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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항아리

유익서 지음
나무옆의자

2017년 11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10월 27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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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1.54MB)
ISBN 979116157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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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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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등단한 이래 40년 이상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원로작가 유익서의 새 장편소설 『노래항아리』. 옻칠회화에 뛰어든 한 남자의 뜨거운 예술혼을 그린 전작 『세 발 까마귀』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회화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조선의 풍토에 맞는 것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던 조선 후기, 신비한 노래항아리를 품고 아무도 부른 적 없는 새로운 노래를 찾아 길을 떠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경이 담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루려는 사람들과 우리 전통 미학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세 그루 나무의 걱정
노래하는 항아리라니
노래가 어디 갔느냐
항아리의 저주
네가 노래 임자라니?
노래가 왜 절로 나오지요
구곡산으로 가자
가벼움과 무거움!
대나무 꽃 항아리
너의 노래로구나!
교방 식구들
심 전율의 회초리
노래는 길에 있다?
‘사람의 노래’여야 한다
추쇄꾼을 풀어라
길은 끊어지고
저것이 그 노래인가
‘사람의 노래’를 찾는다?
김가의 분기탱천
고생이 제 알아 할 테지
이야기 팝니다
세상에 행복은 없다!
전기수 대우
며느리로 삼아도 좋다
미친 환쟁이
고강의 초막
능내 정진사
이 그림을 받아주시오
소리 무늬를 지은 산
고강을 만나다!
은행나무의 장담
남행길에 나서다
남사당패와 만남
돌아온 항아리
어름사니 도일
줄에서 떨어진 도일
아쉬운 작별
강진 유배지에서
노래란 무엇인가?
너는 죽지도 못한다!
온섬 무당 선이네
네가 무당을 타고났다!
최가네 굿청
사또의 오판
길베에 반야용선을 띄우고
저주굿의 재앙
이노옴, 천벌 받을 노옴!
길에서 만난 노래들
다시 고강의 처소에서
네가 노래를 이루었다!
고강 묘소 참배객들
낭자의 마지막 모습

작가의 말

그래, 노래란 무엇인가.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무심코 흥얼거려지는 것이 노래 아니겠는가. 슬픔이 마음을 파랗게 적실 때 탄식과 함께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노래인 것이다. 그래, 마음과 육신이 고달픔을 겪을 때,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을 때,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저도 모르게 일어나 차고 오르는 충동이 노래를 낳는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을 때도, 오래 헤어져 있어야 할 이별 앞에서도, 마음속에 노래가 가득 고인다. 뿐만 아니라, 노래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다리를 놓아주는 은밀한 구실도 한다. 노래란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최상급의 표현 수단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40~41쪽)

항아리를 얻어 오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차례로 잃어갈 것이라고 했다. 몸이 견디기 힘든 고생을 겪기도 하리라고 미리 통고를 받았다. 그래도 항아리를 원하느냐고 녹색 손님이 물었을 때 솔은 선선히 항아리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항아리 때문에 어미를 잃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항아리를 얻는 대신 어미를 잃을 줄 알았다면 이 세상의 누가 그러겠다고 하겠는가.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무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어찌 돌이킬 수 있겠는가. 울며불며 며칠을 지새웠지만 어미가 살아올 리 없었다. 어느 날 한숨 섞어 긴 넋두리를 풀어놓았다. (65~66쪽)

“아름다운 것보다 참된 것이 더 소중한 것이라오. 아름다운 것보다 참된 것이 수명 또한 더 오래가지요. 이런 사실을 명념하고 세상을 살피고 이해하고 나면 기필코 새롭고 훌륭한 노래를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대우의 말에 솔은 눈을 슴벅거렸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진 느낌이었다. 새롭게 노래를 지어 불러야 하리라는 각오는 오래전부터 단단했지만 아직 그 방편은 확고히 세우지는 못했다. 앞으로 애면글면 궁구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거니, 어렴풋이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보다 참된 것을 위해 노래하라니, 대우의 그 말이 자신이 갈망해오던 목표를 환히 밝혀 제시하는 것 같았다.
참된 것! 이야기의 내용도 거의 다 아름다운 것보다 참된 것의 승리로 귀결되고는 했다. 노래 또한 그러하리라. 앞으로 참된 것을 목표로 꾸준히 궁구하다 보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 가슴을 설레기도 했다. (151~152쪽)

고강은 마침내 한 경계를 뛰어넘어 구극의 경지에 들어섰음에 틀림없었다. 무릇 산수화에는 산의 기운이 화폭에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하고, 그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의 가슴속에 저절로 자연의 신기(神氣)가 북받쳐 올라오게 하는 경지, 그것이 으뜸의 경지라 하였다. 바로 눈앞의 그림이 속삭이고 있는 저 아름다운 음률을 내 가슴이 지금 분명히 듣고 있지 않은가. 산수를 그릴 때에는 뜻이 붓 앞에 있어야 한다, 했는데 외형의 산이 아니라 산의 음률로써 우주의 끝을 노닐게 하지 않는가. 더 높은 경지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 사뭇 헤아릴 길 없지만 고강은 분명 한 경지를 뛰어넘어 더 높은 어떤 궁극의 경지에 다다른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199쪽)

여기로 오는 동안에 만난 줄 타는 광대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워 얻었습니다. 어름을 잘 타는 광대가 되려면 십 년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된 훈련을 쌓아야 가까스로 기예를 펼칠 수 있게 된다 했습니다. 담력을 키우고 발바닥에 줄이 딱 붙도록 익히기까지 맞은 매와 흘린 피와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부러진 다리며 팔의 고통은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런 자기희생을 치른 다음에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고난도의 기예였습니다. 그러나 그 기예가 자신의 삶에 무슨 소용입니까. 그 광대는 다만 구경꾼들에게 보여주고, 여러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그것으로 보람을 느낄 뿐, 더 다른 보상은 따르지도 또한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함에도 그 기예를 익히기까지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그를 보고 소녀는 느끼고 배운 바 많았습니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다만 기예 익히는 데에만 전념해온 그가 놀라웠습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희생이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운영되는 것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야만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소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82~283쪽)

<b>“왜 자꾸만 어딘가 먼 곳이 그립고 가고 싶은 걸까요?”
세상에 한 번도 불린 적 없는 노래,
삶의 진경이 담긴 참된 노래를 찾아가는 한 소녀의 여정

사람의 노래, 세상의 노래, 새로운 노래를 찾는 고난의 길</b>
1974년 등단한 이래 40년 이상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원로작가 유익서의 새 장편소설. 옻칠회화에 뛰어든 한 남자의 뜨거운 예술혼을 그린 전작 『세 발 까마귀』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회화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조선의 풍토에 맞는 것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던 조선 후기, 신비한 노래항아리를 품고 아무도 부른 적 없는 새로운 노래를 찾아 길을 떠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경이 담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루려는 사람들과 우리 전통 미학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열여섯 살 소녀 솔은 노래 부르는 귀신이 붙었는지 늘 노래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런 솔을 볼 때마다 어미는 노래하면 팔자 사나워진다고 윽박지르고 매질을 하는데도 솔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노래를 그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통영갓에 녹색 두루마기를 입은 손님이 나타나 마음 놓고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면 어떠한 고생과 대가도 감내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에 솔이 기꺼이 그리할 것이며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솔을 구곡산으로 데려간다. 구곡산에서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한 솔은 노래를 불러 담았다가 불러내면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신비한 항아리를 얻는다. 하지만 귀물을 소유하는 데는 그만한 대가와 고생이 따르는 법. 솔은 평생 항아리에 봉사해야 하며, 항아리에 담긴 노래를 다 익히면 새 노래를 지어 불러 담아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고생스러울 것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항아리를 얻은 후 솔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원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항아리로 인해 어미가 목숨을 잃고, 항아리에 눈독을 들이는 사또의 지시로 솔은 교방(관기들이 머물고 교육받는 기관)에서 생활하게 된다. 노래와 춤과 악기를 배우며 교방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항아리가 더 이상 솔의 노래를 담아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항아리는 ‘사람의 노래’를 지어 담으라 한다. 이제까지 한 번도 불린 적이 없는 노래,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노래를 지으라는 요구였다. 항아리가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교방에서도 죽은 목숨이기에 솔은 항아리를 메고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항아리를 얻을 때 어떠한 고생과 고통도 감내하겠다고 한 다짐을 되새기며 세상에 한 번도 불린 적이 없는 노래를 찾아 길을 나선 솔은 천신만고 끝에 한양에 이른다. 이때부터 솔은 각지를 떠돌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배워나간다.
돈을 받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 대우, 우리 산천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새로운 그림 기법을 창안하는 데 매진하다 유명을 달리한 화가 고강,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기예를 익혀 사람들 앞에 펼쳐놓는 남사당패 어름사니(줄을 타는 줄꾼) 도일,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혼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무당 선이네. 솔은 이들의 삶과 그들 속에 살아 숨 쉬는 노래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그들 모두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불러 항아리를 감복시킨다. 항아리가 노래를 받아들이자 솔은 굽이굽이 노래를 엮어 부르고 또 부른다. 그리하여 그림을 그리다 붓을 쥔 채 숨이 끊어진 고강처럼 항아리를 부여안고 그 안에 노래를 불러 담다 죽음을 맞는다. 훗날 항아리에서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애절하고 유장한 소리 가락이 흘러나온다.

<b>세밀하고 풍부하게 묘사된 조선 후기 예인들의 삶
노래 속에 담긴 민초들의 한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b>
솔이 노래를 찾는 과정은 한 예술가가 자신의 세계를 완성해가는 과정으로, 작가 유익서가 여러 작품에서 끈질기게 탐구해온 ‘예술이란 무엇이고 에술가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또 다른 변주라 할 수 있다. 드높은 경지의 예술적 성취란 제 모든 것을 걸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으로, 그 속에 평범한 사람이 누리는 일상의 행복이나 일신의 안락함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솔은 애초에 고통을 대가로 노래할 자유를 얻은 만큼 고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그렇게 솔은 길 위에서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세상 속에 스며 있는 노래를 깨우쳐나간다.

절에 가면 독경 소리, 염불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들에 가면 농부들의 들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담을 넘어 낭랑하게 들려오는 선비의 글 읽는 소리가 어찌 노래 아니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가락을 얹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전기수의 구성진 목소리도 또한 노래를 방불했다. 고강이 그린 그림 속의 산도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어름사니 도일의 시나위조 사설도, 매호씨와 주고받는 재담도, 다 노래로 엮지 못할 바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녀가 굿판에서 부르는 넋풀이는 노래 아닌 것이 하나도 없었다. (340쪽)

소설은 솔에게 자극과 영감을 준 예인들, 특수한 직업인들의 세계를 세밀하고 풍부하게 묘사한다. 전기수 대우, 화가 고강, 남사당패 어름사니 도일, 무녀 선이네는 자기 세계를 이룬 예술가의 또 다른 모습들로, 그들의 이야기와 그림, 사설과 몸짓, 재담과 넋풀이는 솔이 ‘사람의 노래’를 찾는 데 큰 가르침을 준다. 특히 고강의 그림과 그의 준열한 정신을 흠모한 솔은 이미 세상을 떠난 고강의 초막에 머물며 그의 열정과 예술혼을 받아 담으려 한다. 또한 솔이 세상 속에서 배운 것을 갈무리해 그들 모두의 노래를 엮어 부르기 위해 돌아간 곳도 심산유곡 고강의 처소다.

강과 산은 생명의 원천이며 정감의 곳간이었다. 그침 없이 흐르는 강과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이 속삭이는 말을 비로소 알아듣는 사람은 지혜와 덕이 높은 것이다. 고강은 강과 산이 속삭이는 말을 다 알아들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심오한 경지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그 강과 산의 품속에서 삶을 엮어가고 있는 민초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었겠는가. 가까스로 고강의 심오한 정신을 엿본 것 같은 느낌에 용기가 솟아오르고는 했다. (203쪽)

솔은 밤낮으로 노래를 퍼 올린 끝에 새로운 목을 얻어 누구도 부른 적 없는 노래를 완성한다. 항아리는 기꺼이 그 노래를 받아들인다. 구곡산에서 솔을 시험했던 가릉빈가와 녹색 손님도 솔의 노래를 아낌없이 칭찬한다. “너는 마침내 노래를 이루었느니라.” “너는 소임을 훌륭히 마쳤다. 이제부터는 무엇이든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다 부르렴. 부르는 것마다 다 노래로서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예술의 진경에 이르기 위해 안락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고난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솔과 솔에게 힘과 용기를 준 화가 고강의 삶은 진한 감동을 주며, 자신만의 재주와 기예로 평범한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전기수, 남사당패, 무녀의 삶도 새삼 옷깃을 여미게 한다.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사회의 모순과 핍박받는 민중들의 현실을 담은 노래는 민초들의 한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까지 읽을 수 있게 한다. 『노래항아리』는 근래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는 젊은 작가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깊은 사유, 그 사유를 명징하게 풀어낸 기품 있고 진중한 문장, 인간과 삶에 대한 뜨거운 애정에서 비롯된 해학이 빛을 발하는 시대소설이자 예술가소설이다.

<b>[책 속으로 추가]</b>
그렇듯 열심히 고쳐 부르기를 한 열흘쯤 계속했을까,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대목도 일실이나 오차 없이 똑같이 불러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부른 노래를 항아리도 신명을 내며 담아냈다. 개동의 노래를 온전히 불러낼 수 있게 되자 가까스로 이루었다는 자부심이 온몸을 가득 채워왔다. 그 자부심과 느꺼움이 복받쳐 오르자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눈물과 함께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어났다. 그동안 헤쳐 나온 역경들이 상기되는 한편 마침내 이루었다는 자부심이 솔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 성취의 흐뭇함을 누가 알겠는가.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이 큰 기쁨과 보람을. (356~357쪽)

그의 삶에는 생활이 배제되어 있었다. 먹는 것과 입는 것 즉, 곡복사신(穀腹絲身)이 유족하고 주거가 안정되어 가족이 단란하게 생활하는 것을 세상은 으뜸 행복으로 치기 마련이었다. 그 행복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 순행하는 일상이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일상은 사랑을 키우고 웃음을 낳는 것이다. 일상은 행복이 솟아나는 샘과 같은 것인데, 고강은 한사코 그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고집스럽게 도모했으니, 인생의 즐거움이나 복락은 누려보지 못한 것이다. 일상에서는 취할 수 없는 또 다른 행복을 누렸던 것인가. 돌이켜 생각할수록 그의 황량하고 스산스러운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 애도의 기분이 술을 자꾸만 당겼다. (362쪽)

작가정보

저자(글) 유익서

저자 유익서는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곡(部曲)」이,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적실히 비춰낸 『비철 이야기』 『표류하는 소금』 『바위 물고기』 『한산수첩』 『고래그림 碑』 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 『민꽃소리』 『소리꽃』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 『예성강』 『세 발 까마귀』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동안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동의대학교 등에서 소설을 강의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흥부전』과 『심청전』 버전으로, 우리 전통 미학과 상상력을 형상화해보면 어떨까.
이 시대가 달가워하지 않을 모험심(!)이 십수 년, 등을 아프게 떼밀었다.
실족한들 어떠랴, 가을볕에 말라가는 정정한 뼈.
꽃으로 얼룩진 봄은 저만치 겸연쩍고, 피가 맑은 자족의 가을이 마냥 고맙다.
나무는 잘릴 때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오래 서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기 때문일 터!

눈부신 문화유산 앞에 새삼 옷깃을 여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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