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다(2023년 09월호)vol.18

서수피 외 지음

투나미스 2023년 09월 0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18

별별 이유로 매몰차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아등바등 사는 번역가들의 일상과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보니 번역가의 희로애락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한 ‘작품’ 나오겠다 생각했다. 번역가는 보편적인 작가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희열과 좌절을 느낀다. 원작이라는 경계와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100퍼센트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늘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때 경계선을 조율하는 주체는 오직 번역가뿐이다. 은연중에 선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원문을 모르는 터라) 되레 이를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겠지만 겉으로는 멋쩍은 미소를 날릴 것이다. 그 외의 생생한 경험담도 기대해 봄직하다.

목차

COVER STORY
명동의 직장인은 매일 n개국어 안내문을 마주친다 • 서수피 06

탈무드의 길
탈무드의 길 •여후다 하나시 15

Life & Work
내가 직장으로 다시 돌아온 두 가지 이유 •이원아 18
번역본색 2 •류승철 24
알고 보면 낭만적이지 않은 단어 “낭만” •사라리만 제이 30
고전 읽기는 언제나 번역이 문제다 •안철 42
“영화 오펜하이머의 명대사들” •스티뷴 56
AI 번역기가 있는데 왜 영어 공부를 해? •EnfJesse 64
영어적 자유 •민혜숙 68
「러브드」 번역 후기 •옥지혜 75

번역가의 서재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81

책 속으로

명동의 직장인은 매일 n개국어 안내문을 마주친다
서수피

이십대 중반, 한 사주카페를 추천받았다.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을 하며 조금 지쳤던 나는 좀 더 정적인 일을 알아봐야 할까 하는 고민을 제법 심각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생 처음으로 사주를 보러 간 그곳에서, 본격적인 고민을 말하기도 전에 들은 첫마디는 ‘역마살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당시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타고난 역마살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프로젝트에 따라 이리저리 사무실을 옮겨 가며 일을 하고 있다. 이 근무지 저 근무지를 거치다 보니 어느새 명동까지 흘러들게 되었다. 나에게 역마살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것도 명동이었는데, 그 역마살 때문에 잠시나마 명동에 머물게 됐으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명동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분류 중 하나다. 피로에 짓눌린 직장인들이거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이거나. 서울이 이렇게나 인기 있는 관광지인가 싶을 정도로 외국인이 정말 많이 보인다. 한 지인은 코로나 전에 비하면 이마저도 많이 한산해진 거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이렇듯 세계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몰려들다 보니 명동의 온갖 간판과 안내문들은 대부분 n개국어로 적혀 있다. 보통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4개 언어로 된 안내문이 기본인 듯하다. 높은 확률로 누군가 번역기를 돌린 문장들일 것이다. 그 문장들을 볼 때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본다. 낯선 나라에서 문득 자신의 모국어를 마주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반갑고 든든할까? 막상 외국에서 보자니 생경한 느낌일까? 어딘가 어색한 번역투부터 눈에 띌까? 어쩌다 오역을 발견하면 그래도 애썼구나, 재미있네, 하는 마음이 먼저일까 아니면 도대체 원래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불편하고 막막할까?

작가정보

저자(글) 서수피 외

서수피
이원아
류승철
사라리만 제이
안철
스티뷴
EnfJesse
민혜숙
옥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