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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진달래꽃

유익서 지음
나무옆의자

2021년 01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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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0.97MB)
ISBN 979116157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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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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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권의 자료 검토, 4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형상화한 해방공간의 진면목

12년간 통영 한산도에 거주하며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작가 유익서의 신작 장편소설 『소설 진달래꽃』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비춰내는가 하면 우리 전통음악의 고유한 미학과 예술의 본질을 밝히는 소설을 여럿 발표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현대사의 격동기인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또 하나의 역작을 선보인다. 해방 후 남로당 중앙당 간부로 활약하다 처형된 공산주의 혁명가와 한국전쟁 때 월북하여 북한의 실상을 목격한 그의 아내가 험난한 시대의 파고를 넘으며 마주하는 질문과 결단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2016년 말 한 잡지로부터 연재소설을 청탁받고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이념을 달리한 정치세력의 대결과 시대적 혼란상을 형상화하기로 마음먹고 준비에 들어갔다. 20여 권의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쉽게 덤벼들 소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들여 50여 권의 책을 다시 검토한 끝에 연재 약속을 파기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며,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엄중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반 동안 300권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하고서야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평양민보〉 주필을 지내고 진보당 강령을 기초한 두산 이동화 선생을 모델로, 그다음에는 동아일보 초대 주필을 지내고 한국민주당 정치부장으로 활동하다 암살당한 설산 장덕수 선생을 모델로 각각 1천 매 정도 써내려갔으나 모두 해방공간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여 중도에 그만두었다. 궁리 끝에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남로당 중앙당 간부로 활동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해방공간을 그려 나가기로 최종 결정하여 마침내 『소설 진달래꽃』이 탄생했다.
소설 진달래꽃
작가의 말

은희의 첫 공개투쟁은 높이 평가되었다. 따라서 은희는 진주 여성동맹의 주요인물로 부상했다. 현장에서는 요행히 줄행랑을 쳐 피신했으나 은희는 경남도 공청대표와 함께 지명수배 대상이 되어 있었다. 경찰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부청 출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지명수배범을 부청인들 달가워하겠는가. 경찰이 집 주위에 잠복하고 있을 것이 명약관화했고 친척집들 또한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세상에 드러내놓고 나다닐 수도 없었다. 세상과 단절된 막막한 가엾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에서 주선한 비밀 은신처에 숨어 지내야 했다.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활달한 성격의 은희로서는 한정된 집 안에서 맴도는 생활을 당연히 며칠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랐다. 은희는 아지트 은신생활을 도리어 즐기는 눈치였다. (70~71쪽)

유산자 집안의 자제, 은희는 병산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가시처럼 덜컥 목에 걸렸다. 병산이야말로 부잣집 장남 아닌가. 일본에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었다. 그런 지식인의 혁명의식에 스스로 비판적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병산은 이미 그런 더러운 허물을 다 벗어던졌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공산주의 운동으로 모든 당원의 인정을 받고 있으므로 자신은 사이비나 의사 공산주의자, 낭만적 허위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인가. 어쨌든 천석지기 재산을 당에다 다 털어 바친 것으로 면죄부를 받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당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것인가. 생각할수록 복잡하였다. 사상을 얻기 위해 당의 신임을 얻기 위해 집안을 거덜 내고 망쳤던 것인가. 혁명으로 쟁취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런 의혹에 사로잡혀 몽롱해 있던 은희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96~97쪽)

옆으로 누워 숨소리를 고르게 내고 잠든 척하고 있었으나 병산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나날이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미군정과 민족진영 사이 협조가 순조롭게 이루어져감에 따라 남조선 정세가 나날이 안정되어갔다. 남조선의 정세가 안정되어감에 따라 당의 활동에 제약이 늘어갔다. 미군정이 남로당을 불법단체로 규정한 이래 당국의 감시와 경계가 전보다 아주 촘촘해졌다. 당의 활동 일체를 불법행위로 규정한 미군정 당국은 남로당 당원 색출에 적극성을 띠었다. 활동에 제약이 따랐고 체포될 위험이 매우 높았다. 병산은 당 업무를 일체 비밀에 부치고 은희에게 알리지 않고 지내왔으나 이제 태도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모든 당 활동과 비밀을 은희에게 털어놓고 공유하며 긴밀히 의논해야 장차 닥칠지 모를 위험을 예방할 수 있고, 체포되었을 때 위기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153쪽)

언제나 조심하고 경계해야 했다. 어떤 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언제 그것이 불쑥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지하활동은 비밀이 최우선이었다. 비밀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었다. 비밀보장이란 유리처럼 깨지기 쉬웠다. 비밀보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눈가림이나 속임수도 적절히 활용해야 했다. 이런 수단이 간혹 동료의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이런 동료의 오해는 회복불능의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다른 당원 동지에게 무슨 오해를 사기라도 한 것일까. (174쪽)

박헌영은 1946년 10월 대구 인민항쟁 직전 미군정 경찰의 수배령이 내리자 황해도로 피신하여 평양과 서울 중간 지점에 있는 해주에 둥지를 틀고 소련 군정과 긴밀히 협의하며 남조선 혁명 준비 사업을 착착 진행해 나갔다. 평양 인접의 강동에 정치학원을 설립하고 이승엽과 박치우 주도 아래 서울에서 젊은 청년 당원을 월북시키거나 이미 월북해 있던 남조선 출신 젊은 청년들을 상대로 3개월 내지 6개월 과정의 당 조직 간부와 유격대 간부 양성 훈련을 실시한 것도 그 혁명 준비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들 특수대원들을 남조선에 이미 조직되어 있던 지하 인민군대인 이른바 K대에 합류시키거나 지리산, 오대산, 백운산 등에 잠입해 있던 유격대와 합류시켜 유사시에 합동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했던 것이다. (185쪽)

진달래 동산 앞자락 어름에 양초 두 자루를 세우고 불을 밝힌 다음 향을 피웠다. 준비해 간 지전에 불을 붙여 태웠다. 타고 난 지전은 재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라갔다. 하염없이 지전을 태우는 동안 은희의 양 볼에는 눈물이 그칠 새 없이 흘러내렸다. 지전 태우기를 마친 은희는 양초 사이에 포를 놓고 술을 따라 바치고 흠향했다. 흠향 절차를 밟아 나가던 중이었는지 절차를 다 밟고 나서였는지, 비몽사몽간에 은희는 그만 앉은 자리에서 픽 모로 쓰러져 의식을 놓고 말았다. 별들은 그냥 하늘에서 은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희는 잠 속에서 자신의 온몸에 진달래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며 환호작약했다. (261~262쪽)

북으로 가야 할 것인가. 남에 남아야 할 것인가. 북에는 그이가 꿈꾸고 구상해왔던 혁명의 이상 사회가 실현되어 있다고 했다. 그이의 꿈이 실현되어 있다는 그이의 땅 지상낙원으로 갈 것인지, 이번에는 비록 해방을 이루지 못하고 철수하지만 다시 해방군이 남으로 내려올 날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남조선에 남아 지하공작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인지, 선택하기가 지난하였다. 북은 그이가 꾸던 꿈을 실현한 혁명의 나라 아닌가. 그이도 없는 남조선에 남아 외로움에 시달리며 지낸다면 북이 얼마나 그리울 것인가. 해방군을 기다리며 애태우는 나날들이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할 것인가. 해방군은 반드시 다시 내려올 수 있을 것인가. (265~266쪽)

이것이 당신이 건설하고자 한 국가였습니까? 배급제로 누구나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고자 한 당신이 꿈꾸었던 혁명의 나라가 바로 여기 이곳입니까? 배급제는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욕의 반도 채워주지 못하는 식량배급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는 이런 나라가 남쪽에서 당신이나 내가 바랐던 혁명의 나라가 맞습니까? 먹을 것 앞에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팽개치고 철저히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당신이 촛불을 밝혀두고 밤을 도와 섭렵한 책들, 머리와 가슴으로 책들로부터 얻은 지식을 갈고 닦아 이 땅을 공정하고 정의롭고 풍요롭게 가꾸려던 희망과 이상에 부풀었던 그 수많은 나날들의 번민, 당신이 갖추고 있었던 모든 지식과 희망과 이상을 지니고 당신과 함께 몸을 아끼지 않고 활동했던 저 최고급 인재들의 생활 모습을 오늘 저는 여기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투쟁하여 반드시 쟁취하고자 했던 혁명의 나라가 이런 나라였습니까? (295~296쪽)

“우리 당 중앙에서는 돌아가신 김병산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은희 동무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은 동무에게 영예롭고 매우 높은 동무의 당성을 요구하는 중대한 과업을 맡기고자 합니다. 남반부에 한번 다녀오지 않겠습니까?”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졸업을 앞두었을 무렵 연락부 부부장 박 동무가 불렀다. 사무실로 갔더니 학교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고 나서 정색을 하더니 그렇게 말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은희의 답변을 기다렸다. 남반부, 순간 번개가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소름이 쪽 끼쳤다. 그이와 엮어 꼼짝 못 하게 사약을 준비했구나!
“그런 어려운 과업을 제가 해낼 수 있을까요?”
“동무가 적임자로 인정됐기 때문에 이런 중대과업을 맡기려는 것 아닙니까.”
“저는 폐결핵 환자인데 38선을 넘을 수 있을까요?”
“길이 어디 38선만 있답니까. 바다도 있고, 가는 길이야 얼마든지 있지요.” (370~371쪽)

스스로 혁명운동에 헌신하다 조국을 위해 죽는 것으로 믿고 죽음을 맞이한 당신이야말로 얼마나 행복한가. 아직도 당신은 우리나라 어디에나 퍼져 살고 있는 진달래꽃 같은 백성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친 것으로 믿고 있으리라. 그러나 정작 당신은 진달래꽃 같은 백성을 위해 자신을 혁명에 바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숭배를 강요하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모란꽃 같은 독재자를 위해 희생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저세상으로 간 당신은 얼마나 행운인가. 나도 남북의 정치적 제도나 사회적 차이를 몰랐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차이를 몰랐다면 이렇듯 심한 갈등과 마음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 아닌가. 그리고 혁명적 당위성을 이상으로 삼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405쪽)

남로당 중앙당 간부로 활약하다 처형된 공산주의 혁명가와 월북한 그의 아내
험난한 시대의 파고를 넘으며 마주한 운명과 결단

소설의 전반부는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공산당 지하활동을 하는 김병산과 그의 아내 최은희의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한국전쟁 때 월북한 은희가 사회주의 이상 국가로 생각하던 북한의 실상을 목격하며 고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병산의 활동도 대체로 은희의 시선을 통해 서술된다.
조선공산당 경남도당 조직책을 맡고 있는 병산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사회주의 이상 국가 건설에 뜻을 두고 공산주의 운동에 뛰어든 지식인이다. 진주부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은희는 동료를 따라 간 아지트에서 병산의 강연을 듣고 공산주의의 대의에 매혹된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계급 없고 차별 없는 민주국가, 누구나 평등하게 살아가는 공평한 나라. 공산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이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은희는 그날 이후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공산당에 입당하여 대민 선전 활동에 전력하다 경남도당 여성동맹 간사로 발탁되고, 얼마 후 병산의 청혼을 받고 그와 혼인한다.
혁명만이 조선의 위대한 미래이며, 계급 없는 진정한 민주적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면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폭력적으로 전복시켜야 한다는 명제에 따라 활동하던 병산이 중앙당의 중요 임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부부는 진주를 떠나 서울로 옮겨간다. 이 무렵 미군정이 공산당을 불법화하면서 조선공산당도 남조선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하화한다. 작가는 병산의 당 사업 투쟁 활동과 함께 남로당이 주도한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간다.
1946년 9월 철도파업, 10월 대구 항쟁(대구 폭동), 이승만 제거 시도를 거치며 사회 혼란이 커지자 미군정은 남로당 간부와 당원 검거에 박차를 가한다. 1948년 4월 제주 민중항쟁과 10월 여수 순천 해방투쟁(반란사건)을 지나 1949년 6월 29일 미군이 철수하자 평양의 지도부에서는 남한 혁명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혁명 동력을 상실한 서울시당은 남조선 해방투쟁 계획을 계속해서 연기하고, 그러던 중 병산은 돌연 체포되어 마포형무소에 수감된다. 병산은 옥중에서도 새 세상이 도래할 것임을 널리 알리다 중죄인을 수용하는 광주교도소에 이감되고, 1950년 6월 25일 인민해방군이 서울에 입성하면서 다른 사상범들과 함께 총살당한다.
남편의 처형 소식을 들은 은희는 피눈물을 삼키며 시신이 매장된 곳을 찾아 그곳에 남편이 좋아하던 진달래나무를 떠다 심고 제를 올린다. 이후 은희는 퇴각하는 인민군에 자원입대하여 북으로 향한다. 그러나 북한은 병산이 꿈꾸던 혁명의 이상이 실현되어 있는 지상낙원이 아니다. 물자부족과 가난으로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무너진 사회일 뿐 아니라 계급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것 역시 구호에 불과하다. 게다가 김일성 일파는 박헌영을 비롯한 남로당 출신들을 숙청한 데 이어 연안파 인사들까지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숙청하며 독재와 개인 우상화에 열을 올린다. 은희는 군에서 제대해 재정성에서 일하던 중 간부훈련학교인 인민경제대학에 들어간다. 납득할 수 없는 숱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학교를 졸업한 그녀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바로 남한으로 내려가 공작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수년 만에 남한 땅을 밟은 은희는 당의 명령을 이행하던 중 중대한 결단의 순간과 맞닥뜨린다.

『광장』 『태백산맥』이 던진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 이 시대의 문제작

병산은 은희에게 처음 만남을 청한 날 함께 산보하며 진달래꽃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다. 그가 무엇을 위해 공산주의 혁명을 이루려고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내비친 대목으로, 소설 속에서 거듭 환기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진달래꽃을 따 먹기도 하고 화전을 부치기도 하고 또 술을 담그거나 약재로 쓰기도 하지요. 이렇게 널리 쓰이면서도 어디 진달래꽃을 정성들여 가꾸는 사람 있습니까. 진달래꽃은 우리나라 어디에나 퍼져 살아가고 있는 일반 백성들과 다를 바 없어요. 그래요.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진달래꽃은 산에서 스스로 피어나 세상을 이롭게 하지요. 일반 백성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진달래꽃을 좋아한답니다.” (18쪽)

혁명을 ‘조선의 위대한 미래’라 확신하며 해방공간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가는 이 혁명아의 신념과 활동은 해방공간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상적인 조국의 미래를 담보할 혁명을 이루기 위한 이 아름다운 신념과 헌신은 그러나 끝내 이루어지지도,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한 독재자의 권력 쟁취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자신이 가짜 혁명에 기여했을 뿐임을 모른 채 처형된 미완의 혁명가의 생애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편 퇴각하는 인민군에 자원입대, 이른바 혁명의 땅 북녘으로 넘어가 재정성에 근무하기도 하고 간부훈련 기관인 인민경제대학에 재학하기도 한 혁명가의 아내는 어떠한가. 그녀는 북에 체류하는 동안 일인 독재체제 구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참혹한 정치현실과, 혁명 국가 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해 자진 월북한 남로당 동지들이 차례차례 숙청되거나 노동자로 내쳐지는 절망적인 모습에 통분을 감추지 못한다. 저승에서 아직도 혁명을 꿈꾸고 있을 남편에게 그녀가 피를 토하며 던지는 통렬한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앞서 『광장』 『태백산맥』 등의 작품이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그로 인한 비극을 치열하게 보여주었다. 남과 북의 체제를 두루 경험하고 남도 북도 아닌 제3의 중립지대를 선택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나 최후의 순간까지 사회주의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들을 만나며 우리는 미래에 어떤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소설 진달래꽃』 역시 그 뒤를 이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이상을 맹신하지 않으며 정확한 판단력과 안목으로 오류를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답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통탄스러운 것이, 왜 우리가 그토록 미욱했던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 지구 위에 천국을 만들겠다던 구호는 지옥을 만드는 데 쓰였을 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왜 한사코 외면했던가. 왜 그 잘났다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미욱한 존재들이었단 말인가. (409쪽)

작가정보

저자(글) 유익서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곡(部曲)」이,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적실히 비춰낸 『비철이야기』 『표류하는 소금』 『바위 물고기』 『한산수첩』 『고래그림碑』 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 『민꽃소리』 『노래항아리』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 『예성강』 『세 발 까마귀』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동안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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