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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박세영, 방용주, 삼삼, 정희연, 조윤정, 채린희, 황고윤 지음

하모니북 2023년 08월 3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하모니북 ‘하루 10분 글쓰기’ 6기 작품집
열 다섯 가지 글감으로 쓰여진 8명 작가님들의 글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목차

김은정
박세영
방용주
삼삼
정희연
조윤정
채린희
황고윤

책 속으로

그때 깨달았다. 만남을 벌써 후회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우린 다시 만난 게 아니라 그저 그때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것이다. 그 시간, 추억의 물결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던 감정은 현재의 것이 아니었다. 그 후 나는 두 번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어야지 확인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다 타이밍이 있는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솔직히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다.
- ‘이별한 상대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김은정’ 중에서

요즘 텀블러 수집에 관심이 있다. 보온과 보냉이 잘되는 제품만 골라 당근마켓에서 하나씩 사들이고 있다. 보온과 보냉도 구매확정을 위한 조건 중에 하나이지만 우선은 텀블러의 모양이 이뻐야 구매의 욕구가 샘 솟는다. 이렇게 하나씩 모으기 시작하니 5개 정도가 모였다. 집을 나서기 전 이동거리와 담긴 내용물에 따라 텀블러를 골라 집는데 매일 세척이 쉽지 않아 종류별로 구입한 건…. 진심이다.
이렇게 찌는 날엔 얼음 잔뜩 넣은 아아를 하루종일 마실 수 있다니 정말 소확행 아니겠는가.
- ‘물건 수집에 대해 | 박세영’ 중에서

내가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어떤 상태일까? 난 어떤 상황에서든 의지가 구속되지 않는 상태를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무언가를 못 하는 경우가 없어야 하는 상태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고, 먹고 싶은 건 언제든 먹을 수 있고, 어디가 아프던지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아끼지 않아도 되는 상태까지.
- ‘나의 자유에 필요한 월 금액 | 방용주’ 중에서

올해를 준비하기 전, 과한 욕심에 수기 다이어리, 노트, 메모장만 9개를 구입하여 고민 끝에 글쓴 부분을 제외하고 전부 버렸다. 그만큼 나의 글쓰기 열정은 넘쳐난다.
글쓰기 디지털 플랫폼도 과하게 늘리다 체력적 한계와 현재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불필요하고 중복되는 건 다 삭제했다.
지금도 이런 과정이 진행 중이다. 글쓰기는 인생을 함축 시킨 것이기에 고유의 내공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 수기 다이어리, 노트, 메모장, 외장하드 | 삼삼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행사이기도 하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고민이 있다면, 나는 나이가 많은 예비 신부라는 것.
(...)
내 나이가 한창일 때는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했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엔 이미 서른 후반을 지나고 있었다. 주변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얘기하면서도 내심 혼자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혀가던 중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그때가 이미 마흔이었다. 그 무렵 참 많이 고민했었다. 아이를 가지려면 빨리 서둘러야 하는 나이였기에….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진지한 교제의 시점으로 접어들자,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여러 번 이야기 나누었다. 노산이라 위험하고 육아를 시작하기에 체력이 달리는 것은 훨씬 나중 문제였다.
- ‘고민거리 | 정희연’ 중에서

예전에는 왕이나 귀족들이 사후 세계를 위해 돈이나 보물을 무덤에 같이 묻고 심지어 하인도 함께 묻고 무덤을 아주 크게 지었다는 데 사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개인적으로는 물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
그리고 워낙 방랑의 생활을 오래 해서 물건을 많이 소지하지 않는다.
대신 나의 소중한 경험, 생각들을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
- ‘죽어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면 | 조윤정’ 중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장래희망을 썼던 걸 엄마가 냉장고에 붙여놓으셨다. 너무 낡아서 이사할 때 버리긴 했지만. 난 그때 의사가 되어서 아프리카처럼 가난한 나라에 가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 후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장래희망은 작가였다. 누군가에게 내 글로 감동을 주는 게 좋았고, 읽고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상대방과의 추억이 담긴 글이나, 하고 싶은 말을 써주거나, 좋아하는 문구를 써서 선물하기도 했다.
고등학생일 때 장래희망 역시 작가였다. 이때쯤 되니 부모님도 작가를 해보라고 하셨다. 몇 년 동안 하고 싶은 게 같고,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썼는데.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엄청나게 반대하시다가, 결국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다.
- ‘어릴 적 장래 희망에 대해 | 채린희’ 중에서

7일 동안 열정적으로 사랑할 사람을 찾고 싶다. 운 좋게 만나게 된다면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좋은 걸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즐거운 일만 하면서 그렇게 7일을 보내고 싶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멀리 치워 두고, 싫어하는 사람은 같이 마음껏 욕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나눌 거다. 그러다가도 어긋나면 불같이 싸우다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기뻐할 일이 생기면 빈틈 없이 껴안고 둘이서만 행복하고 싶다. 죽음이 다가올수록 헤어짐이 아쉬워 울다가 함께 나눴던 시간을 추억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겠지…. 같은 공간과 시간을 살았음을 감사해하며 그렇게 함께 사라져 갈 거다.
- ‘이 세상에서 딱 7일만 살 수 있다면 | 황고윤’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김은정, 박세영, 방용주, 삼삼, 정희연, 조윤정, 채린희, 황고윤