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
2023년 08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8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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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8128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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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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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안 부는데 습도까지 높아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인중에 땀이 고이는, 무더운 밤이었다. 회전할 때마다 신음을 토해내는 낡은 선풍기로는 도무지 더위를 달랠 수 없었다. 달래기는커녕 끼익끼익 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저기압이 몰려오듯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슬금슬금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 누구에게라도 온갖 불평을 쏟아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5~6쪽
진짜 무서운 이야긴데 들을 거야, 말 거야?
“직접 경험한 거야?”
내가 묻자 K는 물론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굳이 가져와 떠들 성격도 아니었고 이야기를 꾸며낼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니 직접 겪은 것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미심쩍은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고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K의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잠이란 녀석은 이미 달아나버렸고, 한밤의 더위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었다. -9~10쪽
알아. 내가 본능이니 직감이니 하는 단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 다만 그때는 그랬어. 그런 낯설고 어색한 모든 것들이 쉽게 받아들여질 만큼 이상한 밤이었거든. 그리고 곧…… 그 밤은 무섭게 변했지.
무언가가 나타났거든.
먼저 찾아온 건 소리였어. 기괴한 소리였지.
찌이익. -15~16쪽
똑똑히 기억나. 그러니까, 방에서 들리던 정체불명의 소리, 열대야가 무색하게 오싹한 기운이 맴돌던 화장실, 가에서부터 검게 변하기 시작해 이제 곧 반짝임을 다할 것 같던 회백색 형광등 같은 것들까지 말이야. 그리고 내가 알게 된 것도…….
정말로, 그게 찾아온 거야. -17~18쪽
최 씨는 고개까지 숙이며 고마워했어. 마치 내가 큰 호의라도 베푼 것처럼. 나는 최 씨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지 않을까 싶어 보고 있었어. 보답이라 해봐야 담배 한 개비나 사탕 한 알 뭐 이런 게 아닐까 싶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최 씨는 설렁탕 그릇에 긴 수염이 닿을 듯 상체를 숙여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는 이렇게 말했어.
“그렇다면, 제가 딱 한 사람 죽여 드릴게요.” -25~26쪽
“딱 한 사람 죽여드릴게요. 죽이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까?”
《한국공포문학단편선 3》에 단편소설 〈선잠〉을 공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밤의 이야기꾼들》 《고시원 기담》 《마귀》 《뒤틀린 집》 《금요일의 괴담회》 등을 펴내며 한국형 공포소설을 선보여온 작가 전건우의 신작 《앙심》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땀이 젖는 무더운 여름밤 K는 느닷없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평소 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의 K였기에 K의 연인인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대학원생 시절 K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노숙자 쉼터에서 정확한 이름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최 씨에게서 수상한 제안을 받는다. K가 원한다면 딱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저주의 주문을 외워주겠다는 것. 당시 간절히 죽이고 싶은 한 사람이 있던 K는 최 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저주에 동참하고, 다음 날 정체불명의 인간이 아닌 한 존재가 K를 찾아온다.
한 번쯤 누군가에게 앙심을 품어본 적이 있는 이라면 알 것이다. 앙심이 얼마나 작은 일로도 시작될 수 있는지. 하지만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앙심을 오래 품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해하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악의가 더해지기도 하기에 우리는 대부분 시간과 함께 마음을 쓸어 보내기 마련이다. 전건우의 이번 단편은 앙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간직할 때 그리고 그 마음을 누군가가 살짝 건드렸을 때 얼마나 선명한 어둠이 우리의 마음속을 물들일 수 있는지 보여주며 우리 안에 작게나마 남아 있는 앙심이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시작으로,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김원영 《클라이밍》(근간)
이유리 《잠이 오나요》(근간)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근간)
최현숙 《창신동 여자》(근간)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근간)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근간)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근간)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근간)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근간)
이경희 《매듭 정리》(근간)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근간)
현호정 《일지삼색 화자백홍》(근간)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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