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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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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9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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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10MB)
ISBN 978893299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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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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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 소설계에서 가장 빼어난 문장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일리스 드 케랑갈이 『닿을 수 있는 세상』으로 다시 찾아왔다. 케랑갈은 이번 작품에서 〈감정의 세계를 세심하게 재창조한다〉는 평을 받으며, 특유의 시적이고 정교한 문체로 한 예술가의 세계를 그려 냈다.
주인공 폴라는 트롱프뢰유를 배우면서 사회에 발을 내딛는 20대다. 트롱프뢰유란 실물을 실제와 가깝게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기법을 뜻한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은 이 20대의 내면과 외면을 관능적일 정도로 세밀하고 농도 짙게 묘사하며, 일과 사랑, 우정, 그리고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해 낸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5개 언어로 수출됐다.
닿을 수 있는 세상

옮긴이의 말

한순간 폴라가 바닥에 놓인 가방을 넘어서 천천히 대리석 판들 쪽으로 다가가고 바라보고(보라색 금이 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손바닥을 펴서 대어 본다. 돌의 차가움 대신 색칠된 표면의 감촉이다. 더 다가가서 다시 바라본다. 정말로 그려 놓은 것이다.
- 34~35면

트롱프뢰유가 그저 기술적 훈련만은 아니라는, 단순한 시각적 체험에 머물지 않는다는, 트롱프뢰유는 사유를 흔들 수 있고 환상의 본질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감각적 체험이라는, 어쩌면 그림의 본질이라는 생각이다(이 학교가 내세우는 소신이기도 하다).
- 59~60면

학교와 이 아파트의 시간, 젊음의 시간, 배움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지나갔다. 폴라는 눈을 감고 그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겼고, 그 말이 휘두르는 거친 힘, 마치 그것을 겪으면 헤어짐의 순간을 연장할 수 있고 몇 분을 더 긁어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힘이 발휘되길 바랐다. 유년기를 벗어났듯이 이제 아틀리에를 나서 밖으로 향해야 한다.
- 145면

전체적으로 색을 연하게 만들고 운모층의 느낌과 미세 주름이 잡힌 편도 형태를 살려서, 초록빛 광채(아염소산염)가 나는 밝은 크리스털 대리석의 특징을 표현하기로 한다.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을까 안 믿을까? 일과가 끝날 무렵 찾아온 사기꾼이 비니를 벗어 손에 들고 그녀의 목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묻는다. 믿지.
- 238면

너와 가까이 있고 싶어. 파리에서 살 거야. 그 말에 폴라가 뒤돌아본다. 왼쪽 눈은 눈구멍 가장자리를 구르고 오른쪽 눈은 마치 핀으로 꽂아 둔 것같이 정면을 향하며, 그녀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멀리 벌어졌고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제 모든 게 투명하다. 진짜로 그리기, 진짜로 사랑하기, 진짜로 서로 사랑하기, 다 같은 거다.
- 258~259면

폴라는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손으로는 황토를 골라 아크릴 접착제와 섞는다. 바로 그 순간에, 세르퐁텐 대리석의 구멍들과 베르사유 연못의 잉어들과 토리노 박물관의 진열장 속에 있던 카의 채색된 두 눈과 치네치타 제5스튜디오의 바닥이 전부 섞인다. 모두 동시에 존재한다. 〈시간이 느껴지도록 해야 해.〉
- 258~259면

놀람이 명료함을 만들어, 그들은 명료하다. 거친 명료함. 새로 날을 간 둘 모두 온몸을, 살갗과 손바닥과 혀와 속눈썹을 사용하고, 마치 감각 능력을 갖춘 벽을 탐색하듯 쾌락을 탐색한다. 서로를 칠하고, 서로가 붓이 되어 어루만지고 문지르고 비비고 투사하면서 파란 정맥과 점들과 사타구니 주름과 무릎 안쪽을 찾아낸다.
- 329면

이제 그녀의 몸속에 지하의 강이 흐르고 어두운 통로가 지나고 그림이 그려진 방들이 자리 잡는다. 폴라는 선사 시대 동굴 벽의 그림 안에 녹아든다.
- 336면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필치로 그려 내는
20대 예술가의 일과 사랑, 우정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로 세계적인 문학상들을 거머쥐었던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신작 『닿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갓 성인이 된 폴라 카르스트가 실물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트롱프뢰유〉 기법을 배우며 한 명의 예술가, 온전히 독립된 존재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현대 프랑스 소설계에서 가장 빼어난 문장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일리스 드 케랑갈은 이번에도 특유의 시적이고 정교한 문체로 〈감정의 세계를 세심하게 재창조한다〉는 평을 받으며 유수의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독자들의 사랑과 문단의 호평 속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15개 언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닿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제목은 트롱프뢰유 기법을 통해 세상을 아틀리에에서 재현해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뜻함과 동시에, 현실 사회에 녹아들어 그 일부가 된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은 물론, 성장의 아픔을 겪으며 혼자 힘으로 일어서려 애쓰는 이들까지 모두, 폭넓은 독자가 뜨거운 열정을 전달받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존재 자체로 하나의 예술인 우리가
마침내 세상에 손이 닿을 수 있도록

주인공 폴라는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안온한 어린 시절을 보낸 20대다. 폴라는 바칼로레아 성적표를 손에 들고 자기 길을 개척해야 할 출발점에 서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긴 방황을 하고, 마침내 장식 미술 학교에 입학해 트롱프뢰유를 배우기로 마음먹는다. 그러고서야 비로소 삶이라는 것에 풍덩 뛰어들었다는 감각을 느끼며 〈난 살아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예술가의 길은 쉽지 않다. 처음 폴라를 덮치는 것은 가혹할 정도의 육체적 고통이다. 계속 서서 붓을 들고 있느라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고 눈이 붓는다. 그다음에는 나무, 돌, 안료 같은 전문 용어를 외우느라 벅차고, 보고 옮기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고, 열등감에 휩싸여 고개를 숙인다. 그럼에도 보고 읽고 파헤치고 칠하는 가운데, 어느 날 문득 〈무언가가 폴라의 내면에서 열린다〉. 트롱프뢰유는 그저 식물이나 광물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다. 보는 이의 사유를 뒤흔들 정도의 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진짜 트롱프뢰유다. 폴라는 트롱프뢰유를 배우며 실패를 감내하고 추락을 받아들이는 힘을 키우고, 다시 시작하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
겨우 학교를 졸업할 즈음, 폴라는 마치 완성된 예술가가 된 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이제야 시작이다. 직업인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에 발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폴라는 작업 의뢰를 따내기 위해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밀고, 보수를 놓고 씨름하고, 한정된 시간과 조건에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다. 그런 시간과 시간들이 모여 마침내 폴라는 라스코 동굴의 벽화를 재현하는 일을 의뢰받아 〈궁극의 복제〉에 도전하면서, 즉 닿을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내면서, 그 속으로 녹아든다.


하나의 인간으로 오롯이 서기까지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

예술가로, 직업인으로, 무엇보다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는 일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 누구나 홀로서기를 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연을 맺으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러다 때로는 좌절을 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준다.
폴라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든든한 부모님이 있었다. 장식 미술 학교에 수업료를 지불해 주고, 살림살이를 마련해 주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어 그저 푹 쉬고 싶을 때 기꺼이 공간을 내어 주는 존재다.
친구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학교에서 동고동락했던 친구 케이트와 조나스는 가정 환경도, 지닌 재능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졸업한 후에도 셋은 여전히 친하게 지내며 실용적인 정보부터 혼자 감당하기 벅찬 감정까지 많은 것을 공유한다. 우정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에 손을 잡아 주고 끌어 올려 주는 힘이다.
그렇게 폴라는 이들을 단단한 지지대 삼아 넘어지면서도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 앞으로 전진한다. 폴라는 대단한 재능을 보이거나 인상적인 업적을 세우는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특별할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 보이는 이유는 그녀의 내면과 외면, 그리고 맺어 나가는 인간관계들을 마일리드 드 케랑갈이 세심한 문장으로 묘사하고 성찰하기 때문이다. 폴라가 겪는 일과 만나는 사람에게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의 삶 또한 그처럼 아름답고 찬란하다는 것을 작가가 알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옮긴이의 한마디

트롱프뢰유는 〈단순한 시각적 체험〉에 머물지 않고 〈사유를 흔들 수 있고 환상의 본질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감각적 체험〉이며, 이 점에서 트롱프뢰유의 〈가짜〉는 우리가 직접 겪을 수 없는, 과거와 미래 속에 존재하는 삶들을 〈손이 닿을 수 있게〉 재현해 놓은 문학과 예술의 〈허구〉로 이어진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은 폴라 카르스트가 그리는 트롱프뢰유를 통해 예술과 현실의 문제, 허구와 실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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