김일엽은 사회가 그녀에게 부과한 여성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에서 자유를 추구했고, 출가한 뒤의 김일엽은 인간 존재의 한계에서 자유를 추구했다. pp.176-177, 「4장 나를 잃어버린 나」 중에서

일엽은 출가 당시를 돌아보면서, 그때 자신이 매우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절박함을 “살고 보자!”라고 표현했다. 경허가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 죽음의 실상과 직면했을 때 실존적인 위기와 절박한 심정을 경험한 것처럼 일엽도 출가 당시 삶과 인간 존재의 의미에 관해 막다른 상황과 직면하고 있었다.
그때 일엽의 스승 만공은 그녀에게 “세상을 버리고 산에 들어와서 하는 공부는 ‘먼저 살고 보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공의 이러한 가르침은 일엽의 위기의식을 더욱 증가시켰다. 당시 만공이 불교 수행의 근본이라고 말한 실존적인 절박함은 일엽의 마음 깊이 다가왔을 것이다. pp.241-242, 「5장 화해의 시간」 중에서

일엽이 사회운동가이자 지식인에서 종교 사상가이자 수행자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을 때, 사상의 주요 관심사도 역시 변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신여성으로 활동했을 때 그녀는 삶의 사회적 차원에 관심을 집중했다. 종교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녀는 존재의 의미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일엽의 생각은 존재의 실존적 현실 속으로 깊이 파고들면서, 세상 모든 존재 속에 두루 스며 있는 생명력에 초점을 맞췄다. p.340, 「6장 여행의 끝에서」 중에서

신여성으로서 일엽은 신여성들이 사회의 남녀차별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 사람들을 일깨워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엽은 또 여성들이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 변화를 이루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도 있게 주장했다.
출가자가 된 일엽은 이런 책임의 범위를 실존적인 영역으로 확대해, 한 인간의 최우선적이고 근본적인 의무는 그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일엽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 우리가 우리 존재의 본질, 생명의 하나 됨, 공개념의 자각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 때, 우리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일엽은 말한다. p.350, 「6장 여행의 끝에서」 중에서

일엽이 책을 출판한 1960년경 일엽은 이미 잘 알려진, 영향력 있는 선사였다. 그러한 일엽이 불교를 알리기 위해 책을 쓰는 일은 당연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왜 불교에 관한 글을 쓰면서 아버지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 식구들의 죽음, 자신이 겪은 외로움의 고통, 과거에 로맨틱한 관계를 맺은 연인들과의 내면적 이야기 등 자기 삶의 세세한 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글을 쓴 것일까?
《어느 수도인의 회상》 서문에서 일엽은 당시 사람들이 종교나 진지한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섞어서 글을 썼다고 말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녀의 표현대로 “비빔밥” 같은 글을 쓴 것이다. 일엽이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본 이유가 꼭 이것 하나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일엽의 생애와 철학이라는 서술 행위를 통해, 그리고 좀 더 넓게 보아서는 우리가 삶의 경험을 철학의 의미 부여 행위와 연결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의미의 층들을 발견하게 된다. p.363, 「7장 살아낸 삶」 중에서

일엽에게 텍스트는 자기 자신의 삶의 이야기였다. 일엽이 쓴 세 권의 책을 모두 지배하는 형식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혹은 ‘이야기하기’는, 철학이 우리 일상의 경험에 내재된 것임을 입증하는 그녀 나름의 방식이었다. 세 권의 책 속에 담긴 자전적인 글쓰기는 일엽이 자기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고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 일이 일어난 맥락으로 되돌려서 인간화하려는 시도이다. 자서전적 글쓰기는, 삶에서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는 당사자도 분명히 그 의미를 알지 못했을 이야기를 사건의 맥락으로 되돌려줌으로써 당사자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자기 삶과 만나도록 한다. p.373, 「7장 살아낸 삶」 중에서

격변의 시대, 구습을 깨고 추구했던 걸림 없는 자유의 길
청춘을 불사르며 자아를 찾아 삶을 개척한 그 생애와 사상을 만나다

19세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등장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이른바 신여성(新女性)이 등장하였다. 당시, 1세대 자유주의 신여성을 대표하는 세 명의 여성이 있었다. 여성 문제를 다룬 한국 최초의 잡지 〈신여자〉를 창간한 언론인이자 작가인 김일엽과 서구식 그림을 그린 한국 최초의 여류화가 나혜석 그리고 현대적인 글쓰기와 연기로 성공한 한국 최초의 작가 김명순이 그들이었다.
김일엽은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서 용감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한 대표적인 신여성이었으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1933년 수덕사로 출가하여 구도자의 길을 걷는 승려가 되었다.
신여성과 승려라는, 두 가지 삶의 모습이 항상 자연스럽게 이해된 것은 아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두 모습을 아무 관련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불교에 귀의한 김일엽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이라고도 주장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김일엽이 출가하면서 여성 문제에 대한 참여를 포기했고, 이전에 추구하던 신여성의 사명을 배반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저자 박진영 교수는 김일엽의 삶의 두 국면, 즉 작가이자 여성운동가로서 김일엽과 승려로서 김일엽은 “자아와 자유에 대한 끈질긴 추구”라는 한 가지 일관된 주제를 보여준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입증한다.
박진영 교수는 김일엽의 글에서 다양한 문제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발견하였고, 그 주제를 “자아와 자유”의 추구라고 정의했다. 신여성으로서 김일엽의 자아와 자유의 추구는 그녀가 사회운동가의 길을 걷도록 만들었다. 신여성 김일엽은 자아와 자유의 추구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김일엽은 곧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더 근본적인 원인에 눈길을 돌렸고, 불교와 만나며 삶의 실존적 차원을 탐구했다.


김일엽 스님의 생애와 구도행을 조명한 최초의 철학적 평전,
경험철학과 종교철학 사이의 풍부한 대화를 이끌어내다

이 책은 전체 7개 장을 크게 1부(1~3장)와 2부(4~7장)로 나눈다. 1부는 김일엽이 1933년에 출가하기 전까지 생애를 다루었다. 김일엽은 기독교 신자인 부모 아래서 태어나 한국과 일본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런 성장 과정을 거쳐 그녀는 신여성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에 속하는 인물이 되었다. 김일엽은 문학잡지를 비롯해 나중에는 불교신문에도 글을 기고했다. 그 과정에서 점차 기독교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백성욱 박사의 영향을 크게 받아 불교 수행을 시작하였다. 1부에서는 주로 문학비평, 여성학, 역사, 동양학 연구의 렌즈를 통해서 김일엽의 작품을 살펴보고 김일엽의 삶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1장 ‘빛과 어둠 사이(1896-1920)’는 김일엽의 어린 시절과 청춘기를 다루었다. 이 시기 김일엽은 한국의 진보적 여성들과 20세기 한국 사회 전체에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다. 작가이자 이야기꾼으로서 탁월한 소통 능력을 지닌 김일엽은 20세기 초 성평등을 요구하는 진보적인 신여성 운동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에 있던 한국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쳤다.

2장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1918-1927)’은 당시 한국에서 특히 유명한 신여성이면서 자유주의자이던 세 명의 여성, 즉 김일엽, 나혜석, 김명순의 삶을 제시하고, 당시의 대중이 그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본다. 또한 그들의 공동 목표와 활동을 세계적인 신여성 운동의 맥락에서도 고찰한다.

3장 ‘반항의 의미와 무의미(1924-1927)’는 김일엽이 사회적 반란에서 실존적 불교로 넘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김일엽의 삶의 두 국면, 즉 작가이자 여성운동가로서 김일엽과 승려로서 김일엽은 한 가지 일관된 주제를 보여준다. 바로 자유에 대한 끈질긴 추구이다. 김일엽이 출가한 뒤 30년에 가까운 침묵을 깨고 펴낸 《어느 수도인의 회상》(1960)은 이러한 추구의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2부(4~7장)는 김일엽이 출가한 1933년부터 사망한 1971년까지의 생애를 다룬다. 수덕사로 출가한 김일엽은 한국 비구니계의 대표적 인물이 되었다. 김일엽은 출가한 이후 20년 동안, 스승 만공(滿空) 선사의 가르침에 따라 펜을 들지 않았다. 1960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문학계로 돌아와 자신의 삶과 불교철학에 관한 세 권의 책을 썼다. 2부에서는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철학이자 종교로서 김일엽의 불교에 관해 다룬다.

4장 ‘나를 잃어버린 나(1927-1935)’는 적극적인 사회운동가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 사상가로 변모하는 김일엽의 여정을 담았다. 김일엽이 불교를 처음 접한 것은 그녀가 만공 선사의 법문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무렵 김일엽은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도록 도와준 두 사람, 즉 〈불교신문〉 사장 백성욱白性郁과 월간지 〈불교〉에서 일하는 재가승在家僧 하윤실河允實을 만났다. 백성욱은 불교에 지식이 깊은 엘리트로, 김일엽이 불교철학의 핵심 원리와 종교로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하게 하고, 불교를 기독교와 비교하면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5장 ‘화해의 시간: 어느 수도인의 회상(1955-1960)’은 《어느 수도인의 회상》(1960)에 나타나는 김일엽의 불교관을 다룬다. 김일엽은 자아를 ‘소아小我’와 ‘대아大我’를 구분하고, ‘대아’를 ‘무아無我’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김일엽은 ‘대아’의 개념을 통해 여성과 남성 같은 성적 정체성을 비롯한 사회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정체성에서 우리가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김일엽은 불교의 세계관을 ‘창조성’과 ‘문화’라는 용어로 특징지었다. 김일엽은 부처를 ‘위대한 문화인’으로 정의했고, 출가자의 수행을 문화인이 되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6장 ‘여행의 끝: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1960-1971)’는 김일엽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응답하고, 불교와 사회의 관계, 성聖과 속俗의 관계를 살펴본다. 또한 저자는 김일엽 특유의 철학적 사유 방식이 어떻게 ‘서사 철학’으로 나타나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김일엽에게 글쓰기는 여성 문제에 참여하고, 우리의 삶과 존재를 기억하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김일엽의 마지막 책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1964)는 여성들의 삶과 투쟁, 불교의 가르침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7장 ‘살아낸 삶: 여성과 불교철학’은 ‘여성과 불교철학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여성과 불교철학의 관계와 김일엽의 불교를 설명할 만한 철학적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답한다. 답변을 통해 젠더, 내러티브(서사), 불교, 철학, 의미 창조가 한데 어우러진 김일엽의 삶이 남긴 유산에 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부여한다.

김일엽의 삶과 철학을 통해 우리는 여성들이 어떻게 불교를 만나고 또한 철학을 만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김일엽의 철학을 ‘서사 철학’과 ‘삶의 철학’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여성의 철학과 불교철학은 ‘철학하기’의 또 다른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길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사유와 존재 방식에, 그리고 이런 방식들을 표현하는 체계화된 틀로서 우리가 철학이라고 부르는 학문 속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에 민감한 ‘철학하기’를 만나게 된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진영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종교학회American Academy of Religion 회장에 선출된,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철학·종교학과 교수이자 학과장. 북미한국철학회 회장이며, 동양철학 및 비교철학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동아시아 선불교와 화엄불교, 근대 한국 불교철학, 여성 철학, 동서비교철학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폭력과 비폭력, 주변성marginality의 철학 등을 통해, 서구 중심, 남성 중심주의 철학에 제동을 걸고, 비서구철학, 여성철학, 주변인의 철학의 모습을 그려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회, 정치 사상을 탐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Women and Buddhist Philosophy》 《Buddhism and Postmodernity》 《Makers of Modern Korean Buddhism》 《Buddhisms and Deconstructions》 등이 있고, 역서로 《어느 수도인의 회상》을 영역한 《Reflections of a Zen Buddhist Nun》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번역 김훈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빈방〉으로 당선. 옮긴 책으로 《희박한 공기 속으로》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세상 끝 천 개의 얼굴》 《성난 물소 놓아주기》 《그런 깨달음은 없다》 《모든 것의 목격자》 《켄 윌버, 진실 없는 진실의 시대》 《늘 깨어나는 지금》 외 100여 권이 있다. 현재 부여에서 번역 작업을 하면서 파트타임 농부로 지속 가능한 자연생태 농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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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김일엽, 한 여성의 실존적 삶과 불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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