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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동서세계문학전집 101
제인 오스틴 지음 | 최순영 옮김
동서문화사

2023년 09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7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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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23MB)
ISBN 9788949718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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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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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에마》
출간 이래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작가!
BBC선정‘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2위!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은 제인 오스틴에서 시작된다
매끄러운 솜씨로 빚어낸 로맨스 소설의 명고전!
에마… 9

제인 오스틴 생애와 작품세계… 503

그녀는 상황을 부분적으로만 알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판단 착오를 하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면서 실수를 저지르는지, 그런 즐거운 생각에 잠겨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편으로는 형부가 자기를 상황 파악을 못해 충고가 필요한 무지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p.122)

그러나 해리엇은 끝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슬픔에는 아무런 꾸밈이 없어 에마가 보기에 어떤 품위 있는 행동도 이보다 더 고귀해 보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에마는 해리엇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성을 다해 위로하고 이해하려 애썼고, 그 순간만큼은 해리엇이 그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확신하면서, 해리엇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천재나 학식 있는 사람을 닮는 것보다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p.151)

에마는 3개월이나 되는 오랜 기간 동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전혀 반갑지 않았다. 원하는 것보다 항상 더 하는데도 항상 부족하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상황 말이다. 에마가 왜 제인 페어팩스를 좋아하지 않는지는 실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일전에 나이틀리 씨가 한 말에 따르면, 에마가 제인 페어팩스에게서 자신이 되고 싶은 훌륭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당시엔 그 말에 강하게 반박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 지적에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일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에마는 제인 페어팩스와 결코 친해질 수 없었다. 에마는 제인 페어팩스에게서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차가운 거리감이 느껴졌다. 좋은지 싫은지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심함, 게다가 그녀의 이모 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말이 많은지! 사실 제인 페어팩스에 대해 다들 수선을 피워대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고, 동갑이라는 이유만으로 둘이 서로 아끼는 절친한 사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에마가 제인 페어팩스를 싫어하는 이유의 전부였다. (p.171)

인간의 본성은 흥미로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기우는 법인지라, 젊은 사람이 결혼을 하거나 죽게 될 경우 특별히 호의적으로 말하게 된다. 호킨스 양의 이름이 하이버리에서 처음 알려지고 나서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녀가 품성으로나 지적인 면으로나 흠잡을 데 없고 아름답고 우아하며 상당한 신분에다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엘턴 씨가 행복한 승리감에 취한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의 여러 가지 장점을 퍼뜨리고자 했을 때쯤엔 이미 이야깃거리라곤 그녀의 세례명이나 그녀가 누구의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지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p.187)

에마는 해리엇을 설득해 사랑에 빠져들게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랑에서 쉽게 빠져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해리엇 마음의 커다란 빈 공간을 채웠던 사람의 매력을, 전혀 몰랐던 일처럼 없애버릴 수는 없다. (p.189~90)

웨스턴 부인은 웃으면서, 프랭크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지금까지 계속 큰 집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그 크기에 얼마나 많은 이점과 편의가 따르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고 작은 집이 주는 불편함을 제대로 평가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p.211)

그러다 거리 저만치에서 쟁반을 든 푸줏간 주인과 바구니에 뭔가를 가득 담고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단정한 차림새의 할머니, 더러운 뼈다귀를 차지하려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두 마리의 개, 그리고 빵집의 작은 창문 앞에 하염없이 서서 생강 과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을 때, 에마는 자신에게 더 이상 불평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고 평화로운 행복을 느끼며 문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 특별히 재미난 일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해도 활기 있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걸로 충분했고, 만족스럽지 않은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p.240)

전혀 춤을 추지 않고도 살아갈 수는 있다. 많은 젊은이들은 춤출 기회 없이 수개월을 지내면서도 마음으로나 신체적으로 아무런 탈 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고 경쾌한 동작이 주는 기쁨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나면, 아주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시 추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게 되는 법이다. (p.255)

“아! 그 무도회! 왜 저희가 바로 그때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요? 눈앞에 온 즐거움을 왜 그 즉시 붙잡지 않았을까요? 어리석은 준비 때문에 크나큰 행복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당신은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지요. (후략)” (p.269)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에마는 그런 생각에 빠져 자신이 불행하게 지내거나, 첫날 아침 이후 평소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바쁘고 쾌활하게 지냈으며, 프랭크 처칠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에게도 단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일할 때 그를 생각하면서, 둘 사이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그려보고 재미있는 대화를 상상하거나 품위 넘치는 편지를 머릿속으로 써볼 때마다, 그의 고백에 대한 결론은 언제나 자신이 그를 거절하는 것이었으며, 이렇게 해서 둘 사이의 애정은 항상 우정으로 결말지어졌다. 부드럽고 매력적인 말들로 수놓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이별이었다. 에마는 이 점을 깨닫고 자기가 사랑에 깊이 빠진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서 아버지를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예전부터 확고하게 결심했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고민이 따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p.273)

그는 의심스러워하며 좀 더 앉아 있었다. 온갖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참견, 소용없는 참견이었다. 에마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과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둘 사이의 친분으로 보아 그녀의 감정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는 말해야만 했다. 그녀의 안전을 해치기보다는 공연한 참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으며, 모르는 척했던 순간을 곱씹게 되느니 어떤 일이라도 부닥쳐 봐야만 했다. (p.362)

이와 동시에 에마는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행동도 살펴보았다. 그녀는 예전에는 한 번도 갖지 못했던 명료한 시각으로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해리엇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부적절하게 행동해 왔는지! 얼마나 경솔하고 무례하며 어리석고 무정하게 행동해왔는지! 그녀는 지금껏 너무나 무모하고 분별없이 행동해왔던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그녀는 그런 행동을 한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이라도 갖다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p. 422)

대화를 통해 완전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왜곡이나 오해가 덧입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처럼 행동에 대해서는 서로 오해가 있었더라도 감정은 그렇지 않은 경우, 그 간극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p. 446)

영어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제인 오스틴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에마》를 쓴 제인 오스틴은 오늘날 영어권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로 꼽힌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그녀는 이런 빛나는 평가와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기도 했다.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시골 목사의 막내딸로 태어나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고, 한 번도 가족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으며, 외국은커녕 잉글랜드 남부를 벗어난 적도 없이 모두 6편의 소설을 남기고 4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출판 이래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으며, 특히 1970년대부터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연극・영화・TV를 위해 매년 새로이 번안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조용하고 짧은 삶을 살았고, 그 삶을 밝힐 자료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그녀에 관한 방대한 수의 전기가 나왔고, 지금도 어디선가 쓰이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이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모든 작가들이 꿈꾸는 별과 같은 존재
영국의 작가 J. K. 롤링은 오스틴을 일컬어 “모든 작가들이 꿈꾸는 별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들로부터는 존경과 선망을 받고 독자들에게는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제인 오스틴- 일반 독자에게 제인 오스틴 문학을 해설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쉬운 편이다. 제인 오스틴 문학의 평가는 그녀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1813), 《이성과 감성》(1811),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 《노생거 사원》(1817), 《설득》(1817) 등 6편으로 끝내고, 다른 작품은 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그중에서도 첫 두 작품에 의해 그녀의 작풍이 거의 결정되었다 해도 무리가 없다. 상황 설정부터 등장인물의 사회 조건, 작품 세계, 소설의 의도나 목적까지 거의 동일한 패턴을 따른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6편의 우열에 대해서도, 오스틴만큼 작품성의 격차가 적은 작가도 드물다. 세계문학 기준에서 《오만과 편견》이 그녀의 작품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서 선택되는 것은 거의 결정된 평가로 봐도 좋지만, 《이성과 감성》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구성상의 무리를 빼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또 《맨스필드 파크》를 그녀의 대표작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볍고 밝은 것을 고르는 사람은 《에마》를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차분히 가라앉은 정서의 물결을 느끼고 싶은 독자는 마지막 작품 《설득》을 고른다. 이렇다 보니 어느 작품이 훌륭한가에 대한 평가는 이미 그 사람들의 취미에 달린 것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점도 제인 오스틴 문학만의 특징이다.

“나 말고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
1814년 1월 21일 오스틴은 가족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는 ‘나 말고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을 만들어 낼 생각이에요.’라고 쓰여 있다. 그렇게 탄생한 인물이 바로 《에마 (Emma)》의 ‘에마 우드하우스’이다. 에마는 어떤 사람이기에 오스틴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이라 했을까? 에마는 혼자 남은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지방 상류층 우드하우스 집안의 두 딸 가운데 막내딸이다. 에마의 언니는 일찌감치 결혼해서 런던에 살고 있고, 어머니이자 친구와 같았던 가정교사 테일러 양마저 결혼을 하면서 동성의 친구가 없었던 에마에게 해리엇 스미스라는 어린 여성이 새로운 친구로서 등장하게 된다. 본인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연애사에는 참견을 잘하는 에마는, 해리엇의 짝으로 그 교구의 목사인 엘턴 씨를 골라 그들의 결혼을 성사시키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그의 마음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알고 그런 일로부터 거리를 두기로 한다. 그런 와중에 테일러 양이 결혼한 웨스턴 씨의 전처에게서 태어난 프랭크 처칠이 부모님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에마가 살고 있는 하이버리에 등장해 에마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타인의 연애에 이러쿵저러쿵 참견하기 좋아하기에 누구도 쉽게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에마를 창조한 제인 오스틴 자신은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로, 에마 우드하우스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로맨스의 왕도로서 작품 탄생 이후 몇 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뜨거운 사랑을 받는 비결이 되고 있다.

“나는 명예를 위해 쓴다”
제인은 작품을 출판하려고 마음먹기 훨씬 전인 1796년 1월 14일, 언니인 카산드라에게 농담 삼아 이렇게 편지한다. ‘언니가 편지로 칭찬해 주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어. 돈이나 보수를 생각하지 않고 명예를 위해서만 쓰려고 해.’ 오스틴은 보수를 생각지 않고 글을 쓴다고 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초판 이후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다. 그래서 돈보다 명예를 택한 것이 도리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한 것은 아닐까. 그녀의 소설을 처음 읽으면 평범한 젊은 남녀가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소중함이 그녀 소설의 영원한 인기 비결이다. 제인의 소설을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그 문학적 기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인물들의 대사나 작가의 생각이 교묘하게 섞여 인물들이 마치 작품 속에서 살아 있는 듯 움직이고, 이러한 기법에서 변덕스러운 인간성에 대한 오스틴 특유의 깊은 이해가 분명히 나타난다. 그녀의 천재적인 독창성에 대해, 첫 독자 중 한 사람인 조카딸 파니 나이트가 보낸 편지에 쓴 것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에마》를 빌려 주어 정말 고마워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다른 작품보다 마음에 들어요. 등장인물 모두가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있어요…… 전 이런 귀한 보물을 만나 기뻐서 죽을 것만 같아요! 등장인물은 독특하고, 더구나 글과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 재미있어요. 다른 어느 누구도 이만큼 명쾌하고 기분 좋게 쓰지는 못할 거예요.’

에마, 제인 오스틴 문학 절정기에 탄생하다!
《에마》는 오스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결혼 희극이다. 작품 속 남녀들이 이런저런 오해로 인한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결혼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의 구조는 제인 오스틴 문학의 전형을 따른다. 장면도 거의 영국시골 마을로 한정되어 있어서 기껏해야 몇몇 가족 간의 인적 교섭을 중심으로 사건이라 하면 프랭크 처칠과 제인 페어팩스 사이의 비밀 약혼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에게는 이것으로 충분하며, 또 그것으로 좋은 문학작품이 탄생할 수 없다는 논리는 절대로 없다. 작가 자신이 그녀의 편지 속에서도 썼듯이, “시골에 서너 가족이 모이면, 그것으로도 이미 소설에는 안성맞춤인 재료”라는 것이다. 사실 작가가 그려내는 여주인공들은 황량한 “미국의 강을 혼자서 배로 표류하는 일이 결코 없다”고, 당시에 소설가 월터 스콧이 이미 격찬했듯이, “그녀는 일상생활에 얼마든지 있는 복잡한 사태, 감정, 인물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놀랄 만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다.

삶의 미묘한 이면을 포착하는 섬세한 필치
제인 오스틴의 집필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제인이 결코 서재에서 글을 쓰는 직업작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항상 작은 종이를 가지고 다니다가, 집안일이나 바느질을 하면서 뭔가 떠오르면 부지런히 쓴다. 그리고 사람이 기척이라도 내고 나타나면 당황하여 숨긴다. 종이가 작은 것도 숨기기에 편하기 때문이라고까지 한다. 이런 방법으로 제인은 그녀 자신의 눈으로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만큼 남김없이 볼 수 있었다. 이로부터 태어난 것이 사실적 기법이었다. 또 다른 매력은, 작가가 등장인물을 대하는 태도이다. 오스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약점이나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결점으로 인해 수많은 착각과 희비극이 일어나고, 또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로 이기적이고, 경박하고, 지레짐작하거나 하는 일로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다. 게다가 이러한 인간의 약점을 그녀는 결코 화내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서 관용의 마음으로 품는다.

재치 넘치는 위트와 은은한 유머
또한 작가가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 가벼운 풍자의 웃음으로 이러한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는 점에서 쾌활한 유머가 넘친다. 물론 결점은 결점이므로 비난하지만, 그 풍자에는 자연히 유머가 깃들어 있다. 그 대상은 우선 허영심과 자만심이다. 여기서 놓쳐서 안 되는 것은 오스틴 자신이 호의와 애정을 쏟고 있는 인물조차 그녀는 결코 완벽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결점을 가지고 있는 좋은 예가 에마 우드하우스이다. 특히 에마는 작가 자신이, 자기 빼고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인물을 그려보겠다면서 만들어낸 인물인 만큼, 인간적 결점이 두드러진다. 사회적 지위나 재력, 지성과 미모 면에서는 결점이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한 탓에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은 물론 자신의 본심조차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그런 자신의 허영심과 자만심을 극복하기까지 시련을 맞아야만 했다. 전체로서의 인간을 비추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용서하는 유머가 있다. 이것이 제인 오스틴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젠트리 계층의 사교과 결혼을 중심으로 당대 사회를 생생히 그리다
제인 오스틴의 문학은 오늘의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적 사상의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이 소설에서 에마를 비롯해, 누구나 생각하는 어떤 엄중한 사회적 신분 차이의 관념도 조금은 낯설다. 변호사나 농부라는 직업이 업신여겨지는 것도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18세기 영국사회에서는 엄연히 존재했던 사실로서 리얼리즘적 가치를 지닌다. 다만 그 안에서도, 소위 비슷한 상류 계급에 속한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진심이 통하는 사람들과 비록 제한적이나마 어떤 종류의 믿음과 우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이 지닌 나름의 장점이다. 영국의 작가 서머싯 몸은 제인 오스틴을 이렇게 말했다. “어느 작품에도 이것과 같은 커다란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페이지를 다 읽자,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지 하고 서둘러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겨도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독자가 이렇게 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은 소설가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재능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국어국문학과 졸업. 옮긴 책으로 데이비드 그레이버 《가능성들》(공역), 이철수 판화집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 Prime Dharma Master Kyongsan 《The Shore of Freedom》, 《The Path to Awaken to and Cultivate the Mind》,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뉴잉글랜드 수녀》(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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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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