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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병

안티쿠스 책장
육문사

2023년 10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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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8203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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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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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법을 배워야 하는 그리스도교의 깨달음을 위한 엄밀하고 교화적인 심리학적 탐구 ≪죽음에 이르는 병≫
실존 사상의 기초를 세운 키르케고르가 자신의 상처를 통해 불안과 절망에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그리스도교에 던진 물음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며, 절망은 절대 죽지 않는 병, 병이나 약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변증법이다.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인간은 ‘정신’이며 그 ‘정신’은 곧 ‘자기’이다. 인간은 무언가에 대해 절망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절망하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탈출하려 한다. 절망이란 자기의 ‘영원한 것’을 상실한 상태이며 절망의 강도는 인간 실존에 대한 인식의 강도에 따라 상승한다. 모든 인간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인생은 뒤돌아볼 때만 비로소 이해된다. 자살로 세상을 떠나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죄악이며 또한 신에 대한 반역이다. 인간이 자신을 알고 자신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삶은 평화를 얻는다. 그러므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며, 자신을 있게 한 신과의 관계를 상실하는 것이다.
■ 서문
·키르케고르의 생애와 사상 ㆍ 6
·저작 활동과 그 배경 ㆍ 15
·≪죽음에 이르는 병≫에 대하여 ㆍ 22

■ 머리말 ㆍ 27
■ 서론 ㆍ 30

제1편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Ⅰ.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사실 ㆍ 37
Ⅱ. 절망의 보편성 ㆍ 55
Ⅲ. 절망의 모든 형태 ㆍ 67

제2편 절망은 죄이다
Ⅰ. 절망은 죄이다 ㆍ 159
Ⅱ. 죄의 계속 ㆍ 213

■ 연보 ㆍ 266

교화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밀하고 학문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교화적이라고. 후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으나 전자에 대해서는 내 생각은 다르다. 이 책의 논술이 너무나 엄밀해서 교화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하긴 누구나 이 책의 논술에 토를 달 만한 전제들을 가진 것은 아니므로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교화적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기독교적으로 말한다면 모든 것이 교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교화적이 아닌 학문성은 바로 그 때문에 비기독교적이다. 모든 기독교적인 서술은 의사의 임상강의와 비슷해야 한다. 의학을 아는 자만이 그 강의를 이해할 수 있다 해도 강의가 환자의 침대 곁에서 행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_27쪽

기독교인만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기독교인은 자연인이 모르는 용기를 획득한다. 기독교인은 두려워해야 할 것을 배움으로써 그런 용기를 획득한다. 이런 방법에 의해서만 인간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은 더욱 큰 위험을 두려워할 때 언제나 작은 위험 속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 만약 인간이 위험을 무한히 두려워한다면 그 밖의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_33쪽

인간은 정신이다. 정신이란 무엇인가? 정신이란 자아이다. 자아란 무엇인가? 자아란 자신이 스스로 관계하는 관계이다. 관계에는 관계가 자기 자신에게 관계함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자아란 단순한 관계가 아니고 관계가 자기 자신에게 관계하는 그것이다. 인간은 유한성과 무한성, 시간적인 것과 영원적인 것, 자유와 필연의 종합이다. 종합이란 둘 사이의 관계이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만으로 인간은 아직 자아가 아니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관계 그 자체는 부정적 통일로서의 제삼자이다. 그들 둘은 관계에 대하여 관계하는 것이며 그것도 관계 안에서 관계에 대하여 관계한다. 예를 들면 인간이 영(靈)이라고 하는 경우 영(靈)과 육(肉)의 관계가 그런 관계이다. 그와 반대로 관계가 그 자신에 대하여 관계할 때 이 관계야말로 적극적인 제삼자이며 이것이 바로 자아이다. 자기 자신에 관계하는 그런 관계, 즉 자아는 스스로 정립(定立)한 것이거나 혹은 타자(他者)에 의해 정립된 것 중 어느 하나가 아니면 안 된다.-48쪽

절망은 우월일까, 그렇지 않으면 결함일까? 순수하게 변증법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양쪽 모두이다. 절망 상태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절망을 생각하면 절망은 대단한 우월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점이다. 그것은 인간이 똑바로 서서 걷는다는 따위보다도 훨씬 더 본질적으로 인간의 우월을 나타낸다. 그것은 정신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무한한 직립(直立)과 앙양(昻揚)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점이며 이 병에 착안할 수 있음이 기독교인이 자연인보다 뛰어난 점이며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음이 기독교인의 행복이다. 절망할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우월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절망한다는 것은 가장 큰 불행이고 비참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타락이기조차 하다. 일반적으로 가능성과 현실성은 이런 관계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보통은 이러이러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우월이라고 한다면 지금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은 더욱 큰 우월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란 존재 가능에서 존재로 상승하는 것이다.-51쪽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이 개념은 특별한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보통 그것은 그 종국(終局)과 결말이 죽음이라는 병을 의미하고 있다. 사람들은 치명적인 병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로서 절망은 결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말할 수 없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죽음이란 그 자체가 생(生)으로의 이행(移行)이다. 따라서 기독교에 있어서 지상적 육체적인 의미로서의 죽음에 이르는 병 따위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물론 죽음이 병의 종국임은 틀림없지만, 그 죽음이 최후는 아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것을 가장 엄밀한 의미로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종국이 죽음이고 죽음이 종국이 되는 그런 병이어야 한다. 절망이 바로 그런 병이다. 그런데 절망은 또 다른 의미에서 한층 더 명확하게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이 병으로 사람이 죽는 일은 없다. (보통 죽는다고 하는 의미에서는) 다시 말해 이 병은 육체적인 죽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반대로 절망의 고뇌는 인간이 죽을 수 없다는 바로 그 점에 존재하는 것이다.-56쪽

모든 인간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인생은 뒤돌아볼 때만 비로소 이해된다. 자살로 세상을 떠나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죄악이며 또한 신에 대한 반역이다. 인간이 자신을 알고 자신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삶은 평화를 얻는다. 그러므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며, 자기를 있게 한 신과의 관계를 상실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을 알고 자신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삶은 평화를 얻는다. 청년은 희망의 그림자를 노인은 회상의 그림자를 가진다. 완전하고 건강한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인간은 정신의 병을 갖고 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현재, 과거, 미래의 끝없는 연속이며 절망하는 순간 또 다른 절망을 부른다. 자살로 세상을 떠나는 건 인생에서 가장 큰 죄악이며 또한 신에 대한 반역이다. 우울함이 사라지고 재생을 경험한 키르케고르는 ‘죄와 그 속죄’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기독교계에 기독교를 끌어들일 《죽음에 이르는 병》은 자신의 상처를 통해 불안과 절망에 고뇌하는 근대적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세상에 진리는 수난에 의해 밝혀지고 그리스도는 수난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는 당연히 몰락을 각오해야 한다. 참으로 진리에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순교자여야 하며, 이 세상의 지혜와는 반대로 신에게 선택된 자라면 누구보다도 깊이 고뇌해야 한다. 이처럼 신과의 관계는 박해받고 순교하는 것이므로 참된 그리스도교는 대중의 종교일 수 없다. 기독교인이 되는 길은 자기 자신의 죄의식에 의해 자기 스스로 결단하는 길밖에 없으므로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이지 않으면 안 된다. 각자가 오직 하나의 인간으로서 신 앞에 서야 한다고 키르케고르는 말한다.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인간은 ‘정신’이며 그 ‘정신’은 곧 ‘자기’였다. 인간은 무언가에 대해 절망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절망하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탈출하려 한다. 절망이란 자기의 ‘영원한 것’을 상실한 상태이며 절망의 강도는 인간 실존에 대한 인식의 강도에 따라 상승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이러한 절망이 곧 ‘죽음에 이르는 병’이며 인간은 절망을 통해서만 진실로 구제될 수 있다. 사람들은 절망을 ‘병’으로 받아들이고 ‘약’으로는 이해하지 않는다. 한 마디 덧붙이면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자칫 죽을 병, 즉 그것으로 죽어 버리는 병처럼 그런 의미의 병이 아니라 그것으로는 절대 죽지 않는 병이며 죽으려야 죽을 수 없는 병이다. 역설적으로 ‘절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죽어서 또는 자살해서 묘지에 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직 절망의 극치라고 할 수 없다. 죽으려야 죽을 수 없는 것, 끊임없이 죽음에 직면하고 죽음에 이르면서도 죽을 수 없는 것, 그러고 영원히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이것이 절망하는 사람 또는 가장 불행한 사람의 참모습이다. 키르케고르는 인간 실존은 단독자(單獨者)인 죄인으로서 절망하든가 아니면 신앙으로 비약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결단 앞에 서 있는 것이며, ‘인간은 기독교로 돌아가 자기의 내면을 수련(修練)함으로써 구제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은 기독교의 이상형으로부터 거리가 먼 자신을 포함한 현실의 기독교계를 신랄한 논리로 비판하고 절망이라는 병에 대한 모든 증세를 분석하고 진단하여 치유의 길을 제시했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의 ‘실존 개념’도 이 책의 영향이 컸으며 사르트르나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 개념’도 절망의 한 형태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한 실존주의의 많은 영향을 끼친 유례없는 철학서이다.

작가정보

(Sö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
쇠렌 키르케고르는 1813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부유한 가정의 아버지 미카엘 페더르센 키르케고르와 어머니 아네 쇠렌다테르 룬 키르케고르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엄격한 기독교적 분위기 속에서 부친으로부터 철학적 상상의 즐거움을 배우며 동부 시민 학교에 다녔다. 키르케고르는 그곳에서 라틴어와 역사에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 그 후 성장하여 1830년 아버지 미카엘과 형 페테르의 권유에 따라 코펜하겐 대학교에 입학하고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신학부에 들어간다.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 키르케고르는 방탕한 생활을 하며 ‘기독교는 광기’라고 말하고 기독교와 멀어진다. 그러다 대학 생활 도중 그의 관심은 신학에서 문학으로, 문학에서 다시 철학으로 옮겨갔다. 그는 지적 생활을 동경해 문학 · 음악 · 오페라 등을 가까이하고 산책을 즐기며 사상을 키웠다. 27세 되던 1840년 코펜하겐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레기네 올센을 만나 청혼한다. 다음 해 1841년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결혼에 환멸을 느끼고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레기네에게 했던 청혼을 파기한다. 그 후로 키르케고르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녀와의 결별 이후 키르케고르는 여러 가명을 사용해 〈이것이냐 저것이냐〉 〈공포와 전율〉 〈불안의 개념〉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거의 모든 작품을 가명(假名)으로 발표하고 발표한 작품이 자기가 원저자라고 밝혀진 후에도 계속 가명을 사용했다. 그가 모든 작품에 ‘단독자(單獨者)’를 이상적 인간형으로 삼는다. 그는 객관적인 진리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자기’라는 개체로서의 작은 인간, 둘도 없는 오직 하나의 인간, 이것이 그에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라는 단독자의 가장 절실한 혼(魂)의 문제를 파헤치고 기독교인들의 허위와 죄악을 비판하고 기독교의 정화를 위해 힘썼다. 그러다 가명으로 책을 출판했던 것이 탄로나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사람들에게 큰 비난을 받는다. 그 후 자신이 가명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던 이유를 신문에 기고하고 덴마크 기독교 사회를 비난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저작 활동을 하고 평생 직업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1855년 10월 2일 42세 때 거리에서 쓰러져 프레데릭 병원에 입원하고 11월 11일 생을 마감했다.

경기도 여주 출생.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영어영문과  졸업.  번역서로는  《빛이 있으라》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톨스토이 인생론》  《황금 연못》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사렛 예수》  《보통 사람들》  《마지막 편지》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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