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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위기

백승욱 지음
생각의힘

2023년 09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9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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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40MB)
ISBN 979119316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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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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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든 위기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역사의 재해석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바로 보고, 국제정세 동요기에 한국의 현주소를 살피는 작업을 엄중하고도 찬찬하게 완수해낸 《연결된 위기》다. 멀게만 느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와 마냥 무관한 것이 아니라면? 그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 점령, 나아가 한반도 핵위기와 연결될 수 있다면? 심지어 한국 사회가 위기의 핵심 장소로 바뀔 수 있다면? 자칫 세계가 2차 세계대전 이전, 1차 세계대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저자는 여러 물음을 던지며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를 매섭게 파헤친다.

《연결된 위기》는 우리가 처한 제약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려는 두터운 노력의 산물이다. 그와 동시에 더 많은 정보와 깊이 있는 이해로 무장한다면 상이한 역사 경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에 관한 사고 실험이기도 하다. 책에 가득한 논의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세계질서 논의에 상상력을 제공한다.
프롤로그|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1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핵위기까지
1장 얄타체제의 해체로 나아가는 세계
1. 신냉전이라는 오독
2. 우크라이나 전쟁과 강대국 중심 질서로의 회귀
3.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

2장 중국의 새로운 100년과 시진핑 체제의 도전
1. 시진핑의 신시대
2.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당의 전면 영도
3.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는 중국

2부 다시 보는 얄타체제의 형성과 동아시아
3장 루스벨트의 새로운 자유주의 구상: 단일 세계주의라는 잊힌 출발점
1. 진영론과는 다른 단일 세계주의라는 얄타구상
2. 소련을 파트너로 삼는 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수립
3. 얄타체제 수립의 지정학: 서로 연결된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문제의 역사적 연원
4. 두 세계주의 아래에서 지속되는 얄타의 구도
5. 얄타의 단일 세계주의가 남긴 질문

4장 얄타체제와 중국의 ‘중간지대의 혁명’
1. 동아시아 냉전 형성과 중국의 ‘중간지대의 혁명’
2. 중국혁명의 ‘동류화’ 과정: 일본에서 소련으로 모델의 전환
3. 20세기 자유주의적 세계질서 구상과 소련, 중국의 맞물림
4. 중간지대 혁명 때문에 전개된 사회주의 건설기의 모순들: ‘1957년학’이라는 질문
5. 체계의 카오스라는 우려

에필로그|얄타체제 해체로 나아가는 세계와 핵위기에 직면한 한국
부록1 “우크라이나와 대만 위기는 연결된다… ‘노’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중요”(「한겨레」 인터뷰)
부록2 얄타협정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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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역사에 근거해 미래를 투사하고, ‘내가 알던 중국’, ‘내가 알던 북한’ 등의 단편적 경험이나 지식으로 현실의 급박한 변화를 무시하려는 태도는 제대로 된 대응을 가로막는다. 동아시아 지정학적 변동의 주요인으로서 시진핑 체제 이후의 중국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와 연결 지어 북한의 전환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왜 예전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되기 어려운지, 남한 사회가 왜 예전과는 다른 심각한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는지를 이해하려면 얄타체제의 해체라는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위기를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질문을 다시 제기하고 새로운 답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 20세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무엇이었는지, 냉전은 무엇이었고 냉전 형성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은 실제로 얼마나 적대적이었는지, 러시아혁명과 중국혁명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 한국전쟁 발발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어떠했는지, 유럽 냉전과 동아시아 냉전은 어떻게 관련되고 어떻게 유사하면서도 다른지, 중국 사회주의 건설 과정과 개혁개방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한국 현대사는 이 20세기 세계적 변동과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 얄타체제는 이런 많은 변화에 어떤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했었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고 이전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적 ‘선택지’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선택지를 당연하게 만들었던 역사해석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닌지부터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_17쪽, 프롤로그

신냉전이라는 관점을 붙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아시아까지의 세계질서 변동을 해석하려는 태도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한편에서는 현재의 세계질서를 ‘가치동맹’을 중심으로 끌고 가면서 이를 오래된 ‘반공동맹’의 확장으로 해석하고 그 틀을 그대로 국내정치에 끌어들이려고 시도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 거울상으로서, 이 ‘가치동맹’의 국제적 위협을 사회주의 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적 위협으로 해석하면서 또 다른 반대쪽의 가치동맹을 형성하고자 하는 오래된 시도가 새롭게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양쪽 어디에 서더라도 ‘신냉전’이라는 인식 틀은 혼돈의 시기를 돌파할 해결책을 찾는 데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이라는 방식의 설명은 자칫 현재 국제정세의 위기를 한편에 ‘수구적 냉전세력’이 서 있고 다른 한편에 그에 반대하는 ‘탈냉전 저항세력’이 서 있는 것 같은 방식으로 호도할 위험도 크다. 현실은 전혀 그런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향후 한편에서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자유주의 가치동맹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태평양-인도양 영향력은 확대되면서 중국 ‘봉쇄’는 강화될 것이고 관련국들은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반미동맹’을 주도해 새로운 진보에 서게 되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가치동맹 어느 한편에 가담한 것처럼 보이던 국가들 중에서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탈 또한 가속되고 ‘다극체제’적 특징이 두드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러시아-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전략에서 유럽, 인도, 중동, 남미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알기 어렵다. 대립되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그중 어느 한 변화를 자기 판단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삼기도 쉽겠지만 그것은 다시 현실의 복잡성을 신냉전이라는 단순함으로 회귀시켜 해석하려는 시도로 빠질 수밖에 없다.
_46~47쪽, 1장 얄타체제의 해체로 나아가는 세계

사정이 더 복잡해지는 것은, 동아시아의 위기가 한반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대만 무력점령 위협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북한 핵 관련 분석이 한계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인데, 두 위기가 맞물릴 때 어떤 결과가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중국을 활용해 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고 중국이 북한을 통해 긴장 고조를 ‘외주’하는 길도 열려 있다.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들이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의 핵도발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비대칭적 확전의 길로 나아가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한 응징적 핵억제력의 경고가 높아지면서 한반도의 핵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여기서 응징적 억제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문제는 또한 2018년 이전처럼 북한의 촉매형 전략을 전제로 한 대응이나 남북 양자 회담을 통한 해결의 방식이 작동할 가능성도 매우 낮아졌다는 데 있다. 압박을 하더라도 그다음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데 군사적 압박은 언제나 외교적 해결책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북한의 핵전략을 다시 ‘촉매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설득할 수 있는가가 쟁점 중 하나일 것이다. 북한에 대해 응징적 억제력과 거부적 억제력을 결합하는 확증억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펴는 경우에도 한국-일본-미국을 연계한 외교적 대응과 맞물린 당사자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현실주의적 판단에서 ‘군축’과는 구분되는(군축은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군비통제arms control’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거 다른 나라의 군비통제 논의 상황과 달리 현 북미 관계처럼 비대칭적 군사력 상황에서 군비통제를 추진하면 핵전력이 감축되어 억제 안정성이 약화할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협상에 난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나의 선택지로 모든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선택지를 결합하는 고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각 선택은 후속 선택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_82~83쪽, 1장 얄타체제의 해체로 나아가는 세계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시진핑 주석과 시진핑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당의 전면적 영도’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이 당면한 국내 현안과 세계질서의 변동에 대처하는 적절한 방안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제3차 역사결의 전문이 대외적으로 공표된 2021년 11월 16일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대담을 나누었는데, 이 대담에서 드러난 메시지의 함의가 제3차 역사결의를 해석하는 데 중요하다. 제3차 역사결의에서의 태도와 대조적으로 시진핑은 이 화상 회담에서 ‘수세적 예외주의’의 태도를 보였다고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서구적 보편주의로 해석될 수 없는 예외적 지역이기 때문에 새로운 보편적 가치와 질서를 제시하는 대신 중국의 길을 갈 테니, 서구는 간섭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14년 전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는 중국식의 새로운 보편성을 내세워 서구를 대체하는 ‘대안적 보편주의’를 내세웠는데, 2021년 제3차 역사결의에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시기까지의 대외적 메시지는 이처럼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수세적’이라는 의미는 직접적으로 서구가 제시하는 보편에 도전하지 않고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비서구 지역에 강제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만, ‘예외주의’는 중국의 독자적 가치와 노선 그리고 중국이 ‘내정’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한 어떤 간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의 천명이다.
2022년 봄부터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의 위기가 ‘대만 위기’ 즉 중국의 대만 점령 위협과 연결되는 고리가 바로 이 수세적 예외주의이며, 이런 연쇄고리는 다시 북한의 핵확산이 촉발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시진핑 체제와 함께 중국에서 수세적 예외주의의 입장이 나타나게된 이유를 세 번의 역사결의를 비교하면서 좀 더 분석해보자.
_91~92쪽, 2장 중국의 새로운 100년과 시진핑 체제의 도전

이 개혁개방 시기는 덩샤오핑에서 장쩌민을 거쳐 후진타오로 이어지며 고도성장을 가져왔지만 통치의 위기를 동반하기도 했다. 시진핑 체제와 더불어 중요한 전환이 발생하는데, 앞선 시기의 세계시장 통합과 세계화 질서 진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중국은 재산권 보호나 금융적 제도 정비, 국제 금융시장 투자 등에서 오히려 세계화와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핵심 행위자이다), 두 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사회 해체를 위협하는 원심력으로 거론되기 시작한다. 하나는 세계금융 질서나 미국 중심의 세계전략에 종속될 우려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다기해지며 당의 통치성이 약화하고 이익집단의 정치가 부상할 가능성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로 앞선 개혁개방의 방침을 계승하지만 중앙집중성을 강화하고, ‘뉴노멀’(新常態)에 대응하는 권위주의적 체제를 수립하고 중국식 예외주의를 강화하는 변화가 이루어진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신성장 동력이 부재하고,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뉴노멀에 대한 새로운 대처의 필요성이 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 시진핑 체제 등장의 배경이었다. 지난 10여 년간의 준비를 거쳐 시진핑 체제는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의 전면적 영도’라는 특성을 강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미래를 지난 100년과 구분되는 새로운 100년의 ‘신시대’로 규정하고 그 목표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삼게 되었다.
_122쪽, 2장 중국의 새로운 100년과 시진핑 체제의 도전

이 책에서는 얄타체제를 좀 더 넓은 의미로서, 요컨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2차 세계대전 전후 국가간체계 질서의 틀로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제3세계의 저항’ 그리고 그에 대한 강대국 대응의 과정까지도 얄타체제의 틀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렇듯 광범하게 규정할 때만, 2차 세계대전 종전 질서로서의 얄타체제를 미국 헤게모니 하의 새로운 국가간체계의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새로운 다자주의적 질서 속에서 강대국들은 유엔 안보리를 장악해 상호적 제약 아래 강대국 상호 간의 전쟁과 영토주의적 확장을 억제하였으며, 또한 이 질서를 통해 신생 독립국들이 ‘발전’하였다.
냉전의 진영 대립은 얄타구상을 상당히 변형시켰지만 동시에 오히려 이 대립 때문에 신생 독립국들의 다양한 ‘도전’이 가능할 수 있기도 했다. 이후 냉전이 고착화하면서 국가들 사이의 관계 조정을 위해 이질적으로 보이는 요소들도 결합하여 이 얄타체제로 굳어졌다. 유엔, 나토, 바르샤바조약기구, IMF, 코메콘,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삼자위원회, 유럽안보협력회의, 유럽경제공동체EEC 등 많은 전후 ‘체제’들을 그 상위의 구도인 얄타체제 아래에서 등장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모순적 조합으로 구성되었음에도 얄타체제는 동유럽 붕괴를 지나서 21세기가 된 이후까지도 덜컹거리며 지속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요한 이유는 이 넓은 의미의 얄타체제가 본격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_150쪽, 3장 루스벨트의 새로운 자유주의 구상

루스벨트가 보기에 국제연맹의 실패를 넘어서려면 책임 있는 강대국들의 합의를 통해 유지되는 새로운 국제조직을 세워야 했으며 이는 또한 미국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어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루스벨트는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이면서 ‘탈식민주의’ 세계에 가담할 것으로 보이는 소련을 전후 질서 수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동맹 세력으로 판단했다. 루스벨트는 소련이 혁명 국면을 벗어나 외부 세계와 협력 관계로 들어섰다고 보았고, 또한 세계적 문제로부터 격리되기를 원하는 미국 국민을 고립주의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면 다른 강대국과 연합한 미국의 위상이 중요해짐을 미국 내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1943~1945년 그의 중점은 그가 강대국의 ‘가족망’이라 부른 것에 소련을 불러들이는 일이었다.” 루스벨트는 “미소 양국이 협력해 세계의 국가 간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전후 질서를 향한 길을 열 수도 있다고 믿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우드로 윌슨과 국제연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리한 조건을 확실히 확보해 이전과는 다른 실효적인 제도적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는 연합국의 확실한 지지를 받아야 하고 국내적으로는 의회의 반대를 누를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이를 위한 절차가 종전 이전부터 확실히 준비되어야 했다. 당시 루스벨트가 직면했던 상황은 “새롭게 탄생한 거대한 ‘힘의 비대칭’과 완패한 적국, 구세계질서의 와해, 불확실한 장래”였고, 루스벨트가 지향하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래 세계는 “자유무역, 국제적인 제도, 대서양 공동체, 지정학적인 개방성, 유럽의 통합” 등을 이뤄내야 했다. 그리고 이 틀이 지속되려면 “지정학적 연대, 강대국 사이의 협력, 공유하는 사회적 목적 등과 같은 보다 깊은 토대”를 필요로 했다.
_163~164쪽, 3장 루스벨트의 새로운 자유주의 구상

소련이 전후 질서 수립을 위한 미국의 파트너 지위를 받아들이고, 독소전쟁에서 대소련 무제한 무기 지원, 유엔 체제의 핵심 구성원으로서의 위상 정립, 전후 정치-경제 질서에서 사회주의 세력을 내부적 경쟁자로 수용하는 등의 루스벨트의 구상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한다면, 이런 구상에 동의하는 반대급부로서 소련이 얻은 중요한 ‘양보’는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의 재획정이었다. 부록으로 실린 얄타협정문을 살펴보면 얄타회담에서 UN 창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가 폴란드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협정문을 작성하여 분란의 여지를 최소화했음에도 이후 폴란드-독일-중국-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연쇄 과정을 거치며 얄타구상이 냉전의 얄타체제로 공고화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_183쪽, 3장 루스벨트의 새로운 자유주의 구상

루스벨트의 전후 구상은 처음부터 중국을 포함하고 있었다. 네 경찰국이라는 발상이나 중국에게 결정 사항을 설명하기로 한 얄타협정문의 항목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을 중시한 이런 태도는 1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이나 서구의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세계질서의 재편에 비서구 국가를 중요한 주체로 끌어안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중국이라고 하면 국민당의 중국이지 공산당의 중국이 아니었고, 다만 중국공산당을 합법화하고 연립정부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정도까지만 합의가 있었다. 스탈린도 여기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얄타회담 시점까지도 스탈린은 중국에서 공산당의 단독 집권이나 이를 통한 일국사회주의 수립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았다.
중국을 전후 주요 책임자로 포함하려는 루스벨트의 구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힘을 강화해 일본을 견제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식민세력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인도차이나 탈식민화 문제에서 프랑스를 압박하고 아시아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제어하는 문제 등이 중요해질 것이었고 여기서 중국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러나 얄타구상은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도 균열이 진행되는데, 중국이 바로 그 출발점이었다. 첫 번째는 중국 내전과 국민당의 퇴각에 뒤이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전쟁과 항미원조 이데올로기의 등장이었다.
_230~231쪽, 4장 얄타체제와 중국의 ‘중간지대의 혁명’

1954년 4월 26일부터 6월 15일까지 제네바에서는 19개국이 모여 동아시아의 두 분쟁지역 문제를 해결하게 위한 회담을 열었다. 첫째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평화 유지와 남북 분단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한반도 평화 논의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진척되지 못했고, 사실상 베트남 분단에 대한 합의만 도출하는 것으로 끝났다. 제네바회담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위해 비동맹 세력을 포함해 좀 더 확장된 ‘얄타적 구도’를 만들고자 한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항미원조’의 연장선상에 있던 이 시기 중국은 독소전쟁의 수세적 상황에서 절대적 후원자인 미국의 손을 잡아야 했던 얄타회담 시기의 스탈린과는 입장이 달랐다. 제네바회담이 성공했다면 동아시아의 냉전도 다자적 협의 구도 위에서 진행되었을지 몰랐지만, 회담은 실패했고 동아시아 냉전은 분산된 동맹 구도 위에 수립될 수 있을 뿐이었다. 제네바회담의 향방에 따라 ‘아시아’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남아시아까지 연결된 새로운 관계망으로 결합되었을 수도 있었으나 결국은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가 분리된 채, 한편에서 냉전의 대립 구도가 다른 한편에서 탈식민적 지배 구도가 관철되게 된다.

혼란한 국제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냉정하고 분석적인 시도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세계는 크게 동요했다. 그에 앞선 11월 현대중국학회에서 백승욱 중앙대 교수는 다음과 같은 도발적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동시에 중국이 대만의 일부 섬을 점령하고자 나선다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상상하는 이가 거의 없던 시기였다. 이때 백승욱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통치 변화 그리고 세계질서에 대한 도전이 반영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 모든 위기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역사의 재해석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바로 보고, 국제정세 동요기에 한국의 현주소를 살피는 작업을 엄중하고도 찬찬하게 완수해낸 《연결된 위기》다. 다소 멀게만 느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와 마냥 무관한 것이 아니라면? 그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 점령, 나아가 한반도 핵위기와 연결될 수 있다면? 심지어 한국 사회가 위기의 핵심 장소로 바뀔 수 있다면? 자칫 세계가 2차 세계대전 이전, 1차 세계대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저자는 여러 물음을 던지며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를 매섭게 파헤친다. 국제질서의 변화와 이것이 동아시아에 가져올 충격 그리고 한국 사회에 도래할 수 있는 심각한 군사적 재앙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역사 전반을 다시금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갖고 있던 익숙한 정치적 태도에도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요컨대 많은 질문을 다시 제기하고, 새로운 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냉전이라는 오독

시간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로 돌려보자. 많은 이들이 이를 세계질서의 대변동으로 여기며 두려움에 떨었고, 이런저런 분석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전쟁을 바라보는 상이한 관점이 국내외에서 여러 논쟁을 낳았는데,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 대립하였다. 미국 책임론, 러시아 책임론 그리고 양비론이다. 이는 세계정세를 ‘신냉전’이라 규정하고 냉전의 선입견에 비추어 현 상황을 재단한 데 따름이다. 그러나 백승욱 교수는 지금 이 동요란 “신냉전이 아니라, 20세기 질서의 수립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진단한다. 고정된 냉전의 틀로 상황을 바라봄은 ‘오독’이라는 것이다(35쪽). 이어서 진정 국제정세의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신냉전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전 시기 ‘열전’에 대한 전쟁 억제 기제가 유럽 내에서조차 무너지고 있고, 전쟁 억제의 중요한 축이었던 러시아가 오히려 냉전 ‘이전’의 ‘열전’ 방식의 중요한 도발자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정리한다. 또한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민주주의 대 독재’처럼 세계를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는 신냉전 사고와 달리 향후의 구도는 냉전 시기처럼 분명한 두 개의 진영 대립으로 전개되리라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냉전’에 대한 표준적 이해에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그간 냉전체제가 발 딛고 서 있던 세계질서의 기초 틀이 해체되는 과정으로서 현 위기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권면한다(44쪽).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얄타체제의 해체’라 할 수 있다.


얄타구상과 얄타체제:
단일 세계주의와 두 세계주의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온 세계질서인 ‘얄타체제’가 무너지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백승욱 교수의 주장이다. 얄타체제는 2차 세계대전을 종결짓는 과정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소련의 스탈린, 영국의 처칠이 1945년 2월 크림반도의 얄타에 모여 합의한 전후 질서의 기본 틀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대표되는 다자주의 구도를 전제로 하여 식민주의를 배격하고 독립국가의 발전주의적 길을 바탕으로 삼은 이 새로운 세계질서는 사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단순한 진영 대립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냉전하에서도 지속된 세계질서였고 강대국 간 전쟁은 이 틀을 통해 규제되었다. 그렇기에 냉전의 미-소 대립보다 얄타체제의 바탕에 있던 미-소의 불가피한 ‘협력’을 먼저 이해해야 현재의 변화를 직시할 수 있다고 백승욱 교수는 말한다(12쪽). 가령 얄타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소련과 스탈린에 대한 루스벨트의 태도는 결코 적대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얄타구상’의 바탕에 있는 루스벨트의 ‘단일 세계주의’는 소련을 전후 질서 수립을 위한 적극적 파트너로 수용하는 ‘네 경찰국’(미국·소련·영국·중국)이라는 야심 찬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전후 질서의 핵심을 탈식민지체제로 상정하고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강대국 합의에 의한 전쟁 억제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고 보았던 까닭인데, 이 실현을 위해서는 소련이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 또한 식민 열망을 버리지 않는 처칠을 견제하고자 장제스 국민당의 중국을 추가해 4강 구도를 유지해야 했다.
이렇듯 담대한 구상은 1945년 4월 루스벨트가 사망하고, 트루먼의 ‘자유세계주의’(두 세계주의)가 그 자리를 대체해 두 개의 진영을 분리하면서 구심력을 잃는다. 그러나 백승욱 교수는 현실의 얄타체제란 루스벨트의 단일 세계주의에 트루먼의 두 세계주의가 덧붙여진 혼합물이라 분석한다. 먼저 단일 세계주의의 구상을 면밀히 살피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루스벨트와 스탈린이 주고받은 서신을 중심으로 살핀다. 이들은 총 304통의 서신을 주고받았고, 평면적 이해와 달리 루스벨트는 소련을 특별히 중시하기까지 했다는 점이 그가 스탈린에게 보낸 서신들에서 잘 드러난다(162쪽). 그렇기에 루스벨트 사후 곧바로 두 세계주의로 전환된 것은 아니었으며, 상당 기간 얄타에서의 합의를 깨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1946년 들어 독일의 전후 처리를 둘러싸고 미소 간 갈등이 본격화되었고, 이어 터키와 이란 전후 통치 방식의 합의 결렬, 폴란드 정부 수립, 동유럽과 발칸 문제, 일본 점령 지배 방식의 변경, 조선반도 정세 변화, 마셜플랜을 둘러싼 갈등과 뒤이은 베를린 봉쇄, 소련의 이탈과 코민포름 수립,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등 일련의 상승 작용이 뒤따르다가 결정타가 된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냉전의 진영 대립으로 전환이 이루어진다. 단일 세계주의 구상과 여기에 힘을 보탠 소련의 시도는 19세기 자유주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동상이몽일 수 있었다고 백승욱 교수는 말한다(222쪽). 두 세계주의의 한계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 결과 미국의 우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세계질서가 만들어지며 세계가 ‘미국화’되었다. 미국의 우위가 사라지는 1960년대 말 이후 내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방식의 체제 수호가 선호되었고, 우크라이나 위기는 그 모순의 폭발점으로서 ‘우리가 당연히 여겨온 얄타체제의 세계질서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묻는 것이라고 책은 진단한다.


중요한 도전자로 부상한 중국과
시진핑의 신시대

백승욱 교수는 얄타구상의 특이성 그리고 이것이 얄타체제로 변형되어 정착되어 가는 냉전 수립의 과정은 이후 역사적 궤적과 관련해 규명할 중요한 질문거리를 제기한다고 강조한다(216쪽). 그중에서도 냉전은 유럽에서의 대립으로 시작하였지만, 중국 사회주의 정권 수립과 한국전쟁 발발로 오히려 동아시아가 새로운 냉전의 공간으로 부각되었다는 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동아시아의 냉전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한 일본의 전쟁 처리 종결과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으로 훨씬 더 체계적으로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항미원조의 주체이자 미국에 대한 ‘승전국’으로서 동아시아 지정학의 중심으로 올라서며 이후 비동맹 세력의 등장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 중국에 주목한다. 얄타구상이 변형된 얄타체제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국혁명의 등장과 중국이 수행한 역할의 중요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책은 개혁개방 시기 세계질서의 일부로 성장해온 중국이 왜 이제는 세계질서와 충돌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 역사적 배경을 검토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한다. 중국혁명은 얄타구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얄타구상에서 얄타체제로 바뀌는 데 중국 변수가 어떤 작용을 했는지 그리고 이 변형이 반대로 중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묻고 답하는 여정이 이어진다(233쪽). 이는 지금의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당의 전면 영도’를 내걸면서 왜 대만 문제를 통해 동아시아 지정학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깊이 있게 아는 데 꼭 필요한 작업 과정이다.
한편 우리는 ‘시진핑 체제’의 등장 또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시진핑 체제의 핵심은 ‘혈통론 집단의 세습권력’ 형성이다. 그 자세한 특징을 살피기 위해서는 문화대혁명 시기로 돌아가야 하는데, 백승욱 교수는 이 시기를 단순히 ‘공포의 홍위병 세력 대 순진한 당 관료·지식인 피해자’의 구도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123쪽). 홍위병은 단일 세력이 아니라 노홍위병과 조반파로 나뉘고, 조반파는 다시 급진 조반파와 온건 조반파로 나뉜다. 노홍위병과 조반파가 초기 50일 대립한 중요한 쟁점이 바로 ‘혈통론’인데, 혈통론을 옹호한 노홍위병은 주로 고급간부 자제들로 과거 반동세력과 그 자식들을 문화혁명의 타격 대상으로 삼아 솎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반파는 혁명을 주도한 세력이 오히려 관료가 되어 사회특권층을 형성해 혈통론 같은 반동사상을 전파하니, 이들을 비판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오쩌둥이 혈통론을 반동사상이라고 규정하면서 혈통론자들은 일시적으로 수세에 몰리지만 세력이 몰락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며 조반파가 역사의 무대에서 밀려난다. 그런데 잊힌 듯 보인 바로 이 역사가 시진핑 체제 수립과 더불어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127쪽). 혁명 1세대 지도자의 자제들, 요컨대 세습된 엘리트 집단이 시진핑의 등장과 더불어 거대한 2세대 통치권력을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일인 권력’인가, 아니면 ‘집단지도체제 유지인가’ 하는 논란은 잘못 제기된 논점이라고 백승욱 교수는 꼬집는다. 또한 이들 지도부의 역사관과 이에 기반한 대내외 정책 방향 전환에도 주목해야 하는데, 바로 여기가 대만 무력점령 위협과도 이어지는 대목이다. 제3차 역사결의는 중국 현대사를 두 개의 100년으로 구분하고 지금까지의 100년은 ‘굴욕과 분투의 100년’, 앞으로의 100년은 당이 전면 영도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정의하는데, 이때 아편전쟁으로 빼앗긴 홍콩과 청일전쟁으로 빼앗긴 대만을 수복하는 과제가 중요해진다. 이미 홍콩 문제에 대해 ‘애국자 통치’의 관점을 취하고 있기에 대만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어렵지 않은데, ‘중국몽’을 실현할 현실 구상으로서 등장한 ‘강군몽’이 이를 뒷받침한다. ‘왜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의 영도가 타당한가’를 보여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만이 매우 긴요해진 상황인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부상이 기존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도전자 국가’의 전형적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다고 백승욱 교수는 강력히 경고한다.


한국 사회는 “연결된 위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책은 총 2부로 나뉜다. 1부는 현 국제정세의 위기 성격을 검토한다. 1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차 세계대전 종결로 형성된 얄타체제의 기본 틀을 흔들고 해체하는 계기임을 확인한다. 이에 따른 동아시아 지정학의 변화와 함께 ‘연결된 위기’의 연동과 작동을 ‘얄타체제의 해체’라는 관점에서 규명한다. 2장은 동아시아 지정학의 동요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는 중국과 대만 위기에 집중하여, 앞선 시기와 다른 시진핑 체제의 특징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과거로 눈길을 돌려, 얄타체제가 형성된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얄타체제 해체의 함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3장에서는 해체되고 있는 얄타체제란 과연 무엇인지 그 원점을 들여다보고, 강대국 사이 전쟁 억제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수립되었는지 이해한다. 2차 세계대전의 핵심인 독소전쟁으로부터 얄타구상의 등장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과정을 조명하고 이렇게 수립된 전후 질서의 함의를 살펴본다. 마지막 4장에서는 얄타체제 형성과 ‘중국혁명’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하고, 20세기에 전개된 ‘사회주의 혁명’을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본문의 분석이 역사의 재해석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려는 시도였다면, 에필로그에서는 이런 새로운 해석을 토대로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지 하나의 시론을 제시한다.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경로 중 하나로, 다소 극단적이고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한반도 핵위기’를 예시로 들어 다각도에서 한반도 정세를 전망한다(322쪽). 섬찟한 시나리오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위험이라면 쉽게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책이 종내 전하는 메시지이다.
백승욱 교수는 “이 책의 주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대만 위기를 거쳐 한반도 핵위기로 이어지는 ‘연결된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그 위기가 시작되는 문 앞에 우리가 서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밝힌다(336쪽). 지난 역사를 통해 확인했듯, 일단 위기가 연결되고 군사적 대립이 개시되면 상황을 되돌리기 어렵기에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연결된 위기’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책의 출발점이 된 〈한겨레〉 인터뷰(2022년 3월 9일 자)에서 백승욱 교수는 “한국은 세계질서에서 주체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고, 제도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역사를 일종의 ‘불변의 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제도의 위기, 정치의 위기, 사상의 위기라는 삼중 위기에 처해 있다는 그의 진단이 무겁고 엄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연결된 위기》는 이 삼중 위기의 결합이 격동하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오늘날을 직시한다. 우리가 처한 제약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려는 두터운 노력의 산물이다. 그와 동시에 더 많은 정보와 깊이 있는 이해로 무장한다면 상이한 역사 경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에 관한 사고 실험이기도 하다. 책에 가득한 논의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세계질서 논의에 상상력을 제공한다. 과거 역사를 되풀이해 다시 읽고, 거듭 해석하고, 다른 출구를 찾아보려는 시도를 통해 과연 한국 사회는 ‘연결된 위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냉정하고 차분한 분석과 사상적 모색이 더없이 필요한 시기다.

작가정보

저자(글)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중국의 ‘단위체제’와 노동정책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조교수, 빙엄튼대학 페르낭브로델센터 방문연구원, 서섹스대학 글로벌정치경제연구센터 방문연구원,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현대중국학회 부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자본주의 역사강의』, 『중국 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 『세계화의 경계에 선 중국』, 『중국의 노동자와 노동 정책』, 『생각하는 마르크스』,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자유주의적 전환의 실패와 촛불의 오해』 등이 있고, 역서로 『장기 20세기』,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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