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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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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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네 여자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좇아나간다. 각자의 이유로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여겨지던 그들은 원하는 무리에 속하기 위해, 소중한 존재와 함께 있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려본 적이 있다. 자신을 잃는 방식으로만 맺을 수 있는 관계는 필연적으로 깨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각양각색의 절절한 이별을 겪으며 몸소 체험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애인에게, 친구에게, 부모에게,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느끼는 애틋하고 먹먹한 감정을 임솔아는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묘파한다. 그 결과 이 소설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별의 순간마저도 보이지 않는 격정들로 달궈진 듯 홧홧하게 감지된다.
외부 세계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지워야 했다는 공통점은 네 인물을 제도권 밖에서 소수자로서 분투하는 예술가를 위한 그룹 전시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별다른 접점이 없던 네 사람이 각자의 삶을 고유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며 교류하는 동안, 그들은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서로와 다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한다. 지난 이별을 거치며 타인과 함께인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알맞은 거리를 스스로 찾아내었음을. 이 조용히 빛나는 깨달음의 순간에 이르기 위해 아픈 시간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는 인생의 비의가 각자의 깊은 상처를 근사한 기억으로 완결시킨다.
II. 관찰의 끝 _085
III. 화롯불 속의 알밤 _171
IV.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_247
작가의 말 _324
사다리를 잡고 물속으로 걸어내려간다. 한 발씩 디딜 때마다 몸이 물에 잠겨간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이제는 그게 두렵지 않다. 오히려 더 자유롭다.(9쪽)
석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롤러스케이트가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석현은 점점 더 빨리 롤러스케이트를 탔다. 쐐-액, 쐐-액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석현은 넘어지지 않고 잘도 달렸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석현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롤러스케이트에서 나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쐐-액, 쐐-액, 끊어지지 않는 소리, 나중에야 석현은 그것이 전기톱 소리였다는 걸 알았다. 의료용 전기톱이 석현의 팔뼈를 잘라나가는 소리였다. 어머, 얘가 눈을 뜨고 있어요. 간호사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석현이 툭 넘어졌다. 전기톱 소리가 멈추었다.(44~45쪽)
석현은 다정했던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렸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 간호사와 치료사들. 동네 이웃들. 버스와 지하철,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석현의 친구가 되었던 아이들. 다정한 관계였지만 깊이가 없었다. 지속성도 짧았다. 그래서 끝까지 다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큐베이터를 옮겨가며 살아온 것 같았다. 그들의 따뜻함을 가식이나 거짓이라 여기지는 않았다. 병실 커튼 안쪽에서 본 할아버지의 표정처럼, 지속성이 없는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는지도 몰랐다.(74쪽)
타인을 배제하는 쾌감을 우주는 맛보았다. 그 쾌감이 우정의 기쁨으로 느껴졌다. 우주가 추출한 표본의 여자아이들이 어째서 놀이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그룹을 만드는지 이해하게 되었다.(107쪽)
사람들은 개와 함께 산책을 했다. 신이 나 있는 개를 따라가다가 우주는 뒤늦게 알아챘다. 선미가 곁에 없는데도 선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평생을 함께 다닌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순간처럼 스산해졌다. 우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랬다.(155쪽)
한 명이 무너진 그 순간에 다른 한 명은 무너지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서로의 침묵에 잠깐씩 기대며 우주와 선미는 무사히 멀어졌다.(165쪽)
그 순간 보라는 알았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을 뿐, 이 일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215~216쪽)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천진난만한 사람들. 꿈을 꾸는 사람 특유의 설렘과 순진함이 느껴졌다. 그런 순진함이 보라에겐 뭘 모르는 어린아이의 것 같았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틀렸기를 바랐다. 순진함은 곁에 누군가가 있어서 따뜻하다고 느껴질 때에 잠시 잠깐 배어나오는 홍조 같은 것이므로, 보라도 순진한 채로 그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적어도 그 밤만은 그들의 꿈을 바라보고 있고 싶어졌다.(243쪽)
보라는 여전히 싸움을 했다. 이제 보라에게 싸움이란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상대로 꼭 이겨야겠다고, 승리를 쟁취해야겠다고 투지를 불태우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것 같은 일상 자체였다. 매대를 둘러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리고 감자 한 알이나 당근 한 개를 집어드는 일과 비슷했다.(245쪽)
정수는 여전히 누리의 연락을 기다렸다. 누리가 끝끝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았다. 말하고 싶지 않음을 여전히 듣고 있었다.(321쪽)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기 위한 노력은 상처를 남기고
상처는 모여서 예술이 된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임솔아는 세상의 다양한 경계에 걸쳐 있는 인물들을 작품 속으로 불러모은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눈에 띄지 않고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장애를 지닌 ‘화영’, 가짜 정체성을 연기하며 지내오다가 진정한 사랑을 찾은 퀴어 ‘우주’, 부당한 일들에 맞서 싸우며 역설적으로 약자가 되어가는 노동자 ‘보라’, 남다른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억누르고 사회가 원하는 모범생으로 살다가 예술에 눈뜬 ‘정수’다. 소설은 네 사람의 일생이 각각 하나의 부를 이루는 구성을 취하며 지금 한국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을 인물의 삶을 통해 다뤄나간다.
1부: 종일 옷을 지킨 적이 있다 - 화영의 이야기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화영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을 유지중이므로 장애 등급 기준에 따르면 장애를 인정받을 수 없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만 장애인은 아닌 화영은 내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느껴왔다. 예술계에서 비주류인 미술 이론을 전공한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 또한 화영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어느 날, 화영은 청년 예술가 석현이 기획한 그룹 전시에 비평가로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한쪽 팔목을 절단했지만 그러한 신체에 제약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예술 활동을 해내려는 석현의 열정에 감화된 화영은 석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석현의 장애가 이끌어냈을 그 열정이 화영조차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으로 변질되는 순간들이 누적되자, 화영은 장애를 지닌 두 사람의 관계가 비장애인들의 관계와는 다르리라 기대했던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어째서 석현은 다르다고 여겨왔을까. 어째서 자신은 다를 수 있다고 여겨왔을까. 손 하나가 없는 사람과 귀 한쪽이 안 들리는 사람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거라고, 마땅히 그럴 거라고 여겼던 걸까. 석현을 사랑하게 된 것도 귀 때문일까. 한쪽 귀가 잘 들렸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석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77쪽)
2부: 관찰의 끝 - 우주의 이야기
우주는 어렸을 적 자신이 동성인 여자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친구들 무리에 끼기 위해 본모습을 감춰왔다. 동성 친구들의 습성을 관찰하고 모방하느라 언제나 긴장되어 있던 우주의 일상은 고등학교 진학 후 선미를 만나며 변화를 맞는다. 선미와 연애를 시작하고, 선미의 작은 방에서 함께 지내며 우주는 자기 자신으로 사는 시간을 누린다. 반면 선미는 우주와 함께하는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번듯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선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우주는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선미가 원하는 대로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차를 구입해도, 생물학적 여성인 우주는 선미에게 안정감을 줄 수 없는 운명이다. 서로를 연인이라 칭할 수 없는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우주는 선미가 살고 싶어할 집의 모습을 상상해 미니어처로 제작하여 석현이 기획한 전시에 출품하고 선미를 그 전시에 초대한다.
“애인이라고 말하고 싶어.”
선미는 우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애인?”
이상하다는 듯 선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네 애인이 아니잖아.”
(…)
“그럼 뭔데?”
선미가 손끝으로 미간을 긁적였다.
“없어. 우리를 가리키는 단어는.”(158~159쪽)
3부: 화롯불 속의 알밤 - 보라의 이야기
보라는 사이가 나쁜 부모 밑에서 눈치를 보며 자랐다. 엄마는 아빠가 보라를 유독 예뻐한다는 점을 이용해 부부싸움을 할 때 보라에게 아빠를 껴안고 있으라고 했다. 보라는 늘 엄마를 위해 아빠를 껴안았지만, 엄마는 이혼할 때 아빠와 더 친밀하다는 이유로 보라를 버렸다. 분노에 휩싸인 보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했다고 자책하고, 부당한 일들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성인이 되어 얻은 일자리에서 보라는 치졸한 선임에게 물드는 대신 그에게 저항하며 후임을 위하는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런 보라의 노력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허망함을 느끼며 직장을 떠난 보라는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담배 회사의 불법 판촉에 동원되는 ‘여성 특수 요원’으로, 국내 영업이 금지된 타투이스트로 직업을 바꾸며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어느덧 보라의 싸움은 옳은 일을 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생계를 지탱하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 되어 있다. 보라는 자신의 타투와 그것을 새긴 사람의 눈동자를 사진으로 남겨 전시에 출품한다.
끌어안지 말고 맞서 싸웠어야 했다. 다 내다버릴 것처럼.
보라는 몸을 감싸고 있던 두 팔을 풀었다. 어항이 깨졌다. 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물을 밟으며 보라는 걸어갔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서.(190쪽)
4부: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 정수의 이야기
정수는 뛰어난 공감 능력과 남다른 표현력의 소유자이지만, 어린 시절 정수의 창의성은 유별난 것, 정답이 아닌 것으로 취급받았다. 성장하면서 정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대로 행동하고 정해진 답을 맞히는 모범생이 된다. 그런 정수가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친구가 내민 그림을 보고 친구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는 예술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긴 정수는 미대에 진학한다.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듣고, 그 이야기 속에서 타인인 자신은 영영 알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해보기 위해 작품을 만든다. 석현이 기획한 전시를 준비하며 정수는 화영, 우주, 보라의 이야기 또한 마음을 다해 듣고, 전시가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 함께한다.
정수는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감히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이야기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 정수는 있었다.(320쪽)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물들의 서사가 겹쳐지고 덧쌓이면서 소설 속 장면들은 한층 더 진한 풍경으로 변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네 사람이 전시를 위해 모여 있는 동안 나타난 누군가의 골똘한 침묵이나 별 뜻 없어 보이던 말들에 개인적인 고충과 슬픔이 담겨 있다는 것이 도처에서 드러날 때마다, 잘 모르던 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듯한 감각이 따뜻한 감동과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허구의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독보적인 실감
소설과 현실의 층위를 허무는 작가 임솔아가 선사하는
아주 특별한 소설 체험
정수의 이야기가 담긴 4부에 도달하면 독자들은 이 소설이 중층적인 구조를 지닌 세련된 작품임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 4부에서 정수가 듣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 속에 화영, 우주, 보라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존재한다는 것, 정수가 타인의 삶을 소화해 자신만의 작품으로 표현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때, 서로 다른 인물이 서술하는 독립된 이야기로 읽혔던 1~3부는 정수가 누군가로부터 듣고 가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로도 다가온다. 그렇다면 4부는 앞선 이야기를 마친 정수가 마지막 등장인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뒤 네 주인공의 남은 이야기를 전하는 에필로그로도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이해될 때 연작소설의 형태를 취한 듯 보이던 이 소설은 하나의 관통하는 서사를 지닌 장편소설로 꿰어진다.
소설은 거기서 더 나아가 마지막 장면을 통해 매우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 속 인물인 정수와 소설 밖 현실의 독자인 우리가 같은 시공간에 놓여 눈맞춤을 하는 듯한 강렬한 체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화영, 우주, 보라의 서사가 액자를 넘나들면서 그들 목소리로 직접 들려온 이야기에서 정수를 통해 재탄생한 이야기 속 이야기로 층위를 재정립하듯,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소설과 현실의 층위를 무화시키며 이야기 밖으로 빠져나와 독자인 우리의 눈앞에 떠오른다. 혹은 소설 밖의 독자에게 소설 속 인물이 될 가능성을 부여하며 우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2022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초파리 돌보기」를 통해 소설과 현실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바 있는 임솔아는 이번 장편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소설과 현실을 공명시킨다. 작품 속의 비극적인 한 장면에 개입할 수 없었던 서술자로서의 시선과 작품 밖 작가로서의 제약된 시선을 겹쳐놓으며 다층적인 목소리들의 울림을 표현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한 장면」에서 이 소설의 제목을 가져온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임솔아는 ‘작가의 말’에서 “어떤 날은 소설을 쓰는 손이 멈춰지지 않아 밤을 꼬박 새”웠고 “몸이 혹사되는 나날 속에서 나는 이 고생이 너무나도 재미있었”으며 “소설 쓰는 일을 작가들이 왜 즐겁다 말하는 것인지 이제야 나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허구의 텍스트인 소설이 현실 독자에게 특별한 실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쓰는 것이 지금 작가에게 가장 재미있는 작업인 듯하다. 임솔아에게 소설은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는 제한적인 텍스트도 아니고, 현실의 삶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예술작품도 아니다. 딱 현실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독자와 마주보려 하는 소설의 자리로, 임솔아는 우리를 초대한다. “나는 지금도 거기 있”다고 말을 건네며.
작가정보
작가의 말
내가 가장 모르는 인물이 가장 마지막 인물이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야 나는 정수가 어째서 그토록 희미했는지, 어째서 정수가 이 소설의 마지막 인물이어야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 소설이 내가 잘 알 수 없는 데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는 게 기뻤다.
소설을 쓰는 동안 몸무게가 줄었다. 몇 달 동안 크게 아프기도 했다. 몸이 혹사되는 나날 속에서 나는 이 고생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이전에도 소설을 쓸 때마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고통이 이만큼이나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소설 쓰는 일을 작가들이 왜 즐겁다 말하는 것인지 이제야 나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_임솔아,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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