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온 가을

미라클 조인트

이인숙 , 최종환 , 이명옥 , 서미옥 , 유지영 , 신혜림 , 낱낱휘 , 박진숙 , 유경화 지음

작가와 2023년 09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9인의 작가들의 소소하고 특별한 에피소드 들을 담았다. 여름의 더위가 식어가고, 겨울의 추위가 오기 전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설렘을 주는 계절이다. 단풍이 물들어 나무들은 화려함을 앞다투어 뽐낸다. 시원한 바람에 낙엽이 춤을 추는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는 자연이 주는 선물과 같은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가을이건만 그 느낌은 너무나 다르다. 바람에 실려온 가을이야기. 당신에게는 어떤 가을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목차

<목차>
프롤로그: 가을에 만난 사람들

1장 가을이 오면
1. 가을 햇살 아래 산책
2. 가을 운동회
3. 가을 소풍
4. 지금 나의 가을은

2장 익어가는 과정
1. 가을만 남기도 떠나간 사람

3장 가을
1. 커다란 밤나무 밭에서 밤을 줍다가 마주한 일
2. 커다란 밤이 최고
3. 세상에 고추가 또 열린다고
4. 인생의 열매


4장 가을을 닮은 인생
1. 인생 2막
2. 불멍
3. 처마 끝의 빗방울
4. 헤어짐을 준비하는 시간

5장 가을을 즐기는 법
1. 축제의 계절 아! 가을이다
2. 풍성한 가을만큼 바쁘다 바빠!
3. 바람이 쌓여 가을이 되었나 보다

6장 설레이는 가을
1. 무더위가 지나가고
2. 가을은 정리의 계절
3. 단풍놀이 인증샷
4. 역시 독서지


7장 가을에 느끼는 것들에 관해
1. 시간: 가을은 시간이 빠르고도 느리다
2. 마음: 가을 하늘이 높은 이유를 살펴보며
3. 감사: 넉넉한 들판에서만 감사가 나오나
4. 변화: 더위는 간다. 그리고 추위도 온다.

8장 행운 가득한 가을
1. 가을 냄새 물씬나는
2. 맑은 가을 하늘
3. 풍년이 왔듯 내 마음에도 풍년

9장 가을은 참 예쁘다
1.코스모스 따라 몽글몽글
2.은행잎 선물

에필로그: 가을이라는 계절

책 속으로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 하루가. 코스모스 바람에 친구라고 부르네.’ 음색이 고운 가수 박강수님의 노래처럼 가을은 예쁘다. 높고 푸른 하늘, 고추잠자리,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니 문득 중학생 하굣길 코스모스가 떠올랐다. 내가 나온 중학교는 집에서 4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었고, 중고등학교가 나란히 산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등굣길은 정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등산을 해야 했고, 하굣길은 누가 떠밀 듯 뛰어내려오곤 했다. 그땐 참 씩씩했던 기억이 난다. 비탈진 학교길을 내려오면 길게 쭉 뻗은 신작로가 나온다.

가을이 되면 길 양옆으로 코스모스가 길게 줄지어 핀다. 그때부터 코스모스를 참 좋아했다. 그 길이 한 500미터쯤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쩜 300미터였나?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정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코스모스길 끝에는 기차가 지나는 건널목이 있었다.

학교를 기준으로 저 멀리 기차가 보이는 지점, 신작로와 기찻길이 만나는 건널목, 이렇게 마치 삼각형의 캔버스 작품처럼 가을이 예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날은 유난히 하늘이 맑고 높았다.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저 멀리 기차의 기적소리,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 평소에는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하교하던 길인데 그날따라 혼자 집에 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저 멀리 눈에 띄게 키가 큰 그 아이가 친구 몇 명과 걸어가고 있다. 그 아이가 나를 알아본 듯한 눈치다. 걸음이 느려지더니 기어이 나는 그 아이들을 스쳐 지나야 했다. 아무런 관심도 감정도 없는 듯 나는 걷던 걸음의 속도를 흩트리지 않으려 내심 꽤 애썼던 기억이 나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를 애써 감추면서 말이다.
그 아이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가가 꽤 있고 몇몇 여학생이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한 번은 일면식도 없는 1학년 후배가 우리 교실 앞에 찾아 온 적이 있다.
“언니, 그 오빠 좋아해요?” 너무 당황스러운 질문에 “아니야, 난 그 아이와 말해 본 적도 없는 걸, 네가 좋아하는 구나?”
“네, 그런데 오빠는 저를 봐주지도 않아요.”
“그렇구나! 난 잘 몰라”
“소문에는 그 오빠가 언니 좋아한다고 해서, 언니가 단념해달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라고, 시작도 안했는데 단념이라니 그땐 그런 상황들이 어색하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당당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당돌한 후배가 안쓰럽고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꽤 공부도 잘하고 씩씩한 중학생이었다. 마치 골목대장 처럼 친구들을 몰고 다니며 발랄한 여중생이었다. 그런 내가 혼자만의 비밀이 생긴 것은 그 아이 때문이다.

우리의 첫만남은 말다툼이었다. 우리 교실은 1층이고 그 남학생은 교실은 바로 위 2층인데, 건물 1층 끝에 위치한 우리 반은 복도 청소담당이 현관까지 맡아서 해야 했다. 그날은 내가 말끔히 청소해 둔 현관을 그 남학생이 실내화도 갈아 신지 않고 흙이 뭍은 운동화를 신고 계단을 내려와 지나가려 했다. 다른 친구가 청소 검사를 맡으려고 선생님을 모시러 가겠 때문에 곧 선생님이 오시면 청소에 대한 타박을 들을 것에 짜증이 났다. 우리는 약간의 실랑이를 했다. 그 남학생은 내게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고 그 이후로 그 남학생이 지나치면 기분이 나쁘다며 내가 친구들에게 얘기하곤 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시작은 알 수 없지만 내가 가는 길목에 종종 서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씩씩한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도 아주 조금씩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겉으론 자존심이 강해서 절대 그런 아이를 내가 좋아할 리 없다고 다짐을 하고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 감정도 없는 듯 행동했다. 오로지 가슴에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를 비밀 일기장에 꼭꼭 숨겼다. 생각해보면 순수하고 맑은 소년이었다. 내가 지날 때 뭔가 말을 걸고 싶어 하며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너무 쌩하게 지나쳤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조금은 불안했던 사춘기 시절 그 아이의 미소가 있어 내시간이 아름답게 기억된다.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를 떠올리면 몽글몽글 아지랑이가 오르는 코스모스가 예쁘게 한들거린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인숙

일상의 소중함을 담는 작가

저자(글) 최종환

삶의 희망을 글로 주는 작가

저자(글) 이명옥

행복한 삶을 그리는 작가

저자(글) 서미옥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작가

저자(글) 유지영

책쓰기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작가

저자(글) 신혜림

일상의 특별함을 기록하는 작가

저자(글) 낱낱휘

기쁨으로 낱낱이 밝혀가는 작가

저자(글) 박진숙

향기로 내면을 채우는 향기나는 작가

저자(글) 유경화

삶의 한 페이지를 성실히 채워 성장하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