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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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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지음 | 진형준 옮김
살림

2023년 07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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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84MB)
ISBN 9788952247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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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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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지닌 동물적 본능과 기질을 중심으로 엮은 자연주의 문학의 정수
육체적 욕망, 기질, 신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로서의 인물들을 그려냈다

주인공 제르베즈는 튼튼한 몸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후 자기 침대에서 죽기를 원하는, 소박한 여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태해지고 술에 빠져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졸라는 그녀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과학자의 눈으로 관찰해 묘사했다. 인간적 의지를 가진 인물이 아니라 동물적 본능에 따라 육체적 욕망, 기질, 신경의 지배를 받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동물로서의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의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에밀 졸라는 자신이 주창한 자연주의 문학론에 입각해서 총 20권의 ‘루공-마카르’ 총서를 20년에 걸쳐 썼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자가 루공가의 남자와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과 마카르가의 남자와 재혼하여 낳은 자식들의 후손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이 총서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 하에 살아가는 자손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목로주점』은 그중 일곱 번째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제르베즈는 마카르가의 자손이다. 『목로주점』은 슬프고 처절한 소설이다.
예쁘고 착하고 부지런한 제르베즈가 나태에 빠지게 되고, 알코올 중독으로 몰락하여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이 소설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그녀가 그렇게 몰락하게 되는 계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일을 하던 중 지붕에서 추락해 다친 후 타락의 길을 걷는 남편 쿠포, 그녀를 버리고 달아났다가 다시 나타나 그녀의 몰락을 부추기는 몰염치한 랑티에 등을 원인으로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영향은 간접적이다. 사실은 제르베즈 자신이 게을러졌고, 빚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식도락에 빠져 돈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부지런하던 여자가 느닷없이 대책 없는 여자가 된 것이다. 마치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것 같다.
바로 유전자적 운명이다. 제르베즈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녀의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알코올 중독자이며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난폭한 사람들이었다. 그 유전적 특질이 마치 만유인력처럼 고유의 법칙을 가지고 한 인간을 지배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 유전적 법칙의 지배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에밀 졸라가 이런 엄격한 자세로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면서, 그들의 욕망, 희망, 고통을 바로 그들의 언어로 그려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소중하다.
그는 인간이라는 유기적 생명체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연과학자의 눈으로 연구해보기 위해 소설을 썼다. 관찰과 실험에 입각해 출발한 그의 소설은 역으로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로 만들었고, 사회지도층의 이기적 욕심과 편견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중요한 소설이 되었다.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목로주점』을 찾아서

그녀는 밖을 내다보았다. 작열하는 태양과 한낮의 노동으로 달궈진 거리의 포석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이글거리는 거리의 열기 속에 그녀는 어린 자식들과 함께 내던져진 것이다. 그녀는 거리 양쪽 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 자신의 삶이 그 양쪽 끝, 즉 도살장과 병원 사이에 갇힌 채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_25쪽

“그래요. 누구나 튼튼한 몸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후에 자기 침대에서 죽기를 원하죠. 나도 그러고 싶어요.”_30쪽

“귀염둥이 아줌마, 당신이라고 죽지 않을 수는 없어. 당신도 빨리 가고 싶어질 때가 있을 거라고. 그렇고말고, 저 지하로 데려다주면 고마워할 여자들을 내가 여럿 알고 있지.”
로리외 부부가 그를 데려가려고 팔을 잡자 그가 고개를 돌리더니 딸꾹질을 하면서 덧붙였다.
“사람이란, 죽으면……. 그래…… 죽으면 다 그만인 거야.” _59쪽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대개 제르베즈를 좋아했다. 빵가게 주인도, 푸줏간 주인도, 식료품 가게 주인도 그녀가 셈이 정확하고, 불평도 하지 않는 단골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거리를 걸어가면 모두가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마치 자기 집 안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했고, 자기 집이 구트도르 거리 전체로 뻗어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_87쪽

그녀는 점차 살이 쪘고 이런저런 유혹에 굴복한 채, 더 이상 미래를 염려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무사태평이 된 것이었다. ‘할 수 없지 뭐야. 돈이란 돌고 돌게 돼 있잖아. 쌓아두면 녹이 슬 뿐이야.’ _93쪽

온 동네가 자기를 비난하고 있었지만 제르베즈는 졸린 듯한 표정으로 태평스럽게 지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도 자신이 더러운 년이라고, 죄인이라고 스스로를 혐오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서서히 익숙해져 갔다. 게으름이 그녀를 둔감하게 만들었고, 세상 모든 일에 대해 관대하게 만들었다. ‘골치 아프게 생각할 거 뭐 있어? 그냥 이대로 사는 거지 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아. 잘못하면 벌을 받기 마련인데, 그냥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잖아.’ _133쪽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놈의 배고픔에 익숙해진 인간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제르베즈는 그게 실망스러웠다. 남들이 더럽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배고픔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거리로 나가 닥치는 대로 음식을 구해 먹었다. 어쩌다 약간의 돈이 생기면 거무튀튀하게 변한 싸구려 고기를 사서 감자와 함께 끓여 먹었다. 싸구려 식당에서 음식 찌꺼기를 구걸해 먹었고, 심지어 이른 새벽 개들과 함께 쓰레기통을 뒤졌다. 그렇다! 그녀는 그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_162~163쪽

‘조용히 일하고, 깨끗한 집을 갖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매를 맞지 않고 지내고, 자기 침대에 누워 죽는 것! 그래,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생각이었어. 뭐 하나 이루어진 게 없잖아. 더 이상 먹을 것도 없고, 자기는 일도 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있잖아. 딸년은 화냥년이 되었고, 술주정뱅이 남편은 나를 두들겨 패고……. 이제 남은 일은 길바닥에 쓰러져 죽는 일뿐이지. 예전에 어떻게 감히 하느님께 3,000프랑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을까? 사람들에게 존경받게 해달라고 빌었을까? 아! 인생이란 그런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빈털터리가 되는 거야. 그게 사람의 운명이야.’ _172~173쪽

작가정보

저자(글) 에밀 졸라

에밀 졸라 Émile Zola (1840~1902)
에밀 졸라는 1840년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토목기사였던 아버지의 사업 관계로 18세까지의 유년기를 남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에서 지냈다.
자연주의 문학 이론을 담은 『실험소설론』을 발표한 것은 그가 40세 되던 해인 1880년이었다. 하지만 1868년 28세 때 『테레즈 라캥』을 발표할 때부터 그는 이미 자연주의 작가였다. 『테레즈 라캥』은 당시 불륜과 살인, 하층민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이후 수차례 영화화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찰리 스트레이튼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박찬욱 감독은 영화 <박쥐>의 모티브를 이 작품에서 따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는 20여 년의 세월에 걸쳐 총서 『루공-마카르』라는 이름하에 모두 20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이 총서를 통해 졸라는 프랑스 제2제정하의 타락한 사회 모습을 여실히 폭로한, 최초로 노동자와 민중의 삶과 열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중 우리에게 친숙한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등이 있다.
1894년 포병 대위 드레퓌스가 별다른 증거 없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졸라는 1898년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논설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으로 발표했다. 결국 졸라는 그 해 7월 영국으로 망명하게 되지만, 행동하는 정의로운 지식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1902년 파리에서 사망한 졸라는 사망한 지 4년 후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장되었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익대학교 문과대학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지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서 한국이 주빈국이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를 기획하여 출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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